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269
269화. 토목보의 변과 건주 여진 공략 (5)
“출병 요청이 오지도 않았는데 무장을 하고 나섰다가는 오히려 빌미만 될 수 있다. 사태를 지켜보다가 여차하면 훌라온 쪽에 가 잠시 의탁하는 것에 대해 첨사 자네는 어찌 생각하시는가?”
이만주가 명나라에서 도독 첨사 지위를 받은 범찰에게 물었다. 범찰은 수하 이백여 인을 이끌고 파저강 유역 이만주를 방문하는 중이었다.
“훌라온의 세 부족은 조선에게서 무역 허가권을 받아 말과 약초를 팔고 면포와 곡식을 사들이는 등 조선과 교류가 활발하니 우릴 반기지 않을 것이오.”
범찰은 조선에서 무역 허가권을 받지 못한 훌리가이 이만주 부족과 자신의 알타리 부족은 부족한 생필품을 약탈로 구하는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조선과 명나라는 물론 동족 여진 부족에게도 배척 받고 있는 상황임을 넌지시 지적하였다.
“···그러한가?”
어째서 조선은 갑자기 발달된 문물을 이끌게 되었으며, 또 어쩌다 자신들은 조선의 권역에서 배척당하게 되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이만주는 씁쓸하게 되물었다.
“그럼, 어찌하면 좋겠는가?”
“사내들만 잠시 숲 깊숙이 피해 있읍시다. 조선군이 설사 여기 성채를 친다고 해도 우리는 모두 명나라에서 인신을 받아 이 지역을 다스리고 있으니 여인과 아이들은 함부로 해치지 못할 것이오. 조선군은 요양까지 가는 길이 급하지 않소? 잠시 피해 있다가 저들이 지나간 뒤 돌아오면 될 것이오.”
“그럼 우리는 조선군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고 피해 있기로 했다는 서신을 요동도지휘사에게 보내놓기로 하지.”
그리하여 이만주는 핵심 기병 천여 기와, 범찰과 범찰의 핵심 기병 이백 여기를 이끌고 일단 파저강 상류 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화를 피하기로 결정하였다.
‘예상한 대로 움직이는군.’
구석에 있던 범찰의 수하 하나가 옆에 서 있는 자와 시선을 교환하며 은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동창의 수하였다가, 지난해 짐승 가죽 판매 대금을 빼돌린 죄로 매를 흠씬 맞고 범찰에게 몸을 의탁해온 자였다.
*
*
*
그 시각,
강계의 너른 평지에 조선의 군병이 가득 대오를 지어 서 있었다.
전에는 군역을 지는 정병 대부분이 봉족에게서 받은 포로 무기와 갑옷은 물론 군량까지 스스로 마련해 와야 했다.
그러나 최근 삼 년 사이 국가가 직접 봉족에게 포나 쌀을 거둬들이고 군역을 지는 정병에게 군복과 무기, 식량을 국가가 지급하는 것으로 군제가 바뀌었다. 또한 전문 군인에게는 지위에 따라 월봉까지 화폐로 지급하게 된 지라 지금 조선군의 군기와 기량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또한 지금 출정하는 군인의 대부분은 전문 갑사거나 예전 가별초에 속해 있던 자들의 후예가 많아, 최초로 국외에서 장기간 군사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는 사실에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는 자들이 많았다.
“우리래 이기서 잘하믄 장차 이밥에 괴깃국 많이 먹겠슴둥.”
“너래 으째 그리 간댕이가 콩알쪽 만한 것이네? 탄광도 캐구 야, 여기두 앞으루 잘 살 일만 남았지비.”
“쉿! 조용히 하라!”
두꺼운 창대로 땅을 쿡쿡 치며 농지꺼리를 하던 함경도 회령 출신 병사 둘은 조용히 하라는 호통에 입을 꾹 다물고 앞을 보았다.
높으신 지휘관이 열을 지어 서 있는 곳의 연단에 황금빛 찬란한 갑옷을 입으신 분이 오르고 있다!
“서, 설마?”
“지, 진짜로 님금님이 오신 거이가?”
수군거리던 오천 명의 갑사와 병사는 “국궁, 사배, 흥, 평신’”을 외치는 우렁우렁한 구령에 맞춰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절을 올리면서도 병사들은 믿을 수 없었다.
임금께서 직접 행차하시어 격려하실 것이니 몸가짐을 바로 대기하란 명을 들었지만 설마 설마 했었는데.
그런데 임금께서 조선의 최북단 이 오지까지 직접 오셔서 출정을 격려하시다니!
돈도 권세도 없어 역병처럼 짊어져야 하던 군역이 이제 백성 대접 제대로 받는 출세의 기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향은 몸을 세운 후 강렬한 눈빛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오천의 병사를 향해 외쳤다.
“너희의 용맹이 조선의 강역을 부강하게 할 것이다! 너희의 기백이 명나라를 위기 속에서 구원할 것이다!”
“!”
“!”
“!”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것 같은 침묵 속에, 나랏님의 음성이 귀를 뒤흔든다.
“이기고 돌아오라! 날로 발전하는 조선이 열렬하게 너희를 치하하리라!”
짧은 연설을 끝내고 이향이 병사 하나하나를 눈에 담을 때였다.
“와아아아아아!!!”
침묵하던 병사들이 온 힘으로 외치기 시작했다.
일평생을 살아도 임금의 그림자라도 보기는커녕 임금 사신다는 한양 땅조차 밟을 일 없으리라 알고 살던 이들이 감동으로 지르는 감격의 외침이었다.
“필승! 충성!”
“필승! 충성!”
한자 조금 아는 누군가가 외치기 시작한 구호를, 하나둘씩 따라 외치기 시작했다. 이내 강계 전역이 오천 병사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런 이들이, 백성이로구나.’
이향은 광기마저 서린 음성으로 필승과 충성을 외치는 병사들을 굽어보았다.
늘 엎드려 고개를 조아린 백성의 등과 머리통만을 보았는데,
이렇게 등을 쭉 펴고 서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자신을 직시하는 백성의 모습이 참으로 믿음직하고 기꺼웠다.
국왕의 짧은 연설로 충성의 염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다섯씩 열을 지어 압록강 만포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향은 높게 지어진 망루에 서서 병사의 행진을 지켜보았다.
병조 판서 김종서가 낮은 목소리로 고하였다.
“최숙손이 이천오백 명의 병사를 이끌고 여연에서 강을 넘어 파저강 상류로 향하고 있고, 이천도 이천 명의 병사를 이끌고 회령에서 강을 건너 파저강 상류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징옥은 가장 용맹한 자들 오백을 이끌고 이미 파저강 상류 백산에 가 있습니다.”
“날이 맑아서, 행진에 차질이 없겠구려.”
“예, 전하. 범찰의 수하로 위장한 여진의 체탐인 낭득리와 파하시가 불꽃과 연기로 위치를 알릴 것입니다.”
“좋소! 부디, 여러 신료와 병사들과 함께, 무사히 돌아오시오.”
“예, 전하. 신, 반드시 이만추와 범찰을 제거하고, 명군에 깊은 은혜를 입히고 무사히 돌아올 것입니다.”
김종서가 엎으려 절을 올린 후, 물러났다.
그러자 망루 가장자리에 서서 압록강 이북을 살피던 임영 대군이 다가왔다.
“전투는 낮에 열리겠지요? 그래야 하는데.”
“왜, 화승총 성능을 시험 해 볼 기회를 놓칠까 봐 그러느냐? 파저강 유역은 나무가 빽빽해 총은 주로 말이 놀라 날뛰게 하는 용도가 아니더냐?”
“하아, 이번에 가늠자를 달았지 않습니까?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도 조준 사격이 가능한지, 사격 거리와 명중률은 얼마나 되는지 이만주 몸통으로 시험해 보고 싶습니다!”
임영 대군 이구는 군시기 화포 도감에서 주로 화승총 등 병사 개인용 총포의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거대한 화포 개발을 책임진 금성 대군 이유는 북경성에서 달단의 침략자들을 향해 사거리와 살상력을 개선한 화포의 실제 성능을 실험해 볼 것이다.
임영 대군 이구는 동생보다 먼저 총포가 근접전 전투에서 운반이 어려운 화포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은 호승심으로 피가 끓고 있었다.
“형님 전하, 소신, 전투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총포가 승리의 근간이란 사실을 증명하고 오겠습니다.”
“무리하지 말고. 김종서 대감과 다른 지휘자의 명에 절대복종하고. 대군의 권위를 내세워 명령 체계에 혼선을 주어서는 절대 아니 될 것이야.”
“예, 전하.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이만주 잡은 흥에 겨워 여인들 몸에 함부로 손을 댔다가는! 알지!”
“아이고, 전하. 그게 언제적 일인데, 아직도 그러십니까?”
당황한 임영 대군이 서둘려 엎드려 작별의 절을 올리려 하였다.
이향은 동생의 손을 잡아 만류하며, 간곡히 말했다.
“구야. 무사히 돌아오너라.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 너의 가장 중요한 임무니라.”
*
*
*
다음날 이른 아침.
요양을 향해 달리던 이만주의 사자는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을 맞고 그대로 절명하였다.
사자가 지녔던 이만주의 주문, 조선군이 지나는 길에 자신의 부락을 침탈할까 두려워 군사를 이끌고 몸을 피한다는 내용으로 요동 도사 왕무에게 보내는 주문은 화살을 쏜 자의 손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파저강 상류 백산 인근에서 파바바방 폭음과 함께 푸른색 거대한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다. 백 리 밖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커다란 원형 불꽃 다섯 개가 순차적으로 하늘에 떠올랐다.
잠시 뒤 흰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가자!”
백산 근처 숲에 조용히 몸을 숨기고 있던 기병 오백이 이징옥의 명에 따라 삼십 리가량 떨어진 지점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회령에서 출발해 동북쪽 요양을 향해 행군해 가던 이천의 군사들도 모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여연에서 출발한 최숙손의 군대 이천 명도, 김종서가 이끄는 군사 오천 명도 모두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대오를 이뤄 연기의 지점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임영 대군도 화승총 부대 천 명을 이끌고 말을 달렸다.
김종서부터 이징옥에 이르기까지, 모두 선대왕 치하에서 4군을 개척할 때 이미 이만주를 상대한 경험이 있는 지휘관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빽빽한 숲 지형을 이용하여 몸을 숨기고 매복해 있다가 기습적으로 화살을 퍼붓고 달아나는 여진족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훤히 알고 있다.
빠져나갈 수 없게 사방에서 좁혀들어
한 곳에 몰아 넣고,
총포와 화살을 쏘며 겁을 준 후.
항복을 종용한다.
이것이 조선군이 세운 전략이었다.
체탐인이 인화성 강한 물질을 뿌린 후 불을 붙여둔 덕에, 위치가 쉽게 특정되었다.
가장 먼저 이만주 무리에 도착한 것은 이징옥이었다.
이징옥은 총포병을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오로지 폭음이 크게 나도록 개량된 총을 든 총포병 백이십 명이 앞으로 나와 셋씩 짝지어 섰다.
병사 하나가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허리로 길게 내린 띠에 주렁주렁 매단 대나무 통을 뽑아 뚜껑을 열어, 기존의 화약보다 입자가 성기게 된 화약 가루를 방아쇠 옆 통에 털어 넣고 종이에 싼 총알을 넣고 다진다.
두 번째 병사는 화승에 불을 붙이고, 방아쇠와 가늠자를 점검한다.
세 번째, 시력이 빼어나 사격 실력이 좋은 병사가 가늠자를 기준으로 빽빽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말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긴다.
타당!
사십 개의 화승총에서 일제히 총알이 발사되었다.
다음 순간 푸드드득 온 산이 흔들리며 하늘이 일시적으로 어두워지도록 새 떼가 무수히 날아오르고,
이만주와 범찰 무리가 탄 말 중 열세 마리는 쓰러지고, 나머지 말들은 폭음과 세때의 날개짓 소리에 놀라 울부짖으며 날뛰기 시작했다.
그 사이 총을 다시 받아든 병사는 일회용 발사 분량으로 계량되어 담겨 있는 대나무 화약통을 열어 방아쇠 옆 통에 털어 넣고, 종이에 싼 총알을 넣고 다지고.
두 번째 병사가 다시 방아쇠를 원위치로 돌리고, 화승과 가늠자를 점검해 사수에게 넘겼다.
다시, 타다다당.
사십 개의 화승총에서 일제히 총알이 발사되었다.
새로 개량한 폭음용 화승총과, 장전에서 발사까지 오래 걸리는 화승총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세 명이 각자 역할을 분담한 총포 부대가 빼어난 위력을 두 번 발휘한 후.
이징옥은 술을 거르는 깔때기 모양으로 생겨 소리를 증폭시키는 기물을 입에 대고 소리쳤다.
“너희는 포위되었다. 두 손 들고 항복하면 목숨은 살려줄 것이다. 항복하라!”
“항복하면, 살려준다!”
“항복하면, 살려준다!”
오백 명의 조선군 군사의 목소리가 총포의 폭음처럼 웅장하게 이만주 무리를 뒤흔들었다.
그러자 항복의 몸짓 대신, 피슝피슝 화살 비가 날았다.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