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268
268화. 토목보의 변과 건주 여진 공략 (4)
[조선 국왕께 삼가 아룁니다.우리 황제께서 달달(達達)을 친히 정벌하다가 잘못하여 오랑캐의 나라에 잡혀갔으므로, 황태후(皇太后)께서 정통(正統)의 서자(庶子) 견심(見深)을 봉하여 황태자(皇太子)를 삼고, 황제의 아우 성왕(郕王) 기옥(祈鈺)이 즉위하여 원년(元年)을 경태(景泰)라 고치고, 멀리 정통(正統)을 태상황제(太上皇帝)라 존칭하였나이다.
조선의 왕은 대대로 충의로 번국의 예를 다하였으니, 정병(精兵) 10여 만을 골라 대두목(大頭目)으로 하여금 통솔케 하여 요동 여러 장수와 더불어 모여 협공하여 달달(達達)의 무리를 박멸하는 데 힘쓰라는 황태후의 조서가 내려왔습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31년 9월 9일자 일부 변형 인용)]
명나라의 사정을 밝히고, 구원병을 요청하는 요동 도사의 자문이, 새 황제가 벌써 등극했다는 황태후의 조서와 함께 당도하였다.
[“근자에 오랑캐들이 국경을 침범하여 생령(生靈)에 해독을 끼치므로 황제께서 화(禍)가 종묘와 사직에 관계될까 염려하시어 부득이 몸소 6군[六師]을 거느리고 나가서 그들의 죄를 바룸으로써 국가를 편안하게 하려다가, 뜻밖에도 노정(虜庭)에 잡혀 계시지만, 오히려 신민(臣民)을 생각하니 주군(主君)이 없을 수 없으므로, 이제 황서자(皇庶子) 세 사람 가운데에서 어질고 어른스러운 이를 가렸는데, ‘견심(見深)’이라 하오. 동궁(東宮)으로 세워 정위(正位)의 황태자로 삼고, 성왕(郕王)을 그대로 명하여 보필로 삼아 대신 국정(國政)을 총섭하게 하여 천하를 어루만져 편안하게 하였소. 아아, 나라에는 반드시 임금이 있어야 사직(社稷)이 편안하게 되고, 임금에게는 반드시 동궁이 있어야 신민(臣民)이 우러러보게 되므로, 천하에 포고하여 다 알게 하오.(명 황태후의 조서. 조선왕조실록 세종 31년 10월 7일자 인용)]
요동의 진무가 가져온 자문과 조서를 받아든 이향은 바로 천추전으로 가 세종을 뵈었다.
자문과 조서의 내용을 확인한 세종은 눈을 꾹 감고 탄식하였다.
“하아. 황가의 일이란 얼마나 비정한 것이냐. 친아들이 포로로 잡혀갔음에도 황태후는 이내 서자를 황제로 세우고 동시에 친손주를 황태자로 삼아 후계를 공고히 하며 민심을 수습하였으니.”
그러나 노왕의 탄식은 길지 않았다.
“출병은 사흘 후더냐?”
“예, 아바마마. 선사포와 의주에 이미 출병 준비를 하란 통지를 보냈습니다. 정분도 다리를 지난달 완성했습니다.”
이향은 선사포에 정박해 있는 함선 세 척에 이미 미곡 천 섬을 실어두었고, 총포를 다루는 수군 오백 명이 유응부와 함께 대기하고 있고, 의원 열 명과 의녀 백 명, 각종 의약품 등도 모두 준비되어 있음을 고하였다.
또한 압록강에서 강폭이 좁은 강계 북쪽에 정분이 시멘트로 기둥을 세우고 판을 덮은 군사 도강용 다리가 이미 완성되어 있다는 점도 고하였다.
만반의 준비가 이미 되어 있다는 이향의 보고에도 세종의 얼굴이 여전히 어두웠다.
“···주상이 석 달이나 궐을 비우니, 내 마음이 참 무겁소.”
이향은 사흘 후 직접 출정하여 의주 서북쪽에서 압록강을 건너는 조선군을 지켜본 후 의주 행궁에 머물며 건주 여진 공략을 지휘하고 육로로 요양에서 광녕성까지 진출하는 조선군의 군량 보급과 병참을 원격 지휘할 예정이었다.
조선군이 장기간 외국에 나가 전쟁을 수행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이향은 군량미 지원부터 군수 물자 보급에 대해 실무 경험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이만주 세력의 근거지를 조선의 영토로 확정 짓고, 그 일대 건주 여진 잔당과 야인 여진 부락에 조선의 영향력을 확고하게 굳히기 위해서도 국왕인 자신이 의주에 머물며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상왕께서 건재하신 지금이 적기다!
“4군과 6진을 개척할 때 난 온양 행궁에 신료들을 끌고 가 머물면서 보고만 받지 않았느냐.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은 알지만 그럼에도 근심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구나.”
“저는 국경 안 의주 행궁에 안전하게 머물 것인데, 걱정하실 것이 무엇입니까?”
“너도 장차 홍위가 변방에 나가 직접 전황을 지휘하게 되면 오늘 내 마음을 알게 될 것이다.”
“······.”
대만과 해외 개척지로 뻗어나갈 미래를 위해서도 네가 직접 전투 현황을 지휘하는 것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아들아, 그래도 아비는 염려되는 마음을 끝내 놓지 못하겠구나.
이토록 다정한 상왕을 이향은 묵직한 감동으로 이해하였다.
“그래도 윤서 심지가 굳으니 안심이다. 홍위도 윤서와 함께 너의 부재 동안 조정 일을 다스리는 법을 배울 기회이기도 하고. 윤서가 종서에게 했다는 말, 들었더냐?”
“···예. 무례한 줄 알면서도 그 정도로 충격을 주지 않으면 여전히 독단적으로 모든 일을 처리할까 우려되어서 그리했다고 그날 저녁 제게 고하였습니다.”
그 일이 세종의 귀에 들어가면 신빈의 일처럼 불쾌해하실 것이라 우려했던 이향은 부러 길게 윤서를 위해 변명하였다.
그런데 세종의 반응을 예상과 달랐다.
“나는 오히려 안심했느니라.”
“···예?”
“종서가 재주가 승해 덕이 부족한 것도 맞는 말이니 중전의 말을 듣고 그 성품을 고칠 수 있다면 조선을 위해 좋은 일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윤서가 다른 마음을 조금이라도 품고 있다면 종서 같은 대신에게 그리 험하게 말하겠느냐? 신빈의 일도, 다른 마음이 있었다면 제 편으로 끌어들이려 했겠지. 명나라 공신 부인의 환심도 사려 할 것이고.”
“···중전이 세자를 얼마나 확고히 지지하는지는 제가 가장 잘 압니다, 전하.”
후대 일을 염려하시는 마음이 무엇인지 알기에 이향은 세종에게 다시 한번 윤서의 마음을 확언하였다.
“그래. 그래서 주상이 변방에 오래 나가 있게 되어도 안심이란 거요.”
“전하, 윤서는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고, 홍위는 아직 어립니다. 군량과 진지 구축 등의 경험을 쌓기 위해 병조와 호조, 공조의 주요 관원이 저와 함께 의주에 머물게 되더라도 이조와 형조와 예조의 일은 전하께서 처결하시기로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물론 내가 주로 처결하겠지만 중전도 차차 배워둬야지. 명나라 황태후를 좀 보거라. 아들이 환관의 꾐에 빠져 준비도 없이 직접 나갔다가 포로가 될 줄 상상이나 했겠느냐? 임금의 일에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다.”
모두의 운명이 변하고 있지만 그래도 어린 홍위를 위해 빈틈없이 대비해두어야 한다는 아바마마의 뜻을 이향은 잘 알아들었다.
“예. 아바마마의 뜻을 늘 유념하겠습니다.”
“그리고 주상, 명 황제가 포로로 잡혀가서 새 황제가 등극했다는 소식을 조보를 통해 지방관에게까지 널리 알리시오.”
조선은 이제 북방과 해외로 뻗어나가려 하는 시점이다.
이 변화의 시점에서 명나라를 상국으로 섬기는 동방의 나라로 스스로를 규정했던 건국 당시 이념은 폐기될 필요가 있다.
그를 위한 첫 번째 단계가 명나라의 황제도 오랑캐의 포로가 될 수 있고, 그리하여 명나라 또한 영원히 우리의 상국으로 남아 있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이었다.
세종이 예상한 대로 조선 지배층의 충격은 컸다.
학당을 통해 퍼지는 신지식에 거부감을 느끼며 조선의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던 이들은 이제 정말로 성리학을 정점으로 하는 중화 질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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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후.
이른 아침부터 한양의 광화문에서 무악재를 넘어가는 길가로 백성이 빼곡하게 서 있다.
임금과 대군, 신료와 장병의 출정 행렬을 보기 위해서였다.
본대는 이미 선사포와 강계에 가 있고, 이날 행진은 임금의 친위부대인 겸사복과 총포에 빼어난 자들로 새로 양성한 전문 군인인 갑사가 주를 이뤘다.
이번 출정에서 임영 대군은 김종서를 따라 북방의 여진 공략에 참가하게 되었다. 화포와 총포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에 직접 전투 현장에서 얼마나 효용을 발휘하는지 지켜보고 향후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마찬가지로 화포와 총포 제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금성 대군은 유응부와 함께 함선을 타고 천진항을 거쳐 북경성에 들어갈 것이었다.
전날 종묘와 사직단에 제사를 올린 임금과 대신, 장수와 갑사들이 장엄하게 화려한 깃발 부대와, 쿵쿵 심장을 뛰게 하는 군악대의 연주를 앞세우고 행진을 시작했다.
전날부터 길가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던 백성들이 늦가을 국화꽃이며 알록달록 예쁘게 물든 단풍잎이며, 형편이 좋은 이들은 색색의 종이꽃이나 비단꽃을 뿌리며 와아아 함성과 함께 외쳤다.
“이기고 돌아오세요, 전하!”
“불쌍한 황제를 도와주세요!”
“모두 모두 무사히 귀환하세요!”
출정 행렬의 후미에는 임금의 부재 동안 한양을 지켜야 할 세자와 대군, 조정 신료, 왕실 종친이 말을 타고 뒤따랐다. 돈의문 밖 홍제원까지 전별을 나가는 것이었다.
윤서는 광화문 위에서 새벽이의 손을 잡고 출정 행렬을 지켜보았다.
육조 거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광화문 이 층 누각 중앙에는 세종과 소헌 대비가 앉아 계시고, 희아와 선아, 금아, 문 숙의와 유 소용, 양 소용, 정 소용 등의 후궁들도 모두 서 있었다.
‘오랫동안 명분을 쌓아가며 준비를 해두었으니 계획한 바 모두 이루고 군사들과 함께 무사히 돌아오실 것이다.’
확신하는데도,
윤서의 심장은 쿵쿵 귀에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거세게 뛰었다.
“자주자주 소식 보낼 터이니, 부인도 자주 서신을 써 보내줘요. 그리고 아바마마 어마마마, 아이들 모두 잘 부탁해요.”
홍 내관과 함께 황금빛 수은갑을 입는 것을 도울 때 이향은 여염의 사내처럼 평범하게 작별 인사를 하였다.
그래서 윤서도 평범하게 인사를 했었다.
“생각해보니 어릴 적에 건빵이란 군용 과자가 있었어요. 쌀가루랑 밀가루 섞어서 구워서 대량으로 보내드릴게요. 병사들이 행진하면서 배고플 때 오도독 먹기 좋을 거예요. 무엇이든 필요한 거 파발로 알려주세요. 다 만들어서 보낼게요.”
못 해준 것만 생각나는 것이 사랑이라더니.
각종 곡식 쪄서 말린 것. 이미 무와 배추 등의 채소를 간장에 절여 말린 것, 물에 넣고 끓이면 국이 되도록 생선과 육포 염장하여 가루로 낸 것, 된장 말린 가루와 소금 등 현대의 군용 식품처럼 보관과 운반이 쉬운 여러 군량을 만들게 하였으면서도.
아직도 부족한 것만 같아 자꾸 서걱거리는 마음으로 윤서는 출정 행렬을 전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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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군이 요양에 있는 요동 도사의 휘하 군과 합류하기 위해 출정할 때 저 강계 쪽에서 강을 건널 것이라 합니다. 의주 쪽이 아닌 강계 쪽으로 강을 건너 북진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우리를 치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소. 조선은 그저 명군에 합류하려는 것일 뿐. 강계 쪽의 강폭이 좁아서 거기에 다리를 놓은 것이 아닌가.”
“흥, 두만강 쪽 경흥에 있는 오도리 것들에게 들었수다. 야인 여진 무리는 벌써 조선과 내통하며 아예 조선인이 되길 희망하지 않소? 그래서 그자들 중 다수의 추장이 이번 조선군 출정에 참가했는데, 그 부락민 하나를 붙잡았을 때 들은 말이오. 확실하오!”
“명나라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인데, 대체 무슨 명분으로 우리를 친단 말인가.”
“가만히 있다가는 개죽음이오. 근거지를 옮깁시다!”
“아니, 그러지 말고 우리도 출정하겠다고 요양의 도지휘사에게 출병 의향을 비춥시다.”
압록강 너머로 조선군이 새카맣게 모여든 모습을 본 건주 여진의 이만주 일족 내에서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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