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306
306화. 수양 대군과 항생제 (3)
“총독을 친왕처럼 봉분 왕으로 하는 것이 현지 안정화를 빠르게 이루는 길일 것 같다고 고해달라 하였다고요?”
“···예, 뭐. 정확하게 그런 말은 아니었지만 뜻은 대충 비슷합니다, 중전마마. 통촉하여 살펴 주옵소서.”
임영 대군이 뭉개진 답을 내놓았다.
아마 대비마마께서 따로 부르셔서 추궁하지 않으셨다면 혼자만 알고 있었을 대화를 일이 이렇게 흘러가니 어쩔 수 없이 고한다는 말투였다.
하지만 윤서는 짐짓 곤혹스러운 듯한 말투 속에서 임영 대군 또한 수양 대군이 봉분 왕으로 임명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마음을 읽어내었다.
원래 역사와 달리 이향은 역대 그 어떤 왕보다 강력한 왕권을 행사하고 있고, 임영 대군은 지금 화포의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중임을 맡고 있고, 둘째 아들 계동이는 세자 홍위와 어릴 적부터 단짝으로 자라난 막역지우다.
그에 반해 수양 대군은 도원군과 사이가 상당히 틀어져 있고, 설사 봉분 왕으로 봉해진다 한들 권력에 탐욕스러운 윤씨가 은동이를 내세워 도원군과 승계 다툼을 벌일 것은 거의 확실하다.
제반 상황이 아직 안정되지 않은 개척 초기에 승계 다툼 같은 어지러운 정치 상황이 벌어지면 본국의 전하께서 적극 관여해 조속히 정리해야 하는 일이 되고야 만다.
이렇게 어지러운 미래가 뻔히 예상되는 수양 형님께 형제의 정에 연연해 힘을 보태려 하다가 형님 전하의 노여움을 사는 날에는 제 무덤을 파는 일이 되니, 임영 대군은 그저 관망이나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나아가 혹여 자신에게 혹은 계동이에게 장차의 기회가 올 것도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임영 대군은 수양 대군의 마음을 이해한다고도 말하였다.
“···수양 형님으로선 누군가 나서서 그 정도는 고해주었으면 하고 내심 기대할 만은 합니다, 중전마마. 어쨌거나 처음 나가서 기반을 닦고 계신 것은 맞으니까요.”
물론 이내 “물론 그 모든 것은 다 전하의 성총이 있어 가능한 일이니 형님께선 어느 경우든 형님 전하께서 명하시는 대로 행해야 함은 신하된 도리가 마땅하옵니다.” 하고 서둘러 덧붙이기는 했다.
이 정도의 의리가 임영 대군이 수양 대군에게 보이는 형제애였다.
권력은 이렇게나 냉정했다.
“지금은 수양 대군께서 회복하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명례궁에 자주 들르셔서 수양 자가의 마음을 살펴 주세요.”
윤서는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대화를 곡해하거나 더 부풀려 이향에게 전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중전마마······.”
임영 대군은 놀란 듯 붕어처럼 입을 몇 번 뻐끔거렸다.
형님 전하는 말할 것도 없고, 상왕 전하마저도 과할 정도로 깊게 중전을 신뢰하신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더욱 놀란 점은 자식들의 안위를 목숨보다 더 중히 여기시는 어마마마께서 아들들 목숨이 자칫 위태로울 수도 있는 대화를 캐묻는 자리에 중전을 동석시킨 점이었다.
사냥을 함께 한 무리가 있었기에 밝히고자 하면 언제든 밝혀질 대화의 내용이었다.
그래서 임영 대군은 오간 대화의 내용을 적당히 고해 장차 있을지 모를 화근을 막은 뒤 물러날 계획이었다.
그런데 들은 말을 부풀려 문제 삼기는커녕 오히려 수양 형님의 안위까지 챙긴다고!?
계동이가 늘 협경당에 가 살다시피 하고 돌아와서는 세자와 그 형제들 하나하나를 중전마마가 얼마나 재미있고 다정하게 챙기는지 부럽다는 듯 떠들더니.
그래서였다.
“중전마마, 이 일은 제가 형님 전하께 고하는 것이 좋겠지요?”
임영 대군은 끝까지 함구하려던 일을 털어놓았다.
“무엇을, 말씀입니까?”
“···수양 형님께서 제게 좀 이상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한명회와 관계된 일입니까?”
“!”
임영 대군은 저도 모르게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자가 무엇이라고 했다던가요?”
이미 다 짐작하고 있다는 듯 투명한 어조였다.
임영 대군은 사실대로 고하는 수밖에 없었다.
“···날로 발전하고 있는 조선의 무기를 해외에 팔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였답니다. 그래서인지 수양 형님은 제가 책임지고 개발 중인 후장식 화포 제조법을 가르쳐 줄 수 있는지 묻고 싶으신 눈치였습니다.”
방산 산업이 큰돈이 되는 것은 현대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전쟁을 벌일 때마다 미국의 방산 업체가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 북한과 대치 중인 우리나라가 미국 무기 수입국 중 최상위권에 속한다는 것도 상식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현대든 지금 십오 세기든 첨단 무기의 수출은 국가의 안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국왕과 조정의 대신이 신중하게 논의한 후에라야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안인데 한낱 칠 품 하급 관료 따위가!
“적으셔야겠습니다.”
윤서는 지필묵과 종이를 꺼내 맞은편에 앉아 있는 임영 대군 앞으로 쓱 밀었다.
“예? 무엇을, 적으란 말씀입니까?”
“한명회가 그리 말했다고 수양 대군께서 말씀하신 사안을 적으시고 수결하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종이를 가지고 전하를 뵙고 상세히 고하세요.”
“주, 중전마마!?”
종이로 적으면 절대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남게 된다.
한명회란 자가 그런 불온한 생각을 품고 있더라 정도로 경계의 말씀을 올리려고 했던 임영 대군이 어깨를 움츠렸다.
“전하께서 당장 어찌하시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아까 자가께서 말씀하신 대로 수양 대군께옵선 초창기부터 한명회를 부려 해외 개척지를 확장하고 계시니까요.”
한명회의 목숨줄을 쥐고만 있겠다는 뜻이었다.
부려 먹을 대로 부려 먹은 후 필요할 때에 손을 보겠다는 뜻이기도 하였다.
‘이래서들 중전이 치밀하다고 하는구나.’
어마마마께서 마음 아프실 일은 절대 벌리지 않되 필요한 정보는 틀어쥐고 때를 기다리는 것.
그것이 중전이 형님 전하를 보필하는 방식이었다.
임영 대군은 식은땀을 흘리며 수양 대군과 오간 대화를 상세히 적었다.
그리고 그 종이를 가지고 편전에 가 형님 전하께 독대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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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다. 임영 너는 명례궁에 종종 들러 수양을 살피거라. 병균이 들어가 생긴 염증이라지만 마음이 평온해야 쉽게 낫는다고 하더구나.”
임영 대군이 낙관까지 찍어 올린 자필 진술서를 스윽 훑어본 후 전하는 그저 평온한 어조로 명을 내리셨다.
“···그, 그럼 이 일은······.”
“따로 명이 있을 때까지 함구하거라. 그리고 이 일을 어마마마께 고하지 않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당연하지요, 형님 전하. 어마마마께서 아시면 얼마나 마음을 졸이시겠습니까? 그럼 전 오늘 올린 글은 잊고 지내겠습니다, 형님 전하!”
형님 전하께서 문제 삼지 않으실 거라고 중전께서 확약하셨지만 어심을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
자신의 손끝에서 나온 진술서가 조부 때처럼 살벌한 피바람의 진원지가 될까 봐 내내 가슴을 졸이고 있던 임영 대군이 비로소 안도하며 크게 웃었다.
“거기 앞에 놓인 차도 좀 마시고. 아직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어찌 그리 땀을 뻘뻘 흘리는 게야.”
따스한 성품의 형님은 긴장이 풀린 동생을 위해 냉차까지 내오게 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금성이 돌아온단다. 통주에서 배를 타고 마포로 바로 들어올 것이라지. 그간 북경성에서 달단과 명 사이의 치열한 전투를 지켜보며 공성전과 수성전에 대해 쌓은 실전 경험을 틈틈이 글로 정리했다고 하니, 임영 너는 고금의 서적을 참고해 금성과 함께 병서를 찬술하거라. 그리고 북방 산악 지대에서 쓰기 좋은 소형 무기와 배에 싣고 적선을 향해 방포하기 좋은 대형 화포 개발에도 둘이 함께 힘을 써주고.”
“예! 아핫, 드디어 금성이 돌아오는군요. 곧 다시 평원도 대만으로 떠나고 또 한남군도 대내전의 땅으로 돌아가고, 또 가을이면 수양 형님도 떠나시는지라 마음이 쓸쓸하던 차에 참으로 잘 되었습니다.”
“그래.”
“형님 전하께서 이리 세심하게 마음을 써 주시니 수양 형님도 무탈하게 쾌차하실 것입니다. 너무 심려하지 마시옵소서.”
안도한 마음에 자꾸 말이 길어지는 임영 대군이 물러간 후.
이향은 옆으로 치워두었던 진술서를 다시 훑었다.
‘한명회라······.’
과감하나 치밀하지는 못한 수양 대군이 해외에 건실한 무역소를 세우게 된 데엔 분명 한명회의 공이 컸다.
다른 경로로 확인한 바로는 여송 일대 여러 섬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향신료를 가장 수요가 많은 명나라에 넘기는 중계 무역에도 손을 대 큰돈을 벌고 있다고 하였다.
‘이러니 기습적으로 정변을 일으킨 게지.’
이향의 눈매가 일순 가늘게 좁아 들었다.
그러나, 아직은 솥에 물을 끓일 때가 아니었다.
사냥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으니, 사냥개가 물어와야 할 사냥감이 차고 넘쳤다.
아직은, 아직은 그자의 수완이 수양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된다.
빠르게 결론을 내린 이향은 드디어 환인 일대와 두만강 이북 공험진까지 우리 조선의 관할로 인정한다는 명나라 황제의 공식 조서를 가지고 귀국하고 있는 금성 대군으로 관심을 돌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압록강과 두만강 너머 지역의 개발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여봐라, 좌의정 하연과 우의정 남지, 이조판서 허후와 병조판서 김종서를 들라 하라.”
영의정 황희는 노환으로 요 며칠 의정부에 등청하지 못하고 있다.
‘새 영토의 각 요지에 군사를 이끌고 가 진을 세우고 주변의 여진 부락민을 조선인으로 동화시키며 동시에 조선의 정착촌을 건설할 역량이 있는 자들이 필요하다.’
이향은 군사적인 임기응변이 뛰어나면서 동시에 조선 백성과 여진인을 함께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행정 역량도 아울러 갖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조정의 주요 중신을 불러들였다.
한명회의 일은 이향이 처리해야 할 정무의 사소한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아직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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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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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정제된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아서 완전히 낫지는 않고 있지만, 임상을 통해 항생, 항염증 성분이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약재를 달인 탕약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수양 대군의 등창은 더 악화되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병의 구완은 전적으로 윤씨가 맡았고, 도원군과 새색시 연화도 아침저녁으로 들어 곁을 지켰다.
그리고 소헌 대비께서도 하루 세 번씩 내관을 보내 수양 대군의 상태를 물었고 중궁전에서도 하루 한 번씩 내관이 와 안부를 확인하였다.
궐의 어른들이 이렇게 지극하게 관심을 보이고, 대군과 여러 왕족이 사람을 보내 문안을 하고 등창에 좋다는 온갖 약재를 보내오자, 온 한양 세도가의 관심사가 명례궁에 쏠린 것에 흥분한 윤씨는 정말로 밤잠을 자지 않고 수양 대군의 간병에 애썼다.
“이러다가 몸 상하시겠습니다. 약제만 완성되면 곧 쾌유하실 것이라 하니, 저희에게 여긴 맡기시고 내당에 들어가 쉬시지요.”
자신에겐 끔찍한 계모이지만 아버님껜 정성을 다하는 계부인이란 사실을 인정하게 된 도원군이 휴식을 권했다.
그러자 윤씨는 입술을 파르르 떨더니 도원군의 손을 덥석 잡았다.
“다 내 죄야. 내가 부덕하여 우리 자가께서 이리 되신 것이야. 약효만 있다면 내 허벅지 살이라도 베어 우리 자가께 드리고 싶은데, 그런 것은 도움이 아니 된다니 답답하기만 하구나.”
그리고는 수양 대군 옆에 엎어져 흑흑 흐느껴 울었다.
열과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누가 소식을 보내오는지, 누가 자신에게 줄을 대려 하는지, 내의원에 딸린 약 공장에서 자신을 치료할 약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 예리하게 귀를 기울이고 있는 수양 대군도 감동할 만큼의 대단한 헌신이었다.
처음에는 엄지 손톱만하게 시작된 등의 종기가 이렇게 급속도로 악화되게 된 것은 소헌 대비나 임영 대군의 짐작과 달리 다른 데에 원인이 있었다.
천축국에서 초석을 무역해 오는 배가 들어오면서 한명회의 서신도 함께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이곳의 기반은 날이 갈수록 탄탄해지고 있습니다, 자가.우리 조선으로 가는 무역 물량뿐 아니라 명나라와 일본으로 가는 무역의 물량이 날이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온데 소인 놀라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도원군의 혼사가 예상과 달리 한미한 가문의 여식과 맺어진 것은 물론 이곳 여송 무역관과 조선인 거주지를 관할하게 된 자가께옵서 ‘총독’으로 임명되실 것이라고요.
게다가 여기에서 우리 조선인의 보호를 맡게 될 군사들은 유응부 첨사가 지휘하게 되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총독은 과연 무엇입니까.]
따져 물은 서신의 말미는 이런 물음으로 끝을 맺고 있었다.
[근자 조선의 눈부신 발전상이 이곳에까지 널리 알려지고 있습니다.공교롭게도 소인이 조선을 떠나 있는 사이 이루어지는 발전입니다.
소인 발전된 조선의 모습이 몹시 궁금하고 그리워 해가 뜰 때면 동북쪽을 바라보며 수구초심의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자가께서 이곳에 부임하시고 난 후 소인은 그리운 고국에 돌아가도 될는지요.]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