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312
312화. 조선 건설 왕국 (2)
“영양위가 뭐라고 했는데?”
윤서의 목소리에 가벼운 웃음이 섞여 있자 희아가 얼굴을 붉혔다.
조금씩 여인의 태를 갖춰가는 소녀의 수줍음이 귀여워서 윤서는 다시 웃고 말았다.
“정종이 광흥창 쪽에 물려받은 전답이 있잖아요. 그곳을 자꾸 팔라는 이가 있나 봐요.”
“으응? 그 일대에 주택지가 조성될 예정인데.”
한양 사대문 안 대가 댁에서 일하던 솔거 노비가 속량되면서 거처와 일자리를 잃게 된 양인이 대거 생겨났다.
이향과 조정은 이들에게 일자리와 거처를 제공할 목적으로 가을 추수가 끝난 후 사대문 밖 곳곳에 방 두세 개를 갖춘 주택 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정종의 전답은 마침 돈의문 밖 택지 지구로 예정된 곳과 인접해 있었다.
개발 계획을 입수한 누군가가 먼저 땅을 사들여 집을 지어 더 비싼 값에 되팔려는 계획인 듯했다.
“정말 여기도 땅투기가 생겨나는구나. 택지 지구가 조성되면 그 옆은 땅값이 오를 수밖에 없어.”
윤서는 앞으로 한양으로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모여들 것이고, 마차가 생겨 이동 속도가 빨라졌기에 주거지도 사대문 바깥까지 확장될 수 있을 것이란 이치를 현대 교통망의 발달과 주거지 확장의 사례를 곁들여 설명해주었다.
“박 상궁 마마님이 가진 월계 일대도 값이 세 배나 올랐다고 하시더라. 물론 거기에 나인 시절 사 두었던 내 땅도 조금 있어. 그곳엔 학당과 병원을 지을 예정이다만.”
“어쩐지. 시세보다 더 쳐준다고 팔까 하던데, 제가 어머니께 먼저 여쭤본다고 했어요. 정종은 너무 순진해서, 아이, 사람을 무턱대고 믿으려고 해서 큰일이에요.”
말로는 순진함을 탓하지만 입꼬리를 올리며 얼굴을 붉히는 것이 정종의 성품이 진실되단 사실을 은근히 자랑하는 모양새였다.
그 모습이 또 몹시 귀여워, 윤서는 자꾸 새어나는 웃음을 참기 위해 큼큼 목을 가다듬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택지 지구로 지정된 일대의 땅투기를 미리 막을 방안의 필요성을 이향에게 고할 것을 머릿속에 단단히 새겼다.
사랑에 빠진 이는 온종일 상대방 생각을 벗어날 수 없다.
희아도 마찬가지였다.
창밖으로 머리를 살짝 내밀어 밖을 살피는 척하며 앞쪽에 말을 타고 가고 있을 정종의 뒷모습을 찾았던 희아가 다시 자세를 단정히 하고 말을 이었다.
“어머니, 정종이 또, 자기도 이담에 해외에 나가보고 싶대요. 낯선 풍경과 사람과 문화를 경험하고 또 거기에 우리 조선의 기반을 세우는 것에 기여하고 싶대요..”
“오, 영양위도?”
바다 건너의 삶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기성세대와 달리 홍위 세대의 아이들은 보물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해외를 탐험하고 싶어 했다.
익숙한 곳을 딛고 선 안온한 삶보다 낯선 바다 너머 격렬한 투쟁과 모험의 삶에 매혹되는 것이 시대를 불문하고 젊음의 속성이리라.
“좋지. 영양위의 무사 항해를 위해서도 우리 희아가 할 일이 참 많네.”
“저도 가고 싶어요, 어머니. 저도 정종이랑 사철 덥다는 곳과 또 우리와 반대의 계절이 진행된다는 곳을 보고 싶어요.”
낯선 땅에 대한 호기심은 십 대의 공주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기대감으로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희아가 몸을 앞으로 숙이고 윤서에게만 들리게 덧붙였다.
“어머니가 세계 곳곳을 돌아보신 것처럼요.”
“유구국에도 갔었어. 그곳은 정말 물이 맑고 사철 따뜻해서 수영하기가 너무 좋았어. 정말 다시 가보고 싶다.”
부모님과 함께 여행했던 오키나와의 투명한 바다를 윤서도 희아에게만 들리게 속삭였다.
“함께, 가볼까요?”
“그래! 언젠가는! 그 전에 우리 제주도부터 가자. 제주 남쪽도 수영하기 아주 좋아. 파도도 없고 물은 투명하고. 풍광은 어여쁘고. 그리고 섬에 묶인 가여운 사람들이 있지.”
이향은 수시로 지방 순행을 나간다.
순시 목적에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는 관원과 최소의 호위 인원을 거느리고 떠나는 국왕의 순행은 중앙에서 계획하여 내려보낸 발전안이 지방에서 잘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또 하나 중요한 목적은 도로의 건설이었다.
왕이 순시를 나갈 것이란 통보가 가면 지방관은 왕을 맞이하기 위해 도로를 닦고 다리를 놓는다.
이는 노비에서 속량 되면서 생계 수단을 잃게 된 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면에서도 중요하였다.
왕비로서 윤서의 순행도 비슷한 목적으로 계획되고 있다.
다음 달 대비마마를 모시고 온양 행궁의 온천에 간 후, 윤서는 따로 홍성 일대를 돌아보기로 되어 있다.
이는 그리운 고향의 방문이라는 취지도 있지만 충청도 일대의 황무지 개간이 시작되고 있는지, 도로 정비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서해안 일대 내수사의 염전 개발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제주의 방문도 비슷한 명분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제주는 허가 없이는 도민들이 육지로 나올 수 없고 양녕 대군 같은 중죄인이 유배를 가는 격리된 섬이다.
하지만 왕실에서 그곳에 행궁을 지어 때때로 방문하고, 관원을 파견하여 귤 농사를 비롯한 농업과 어업, 한라산 일대 임업의 발전을 지휘하게 하면 먹고살기가 지극히 어려워 때로 왜구 옷을 입고 남도 지역으로 노략질에 나설 정도로 곤궁한 도민의 삶도 훨씬 나아질 것이다.
윤서는 희아에게 왕족의 외유는 공무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음을 설명하였다.
“그래도 잠깐씩 짬을 내어서 풍광도 즐기고 수영도 해야지. 해변을 달리다가 그대로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서 물에 둥둥 뜬 채 하늘을 보는 것이 얼마나 기분이 좋은데.”
“좋아요, 어머니. 그럼 해외로 나가는 배보다 날렵하면서 더 빠르게 바람을 탈 수 있는 배를 지어야겠군요.”
“공기 역학을 이해하는 비범한 딸을 가진 보람이 충만하네, 정말!”
“···어어? 어머니랑 누님이랑 왜 소곤소곤 웃으세요? 소자도 끼워주세요오.”
모녀의 수다에 깨어난 새벽이가 눈을 비비며 윤서와 희아를 번갈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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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 나루에 일대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구경을 나온 백성들은 물론 수양 대군과 윤씨, 이개와 강희안, 유응부와 휘하 수군 갑사 이백 인의 일가친척도 모두 전송을 위해 나왔기 때문이다.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조선 무역소 경영과 호주 개척을 목표로 파견되는 조정 인사 외에도 여러 연구 인력도 파견된다.
일차 파견되는 연구 인력은 현지 약초를 이용해 학질(말라리아) 등의 풍토병 치료제를 개발할 의원 이십 인이었다. 이들은 현지에서 태어날 아이들에게 두창 예방 침을 놓을 임무도 가지고 있다.
이들을 전송나온 이들까지, 많은 이들이 언덕 위까지 빼곡하게 채우고 있어도 나루 앞 너른 공터 주변은 엄정하게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
도성 수비군이 주변을 호위하는 가운데 높은 차일이 내걸린 귀빈 중앙석에는 상왕 전하와 금상 전하 이향, 조정의 대신들이 자리를 잡고,
좌우로 왕실 종친과 세도가의 초빙 인사, 그리고 내외명부 여인들이 자리 잡았다.
공터에서 배에 오르는 길까지 붉은색 주단이 깔려 있고, 양옆으로는 행사 진행시 음악을 연주한 취악대와, 예포를 쏠 화포군이 서 있다.
이번 출항식은 아주 화려하고 성대하게 계획되었다.
조선이 해외로 진출한다는 공식 선언식이기 때문이다.
먼 미래까지 우리 조선이 해양 개척을 선도할 것이란 원대한 포부와 의지를 천명하기 위해 세종과 이향은 윤서가 고한 근현대 여러 국가의 의례까지 참고하여 조선만의 새로운 해외 파견 의례를 만들어 냈다.
먼저 떠나는 관원은 행사 진행을 맡은 삼군 도진무의 호령에 따라 두 분 전하께 작별의 예를 올린다.
국왕은 이들에게 축사와 격려사를 내리고.
이후 세 번의 축포 소리와 함께 배의 갑판 맨 앞에 높게 세워진 깃대에 우리 조선을 상징하는 국기가 게양된다.
조선의 국기는 주역에 정통한 세종께서는 현대의 태극기에 건 곤 감 리 네 개의 괘 대신 팔괘를 모두 두른 국기를 만드셨다.
국기 게양 후 파견 인원이 붉은 주단 위를 걸어 배에 오르는 동안 세종께서 만드셨던 여민락((與民樂)을 장중하고 씩씩하게 행진에 맞게 다시 편곡한 여민동락(與民同樂)이 연주된다.
배에 오른 이들은 다시 임금과 귀빈을 향해 읍을 하여 예를 갖추고, 뿌우웅 항해의 시작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와 함께 출항하게 되는 것이다.
행사를 준비한 이들과 윤서는 의례 순서를 알고 있었지만 다수는 처음 접할 출항 의례에 대한 기대를 품고 서로 소곤거리며 먼 길을 떠날 이들과 눈으로 작별의 정을 나눴다.
상왕 전하부터 차례로 모두 정해진 자리에 앉았다.
윤서도 차일 동쪽에 마련된 내외명부 여인석에서 무품의 공주들과 함께 맨 앞 줄 중앙에 앉았다.
건너편 서쪽 왕족 종친석 맨 앞줄에 앉은 금동이와 새벽이가 윤서와 희아에게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희아 옆에 앉아 있던 금아도 일어서서 두 손을 마주 흔들었다.
“금아야. 어서 앉아.”
선아 옹주가 슬쩍 금아 옹주의 치맛자락을 잡아당기자, 금아는 언니에게 “으잉!” 코를 찡그려 보이며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사각과 삼각돛이 달린 배를 가리키며 윤서에게 물었다.
“중전마마, 우리도 저 배, 타 볼 수 있어요?”
“응. 나중에 배 타고 제주에 가자.”
“제주! 귤, 먹으러요?”
“응. 귤도 먹고, 바다에 발도 담그고. 그러니까 지금은 가만히 앉아 있어.”
“예! 아이, 바다에 발을 담근대. 그럼 발이 파랗게, 물색으로 물들 거예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는 듯 금아는 국화꽃이 정교하게 수 놓인 분홍 치맛자락을 꽃신으로 펄럭이며 발을 굴렀다.
희아는 그런 금아가 귀엽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고,
“금아 말 표현이 점점 더 다채로워지네요.”
윤서의 오른쪽에 앉은 정의 공주가 슬쩍 칭찬하다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 장대한 광경을 놓치실 정도로 소헌 대비께서 마음앓이를 깊게 하고 계신 까닭이다.
“도원군이 많이 위로가 되어 드릴 거예요. 또 내달에 손주들이 온양 행궁에 모시고 가면 더 큰 위로를 받으시겠지요.”
윤서는 정의 공주의 손을 슬쩍 토닥이며 위로하였다.
그때였다.
“국궁 사배!”
도진무의 호령이 공기를 흔들었다.
그러자 여송으로 떠날 자들이 모두 두 손을 모으고 상왕 전하와 주상 전하를 향해 네 번의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윤서는 관원 무리의 맨 앞에서 절을 올리는 수양 대군과, 여인 무리의 맨 앞에서 절을 올리는 윤씨를 차례로 눈에 담았다.
붉은색 철릭에 흑전모를 쓴 수양 대군은 결연한 표정이었다.
‘부디 저 결기대로, 비교적 나쁘지 않았다던 세조의 초기 치세대로 조선 개척의 초석을 단단히 놓길!’
그래야 당신을 등창에서 구해낸 보람이 있지 않겠는가.
그리 기원하며 이번엔 윤씨를 바라보았다.
초당 무늬가 정교하게 수 놓인 연두빛 장삼을 곱게 차려입은 윤씨는 입꼬리를 쑥 올리고 눈을 빛내고 있었다.
새로운 세계에서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게 되었음을 기뻐하듯 환히 얼굴을 빛내는 윤씨를 바라보다 윤서는 살짝 고개를 돌려 금동이 옆에 앉아 있는 도원군을 살폈다.
도원군은 꽉 쥔 주먹을 무릎 위에 올린 채 눈도 깜빡이지 않고 아버지 수양 대군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함께 떠나지 못하는 송구함과 총독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시길 바라는 간절한 기원이 눈빛에 간절하게 들어 있었다.
“천지신명과 열성조의 보살핌이 너희와 함께 할 것이다!”
이향의 음성이 우렁우렁 울려 퍼지고.
이를 확인하듯 갑자기 환하게 쏟아지는 햇살 아래 예포가 쿠궁 쿠쿵 공기를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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