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316
316화. 금성 대군과 한남군과 은광 (1)
한남군이 대내전과 일본국 내의 사정을 상세히 전하는 천추전의 자리에는 세종과 이향과 더불어 북경에서 일 년 넘게 머물며 대국의 전쟁의 경험한 금성 대군, 세종과 함께 집현전을 이끌고 있는 광평 대군, 차기 국왕이 될 홍위, 그리고 윤서도 배석해 있었다.
열병에서 회복한 후 세종께선 중요한 자리마다 윤서가 반드시 배석하게 하셨다.
수양 대군을 경계하면서 쌓여온 오랜 긴장이 일시에 풀리면서 생긴 열병이기에 피로가 풀리면 의식을 회복할 것이라고 믿고 차분하게 기다렸던 이향과 달리,
세종께서는 윤서가 영영 깨어나지 못할까 봐 무척 초조해하시며 왕실 비밀 서고에서 윤서가 적어 올렸던 종이 뭉치를 모두 샅샅이 다시 살피셨다고 했다.
윤서가 깨어나 몸을 좀 움직일만하게 되자, 세종께서는 지리산 자락에서 캐서 진상했다는 귀하디귀한 오백 년 천종 산삼 세 뿌리를 내관에게 들려 몸소 문안을 오셔 말씀하셨다.
“윤서 네가 건강해야 한다. 네가 적어 올린 것을 보니 생각나는 대로 두서없이 마구 적은 지식이라 장차의 일을 대비하기에 턱없이 부족해. 서로 아득히 떨어져 각자 발전하던 동서의 세계가 정면으로 부딪치기 시작할 대항해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느냐? 우리 조선은 이제 겨우 바다를 넘기 시작했는데!”
그러니까 중전인 윤서가 죽을까도 두려웠지만 그보다 윤서의 지식이 이대로 묻히는 것이 훨씬 더 두려우셨다는 뜻이었다!
“이제부턴 중요한 일에 모두 참석하거라. 듣다 보면 기억 밑에 묻혀 있는 지식이 떠오를 것이니 최대한 정리하여 후손에게 넘겨야 한다.”
“아바마마, 중전은 이제 겨우 바깥 출입을 할 정도입니다. 쌓인 피로가 풀리려면 한참은 더 정양해야 합니다.”
이제 절대 윤서가 무리하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이향이 부드럽게 상왕 전하를 만류했지만, 정작 윤서는 세종의 명을 흔쾌히 받들었다.
사고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부모님 모두 아주 건강하셨고 자신도 운동 중독자로 감기조차 거의 앓지 않던 건강체였던지라, 이 세계에서 오랫동안 고열에 시달린 일은 윤서에게도 충격이었다.
게다가 꿈을 꾸듯 엿보았던 몇몇 환영은 수양 대군을 해외로 내보낸 것이 안심해도 될 최종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그래서 윤서 자신도 홍위와 금동이를 위해 기억나는 모든 지식은 물론 무의식 깊게 잠들어 있는 지식까지 모두 싹 다 찾아내어 전수하겠다는 의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이런 연유로 윤서는 앞으로 조선과 일본과의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대내전의 일을 다루는 자리에 참석하게 된 것이었다.
“이와미 지역이 지금 대내전 다다량교홍 영주의 세력권에 안정되게 들어와 있느냐? ”
세종께서 한남군에게 물으셨다.
“예. 전대 영주 다다량지세 때 막부의 명으로 소이씨의 영토를 토벌하였고 지금 영주도 한창 세를 확장하며 동시에 우리 조선에서 들어오는 면포와 도자기의 일본 내 판매로 무역 이익을 크게 보고 있어 주변 영주와 중앙 막부의 견제가 심합니다.”
한남군이 붓을 들어 일본의 지도를 그리고 대내전을 비롯한 각 지방 영주의 세력의 판도를 설명하였다.
“!”
설명을 듣던 윤서는 한문학과 교수이신 아빠께서 유성룡의 징비록과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원문의 한자를 짚어가며 해석해주셨던 기억과 함께 대내전의 영지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군이 부산으로 침략해올 전초 기지 역할을 했던 위치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러자 침략군을 이끈 악명 높은 두 왜장이 고니시 유키나가와 가토 기요마사였고, ‘오우치’로 발음되는 대내전의 장수는 들어보지 못했다는 사실도 떠올렸다.
“백 년 후에 대내전은 멸망했던 것이로군요.”
윤서가 불쑥 말했다.
세종과 이향이 눈을 크게 뜨며 윤서를 바라보았다.
한남군은 ‘대체 중전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인가?’ 놀라는 표정으로 윤서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윤서가 미래인이라는 것을 아는 홍위와 광평 대군, 그리고 정확하게 듣지는 못했지만 대충 짐작하고 있는 금성 대군은 한마디의 말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
윤서로 말할 것 같으면, 이제 자신의 영혼이 미래에서 온 것이 세간에 알려지든 말든 개의치 않게 되었다.
자신의 수명을 덜어낼 각오로 ‘어머니! 돌아오소서!’ 비통하게 부르던 홍위의 음성을 들은 후,
‘어머니, 형님! 저는 괜찮으니 성문을 열지 마세요! 절대, 열지 마세요!’ 결연하게 외치던 금동이의 얼굴을 본 후,
윤서에겐 두려운 일이 없어졌다.
자식이 위태로운 일보다 세상에 더 두려운 일은 없다!
그래서 윤서는 거리낌 없이 짐작한 바를 고하였다.
“지금으로부터 백 년 남짓 이내에 오우치 영주는 주변의 영주에게 패해 영지를 잃었던 것이에요.”
“백사십 년 후 있었다던 침략 장수의 명단에 오우치가 없었다는 뜻이냐?”
“예, 전하.”
“그럼 앞으로 펼쳐질 백 년 전쟁에서 오우치가 패했다는 소리겠구나.”
임진년의 왜란이 발발하기까지 일본 내에서는 각 번의 영주들끼리 지배권을 두고 치열한 내전을 벌였고, 그 최종 승자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명나라를 치기 위해 길을 내달라는 명분으로 조선을 침략한다는 사실을 들어 알고 계신 세종께서 윤서가 하려는 뜻을 정확하게 파악해 말씀하셨다.
뜻밖의 소식에 천추전에 침묵이 흘렀다.
대내전은 정종 때 이미 자신들이 백제 의성 태자의 후예이니 그 내력을 밝혀달라고 사자를 보내 청했고, 그 인연으로 조선에서는 대내전을 다른 일본의 세력과 달리 각별하게 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마도 도주의 중재 노력만 나오고 대내전 이야기가 없어 의아했는데 그런 사연이 있었던 것이로군요. 그리 두어서는 아니 됩니다, 아바마마. 만약 그때 대내전이 여전히 구주 세력의 중심으로 있었다면 사전에 사절을 보내 침략 계획을 미리 알렸을 것입니다.”
이향도 윤서가 전했던 지식에서 추론한 바를 말할 때였다.
“전쟁은 우리 본토에서 나면 안 됩니다. 일본이 쳐들어온다면 전쟁은 그 땅에서 나야겠지요. 그런 의미에서도 대내전은 우리와 가까운 채로 계속 영속해야 합니다.”
침묵하던 금성 대군이 불쑥 말했다.
“달단 세력이 북경성을 포위 공격하니 성문을 열 수 없어 백성의 고초가 너무 컸습니다. 뒤늦게 도착한 남부 명군이 남문을 수복하여 식량과 생필품을 조달할 수 있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독 안에 든 쥐처럼 황제부터 말단 병사에 이르기까지 모두 굶어 죽었을 것입니다.”
대국의 중심에서 일 년 넘게 전투를 지켜본 금성 대군은 국제 정세와 전쟁을 보는 시야가 놀랍도록 넓어져 있었다.
“그러니 대내전도 살아남아 세를 보존하기 위해 우리 조선의 지원이 필요하고, 우리 조선도 백 년 넘게 내전을 벌이며 전투 달인이 되어 있을 일본군이 바다를 아예 건너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대내전이 필요합니다!”
“자, 잠깐만요. 대내전이 장차 망할 것이란 말씀은 무엇이고, 또 일본국이 백년 내전에 휩싸일 것이란 말씀은 또 무엇입니까?”
혼자만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한남군이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홍위가 싱긋 웃으며 설명하였다.
“그러니까 숙부님. 앞으로 일본은 지금 막부가 힘을 잃어가고 새로 패권을 세우기 위한 내전이 격렬하게 일어날 것이란 뜻이에요. 그 과정에서 대내전은 세력을 잃는데, 우리 조선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 대내전이 망하게 놓아두어서는 아니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남 숙부님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고요.”
“아! 세자 저하도 이미 알고 있었습니까?”
“예. 물론이지요. 그 땅에 어마어마한 은이 매장되어 있으니, 그 은을 기반으로 우리 조선 왕실이 대내전과 협력하여 선진 금융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아, 그건 저도 이미 알고 있는 것입니다. 형님 전하, 그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한남군은 정말로 내전이 벌어진다면 각 영주들 사이에 군비 경쟁이 벌어질 것이고, 그럼 대내전과 함께 개발하는 은광을 노리는 영주가 끊임없이 몰려들 것이란 점을 지적하였다.
“그럼 제가 가서 대내전과 힘을 합쳐 은광을 개발하는 임무를 맡겠습니다.”
금성 대군이 나섰다.
“제가 북경에 머물며 명나라와 달단 사이의 공성전과 수성전을 직접 목격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대내전이 주변의 세력과 벌이는 전쟁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은광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폭약의 제조도 가능하고요. 무엇보다 우리 후손을 위해 개척해야 할 호주도 섬이니, 나중에 우리 백성이 가서 정착하고자 할 때 저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금성 형님이 함께 가주시면 저도 좋습니다! 저야 이제까지 무역과 외교만 주로 해와 군무는 전혀 모르니 대내전에서도 은광 개발 건은 형님과 호흡을 맞추는 것을 더 반길 것입니다.”
한남군이 반색을 하였다.
금성 대군과 한남군의 말에 세종과 이향이 시선을 얽었다.
‘수양이 다른 마음을 먹을 경우를 대비해서도 금성의 안은 아주 탁월합니다, 아바마마.’
‘그래. 화포 지식이 많고 대국에서 공성전과 수성전을 함께 익혔으니 대내전이 다른 세력과 벌이는 전쟁을 통해 일본군의 전투 방식을 익히는 데도 훨씬 더 능숙하겠구나.’
무언의 논의를 끝낸 두 분 전하는 본인이 희망하는 대로 금성 대군도 한남군과 함께 대내전의 영지에 파견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다음날부터 사정전에서는 다다량교홍이 파견한 사절단과 함께 앞으로 대내전에서 우리 조선과 협력하여 어떻게 경제를 개발할지 심도 깊은 논의가 열렸다.
대내전은 그 지리적 위치상 일본의 내해를 통해 교토까지 이르기 쉬우니 이들이 조선에게 원하는 것은 산업 기반이었다.
“아직까지 일본에서는 면화를 재배할 줄 몰라서 면포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후와 토질이 달라 당장 재배는 어렵지만 목화 솜을 가져다가 면포로 짜는 것은 쉽게 할 수 있으니, 면화 공장을 세워 주십시오.”
“다른 사신들이 하는 말을 듣자 하니 말을 이용해 두창을 예방하는 법이 있다고 하더이다. 우리 일본에서도 온갖 전염병 중 제일 무서운 것이 두창이니, 예방법을 전수해 주십시오. 한양에 와 보니 두창뿐 아니라 다른 분양의 의술도 아주 빼어나 감탄을 금하지 못했습니다. 의술에 밝은 의원을 파견하여 가르침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일본에서는 대장경이 아주 귀합니다. 조선의 인쇄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으니 대장경을 인쇄할 수 있는 판본을 주시면, 돌아가서 찍어내 우리 열도에도 보급하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은광을 개발하는 것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대내국의 사절은 여러 가지를 청하였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나중에 살짝 얼굴을 붉히며 올린 청이었다.
“지금 교토의 쇼군께옵서 연극을 즐기시는데 내용이 자못 장엄하고 엄숙합니다. 그도 물론 빼어나지만, 한양에 와서 보니 아주 가슴 저미게 아름다운 이야기가 무대에 올려져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연극의 대본을 주시면 큰 은혜이겠습니다.”
시중에 활발하게 팔리는 세우 작가의 소설은 이미 대내전에서도 번역해 팔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본집은 아직 출간이 안 되었기에 따로 구하길 청하는 것이었다.
유 소용은 흔쾌히 대본집 인쇄본을 사절에게 건네주었다.
동 이천 관을 받기로 하고서였다.
*
*
*
“나도 가고 싶어요!”
금성 대군이 은광 개발 임무를 맡아 간다는 소식을 들은 금동이는 따라가겠다고 떼를 썼다.
“저도 은광이 있지만 그건 너무 작으니까. 가서 구경하고 싶어요, 어머니! 아바마마! 세자 형님! 저도!”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