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272
272화. 왕실의 혼인과 명 황제 (1)
윤서는 세종께 역사를 말씀드리기로 결정하였다. 그것이 복잡하게 얽힌 이 혼맥을 원래 흘러야 하는 방향으로 흐르게 할 것이었다.
“전하, 영응 대군은 부부인을 무척 아꼈습니다.”
“아꼈다니, 그럼 지금은 더 이상 아끼지 않는다는 말이더냐?”
“···!!”
소헌 대비는 ‘꼈’이라는 말이 가지는 과거 시제에 주목해 되물으셨지만, 세종은 대번에 윤서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반 박자 늦게 물으셨다.
“에덴동산의 사과였다는 말이더냐?”
“예, 전하.”
“아니, 에, 에 뭐의 사과가 무엇입니까? 막내아들의 일에 왜, 나는!”
세종과 윤서가 수수께끼 같은 대화를 주고받자, 영문을 모르는 소헌 대비께서 벌컥 화를 내셨다.
“대비마마, 저 먼 서역에서 믿는 기독교란 종교가 있는데요. 서역의 신이 인간을 만들어 저 하늘나라 에덴, 그러니까 천국에 살게 하면서 단 한 가지 조건, 동산 가운데 탐스럽게 열린 사과만 따먹지 말라고 금제를 거셨어요.”
“아니, 처음부터 사과나무를 심어놓지 말 일이지, 탐스럽게 열린 사과를 따 먹지 말라니, 그게 무슨.”
“일종의 상징적인 이야기에요. 신의 명령에 절대복종해야지만 천국에 들 수 있다는 종교적인 가르침과, 금지된 것은 더욱 강렬한 욕망을 불러일으킨다는 심리의 가르침과, 또 사과로 상징되는 금제를 어기면 커다란 대가를 치르게 될 거란 삶의 가르침을 함께 담고 있는 것입니다.”
“오호! 그럴듯하구나. 부처님께서 세 번의 출가를 통해 깨달음을 얻으신 것과 같은 종류의 가르침이야.”
윤서와 소헌 대비가 에덴 동산의 사과를 시작으로 종교의 경전에서 보이는 일들이 어떤 가르침을 상징하고 있는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세종은 영응 대군이 역사에서 끝내 송씨를 버리지 못했다는 사실과, 금제가 사과를 더욱 탐스럽게 보이게 했듯 지금 억지로 떼어놓으면 ‘반발의 심리’에 의해 영응 대군이 더욱 송씨에게 집착할 것이란 사실을 읽어냈다.
그러나 상왕으로서 세종은 막내아들의 막대한 재산을 꼴사납게 낭비하여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막내며느리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이혼이 안 된다면, 어찌하면 되겠느냐? 우리 염이는 무어라 타이르기는커녕 꽉 잡혀서 휘둘리기만 하는데.”
“잘하는 것을 더욱 잘하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지금 우리 조선은 화폐 경제가 차츰 자리 잡으면서 여흥 문화가 막 태동하고 있습니다.”
“오호, 반송방 공장 거리 다점에서 열리는 차담(茶談) 모임 같은 것을 발전시킨 형태를 말이냐?”
“예. 그리고 지금 노래와 공연이 지배층 사내들은 기생을 불러 시와 글씨, 그림을 그리며 놀고, 귀부인은 절에서 불사를 구실로 승려나 기생을 불러 놀고, 서민은 길거리에서 광대패의 공연을 보는 정도인데, 영응 대군의 막대한 재산으로 극장 등을 만들어 공연하는 예술을 발전시키는 일을 부부인에게 담당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다가 잘생긴 광대랑,”
무심코 ‘며느리가 그러다 바람이라도 나면!’ 하고 말씀하시려던 소헌 대비는 입을 꾹 다무셨다. 그리되면, 아까 윤서가 말한 ‘반대하면 더 애틋하게 사랑하는 마음’이 영응 대군에게서 사라질 것임을 깨달으셨기 때문이다.
“좋다. 윤서 네가 그 애를 데리고 다니면서 일을 시키거라. 시간이 매일 남아돌아서 허영만 부리니, 아주 혼이 쏙 빠질 정도로 일을 시키거라.”
“그래요. 그것이 좋겠습니다.”
세종은 유흥을 밝히는 며느리의 장점을 조선 문화 발전에 활용할 계획에 만족하셨고, 소헌 대비는 막내아들이 아끼는 며느리를 내치지 않게 되어서 크게 안도하셨다.
윤서로서도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영응 대군이 끝까지 송씨를 포기하지 않은 마음을 존중할 수 있었던 것도, 조선 문화 발전에 영응 대군의 막대한 재산과 끼 많은 그의 부인을 동원할 수 있게 된 것도,
이 다음에 우리 홍위가 송가의 여식을 좋아할지 않을지 모르나 그 가능성을 열어두게 된 것도.
무엇보다 정종처럼 성품이 밝고 따스한 정가 여식이 사랑 없는 결혼의 희생양이 되지 않은 것도.
모두 다 다행인 일이었다.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생각하고 있던 바를 고하였다.
“전하, 대비마마. 지금 여염에서는 열다섯 살 관례를 치른 후에 혼인을 하고 있습니다. 그와 달리 우리 왕실은 열 살이 조금 넘으면 혼인을 하는데, 너무 어린 나이에 배필을 만나니 정신적인 발달과 신체적인 발달 모두가 건강한지 살피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혼례 나이를 늦추자는 것이냐?”
“예, 전하.”
“대비는 어찌 생각하시오?”
“염이가 혼인한 지 네 해가 되었다고 하나 이제 나이 겨우 열여섯 살입니다. 저보다 나이도 많고 드세기까지 한 부인을 다스리기에 너무 어렸기에 작금의 문제가 불거진 점도 있다고 신첩은 생각합니다.”
“그럼, 홍위의 혼사도 열다섯 살 이후로 하자는 말이더냐?”
“예, 사춘기가 지나야 좋아하는 여인상도 확고해질 것이고, 그래야 금슬 좋게 다복할 것 같습니다.”
“으흠, 그래도 열다섯 살은 너무 늦다. 적어도 열네 살엔 빈을 맞이해야지.”
일단 말을 이용해 천연두를 예방하는 침이 전국에서 시행되면서, 유아의 사망률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위생 개념이 확산되면서 일상의 질병도 줄어드는 추세이다.
그래도 왕실에서 세자가 후사를 잇는 일은 나라의 사직을 안정시키는 중차대한 일이기에, 여염에서처럼 세자의 국혼을 마냥 미룰 수는 없다는 것이 세종의 판단이신 듯했다.
‘우리 홍위는 어떤 소녀를 마음에 들어 하려나.’
협경당으로 돌아오는 길,
홍위의 배필을 상상하자 입꼬리가 자꾸 광대로 치솟았다.
몹시 다정한 홍위이니, 누굴 마음에 들어하든 어여삐 아끼고 사랑해주리라. 그리고 그 아이도 우리 홍위를 깊게 연모하지 않고는 못 배기리라.
*
*
*
윤서는 교태전에서 나와 양 소용과 경숙 옹주 선아를 협경당 집무실로 불렀다.
선아가 열한 살, 이제 두 달 있으면 열두 살이 된다.
원 역사에서 홍위는 후손이 없었고, 경혜 공주는 아들과 딸이 있었으나 둘 다 후손을 남기지 못했고, 경숙 옹주도 후사가 없이 죽었다.
윤서는 혹여 죽은 윤씨의 은밀한 모사로 선아도 몸이 상해서 아이를 낳지 못한 것인지가 늘 근심이었다. 그래서 의녀 순덕으로 하여금 정기적으로 선아를 진맥하게 하면서 보약을 다양하게 먹게 하고 있다.
“···열다섯 살은 왕실의 혼인치고는 많이 늦는 것인데, 무언가 걸리는 바가 있으신 것이에요?”
모친인 양 소용의 빼어난 미모를 빼다 박은 얼굴에 이향의 엄숙한 표정을 함께 지닌 선아는 자신의 혼례에 대한 말이 나오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양 소용은 희아에 비해 한참 늦은 선아의 혼인 시기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내의원에서 꾸준히 진료를 받으면서 몸을 살피고 혼인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네. 너무 어린 나이에 아이를 가지면 몸이 상하지 않는가?”
“어차피 관례를 치른 후에야 합궁하게 되는 것을요.”
“어머니!”
스스럼없이 ‘합궁’이란 말을 입에 담는 양 소용에게 선아가 질색을 하며 미간을 찌푸려 보였다.
한참 여인 티를 내기 시작한 미소녀가 무섭게 화를 내자 그 모습이 참 순진하고 귀여워 보였다.
“그럼, 열세 살에 혼인할 가문을 찾아 의사를 밝히고, 열네 살에 하가하면 어떻겠는가?”
“딱 좋습니다. 부마 감으로는 정현 옹주님처럼 부유한 가문의 사내로 찾아주세요. 아 참, 그때까지 대비마마께서 건강하게 계셔주시겠지요? 국상 중에 혼인은,”
“어머니!”
자꾸만 예에 어긋나는 말을 하는 모친을 보다 못한 선아가 날카롭게 양 소용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는 자세를 단정하게 하고 윤서를 똑바로 바라보며 원하는 바를 당당하게 밝혔다.
“중전마마, 저는 부유한 자보다 학문이 월등하게 빼어난 자와 혼인하고 싶습니다. 저도 더 열심히 공부하여 정의 공주님과 함께 왕실 여학당에서 가르칠 것이기에 저와 함께 학문에 뜻을 둔 이를 만나고 싶습니다.”
선아는 희아가 성균관에서 고급 산학을 가르치는 것에 자극을 받아 자신도 학당에서 후학을 길러내고 싶어 하였다. 그리고 소박하게 무학에 뜻을 둔 정종보다 학문적으로 더 빼어난 이를 배필로 삼고자 욕심을 내었다.
바람직한 일이다.
총명한 공주와 옹주가 모두 가르치는 일에 뜻을 둔다면, 이를 기반으로 총명한 소녀들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기회도 넓어질 것이니.
“좋다. 내 전하께 그리 여쭐 것이니, 옹주는 부디 몸을 잘 살펴 건강하도록 힘써야 한다.”
윤서가 말하자, 양 소용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아랫입술을 비죽 내밀며 구시렁거렸다.
“아이고, 학문보단 재물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있어요.”
“재물은 어머님도 많으시고, 저도 많이 받을 것인데요. 저는 아바마마처럼 명철한 사내가 좋습니다.”
“어, 아바마마처럼 명철한 사내는 참으로 드물어서. 눈을 좀 낮춰야 하는 거 아니니?”
중전이 진지하게 말하자, 양 소용은 순간 몹시 복잡한 심정이 들었다.
옹주까지 생산한 자신을 앞에 두고도 중전은 자신과 다른 후궁이 전하의 여인이란 사실을 아예 싹 잊고 있는 양 말을 한다.
그러면서도 또 중전은 후궁 소생 아이들에게는 지극했다. 자신의 딸 선아 옹주도, 축출된 홍 승휘의 딸 금아도 중전이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은 자신이 제일 잘 알았다.
‘투기한다고 비난하고 싶지만.’
근원적인 문제가 온갖 수를 다 써도 눈길조차 지긋하게 주는 법 없는 전하께 있다는 걸 무시할 정도로 양 소용은 어리석지 않았다.
공연히 중전에게 대들다가 미운털이 박혀 내명부 최하단으로 전락한 정 소용 꼴이 되기 십상이니.
전하께서 달리 마음을 잡수시기 전에는 그저 중전께 잘 보이는 것이 최선책임을 알 정도로 판세를 정확히 읽게 된 양 소용은, 중전이 선아 옹주에게 좋은 혼처를 주시리란 사실에 지금은 만족하기로 하였다.
“이만 물러가옵니다, 중전마마. 여러 일로 바쁘신 줄은 잘 알고 있사오나, 부디 우리 여학당에도 한 번 왕림하시어 소저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면 더욱 큰 격려가 될 것입니다.”
양 소용은 왕실 여학당의 책임자다운 말을 남기고 선아와 함께 물러갔다.
윤서는 조 상궁을 불러 동별궁에 색장 나인을 보내 영응 대군의 부인 송씨에게 다음날 입궐하라는 명을 전하게 한 다음에야, 침전에 잠들어 있는 막내딸 소아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생후 석 달이 되어가는 소아는 팔다리가 길고 뼈대가 가늘어서 몹시 연약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서 더욱 애틋하게 사랑스러웠다.
“소아야. 너는 이다음에 누구랑 혼인하게 될까.”
“······.”
“서로 다정하게 아낄 수 있는 이가 최고란다.”
“······.”
“아바마마처럼 명철하고, 홍위처럼 다정하고, 금동이처럼 이재에 밝고, 또 새벽이처럼 똑똑한 사내를 만나야 할 터인데.”
그러자 마침 명나라의 사정을 전하는 서찰 꾸러미를 들고 온 박 상궁이 입을 떡 벌리고 윤서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박 상궁이 혀를 끌끌 차며 말하였다.
“소아 아기씨는 평생 배필을 못 찾으실 거 같네요.”
“마마님!”
“그렇게 완벽한 사내는 존재할 수가 없어요. 설혹 있다고 하더라도 일찍 죽고 만답니다, 중전마마! 그게 세상의 이치에요.”
“······.”
안다.
아는데도, 딸을 가진 어미의 마음은 아들을 가진 어미의 마음일 때와 사뭇 달랐다. 여인의 운명이 사내의 운명보다 혼인에 훨씬 더 강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운명은 아주 고귀한 신분의 공주조차 피해 가지 않는다.
윤서는 희고 투명한 아기의 뺨에 입술을 대며 속삭였다.
“마마님 말씀이 옳아, 소아야. 벼락처럼 무엇인가에 단단히 빠져서 나머지 단점에는 눈을 감게 되는 것이 사랑이란다. 소아 너도 그렇게 운명적인 사랑을 할 수 있길. 그 사랑 안에서 평생 서로 아끼고 보듬길, 엄마는 바래.”
“······.”
엄마의 속삭임을 들었는지, 아기는 잠결에도 방긋 웃고는 다시 깊은 잠 속에 빠졌다.
“우리 소아 공주님은 정말로 선녀 아기씨 같네요. 어쩜 이렇게 피부가 투명하고 이목구비가 또렷할까요. 경혜 공주님처럼 대단한 미인이 되시겠어요.”
옆에서 감탄하며 소아를 들여다 본 박 상궁이 이윽고 들어온 사정을 고하였다.
“지금 북경성은 사방의 문이 닫혀 있고 경비가 삼엄해서 전처럼 마음대로 오가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우리 조선의 함대가 곡식은 무사히 전달하였고, 우리 군도 무사히 들어가 북쪽 성문을 지키면서 화포를 발사한다고 합니다. 음, 또, 뭐지. 아! 중전마마께서 공식으로 황태후에게 보내신 자문 말고, 공신 부인에게 따로 챙겨보내신 물품과 서신이 있지 않습니까? 공신 부인이 지금의 사정을 설명하면서, 세 살이 되신 어린 황태자를 맡아 보필하게 된 것 등을 전하는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하온데.”
박 상궁이 문득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근심스러운 시선으로 소아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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