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274
274화. 왕실의 혼인과 명 황제 (3)
“조선의 왕비가 우리 태자 전하를 위해 장난감을 보내왔습니다. 향이 좋은 편백 나무 조각을 조립하여 코끼리나 수레 등의 형체를 완성하는 것이온데, 두뇌 발달에 탁월하다 하옵니다. 또한, 제게는 조선 글자로 쓰인 을 보내주었는데 그 내용이 얼마나 탁월한지요. 신첩이 거듭거듭 읽고 외워 우리 태자 전하를 보필하고 있습니다.”
“······!”
아홉 살 어린 나이에 황위에 올라 환관 왕진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아들을 답답한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했던 황태후에겐 귀가 솔깃한 이야기였다.
확실히 한가의 품속 어린 태자는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였다.
연일 북경성을 흔드는 함포 소리와 달단과 명군이 위협적으로 내지르는 사나운 전투 소리에 주눅이 들어 있던 손주였다.
“이라니, 그것이 무슨 내용이던가?”
“아기를 배에 품고 있을 때의 태교도 중요하지만 태어난 후 양육자 한 사람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향후 원만하고 건강한 성품을 가지게 한다는 점으로 시작해서,”
공신 부인은 자신이 그 ‘애착 관계’를 황태자에게 줄 수 있는 적임자란 점을 은근히 강조하며 조선의 왕비가 지은 을 유려한 언어로 칭찬한 후,
하고 싶은 말을 슬쩍, 우연인 것처럼 고하였다.
“마침 조선의 왕비가 어여쁜 공주 아기씨를 낳았다 하옵니다. 이리 현명한 왕비 소생이니 그 아기씨는 얼마나 현숙하게 자라날까, 신첩은 참으로 기대가 크옵니다.”
“······.”
한가의 의도를 모르지 않는 황태후였다.
저 말의 뜻이 제 권력 기반을 강화하고자 하는 한가만의 욕심인지, 아니면 정말로 조선 왕실이 명 황실의 위기를 틈타 감히 대명의 황후 자리를 탐내고 있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어 황태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침묵하는 황태후의 눈 한가득, 새 황제가 등극하면서 목숨까지 위태롭게 된 황태자의 어여쁜 얼굴이 사무치게 들어왔다.
“태자가 잠이 드셨으니 거처로 모시게.”
황태후는 한가를 물렸다.
권력자는 의중을 함부로 드러내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정말로 우려하는 일이 벌어지려는 조짐이 보인다면,
그러면 그때는 강대한 군사 역량을 선보이는 조선 왕실과의 국혼이 태자를 지킬 수 있는 강력한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사실 만큼은 냉철하게 가슴에 깊게 새겨 넣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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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억새가 빼곡한 한강의 강변.외가로 길을 나선 영의정 댁 소저 연화는 말 등에서 천천히 몸을 흔들며, 중전마마께서 전하께 사랑을 고백할 때 불렀다던 연가를 흥얼거리고 있다.
“그대 고운 목소리에, 내 마음 흔들리고 나도 모르게 어느새 사랑하게 되었네~”
윤기가 자르르한 밤색 말 고삐를 끌고 있는 것은 연화 아기씨의 말구종 돌석이다.
아기씨를 외조모님 댁에 무사히 모셔가야 할 중차대한 임무를 가진 돌석이는 그러나 무성한 억새 사이에 숨어 있을지 모를 짐승이며 또 저 앞 왁자지껄 웃으며 활쏘기 내기를 하고 있는 건장한 청년의 무리를 경계하는 대신 말 건너편에서 걷고 있는 몸종 사월이에게만 온통 신경을 쓰고 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강변의 억새가 위험스럽게 스스스 흔들리는 틈새로 노랗고 까만 형태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어머나, 아기씨! 저기 앞쪽에 있는 이들 좀 보라지요. 상투를 틀지 않고 땋아 내린 것을 보니, 또 아잉, 저 튼실한 허벅지를 보니, 왕실 학당에 공부하러 상경한 여진의 청년들이 틀림없어요, 아기씨.”
사월이가 호들갑을 떨며 말을 탄 청년 무리를 가리켰다.
그러자 돌석은 불쾌한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제 허벅지를 탁탁 쳤다.
“허벅지가 튼실허긴. 야, 내 허벅지는, 응?”
“아이, 돌석이 네 허벅지는 튼실이 아니라 굵은 거지, 그냥.”
“어허, 그냥 굵은 거여서 지난 달밤에 항아리 뒤에서 그리 훔쳐보았냐?”
“어머! 내가 언제! 얘가, 얘가! 생사람을 잡네!”]
“잠깐!”
대방부부인 송씨가 무대 위의 세 사람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
“사월이 역의 홍경이! 너는 돌석이를 좋아하지만 더욱 애가 달게 하기 위해 아닌 척하는데, 지금 너무 노골적이야. 그리고 콧소리를 너무 많이 내서 발음이 뭉그러지잖니. 저 뒤에까지 들리려면 배에 힘을 딱 주고 깊게 소리를 뽑아내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 처음부터, 다시!”
그러자 세 사람은 무대 끝으로 돌아와 처음부터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부부인이 참 열심이네요.”
유 소용이 깔깔 웃으며 윤서에게 말했다.
여기는 지금 영응 대군이 혼인할 때 세종께서 민가 육십 채를 헐어 지어준 동별궁의 너른 뜰이다.
명나라 북경성에서 달단의 야선 무리가 곧 패하여 돌아갈 것 같다는 소식과, 요동의 광평성을 포위했던 몽골의 올량합 무리도 병조판서 김종서가 이끄는 조선군과 요동 진무가 이끄는 명나라 군사의 협공으로 물러갔다는 승전보가 들어온 12월 중순.
윤서는 11월 초에 미리 영응 대군의 부인 대방부부인 송씨에게 세우(細雨) 작가가 지은 연정 소설 를 각색해 무대에 올리라 명하였다.
그러자 온갖 놀이에 이골이 난 송씨는 영응 대군이 소유한 일만 명의 노비 중 용모가 수려하고 연기와 노래에 빼어난 남녀 오십 인을 이틀 만에 뽑아 대령하였다.
상연할 연극의 대본을 위해서 윤서는 대학 때 들었던 수업 내용을 토대로 작법을 유 소용에게 가르쳤다.
‘1막, 2막’ 등의 막 구분법, 그리고 무대 배경을 글로 쓰고, 등장 인물의 이름 옆에 대사를 쓰는 아주 기초적인 대본 작성법이었다.
그러나 유 수용이 누구던가.
자신의 소설이 살아 움직이는 배우들에 의해 무대 위에 올려진다는 사실에 감동한 유 소용은 사흘 만에 셰익스피어가 울고 갈 멋진 대본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대본을 받아들자마자 송씨는 동별궁의 너른 뜰을 연극의 무대로 완벽하게 꾸며냈다.
저기 지금 스스스 흔들리는 억새밭은 모두 진짜 마른 억새에 초록색 천을 입혀서 세운 것이고,
저 한강은 원래 있던 연못을 더 길게 파서 강처럼 구현한 것이다.
그리고 갈대밭 사이에 기척을 숨겨 움직이다가 여주인공 연화에게 덤벼들어 남주인공 사롱개가 구원자로 등장하게 만들 단초를 제공할 호랑이는, 진짜 호랑이 가죽을 둘러쓴 사내 둘이었다.
새해 한양에 입조하여 조선의 국왕을 알현할 여진의 여러 부족 추장과 그 일행에게 선보일 연극이기에, 막판 점검을 위해 윤서가 원작자인 유 소용, 그리고 여진인의 특성을 전수해주는 오도리 족 송로가무와 홍위가 함께 와 구경 중이다.
“유 소용께선 이 년 전에 벌써 우리 조선이 건주 여진 지역을 평정하고 다른 여진 부락과 형제처럼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될 오늘날을 이미 예견하셨군요.”
유 소용이 세우 작가란 사실을 아는 소수의 사람 중 하나인 홍위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유 소용은 눈썹을 치켜올리고는 윤서를 바라보았다.
‘세자 저하께 진실을 고해도 되는지요?’
며칠 있으면 곧 열 살이 되실 의젓한 저하이시지만 윤서 앞에서만은 곧잘 어리광을 부리는 것을 알기에, 윤서의 허락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식견이 풍부한 저하시니, 말씀드리세요, 유 소용.”
윤서의 허락이 떨어지자 유 소용이 짓궂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 거 없습니다, 저하. 제가 를 지은 것은 저기 서 있는 송로가무처럼 여진의 사내들이 워낙 튼실한 몸을 가져서예요. 영의정 정도 되는 권력 정점 가문의 고이고이 자란 여식이 모든 걸 다 버리고 연정에 목을 매게 하는 것은, 빼어난 학식도 또 무엇이든 다 사줄 재물도 아니잖아요. 인간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 처음 본 낯선 것에 매혹되는 존재랍니다.”
“···아!”
“하지만 중전마마께선 여진족 추장과 우리 조정 고관에게 보일 연극으로 를 콕 찍으셨지요. ‘건주위까지 우리 조선의 영토가 넓어지게 되면 거기 사는 여진족도 우리 조선 백성과 동화되어야 할 것이네. 처음에야 총칼로 얻지만, 지키는 것은 평화와 공존이 아닌가 말일세. 가 그 미래를 상징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가.’ 하고 말씀하시면서요.”
유 소용의 말에 윤서는 “에이.” 손을 내저었다.
“내가 언제 그리 거창한 말을 하였다고. 그저 오도리 족 추장 아들이 우리 영의정의 여식과 사랑의 결실을 맺는 내용의 연극이 멋지게 공연되면 조선의 의도를 의심하는 여진족 추장들도 열린 마음으로 우리 조선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하였지.”
“어머니, 그 말씀이 유 소용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맞아요. 중전마마께서 하신 말씀을 조금 더 그럴듯하게 다듬으면 제 말이 되지요. 저는 작가니까,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습니까?”
유 소용이 깔깔 웃으며 으스대자, 유 소용의 손을 잡고 홀린 듯 무대를 바라보고 있던 금아가 문득 말하였다.
“어먼니, 저도 이 다음에 어먼니처럼 멋진 이야기 쓰고 싶어요.”
“그래, 금아야. 열심히 쓰거라. 그러면 이 오라버니가 부부인께서 만든 무대처럼 멋진 무대를 만들어 주마.”
“이야! 약속했어요. 여기, 여기! 손가락 걸어요. 도장도 꾹, 찍어요.”
금아가 홍위에게 새끼손가락을 쏙 내밀었다.
겨울은 해가 짧다.
눈이라도 내릴 것처럼 잔뜩 흐린 하늘이 벌써 땅거미를 몰고 올 조짐이다.
“나는 이만 환궁하려 하는데, 유 소용은 더 볼 것인가?”
“그럼요. 끝까지 다 보고 보강할 거 있으면 대본 더 수정하려고요. 먼저 돌아가세요, 중전마마. 소아 아기씨가 애타게 기다리시겠어요.”
“금아야, 날 추운데 같이 돌아갈까?”
“안니에요. 저도 어먼니랑 같이, 끝까지 보고 배울 거에요.”
그러자 홍위가 사롱개 역을 맡은 배우에게 한창 여진족에 대해 가르쳐주고 있는 송로가무에게 소리쳤다.
“송로가무! 자네 지금 돌아갈 것인가?”
“먼저 환궁하기요, 세자 저하. 여기 이 동무래 아직 몸놀림이 시원치 않습네다.”
이 연극이 가진 의미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송로가무가 소리쳤다.
윤서는 홍위와 함께 마차를 타고 경복궁으로 향했다.
“우리 소아가 또 칭얼거리겠어요. 어머니 아니 계시다고.”
“유모가 잘 달래줄 거야. 홍위는 소아가, 그렇게 예쁘니?”
홍위는 금동이도 새벽이도 금아도 어여뻐했지만, 소아에겐 좀 ‘여동생 바보’ 같은 면모를 보였다.
소아를 볼 때마다 품에 안고 둥기 둥기 흔들며
“우리 소아, 오라버니 보고 싶었쪄요? 오라버니도 우리 소아 보고 싶어서어, 서책이 하나도 눈에 안 들어왔쪄요. 아이구, 웃어요? 우리 소아, 방긋 웃었쪄요? 오라버니가 좋아서, 웃음이 나왔쪄요?”
하고 혀짤배기 소리로 얼렀다.
그러면 자기도 방금 전까지 소아의 뺨이 설탕을 통에 돌려 만든 솜사탕 같다며 조심스럽게 쓰다듬던 금동이는 경악한 표정으로,
“허얼. 헝님 혀는, 쥐가 물어갔나?”
하고 몸서리치는 흉내를 낼 정도였다.
소아를 생각하자 저절로 표정이 유하게 풀어진 홍위가, 맞은편에 앉은 윤서에게 수줍게 말했다.
“여자애라 그런가, 세게 쥐면 멍이 들 것처럼 연약해 보이고, 그래서 애틋한 마음이 들어요, 어머니. 아바마마께서 왜 가끔 매형한테만 엄하게 구시는지 알 것 같아요.”
“응, 왜?”
“저도 이 다음에 누가 소아 데려간다고 하면 막 화가 날 것 같아요. 소아 속상하게 하면 하! 참형에 처하라고 할 것 같아요.”
“아니, 참형이라니. 세자가 입에 담으실 말씀이 아니십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아까워서 어디 멀리 보내지도 못할 거니까, 누님 궁 옆에다 궁방을 지어줄 거에요.”
이향도 소아의 백설기처럼 흰 뺨이 보고 싶다고 매일 편지 말미에 쓰더니.
홍위도 그에 못지않게 동생을 아낀다.
윤서는 별안간 마음이 급해졌다.
새벽이 때까지는 지금처럼 일이 많지 않았는데 소아 태어나고는 일이 너무 많아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 적다.
처음으로 해외 파병을 나간 군에 군량미 운송하는 일을 점검해야 해서 매일 내수사 장무 내관과 함께 운송 현황을 점검하고, 사옹원 첨정과 함께 보관이 용이한 군식량 개발에 깊게 관여하고, 또 매일 들어오는 국경 소식을 점검하고.
그리고 또 미래 지식이 얼마나 거대한 효용을 가지는지 직접 목도하신 세종께서 거의 매일 장차 있었던 역사를 세밀하게 기록하라 재촉하시고.
‘날이 춥지 않으면 업고라도 다닐 터인데.’
그래도 홍위가 짬짬이 잘 돌보아주어 다행이다.
홍위는 의주성에 가 계신 부왕과, 연일 마차를 타고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틈이 날 때마다 협경당에 와 소아를 돌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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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전마마! 드디어 북경성에서 달단의 야선이 패퇴해 물러났다 하옵니다. 조선의 공을 높이 치하하는 황제의 칙서를 가지고 신숙주가 배편으로 먼저 돌아오고 있다고 하옵니다. 먼저 소식을 접하신 주상 전하께서도 서둘러 환궁 중이시라 하옵니다.”
12월 24일.
드디어 기다리던 소식이 왔다!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