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273
273화. 왕실의 혼인과 명 황제 (2)
“공신 부인이 우리 조선이 놀랍도록 발전했다면서 덕분에 황태후에게 자신의 면이 선다는 소리를 하도 푸지게 해서 말이지요.”
“!”
지극히 개인주의 성향이면서도 해외 나가서 우리나라 가전제품, 자동차, 박물관, 영화나 노래를 들으면 공연히 가슴이 뿌듯해지던 경험을 해 본 윤서는 공신 부인의 심정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자랑스럽겠지.
가난한 변방국 출신 공녀란 한계가, 날로 강대해지는 조선과의 연결 고리란 위치로 단숨에 격상하게 되었는데.
그러나.
“그래봤자 죽은 황제의 후궁에 불과한 것을요. 이번 파병으로 우리 조선은 명나라에 군사적인 원조를 제공하는 위치로 올라섰어요.”
명나라는 이후로도 오랫동안 내부 문제와 환관의 득세로 어지러울 것이고, 우리 조선은 이제 국내와 국외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쭉쭉 뻗어나갈 것이다.
윤서가 단호한 어조로 말하자, 박 상궁이 찌푸렸던 미간을 활짝 폈다.
“역시, 우리 중전마마! 예! 흥, 공신 부인이 뭐라 씨부리든, 암요!”
“······.”
그러나 윤서는 마음속에 경고등 하나를 조용하게 밝혔다.
새 황제는 황태후 소생이 아니다.
황태후는 선황의 서자를 새 황제로 세우면서 동시에 포로로 잡힌 황제의 아들을 태자로 세워, 황위가 자신의 친손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안배해 놓은 상태이다.
새 황제는 조카인 황태자를 폐하고 자신의 아들을 태자로 세우려 들 것이고, 그러면 황태후는 친손주 황태자를 지켜내기 위해 무엇이든 하려들 것이다.
한낱 나인이던 자신도 홍위를 지키기 위해 여차하면 한명회를 암살할 생각까지 서슴지 않았으니.
마찬가지로 황태후의 필사적인 모색이 강력한 화포로 무장하고 자신들을 도우러 달려와 준 조선 왕실로 향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조선은 봉건 제후국이 아니다. 공주나 공녀가 영토에 계승권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데 무슨 정략결혼이야!
‘가만, 한명회!’
코웃음을 치던 윤서는 한동안 의식 저편에 치워두었던 한명회를 다시 의식 위로 끄집어올렸다.
“석 달 전 출항한 수양 대군이 한명회를 여송에 세울 조선 무역 사무소의 주부(종6품)로 임명한다는 임명장을 들고 가지 않았습니까? 듣자 하니 한명회는 여송에서 토착 현지인처럼 적극적으로 무역에 관여하고 있다는데요.”
“아, 그자는 명문가의 후손인데도 어찌 그리 약삭빠르게 시류를 잘 타는지요.”
재물을 쌓는 일에 관해서라면 한 치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 박 상궁의 눈빛이 칼날처럼 예리해졌다.
“작년에 마포 상단의 가이내가 한명회 밑으로 사환 열 명을 보낼 때 우리 쪽 사환 셋도 함께 보내지 않았습니까? 노산대가 최근 소식을 받았는데, 한명회는 여송의 토박이들이 그 밑의 여러 섬에서 후추랑 육두구를 사다 중국 복건이나 운남 등지에 파는 것을 눈여겨보고, 장차 우리 조선도 그들처럼 중계 무역에 뛰어들어야 한다면서 벌써 상선 여러 척을 띄웠답니다.”
수양 대군이 주도하는 공무역과 별개로 개인 자격으로 사무역도 벌리고 있다는 말이었다. 박 상궁이 의뭉스럽게 씨익 웃었다.
“우리 사환 아이들도 잘 배우고 있으니, 장차 우리 예서 상단도 한몫 뛰어들어야지요. 그래야 ‘신박두의 모험’처럼 보물을 찾으러 가야 한다고 노래를 부르는 우리 금동 왕자님이 장차 거대한 상선을 이끌고 그곳의 바다를 저기 인천 앞바다처럼 누비시지 않겠습니까?”
금동이만 생각하면 절로 벙싯벙싯 웃음이 나는 박 상궁이 어깨를 쭉 피며 말했다.
‘역시 한명회는 수완이 아주 빼어나군. 수양 대군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 마음대로 일을 조종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되었지만, 윤서는 이향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초기에는 누구든 능력 있는 자들이 나서서 무역 기회를 넓혀 놓는 것이 필요하오. 너무 어지러워진다 싶으면 수양이 나서서 제거하거나, 그도 아니면 우리 수군 갑사 정예병을 보내 정리하면 되니까.”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인재를 필요한 곳에 안배할 수 있는 것이 국왕의 권한이니 한명회 따위를 근심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었다.
북방이 안정되면 본격적으로 해양 개척에 나서게 될 터이다.
장차 홍위의 치세가 더욱 번영하려면 수양 대군이 한명회를 잘 통제하며 여송 일대의 중계 무역을 확고히 장악해야 한다.
윤서는 진심으로 수양 대군의 발전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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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우리 조선이 언제 이렇게 빼어난 무기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단 말입니까?”
여송에서 한명회는 수양 대군이 가져온 개량 화승총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안남이 제법 총포류를 잘 만든다고 하여 제가 천금을 주고 세 정을 구입했는데, 그것보다 훨씬 더 대단합니다. 하핫, 대군 자가!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한명회는 흥분한 어조로 이곳 여송 일대에 무수한 섬만큼이나 많은 소 왕국이 난립해 있고, 그들 중 상당수가 왜구들이 입는 갑옷으로 무장하고 왜구인 척 위장하여 중국 남방의 밀무역에 종사하고 있음을 설명하였다.
“밀무역은 물론 노략질을 더 잘하기 위해서 늘 빼어난 무기를 찾고 있으니, 저들에게 이 화승총을 팔아 큰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럼 또 저들의 노략질에 맞서기 위해 중국과 회회인 상선도 우리 무기로 무장한 용병을 고용하려 할 터이니, 우리는 양쪽에서 큰돈을 벌 수 있지 않습니까?”
과연, 기회를 잡을 줄 아는 자다운 발상이로다.
수양 대군은 속으로 감탄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납기로 소문난 이곳의 지배자에게 자칫 경계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무기 판매에 열을 올릴 때는 아니라고 수양 대군은 판단하였다.
“금상 전하께서 장차 북방을 안정시킨 후 우리 무역을 지원할 수 있는 정예병을 보내주신다고 하였소. 그때까지 우리는 초석과 각궁, 설탕과 향신료 등을 본국에 보내고, 또 우리 물품의 판로를 확장하는 것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아니 그렇소, 이 부소장?”
이 부소장은 이곳 여송 조선 무역소의 부소장 정3품직을 맡아 부임한 이계전이었다.
형님 전하는 경제에 밝은 이계전을 이곳 무역소의 기반을 닦을 적임자로 파견해, 수양 대군 자신을 보좌하게 하셨다.
“대군 자가 말씀이 옳습니다. 아직 무기 생산량이 충분하지 못한 데다가, 우리가 판매한 무기가 우리를 향해 겨눠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 무역소가 확고하게 기반을 잡을 때까지 무기 판매에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하아, 이렇게 배포가 작아서야. 우리도 용병을 고용하면 되지 않습니까? 이곳 섬의 토착민들은 오랫동안 서로 싸우면서 전투력을 갈고닦아서, 천축국이든 아율국이든 왜구든, 돈만 주면 누구를 위해서든 무기를 들고 싸워준단 말입니다!”
한명회가 답답하다는 듯 부리부리한 눈을 매섭게 치켜떴다.
“말조심 하게, 한 주부. 자넨 이제 막 임용된 종6품의 하급 관료에 지나지 않아. 그런데 어째서 전하의 어명을 직접 받은 대군 자가와 나를 이리 능멸하는가!”
이계전이 호통을 쳤다.
그러자 한명회는 입을 꾹 다물고 수양 대군을 바라보았다.
‘쉽지 않겠군.’
본토 조선에서 내리는 어명을 충실하게 이행하고자 하는 문관 이계전과, 조선에 있을 때부터 온갖 왈패 무리와 거칠게 살아온 한명회와 상성이 잘 맞지 않았다.
그러나 수양 대군은 이계전의 신중함보다는 한명회의 과감함이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한 주부. 기다리시게. 우리 조선은 날로 발전하고 있어. 조만간 자네의 식견이 빛을 볼 날이 있을 것이네. 그때까지 부디 신중하게 처신하시게.”
내년이면 자신의 어린 부인도, 한명회의 식솔도 다 이곳 여송으로 옮겨오게 된다. 그러면 이곳부터 시작해 본격적으로 세력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의 세력도, 아울러 조선의 대군인 자신의 세력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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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포신이 어찌 이리 두껍단 말입니까?”
북경성 북문에 몰려온 달단 야선의 무리를 향해 조선의 화포가 불을 뿜었다.
보통의 화포보다 포신이 두껍고 길어 사거리와 살상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조선 화포의 위력에 달단의 군마가 놀라 날뛰었다.
명나라 군대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병부상서 우겸은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포신이 길고 두꺼우니 사거리가 길고 폭발력이 크군요. 게다가 포신을 상하로 조정할 수 있으니 명중률까지 참으로 높습니다. 조선에서 이리 빼어난 화포를 만들 수 있는 비법이, 무엇입니까?”
“고로에 석탄을 때어 높은 온도로 철과 황동을 합금하고, 포신을 균일한 두께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결과입니다. 또한 이 둥근 포탄 안에 초석의 함량을 높게 한 결과 폭발력이 더 강해졌습니다.”
유응부와 함께 직접 조선의 화포군을 지휘하고 있는 금성 대군이 그 비법의 일부만 털어놓았다.
포신을 균일하게 두껍게 제작하는 법은 공조 판서 정분이 판자 틀에 철근을 세운 후 시멘트를 부어 굳히는 것을 지켜보다가 생각해 낸 방법이었다.
금성 대군은 가운데가 텅 빈 포신 모형을 만들고, 철과 황동을 섞은 쇠철물을 붓고, 가운데 빈 공간에 차갑게 식힌 물을 부어서 안쪽에서부터 차츰 바깥으로 응고하게 하였다. 이렇게 굳히면 훨씬 두꺼우면서도 균일한 포신이 만들어져, 이전의 화포보다 폭발력이 세 배 커지고, 포신의 수명도 획기적으로 늘어난다.
“하아. 남방에서 우리 군이 도착하기도 전에 조선군이 먼저 곡식을 싣고 지원을 와 준 덕분에 북경성의 민심이 빠르게 수습되었습니다. 게다가 이리 빼어난 화포라니요. 우리 폐하께서도 조선 국왕께서 보여주신 의리와 충정에 깊게 감동하고 계십니다. 북경성 수비 책임을 지고 있는 병부상서로서 진심으로 감사할 뿐입니다.”
원래 역사에서도 오래 버텨 결국 북경성을 수호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 리 없는 우겸이 조선의 지원을 높이 치하하였다.
며칠 후.
달단의 야선이 더는 견디지 못하고 물러난 날이었다.
명나라의 황제 주기옥이 금성 대군과 유응부, 그리고 외교 교섭을 책임지고 온 신숙주에게 친히 연회를 열어주었다.
포로로 잡힌 황제가 살아 있기에 자신은 대리 황제에 지나지 않고, 그래서 원래 황제가 돌아오면 죽임을 당할 것이란 공포에 떨던 주기옥은 조선군의 지원 덕분에 빠르게 수도의 민심이 빠르게 수습되고, 달단까지 포로로 잡힌 황제를 끌고 물러가자 기쁨이 무척 컸다.
“요동에서도 조선군의 지원이 대단하다지? 조선이 우리 대명을 위하는 마음이 이리 지극하니, 짐은 조선 국왕의 우의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명의 새 황제는 요동 도사 왕진이 올린 장계 하단에 적혀 있던 내용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요동성을 지원하러 오던 조선군이 여진 두 부족의 급습을 받아 교전을 벌이던 중, 급습한 건주 위사 이만주와, 건주 좌위사 동창이 살해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제국과 자신의 운명이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운 이 때, 그깟 작은 오랑캐 부족의 수장이 죽어 나간 것 따위가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그 시각.
명의 자금성 안 자녕궁에 공신 부인이 들어 있었다.
황태자로 책봉된 세 살 주견심을 품에 안고서였다.
공신 부인은 조선군이 북경성에 들어와 활약하는 이 기회를 자신의 권력 기반을 쌓는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조선에서 우리 상국을 섬기기가 이리 지극하다니요. 군사와 화포와 미곡 일만 섬을 보내고도 또 의원과 의녀와 약까지 보내왔으니, 조선의 도움을 감사하는 백성의 외침이 성을 울릴 정도라 하옵니다.”
“그래. 지원 요청을 하자마자 그리 도움을 주었으니, 참으로 하늘이 도우심이네.”
어린 황제를 대신해 명나라의 조정을 이끌었던 황태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섭정의 경험에 비추어 판단하건데, 보통의 의리와 진심으로는 이렇게까지 조선이 우리 명을 도울 수는 없는 일이다.
황태후의 표정을 슬쩍 살핀 공신 부인이 또 조심스레 붉은 입술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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