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275
275화. 고구려 졸본성 일대가 조선 영토로
“전하께서 큰 성과와 함께 돌아오시니, 중전마마께서 조금이나마 노고를 더실 듯하여, 소인 참으로 기쁘옵니다.”
그간 윤서의 업무를 보좌하며 함께 고단했던 조 상궁이 드디어 한숨 돌리게 됨을 기뻐하며 이향의 환궁을 고하였을 때.
윤서는 마침 협경당에서 아이들과 함께 전골을 보글보글 끓여 먹고 있었다.
전농시에 딸린 채마 밭에서 기름을 먹인 종이로 커다란 온실을 짓고 석탄을 때어 한겨울에도 채소를 키우기 시작했다.
덕분에 오늘 숯 화로 위에 넙대대한 무쇠 솥을 앞에 두고 희아와 홍위, 금동이와 새벽이는 얇게 저민 소고기와 연한 배추, 미나리 등을 살짝 익혀 먹었다.
“그래, 자네도 그간 노고가 많았네. 거처로 돌아가 뜨거운 전골 국물로 몸을 좀 덥히시게.”
“예, 중전마마. 아기씨, 소인 물러가옵니다. 아이구, 웃으셔요? 아바마마 오시니까, 그렇게 좋으세요?”
“조으자아!”
“어머, 어머! 우리 아기씨 벌써, 좋으시다고 말씀도 하시고. 참으로 장하십니다.”
굽혔던 허리를 펴고 물러나려던 조 상궁은 윤서 품에 안긴 소아에게 말을 걸었다가 비슷하게 말을 따라하는 소아의 말에 넋을 잃고 한참을 말을 붙이다가 겨우 방을 나갔다.
4월 말에 태어난 소아는 이제 쏜살같이 빠르게 기어 다니고, 어른과 언니, 오빠들이 말을 할 때 입 모양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을 오물오물하다가 비슷하게 소리내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궁인들 모두 소아에게 말을 시켜볼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다.
궐에 있는 유일한 아기 공주님이니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어머니, 소아는 제가 볼 터이니 편하게 드세요. 소아, 언니한테 올까?”
윤서 품에서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작은 고기 한 점을 오물거리는 소아에게 희아가 팔을 내밀었다. 그러자 소아는 냉큼 언니 목을 감고 옮겨갔다.
“영양위도, 오네.”
윤서가 작은 소리로 놀리자 희아는 입꼬리만 살짝 올리며 애써 태연한 척했다.
그렇지만 “소아, 언니 머리꽂이가 가지고 싶어? 하지만 안 돼. 주면 또 입에 넣을 거면서. 대신 고기 줄까, 아니면 배춧잎 잘라 줄까?” 하고 묻는 희아의 귀가 발갛게 달아오른다.
떨어져 있으면서 희아와 정종은 오누이 같은 연정에서 사춘기 설레는 풋사랑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 모습이 무척 귀여워서 윤서는 종종 희아를 놀리곤 했다.
“신숙주가 가져오는 황제의 칙서에 무슨 내용이 들어 있을까요?”
고기 한 접시와 고봉밥 한 그릇을 맹렬하게 먹어 치운 홍위가 윤서와 희아 사이에 와 앉으면서 물었다.
저쪽에서는 새벽이와 금동이가 여전히 열심히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난 채소는 시은데. 버섯, 여기 숯에 올려 구워 먹고 싶다. 버섯두 온실에 키울 뚜 있으까?”
“버섯은 나무에 구멍 뚜어서 키우던데. 헝님, 박 당궁이앙 한번 해 봐요. 참나무에 구멍 뚜어서 버섯 키울 뚜 있다고 어서 읽었떠요.”
“그으래? 진짜로 그게 되면, 버섯 파은 돈 너도 나눠주께.”
“조아! 그어엄, 일 할 줘요. 생각 값이야.”
“쪼아, 빠이 먹어. 오늘 이천에서 온천물 시어 왔떠. 하바마마 온천욕 하신 물에서 우이 수영하자.”
(좋아, 빨리 먹어. 오늘 이천에서 온천물 실어 왔어. 할바마마 온천욕 하신 물에서 우리 수영하자.)
“반 시진은 이떠야 해. 밥 먹고 금방 수영하면 소화가 안 되는 건데. 그어지요, 어머니?”
“응, 새벽이 말이 맞아. 위가 소화 시킬 시간을 주어야 해.”
윤서는 답을 해주면서 새벽이와 눈을 맞췄다. 새벽이가 찡긋, 눈 한쪽을 감아 보였다.
‘식후 곧바로 운동하면 위로 가는 혈액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것이 기초 의학서에 실려 있던가?’
현대에서야 너무 기본적인 상식인지라 전순의나 순덕에게 굳이 기억해 내 말했었는지 잠시 고민하던 윤서는 이내 홍위에게 다시 주의를 돌렸다.
홍위가 “요새 성균관에서 유생들이 이번 북경 전투 결과를 두고 의견이 분분해요.” 하고 말했기 때문이다.
“젊은 청년들이어서 그런지 자신들도 황제 폐하를 구하는 전장에 앞장서고 싶다는 이도 있고, 남의 나라 황제를 위해 목숨을 걸다니 그 무슨 바보 같은 짓이냐고 비웃는 이들도 있고. 또 어쨌든 명나라에 은혜를 베푼 셈이니 그 대가는 톡톡히 받아내야 한다는 이들도 있고요.”
“확실히 전보다 생각하는 폭들이 넓어졌네.”
“예, 제가 명륜당에 커다란 세계 지도를 걸었어요. 중국 너머에도 강대한 대국이 여럿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저도, 유생들도 모두 시야가 저절로 넓어지는, 아잉, 소아야, 이 황옥 장식이 가지고 싶었쪄요? 어쩌나, 당장 떼주고 싶지만 세균이 묻어 있쪄요. 오라버니가 깨끗하게 소독해서 주께요.”
소아가 홍위 머리띠 중앙에 박힌 용무늬 황옥 장식으로 손을 뻗자, 진지하게 말하던 홍위가 희아 품에서 소아를 당겨 안으며 혀 짧은 소리로 달랬다.
그러자 금동이가 젓가락을 탁 내려놓으며 소리쳤다.
“헐, 헝님, 그거 소아, 꿋떡 삼키면?”
“두째 헝님 말씀이 옳아요. 저 때는 뭐든 다 입에 넣고 빨기 좋아하니. 눈님, 소아한테 빨고 놀 거 좀 만들어 주떼요.”
“상아로 만들먼 되겠다. 나한테, 아주 질이 좋은 상아가 있쪄!”
아이고, 아이들이랑 식사하면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부산스럽다.
그래도 윤서는 어서 이향이 와서 이런 다복한 소란스러움을 함께 즐길 수 있길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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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이 의주 대로를 달려 임진강에 놓인 시멘트 다리를 건널 무렵, 명 황제의 칙서를 가진 신숙주가 이미 돈의문 밖에 다다랐단 소식이 들어왔다.
그간 황제의 칙서는 엄격한 의례에 따라 수령되었다.
세종께서 즉위 초부터 국가의 기본적인 의례인 길례(吉禮)·가례(嘉禮)·빈례(賓禮)·군례(軍禮)·흉례(凶禮)를 정교하게 거행할 수 있도록 국조오례의를 편찬하게 하였고, 그에 따라 날로 정교해지는 절차로 사대의 예를 행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향을 대신해 국정을 주관하는 상왕 세종이 뜻밖의 명을 내리셨다.
“의례 절차가 너무 세세하게 번잡해 오히려 그 뜻을 잃게 된 폐단이 있다. 이번 칙서부터는 황제에 대한 예를 갖추되, 여진이나 일본, 그리고 남방의 여러 나라의 사신을 맞이할 때와 너무 크게 차이 나지 않게 빈례를 새로이 구성하라.”
상왕 전하의 이 명은 조정 관료들 사이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상국에 대한 예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대놓고 목소리를 높이는 자는 없었다.
건주 여진의 이만주와 동창이 죽고 그들이 살던 지역을 최숙손이 이끄는 조선의 장병들이 거주하며 장차 조선의 관할지로 삼으려 한다는 소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양과 지방 주요 도시의 시장에는 이제 남방에서 들여온 후추와 설탕, 각종 향신료 등이 제법 팔리고 있다.
흔해진 이국의 물품과 구수한 커피의 귀한 향은 조선이 더 이상 농업만을 중시하는 폐쇄 국가로 남지 않을 것임을 증거하는 징표가 되고 있다.
게다가 명 황제가 오랑캐의 포로로 잡혀갔으니, 종주국으로 사대하던 명나라가 언제까지고 강성할 수 없다는 인식이 암암리에 퍼져나가면서 명나라에 대한 지극한 사모의 정이 유학자들 사이에서조차 많이 퇴색하고 있었다.
이번 칙서는 부재한 국왕을 대신해 세자인 홍위가 받게 되었다.
홍위는 어깨에 용을 수놓고, 소매에 불꽃과 꿩, 호랑이, 원숭이를 수 놓은 아청색 칠장복을 입고 그 위에 마름과 쌀, 도끼, 불문을 수 놓은 붉은색 상을 걸치고, 후수와 대대, 폐슬을 드리운 곤복 차림으로 돈의문 밖 모화관에 나아가 칙서를 받았다.
그렇지만 평소 칙서를 향해 네 번 올리던 절은 생략하고, 무릎을 꿇는 예만 행한 후 칙서를 수령하게 되었다.
신숙주가 명 황제의 칙서를 낭독하였다.
[마침내 저 흉악한 오랑캐 무리가 물러가 우리 대명의 사직이 편안하게 되었노라. 생령의 위기를 극복하여 종묘와 사직을 보존하게 된 데에 조선의 국왕이 몸소 지원군과 식량을 보내 도운 의리와 충정을 짐은 무척 기뻐하노라.조선군이 대명의 천하를 돕기 위해 달려올 때 건주위의 이만주와 건주 좌위의 동창이 감히 급습하여 인명을 상하게 하는 일이 있었음을 짐은 진실로 유감스럽게 생각하노라.
하여 짐은 조선의 국왕이 장차 있을지 모를 변란에 대비하고, 짐에 대해 충의를 다하기 위해 건주위 이만주와 건주 좌위 동창의 무리가 있던 지역에 잠시 조선의 군사를 두어 오랑캐 무리를 방비하고자 하는 마음을 기뻐하니, 조선의 국왕은 이후로도 영세토록 짐과 함께 태평한 복을 누릴 것이다.]
칙서를 낭독한 신숙주가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세자에게 칙서를 올렸다.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칙서를 받은 홍위가, 신숙주를 향해 씩 웃었다.
“건주위와 건주 좌위는 고구려의 졸본성이 있던 지역이지요?”
“예, 저하. 지금은 흘승골성이라고 부르는데, 신이 일전에 육로로 북경에 가면서 보니 우뚝 솟은 천하의 요새였습니다. 고구려가 망하기 전에는 단 한 번도 함락된 적 없는 성으로, 안에는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천지란 연못도 있어 우리 조선이 여러 여진의 무리와 또 북쪽에서 내려올 수 있는 몽골의 군사를 방비하는 데 최적의 입지이옵니다.”
흘승골성이 있는 오녀산 이하를 조선의 관할지로 인정한다는 칙서를 명 황제의 입에서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다하였던 신숙주는 자신의 공을 장차의 군주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였다.
“우리 화포의 위력이 그렇게나 탁월했던가 봅니다.”
그러나 세자는 호락호락 신숙주의 공만을 인정하지 않았다.
“명 황제가 선선히 천하의 요새를 우리 조선의 관할지로 인정한 것은 우리 화포의 제조 비법을 얻기 위해서겠지요? 그래서 금성 숙부님의 귀국이 늦어지는 것이고요.”
“!”
아직 변성기도 지나지 않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이번 칙서의 성립 조건을 꿰뚫어 묻는 세자의 하문에, 신숙주는 숨이 턱 막혔다.
“···맞습니다, 세자 저하. 명에서는 우리 화포의 제작 기법을 얻고자 하였습니다. 겨울이 지나도록 물러가지 않을 것처럼 기세가 등등했던 야선의 무리가, 우리 화포에 매일 군사를 많이 잃어 예상보다 이르게 물러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명의 황제는 금성 대군이 당분간 북경에 머물면서 화포 제작의 비법을 명나라 측에 넘길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금성 대군은 신숙주에게 “동의하십시오, 영감. 우리는 벌써 군기시에서 이보다 더 개선된 화포를 시험 중에 있습니다.” 하고 말했던 것이다.
칙서를 한 손에 모아 쥐고 일어난 세자가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는 신숙주에게 말했다.
“잘하셨습니다, 직제학 영감. 화포를 선보일 때부터 이미 예상했던 일인줄로 저도 알고 있습니다. 흘승골성은 압록강에서 말을 달리면 한나절 거리이고, 그 이남으로 커다란 강이 있어 개간하면 농사를 짓기에 아주 좋은 땅이 될 것이라 들었습니다. 이미 구식이 된 화포 제조법을 넘기는 대가로 우리는 후손 대대로 물려줄 비옥한 영토를 얻게 되었으니, 외교 교섭을 아주 잘하셨습니다.”
“···북경을 향해 출항할 때 전하께서 이미 명하신 사안이었습니다. 신은 그저 명하신 바를 수행하였을 뿐이온데 세자 저하께서 이리 칭찬을 하시니, 심히 민망하옵니다.”
신숙주는 엎드리며 공을 사양하였다.
어째서인지, 어리신 세자 저하가 오래 모신 상왕 전하나 함께 공부한 주상 전하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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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뒤, 이향이 군병 일부를 이끌고 한양으로 귀환했다.
곳곳에 정음으로 붙은 방을 통해 조선군이 명나라를 도와 달단 오랑캐 무리를 더 북쪽으로 쫓아버렸고,
그 공으로 이만주와 동창 무리가 점유하던 비옥한 영토를 우리 조선이 당당하게 점유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알게 된 백성들은 종이로 만든 꽃을 들고 환영을 나왔다.
돈의문 밖에서부터 경복궁에 이르는 일대가 길의 양편을 빽빽이 메운 백성의 열렬한 환영 함성으로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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