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270
270화. 이만주 소탕과 조선 지식층의 동요
[이만주와 그 핵심 측근, 동창과 그 핵심 측근은 무조건 살(殺)하라.]핵심 세력은 살(殺)하고 말단 휘하는 살려 회유한다.
조선군에 내려진 지령이었다.
이만주는 달단에게 쫓겨서 파저강 유역으로 새로 근거지를 정할 때,
[이만주와 훌리가이 족도 조선과 함께 명을 섬기는 신하이니, 서로 이웃하여 아름다운 형제의 정을 나누라.]쓰인 명 황제의 칙서를 들고 함길도 도절제사를 찾아온 적이 여러 번이었고, 동창은 한양에 입조한 적이 여러 번이었다.
그래서 이만주와 동창의 얼굴을 아는 김종서는 미리 이들의 용모파기를 그려, 조선의 군병에게 이들 생김새를 숙지하게 하였다.
이징옥의 군사와 맞닥뜨린 이만주의 무리는 한바탕 화살을 퍼부어 조선군을 잠시 주춤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 틈을 이용해 사방으로 산개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만주는 가장 날랜 수하 이백여 인과 함께 파저강 남쪽으로 달렸고, 범찰은 수하 칠십여 인과 함께 온 길을 되짚어 서북쪽으로 달렸다.
이만주가 도망친 길은 조선 전기 최고의 명장 최윤덕의 아들 최숙손이 이천오백 명의 병사를 이끌고 여연에서 압록강을 도강하여 북진하고 있던 경로였다.
최윤덕이 4군과 6진을 개척할 때 부장으로 부친을 보좌하면서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의 지리에 밝은 최숙손은 이만주가 도망쳐올 법한 경로로 척후 이백 명을 먼저 내보냈다.
그리고 휘하 갑사에게 병사 백 명씩 주어 그물망처럼 널리 퍼져 훑어 올라가게 하였다.
척후병은 여진족 무리를 발견하면 타당, 타당, 타당, 세 번 총을 쏘고 위로 폭죽을 날렸다.
그러면 근처 후미에 있던 기병과 보병은 “항복하라! 항복하라! 항복하면, 살려준다!” 외치면서 신호가 솟구친 지점으로 달려갔다.
화승총과 활과 철퇴로 위협하는 조선군의 흉흉한 기세에 눌린 여진족 무리는 대개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다.
총포와 폭죽 신호가 솟고 조선군과 여진의 무리가 산발적인 전투를 벌이길 한 시진.
어느덧 해가 서쪽으로 맹렬하게 운명을 향해 내달리던 늦은 오후.
등 뒤에서 징을 울리며 쫓아오는 이징옥의 날랜 기병과, 여기 저기서 불쑥불쑥 도깨비처럼 나타나 총포를 쏘고 폭약을 터뜨리는 최숙손의 척후병 무리를 피해 정신없이 남서쪽으로 달리던 이만주 무리는,
만포에서 다리를 건너 북진하던 김종서의 군사와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선두에 임영 대군이 이끄는 저격 전문 총포 부대가 있었다.
이들은 폭음이 요란한 화승총 대신, 총신이 더 길고 총알이 쇠철로 감싸진 개량형 화승총을 지니고 있었다. 총신 안에 홈이 파진 강선까지 가진 총이었다.
강선의 발견은 중전마마의 우연한 말씀에서 비롯되었다.
“총알은 끝이 뾰족하여 관통력이 있고, 회전력으로 인해 처음 맞은 부위는 구멍이 작지만 회전하며 관통하는 총알 때문에 뒷면에서는 커다랗게 구멍이 나게 되지요.”
총알이 회전을 하다니!
기초 과학의 ‘대기’ 편에는 란 문장이 있다.
기초 과학에 실린 ‘공기 저항’과 ‘회전력’이란 말에서 형님 전하는 총신 안에 소용돌이 모양의 홈을 팔 생각을 떠올리셨다.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 길게 늘인 총신에 홈까지 팠더니 한두 번 쏘고 나면 총신이 폭발했다.
화약의 폭발력을 견디기 위해 쇠철의 강도가 훨씬 더 강해져야 했다.
철의 강도를 높이는 제철술은 명나라에 다리 축조 기술을 배우러 간 직공이 배워왔다. 철광석에 석회 등을 넣고 최대한 높은 온도로 끓이며 풀무질을 하는 기법이었다.
군기시에는 책임자와 핵심 직공만 출입할 수 있는 비밀 서고가 있다.
이 서고 벽면에는 손에 쥐고 쏠 수 있는 ‘권총’, 어깨에 올리고 조준해 쏘는 ‘장총’, 거치대에 장총을 올리고 옆으로 탄창이 길게 늘어진 ‘연발총’, 뒤로 포탄을 넣는 대형 화포인 ‘대포’ 그림이 크게 걸려 있다.
형님 전하께서 그리신 이 선진적 무기에 부합하는 총포와 화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임영 대군과 금성 대군이 맡은 중대 임무였다.
아직 그림 속 총포를 만들 기술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시도를 통해 명나라의 화기도 능가하는 총포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강한 임영 대군은 또한 그 자신이 빼어난 사수이기도 하였다. 신궁으로 이름을 날리신 증조부님을 닮은 솜씨였다.
“추장이다!”
“이만주다!”
“흑색 갑옷에 머리에 붉은 띠를 맨 자가 이만주다!”
눈 밝은 병사들이 앞다투어 외치는 소리를 듣자마자 임영 대군 이구는 휘하 저격 총포병 삼십 인과 함께 총신이 긴 저격용 총을 들었다.
‘형님 전하께서 이만주와 동창은 반드시 죽이라 하셨다.’
저자는 명나라와 조선을 이간질하고, 우리 백성을 잡아다 몽골에 노비로 팔고, 건주 여진의 여러 부족을 규합해 호시탐탐 조선의 영토를 노리니.
총포병이 모두 가늠자를 통해 붉은 비단을 들여 머리를 땋아 내린 이만주와 그를 둘러싼 자들의 상체를 조준했다.
저무는 햇살에 서른 개의 총신이 위협적으로 반짝거리자, 이만주와 그 무리가 두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항복하!”
타당.
타다다당.
이만주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총포병으로부터 백오십여 걸음 떨어져 있던 이만주와 그 옆의 기병 일곱 명이 모두 피를 흘리며 말에서 굴러떨어졌다.
추장을 잃은 여진의 무리는 모두 어설픈 발음으로 “항복!” “항복”을 외치며 말에서 뛰어내려 땅에 엎드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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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주와 핵심 세력을 제거했다는 보고가 올라올 즈음, 이향은 만포에서 압록강 위에 놓인 다리를 살피고 있었다.
공조 판서 정분이 자신이 책임지고 건설한 다리의 축조 방법을 보고하였다.
“사각의 판자를 세운 후, 철근을 가운데에 세우고 판자 안에 시멘트를 부어 굳혀 기둥을 만듭니다. 이렇게 기둥 먼저 세우고, 그 위에 마찬가지로 판자를 먼저 놓고 그 위에 철근을 깔고 시멘트를 부어 상판을 만들었습니다. 굳히기는 한 달 정도 하였는데, 실험해 본 바로는 날이 더울수록 굳히는 기간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럼, 한강에도 다리 축조가 가능할 것이오?”
“···아직 의주 쪽 하류에도 다리를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보다 세 배는 더 넓은 한강은 신의 실력으로 아직 무리입니다. 다만 경험을 더 축적해 갈수기에 가장자리부터 기둥을 세우고 물의 흐름을 견디는지 살피면서 계속 기둥을 세워가면 몇 년에 걸쳐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분이 말하는 동안에도 북쪽에서는 간헐적으로 총포 소리가 들리고, 새 떼가 푸드덕거리며 날아오르고, 강변으로 온갖 들짐승이 뛰쳐나왔다.
이향은 우리 조선 병사들이 이 다리를 건너 압록강 북쪽 강변에 열을 지어 서 있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여진 잔당이 쫓겨 내려올 경우를 대비해 지키고 서 있는 것이었다.
‘지금쯤이면 소탕 작전이 완료되어야 할 터인데.’
곧 있으면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릴 것이다.
그러면 야음을 틈타 이만주 무리는 북쪽으로 달아날 것이다.
지는 해가 야속해 이향이 서쪽 하늘을 바라볼 때였다.
“전하! 저기, 전령이 옵니다!”
아직 앳된 목소리의 흔적이 미세하게 남아 있는 변성기 끝의 아이가 옆에서 외쳤다.
경혜 공주의 부군, 영양위 정종이었다.
새로 설립된 무관 학교에 입학한 정종은 실제 국경 현황을 경험하고 싶다는 소망을 강하게 비추며 국왕을 따라와 후방에 머물고 있었다. 임영 대군을 따라 부인이 개발에 참여한 화승총 저격 부대원으로 참전하고 싶어 했지만 열다섯 살이 되지 않아 허락받지 못했다.
“전하! 이만주와 그의 아들들, 최측근 모두 제거되었습니다!”
다리를 달려온 전령이 말에서 내려 엎드려 소리쳤다.
“좋다!”
쉬지 않고 사십 리 길을 달려온 병사에게 쉬라는 명을 내린 이향은 태종 대왕의 아들 함녕군과 근녕군을 불렀다.
“함녕군, 경은 내일 여기 정 대감과 함께 이만주의 부락으로 가 우리 조선의 주둔군이 거할 진지와 거처를 건축하시오. 또한 여진 부락민의 민심도 수습해야 할 것이오.”
건주 위 이만주 부락에는 조선군 오백 명이 주둔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동창이 위사로 있는 건주 좌위에도 근녕군이 공조 정랑과 조선군 삼백 명을 이끌고 주둔하기로 되어 있다.
함녕군과 근녕군을 비롯한 왕족을 건주 여진 부락에 파견하는 것은 작년부터 시작한 궁방전 과세에 대해 왕족의 불만을 줄이고, 동시에 이들의 막대한 재산을 북방 개발에 활용하게 하기 위한 장기 계획의 일환이었다.
압록강과 두만강 이북에 질 좋은 철광석을 비롯해 석탄 등 지하자원이 많이 매장되어 있음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왕실 종친들은 이곳에 여진족 추장과 합동으로 광산 등을 개발하여 국부를 늘리는 동시에 여진족 사회 전반이 조선의 경제에 밀접하게 예속되게 할 것이다.
함녕군, 근녕군에게 파견 명을 내린 이향은 눈을 반짝이며 북쪽을 응시하고 있는 정종을 불렀다.
“정종, 상왕 전하께 장계를 올려야 하니, 와서 먹을 갈거라.”
“예, 전하.”
실은 정종이 매일 자신이 했던 것처럼 희아에게 서신을 써서 보내고 있음을 알고 배려한 것이었다.
오늘 밤에도 정종은 길고 긴 서신으로 이 북방의 소식과 자신의 연심을 한양에 있는 공주에게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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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의 장계를 받자마자 세종은 오랫동안 조선을 괴롭힌 이만주 일족이 소탕되었음을 널리 알리라 명하였다.
북방의 달단 오랑캐에게 황제를 잃은 명나라를 돕기 위해 파병한 우리 조선군이 요동성으로 향하는 중에 우리 군을 공격한 건주 여진의 강대한 부족을 섬멸하였다는 소식은, 조선 전역을 조용하게 뒤흔들었다.
상왕 전하의 삼십 년 가까운 치세 동안 조선의 지배층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가던 유학자 층은 성리학이 더 이상 그들의 출세를 보장하는 최고의 학문이 아닐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깨달음은 세자가 입학한 성균관의 유생들을 더욱 강렬하게 동요하게 했다.
“세자 저하께서 문선왕(공자)의 원전을 중시하시지 않는가? 주자께서 세우신 성리학의 틀이 아니라 원래 문선왕과 그 제자들이 세우신 학문의 틀을 중시하시는 듯하이.”
“상왕 전하께서 직접 세자 저하를 가르치신다는데, 그럼 상왕 전하와 주상 전하, 그리고 세자 저하까지 모두 원래의 유학을 더 중시하신다는 뜻인가.”
“천지가 개벽하는 듯해. 이 세상이 보이지 않는 공기로 가득 차 있다니. 태극 이론보다도 더 황당한데, 화살촉의 뾰쪽함이 그 공기의 저항을 줄이는 최고의 형태라네. 정말로 신기하지 않은가?”
“나는, 공주께 고급 산학을 배우고 있지 않은가. ‘탄도 궤적’이라는 말, 들어보았는가? 중력이란 것이 있어서 날아가는 물체가 결국 땅에 떨어진다네. 탄도 궤적이란 그래서 중력의 영향과 공기 저항을 함께 받는 포탄의 궤적을 예측하는 것이네. 자네들, 이게 믿기는가?”
“공주께선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의 마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개념도 만드셨어. 하아, 열다섯 살도 아니 되신 공주께서! 그토록 아름다우신 공주께서 어찌 그리 아름다운 이론을 만드신단 말인가!”
“난 그보다는 정인지 대감이 가르치는 화폐 이론이 더 재미있네. 화폐의 통화량을 조절해서 물가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네. 하아, 경제야! 경제가 우리 백성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네!”
성균관 유생과 유학자 지식인 층에서 지식의 격렬한 혼돈과 진화를 겪고 있는 사이.
홍위와 계동, 금동, 수복, 새벽이는 모두 경복궁 북쪽 군기시 분원 희아의 연구실 앞에서 흥분에 차 있었다.
“우리 아버님이야. 우리 아버님이 이끄시는 저격 부대가 총을 들어 조준하고 타당! 타당! 이만주 일당을 끝장낸 거라고요!”
임영 대군의 둘째 아들 계동이가 빈 화승총을 들어서, 가늠자를 통해 담벼락에 서 있는 뽕나무를 겨냥하는 시늉을 했다.
“나도 우리 아버님처럼 명사수가 될 거에요, 저하. 전 이미 활도 잘 쏘잖아요.”
“여기 환, 못 또는 사람 있나?”
(여기 활, 못 쏘는 사람 있나?)
너무 으스대는 계동이가 못마땅한 수복이가 한마디 했다.
와하하하하.
태조 대왕 이성계의 후손답게 활에 대해서라면 모두 한가락씩 하는 홍위와 금동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가만히 있던 새벽이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요새 새벽이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영양위 정종을 북방에 보낸 희아 누님이 매일처럼 궁방에 새벽이를 불러 산학과 여러 과학 이론을 가르쳐주고 계시기 때문이다.
“안니야, 다 안니야. 진짜로 대단한 분은 우리, 경혜 누님이야!”
“응? 왜?”
“왜냐면!”
희고 섬세한 얼굴을 가진 네 살배기는, 자신의 우상이 되신 누님의 지식을 찬양하기 위해 앙증맞은 입술을 달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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