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308
308화. 아버지와 아들 (1)
“틀어졌군요, 수양 대군과 한명회가.”
“그런 것 같습니다. 한명회가 수완이 좋았다지만 그게 다 수양 대군의 비호가 있어서가 아니었겠습니까?”
노산대의 얼굴이 훤하게 빛이 났다.
그간 열심히 노력하고도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해 열통이 터졌는데 이제 가장 큰 장애물이 사라졌다는 안도감과 자신감이 물씬 배어났다.
“그래요. 노 차인이 향신료 산지를 잘 알아두세요. 필요하면 현지 권력과 협력하여 재배지를 확보하는 것도 좋습니다. ”
“예, 중전마마. 제가 한명회에게 수하로 붙인 우리 새끼 행수가 한명회와 소통이 있었던 현지 상인 무리를 이미 다 훤히 꿰고 있습니다요. 또 그 아이가 원체 영민하여 천축어, 섬라어, 또 회회국 상인들 말까지 능숙하게 익혔다고 하옵지요. 이번에 우리 상단에서 노비로 있던 자들 중 똘똘한 자들 오십 인을 보내니, 모두 함께 힘을 합쳐 크게 활약할 것입니다요.”
윤서는 이번에 박 상궁 마마님과 함께 상단에서 부렸던 노비 이백 명을 모두 양인으로 속량했다.
속량된 이들 모두는 다 상단의 고용인으로 남길 희망했다.
노산대는 그중 상재가 빼어나거나 요리를 잘하고 살림을 잘 꾸릴 이들로 오십 인을 골라 여송에 보내기로 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좋습니다. 가서 주거지부터 사무실까지 불편함이 없도록 잘 챙겨서 보내세요. 그리고 다들 의욕을 내는 것은 중요하지만 한명회처럼 혼자 독식하려는 탐욕을 부려서는 아니 된다고 단단히 이르세요. 해외에서는 조선인끼리 서로 힘을 합쳐 도와야 합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제가 한명회 그놈에게 답답했던 것도 그 점입니다. 씨발놈이 저기 칠패 난전의 건달 새끼도 아니고 제 무리하고만 배때기를 불리겠다고 그 먼 나라에서까지 온갖 협잡 지랄질을,”
“어허! 어느 안전이라고!”
노산대의 걸쭉한 욕설이 이어지자 박 상궁이 눈을 매섭게 치켜떴다.
“아이고, 아이고! 송구하옵니다. 소인이 그간 쌓인 게 많아서, 송구하옵니다, 중전마마, 마마님.”
앞으로 빈틈없이 잘하겠다는 다짐이었다.
“파견된 이들 모두 부지런히 배우고 익히라고 하세요. 지금이야 명나라에서 향신료 수요가 가장 많다지만 조선술이 더 발전하여 원거리 항해가 가능해지면 저 먼 서역, 유럽이란 곳까지 진출할 것입니다. 당장은 무리지만 아마 금동이 때엔 가능할 것이에요.”
“당연하지요, 중전마마. 우리 금동 아기씨라면 유럽이 문제겠습니까? 어디든 다 가서 금은보화를 산더미처럼 싣고 오겠지요. 머리가 황금빛이라는 서역의 공주도 데려오고요. 우리 금동 아기씨는 맨날 자기는 ‘신박두의 모험’에 나오는 공주랑 혼인할 거라고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까?”
박 상궁이 손뼉을 치며 또 금동이 찬양을 하셨다.
“신박두 모험의 공주는 금발 머리가 아닐 걸요. 거기는 회회국이란 말입니다!”
끙.
신음을 흘리며 윤서는 이마를 짚었다.
금동이는 누굴 닮아서 벌써부터 금은보화와 공주를 밝히는 것이냐. 하아.
이향에게 안평 대군과 금동이 사이에 오간 일을 이야기했더니, 이향이 금동이와 손을 잡고 후원을 산책하며 넌지시 일렀다고 하였다.
여인을 감상의 대상으로 보면 아니 되느니라.
사람의 사이에는 신의와 신실한 애정이 있어야 하느니라.
그러자 금동이는 “안아주세요!” 하고 이향 품에 안겨서는 귀에 대고 속삭였다고 한다.
“알겠어요. 소자도 아바마마께서 어머니께 하시는 것처럼 이담에 공주님께 신의를 다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온 이향은 “우리 금동이는 아마도 이국의 공주와 혼인을 하려는 모양이야.” 하고 껄껄 웃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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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 대군이 여송으로 기반을 옮길 준비는 착착 진행되었다.
이향은 여송에서 그 아래 호주 대륙으로 차차 탐색을 넓혀가는데 필요한 외교, 군사 인력을 선발하였다.
군사 인력의 선발은 유응부에게 일임하였다.
유응부는 군선 세 척을 이끌고 두 번이나 여송을 오가며 수양 대군과 여러 상단을 보호한 경험이 있는데, 그 과정에서 규율이 엄정하여 잡음이 없었다.
이번에 파견되면 최장 오 년간 머물러야 하는 수군 갑사 해외 파병군에는 훌륭한 가문의 건장한 젊은이들이 대거 지원하였다.
이는 조선의 유력 가문이 이제 해외 무역과 새로운 개척지를 부와 명예, 권력을 쌓아갈 기회로 중요시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었다.
무예와 항해술에 빼어나고 학식까지 갖춘 유응부 휘하에서 해상 경험을 쌓은 후 계속 개척지에 임관해 전문 무관의 길을 걸으며 가문의 해외 진출의 교두보가 되거나, 본인이 전역하여 해외 무역에 투신하며 직접 부를 쌓아가거나 하는 등의 꿈을 모색하는 명문가 젊은이들이 수군 갑사에 지원하는 것이다.
문신 외교 인력의 선발은 수양 대군과 신숙주와 이계전이 참여하였다.
“이제부터는 임기응변과 배짱이 두둑한 이가 좋겠습니다, 전하.”
수양 대군이 단호히 고하였다.
“여송에서부터 새로 개척해야 할 호주에 이르기까지 점점이 흩어진 섬들에는 제대로 국체를 갖춘 곳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나무 화살과 원시적 무기를 들고 맹렬하게 흉포하게 이방인을 경계하는 소수 부족이 다수라고 하지요. 풍랑을 만나 좌초할 경우 이들과 무리 없이 타협하고 필요하면 위협도 할 배짱 두둑한 이가 제게 필요합니다.”
“으흠.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래도 큰 섬에는 문명을 갖춘 무리가 있을 수 있으니 예법에도 밝은 이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신 직제학 신숙주 아뢰옵니다. 전하의 말씀이 지당하옵니다. 우아하고 영민한 외교적 수사를 구사하면서 또한 해외 동향을 파악하고 기록할 이들로 집현전의 인재들을 천거하고 싶습니다.”
“직제학이 직접 가시는 것은 어떠하오?”
수양 대군이 넌지시 신숙주를 떠보았다.
그러자 신숙주는 단호히 말하였다.
“신은 전하의 명으로 대명과 대일, 대여진 외교술 서적을 찬술해야 합니다.”
자신과 같이 외교 경험이 많은 인재가 갈 정도는 아니지 않느냐는 뜻이었다.
“그래요. 새로 확장한 북방 지역을 우리 영토로 확고히 굳히기 위해서는 경처럼 노련한 이는 전하와 중신들을 보필해 명나라와 교섭을 이어가는 데 쓰여야겠지요.”
다른 때 같으면 얼굴이 굳어지며 무시당했다는 노여운 기색을 그대로 드러내었을 수양 대군이 덤덤하게 수긍하고는 이계전을 바라보았다.
수양 대군 맞은편에 마주 앉아 있던 이계전은 수양 대군의 눈길을 받고 한숨을 쉬더니, 전하를 향해 엎드리며 천천히 고하였다.
“전하, 외교를 담당하는 경로가 상업을 논하는 경로와 겹치지 않도록 엄히 규율을 세워주소서.”
“참의 영감!”
수양 대군의 눈이 둥그렇게 커졌다.
그러나 이미 짐작한 바가 있는 이향은 계속 고하라 손짓하였다.
“상업이나 이재에 밝지 못한 신이 낯선 땅에 가 외교 업무를 보다 보니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현지의 관행은 어찌 되는지를 잘 몰라 소극적이었을 때가 많았습니다. 하오나 귀국하여 보니 우리 조선은 명나라에 군사적 도움을 줄 만큼 하루가 다르게 국방력이 커지고,”
“참의 영감! 그만 말씀하시오. 내가 고하리다!”
수양 대군이 이계전의 말을 막았다.
무엇을 고하고자 하는지 눈치채었기 때문이다.
이전이었다면 농이었다고, 지금 조선에는 국토를 개발하는 데 재정이 많이 필요하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한 번 꺼내본 것뿐이라고 발뺌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한명회를 집안의 청지기 정도로 부리기로 작정한 지금에는!
“이 참의가 고하고자 하는 바는 신이 고집하여 하급 벼슬아치로 임명되게 된 한명회의 불충한 언사이옵니다, 전하. 그자가 상업과 무역에 재주가 있어 여러 섬에서 나는 향신료를 명나라에 팔다 보니, 전하께서 만드신 신무기를 팔면 훨씬 더 큰 이문을 볼 것이라 하였습니다. 신은 그 말을 듣고 한물간 무기 정도라도 팔면 큰 돈이 되겠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한데 이 참의 말을 들으며 생각하니 저의 생각이 경솔하였음을 깨달았습니다.”
“······.”
“······.”
신숙주와 이계전은 저런 정신 빠진 생각을 하다니 놀라우면서도 상대가 수양 대군이기에 그저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였다.
“그래. 한명회란 자는 그럼 공식 외교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하거라. 내렸던 벼슬도 거둬들일 것이니. 외교를 담당할 이로는 성품이 단아하고 시문에 능한 이개와 더불어 성품이 단호하고 호방한 강희안을 함께 보내도록 하겠다.”
강희안은 심온의 외손주로 이향과 수양 대군과 외사촌 관계였다.
이향은 외척을 넣어 수양 대군에게 어머니 소헌 대비가 얼마나 아들을 애틋하게 그리는지 잊지 않도록, 그리하여 헛된 꿈을 꾸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배한 것이었다.
“그리고 필요할 사안에 따라 더 노련한 신하들을 종종 파견할 것이니, 수양은 이들과 함께 과감하고도 신중하게, 무리 없이 차근차근 아래로 내려가면 될 것이다.”
“예, 전하. 명심하겠습니다.”
*
*
*
무더웠던 여름의 끝자락.
처서가 지나면서 바람과 해류를 타고 남방으로 배를 부리기 좋은 계절이 다가왔다.
여송으로 이주해가고자 하는 인원수는 예상보다 많았다.
노비를 속량한 많은 가문에서 호구지책 없는 전직 노비들을 매정하게 내쳐 세간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기보단 푼돈을 쥐어주며 여송과 새 개척지에 가 기회를 모색해 보라 독려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내서 잘 되면 그 과실을 함께 누릴 수 있고, 잘 못 되더라도 너무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 도의적인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니 여러모로 좋은 선택안이었다.
한양과 그 인근이 이주를 준비하는 분위기로 설레면서도 어수선한 때에.
도원군이 윤서에게 뵙기를 청해왔다.
닷새나 이레에 한 번 신부 정연화와 또 희아와 정종과 함께 문안을 왔는데, 이번에는 혼자만 따로 뵙기를 청한 것이다.
홍위가 얼마 전,
“어머님께 문후 드리러 올 때 보니 도원군이 군부인 손을 다정하게 잡고 오더라고요. 형님이 부인과 사이가 좋아서 참 다행입니다. 이제 쓸쓸해 보이지도 않고, 어깨도 쭉 펴고 다니잖아요.”
속삭여준 것처럼 어머니 윤씨가 돌아가신 후 수려한 얼굴 한구석에 늘 그늘이 진 채로 기가 죽어 있던 도원군은 연화와 혼인한 후 하루가 다르게 건장한 청년으로 성장하였다.
그런데 이날 도원군은 내온 차를 다 마시고도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그래서 윤서는 짐작이 가는 바를 먼저 물었다.
“여송에 갈지 말지 고민이 되어 왔구나.”
“아, 어떻게 아셨습니까?”
“너는 다정하고 따스한 아들이니 아버님을 뵈면 마땅히 가서 모셔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겠지.”
“······!”
그러자 도원군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눈가가 발갛게 물드는데도 용케 눈물을 흘리지 않을 만큼 자제심이 있었다.
목울대가 여러 번 떨리도록 격하게 이는 감정을 겨우 추스른 도원군이 겨우 입술을 떼었다.
“가야······?”
“가지 마. 가지 말거라, 도원군. 스무 살이 넘을 때까지, 가지 말거라.”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