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282
282화. 의 파급 효과 (2)
“도와주고 싶지만요, 어머니······.”
홍위의 표정이 신중해졌다.
열 살이 되면서 홍위의 표정이 다채로워졌다.
사랑 많이 받는 아들로서 동생들을 보듬는 장남의 얼굴을 할 땐 애정을 담은 눈빛이 부드럽고, 입꼬리는 광대로 쑥 올라가 다정한 표정이 된다.
세자로서 공식 석상에 설 때에는 이향의 세자 시절 얼굴과 판박이가 된다. 눈빛은 엄격해지고 입매는 살짝 호선을 그리며 앳된 얼굴에 진중한 위엄이 서린다.
그리고 계동이와 금동이, 수복이와 말을 타거나 활을 쏘는 유희를 즐길 때는 비로소 전부터 가졌던 아이다운 얼굴로 가지런한 이가 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는다.
지금 홍위가 보이는 표정은 이질개란 동기를 돕고 싶은 열 살 아이의 마음과, 매사 처신을 신중하게 해야 하는 세자의 마음가짐이 혼재되어 눈빛은 엄격하고 입매는 부드럽게 풀린 표정이다.
홍위가 이런 표정을 지을 때.
홍위가 이제 더 이상 품 안의 아이가 아니라 이 나라 세자임을 실감한다. 그리고 자신이 세자 아들을 보필해야 할 중전이라는 정체성도 선명하게 자각하게 된다.
그래서 윤서는 옆에 놓인 요람 속에서 입을 살짝 벌리고 낮잠 삼매경에 들어 있는 소아를 살핀 후 몸을 바로 세웠다. 그리고 한 손을 서탁에 위엄 있게 올린 중전다운 자세로 홍위에게 물었다.
“세자로서 함부로 개입할 수 없다는 뜻입니까?”
“예, 어마마마. 사적으로는 친우라 할 수 있으나 이질개는 엄연히 여진의 유력 부족의 후계입니다. 세자인 제가 나서 혼사를 진행하라 명하면 여인의 부모는 감히 거역하지 못하니 원망을 품을 수 있고, 또 질개의 아비는 조선의 세자가 다른 의도가 있어 아들이 부족을 소홀히 여기도록 이끈다고 오해할 것입니다.”
이것이 허구와 현실의 차이다.
허구 속에선 사랑 하나로 민족과 신분을 뛰어넘을 수 있으나, 현실에서는 언어가 다른 이민족이란 것이 세자조차 조율하기 어려운 걸림돌이 된다.
그리고 홍위는 세자로서 매사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실천할 만큼 이미 성장해 있었다.
“맞습니다, 세자. 군주는 사사로운 정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일에 공정하게 임해야 하니, 친분을 이유로 사적인 혼사에 개입하지 말아야겠지요. 또 앞으로 전하께서 조선에 복속하길 원하는 여진인을 우리 조선인과 동류로 포용하는 정책을 펴신다고 해도, 자신과 다른 이들을 꺼려하는 본능적인 거부감은 단시일 내에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윤서는 홍위에게 낯선 것을 경계하도록 진화된 인간의 본능에 대해 설명하였다.
저 먼 옛날, 낯선 열매는 자칫 생명을 앗아가기 쉽고, 낯선 인간들은 식량과 목숨을 강탈하러 온 침입자이기 일쑤였던 시절부터 우리 인간의 유전자에는 낯선 것에 대한 경계심이 본능으로 새겨져 있다.
그리고 유전자에 새겨진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은 활발히 교통하는 시대로 이행되어서도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이민족에 대한 혐오와 배제로 진행되기 쉽다.
교육과 문화로 잘 포장된 이민족 관용 정책도 살기 어려운 시대가 오면 얼마나 쉽게 이민족에 대한 잔혹한 배제로 변질되기 쉬웠는지 역사 사례를 들어 윤서가 설명하였을 때, 홍위의 눈이 영민하게 빛을 내었다.
“그럼, 압록강 이북 지역을 우리 조선의 강역으로 지배하게 되었다고 해도 거기 사는 여진인이 쉽게 조선에 동화되지 않을 수도 있단 말씀이지요? 우리가 그들을 낯설어하듯, 그들도 우리를 낯설어할 테니까요.”
“예, 세자. 그래서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민족이 동화되는 경우는, 한 민족이 압도적으로 강한 사회, 문화적 역량을 가지고 있어 다른 민족이 스스로 굴복해 동화한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여진은 일단 뭉치기만 하면 저 중원과 우리 조선을 위협할 정도로 강대해질 위험이 항상 있습니다.”
“전조 시기 금나라처럼 말이지요? 그래서 아바마마께서 건주 여진의 이만주와 동창 무리를 미리 정리하신 거지요? 훗날 우리 조선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세력이라서요.”
역시.
홍위는 이향이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이번 북방 정책의 이면까지를 꿰뚫어 통찰하고 있었다.
“맞습니다, 세자. 지금은 서로 분열되어 있는 여진족이 이만주와 동창 무리를 중심으로 뭉치려는 기색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전하께서 저들을 제거한 덕분에 아마 훗날 있을 호란이 예방된 것이겠지요.”
흐뭇한 마음으로 윤서는 역사에 있었던 병자호란을 살짝 뀌뜸하였다.
그러다 문득, 세종께서 홍위에게 이미 알리신 것인가, 의구심이 들었다.
세종은 윤서의 역사 지식과 여러 미래 지식을 항목별로 꼼꼼하게 정리하여 왕과 세자만 출입 가능한 비밀 서고에 보관 중이시다.
‘내가 미래에서 온 영혼, 그것도 모친 현덕 왕후께서 아들인 자신을 보호하라고 끌고 온 먼 후손이라는 것을 알면, 홍위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희아도 홍위도 자신이 출처를 추적하기 어려운 기이한 지식을 알고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번 보았는데.
윤서가 궁금해하는 사이, 홍위는 아까보다 한결 풀어진 표정으로 종알종알 세종께 배운 바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할바마마께서 제게 경서를 가르쳐주시며 늘 민심의 중요성을 말씀해주세요. 민심을 잃고 왕조를 보존한 예도 없지만, 또한 민심에 휘둘리기만 하는 군주는 장기적인 국가 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요. 증조부님 태종 대왕께서 여기 경복궁과 여러 관청 건물을 짓는 노역을 백성에게 시키실 때 반대하는 신하들에게 백성을 기쁘게만 해서는 어찌 나라의 중대한 일이 돌아가겠냐고 하셨대요, 어머니.”
맞는 말씀이다.
당장 명나라와 압록강 너머로 우리 조선군을 파병한 일도, 군사 개개인에게는 고되고 위험한 일이었지만 그로 인해 우리 조선은 넓은 강토를 얻을 수 있었다.
“맞아, 홍위야. 상왕 전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군주는 시대를 통찰할 수 있어야 해.”
“예, 그래서 군주는 신하와 백성의 의견을 경청하되, 때로 나라를 위해서 홀로 결단하고 강제해야 할 때도 있다고 하셨어요. 저는 아직 어려서 그러한 결단의 무게를 잘 모르지만요.”
“잘 모르기는. 우리 홍위는 이미 잘 알고 있는 걸. 혼인을 도와달라 호소하는 친우의 눈물에 마음을 쓰면서도 차분하게 전체 사정을 짚어 살피는 것이 세자다운 결단이지.”
윤서의 칭찬에 홍위가 쑥스러운 듯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 잠든 소아 곁에 다가가 통통한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생각을 정리한 후, 말하였다.
“이질개에게 세자 익위사로 들어올 의향이 있는지 물을 거예요. 세자 익위사가 되면 정식 관직을 받아 한양에 머물게 되고, 또 장차 승진 기회도 많으니 이질개 부친도 크게 서운해하지 않을 것이에요. 어쩌면 더욱 기뻐할 수도 있지요, 어머니. 장차 조선 국왕을 지근거리에서 호위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그 여인의 부모도 여유를 가지고 여진 부족장의 아들과 자신의 딸을 혼인시킬 것인지 숙고할 수 있지요. 세자인 저는 성실하게 학문을 닦고 무예에도 조예가 깊고 또 제게 충성의 마음이 지극한 이에게 제 호위 관직을 하사한 것이니 경우에 어긋나지 않고요.”
홍위는 모든 면에서 무리가 없는 해결책을 차분하게 읊었다.
홍위가 길게 말을 이어가자 유난히 자신을 어여뻐하는 오라버니 목소리를 들은 소아가 눈을 뜨고, 홍위를 보자마자 팔을 쭉 뻗으며 “아아!” 소리 질렀다.
“소아가 그것 참 좋은 안이라고 소리치는데.”
윤서가 말하자 홍위가 싱글거리며 소아를 안아들었다.
“우리 소아, 오라버니가 쓸모 있는 말을 해서 기분이 쬬아요? 그래서 이렇게 방긋방긋 웃져요? 우리 이쁜이, 오라버니 입 모양 잘 보고 따라해 봐. 오! 라! 버! 니! 오, 라, 버, 니!”
그러자 홍위의 품에서 버둥거리던 소아는 정말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홍위의 입 모양을 주시하며 열심히, 작은 입술을 달싹거렸다.
“오! 라! 버! 니!”
“오야아!”
“아이구, 잘했쪄요, 우리 소아 오라버니 잘했져요. 우리 소아, 할바마마 닮아서, 아주 똑똑해요오.”
“······.”
명철한 홍위도 여동생 앞에서는 저리 혀짤배기 소리를 내는 다정한 오라버니가 되니. 이 다음에 딸을 낳으면 또 얼마나 예뻐할까.
“아!”
흐뭇한 마음으로 홍위와 소아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던 윤서가 화라락 정신을 차렸다.
“도원군!”
“예? 어머니, 도원군이, 왜요?”
“대비마마께서 부부인과 함께 도원군 혼사를 논의하라 명하셔서 교태전에 들어야 하는데, 우리 홍위랑 이야기하다 까맣게 잊고 있었어. 조 상궁!”
윤서는 조 상궁을 불러 어서 교태전에 들 차비를 하라 일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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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두창을 이용해 전국에 종두법을 실시하고 한양과 여러 도시에서 우물 등 마시는 물의 수원에 사람과 짐승의 배설 오폐수가 섞여들지 않게 관리하고,
민물고기 등 음식을 익혀 먹고 손발을 깨끗이 씻게 하는 등의 위생 관념이 학당의 가르침을 통해 퍼지면서 조선의 영유아 사망률이 획기적으로 줄고 있다.
덕분에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 왕실에서도 혼인의 나이를 여염에서 하듯 왕자는 열다섯 살 이후로, 공주는 열네 살 이후로 정하자는 논의가 활발하였다.
그런 이유로 양 소용의 딸 경숙 옹주 선아는 새해 열두 살이 되었는데 아직 혼인의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다.
그러나 열세 살인 도원군의 혼사를 소헌 대비가 적극 추진하고 나서셨다.
“도원군은 다른 왕가 아이들과 사정이 다르잖니. 봄에 우리 유가 돌아왔다가 가을이 되면 새아가도 데리고 영영 그 여송인지 하는 데로 떠날 터인데. 그 전에 우리 현동이 혼사를 결정지어야 하지 않겠어.”
손주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임영 대군의 장자 오산군 이주의 혼사보다 먼저 도원군의 혼사를 서두르는 이유로 수양 대군의 해외 이주를 들었다.
도원군의 혼사에는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았다.
나이 차이가 다섯 살밖에 나지 않는 새어머니 윤씨가 수양 대군이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 자신과 여동생에게 가한 몇 가지 잔혹한 일을 여전히 마음에 담고 있는 도원군이 두 달 전에 은밀히 뵙고자 청한 적이 있었다.
윤서는 자신이 도원군의 친모 윤씨를 제거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 때문에 도원군을 은밀하게 챙겼다.
그것은 아이의 엄마로서 어린아이에게 친모를 빼앗은 것에 대한 죄책감이자, 또한 엄마를 잃은 아이에 대한 연민이기도 하였고, 수양 대군의 새 부인 윤씨가 제 배로 낳은 아이를 기회로 삼아 함부로 세를 늘려가는 것을 견제하려는 계산이기도 하였다.
아버지 수양 대군이 부재한 중에 자신에게 가해진 계모의 핍박에서 자신을 지켜준 윤서의 노력을, 도원군은 내심 고마워하고 있었다.
물론 마음 깊은 곳에 원망도 있을 것이지만, 왕위를 둘러싸고 벌어진 권력 투쟁에서 모친이 여러 일을 무리하게 벌이다가 죽게 된 것을 인정하고 있는 듯하였다.
협경당 알현실에서 이제 제법 준수한 청년 티를 가지기 시작한 도원군이 진지하게 말하였다.
“중전마마, 저는 계속 한양에 머물고 싶습니다.”
수양 대군과 새어머니 윤씨와 함께 여송으로 떠나고 싶지 않다는 말이었다.
뜻밖의 말에 놀라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물었을 때.
도원군은 침울한 얼굴로 입술을 꽉 앙다물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입술을 떼었다.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