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318
318화. 세종과 홍위의 북방 순행 (1)
“어머니, 총알을 장전한 채 숨겨 다니다가 갑자기 꺼내 쏠 수 있는 소총은 지금 기술 단계에서는 불가능해요.”
눈을 빛내며 현재의 화포 제작 기술을 짚어본 희아가 냉철하게 현실을 지적했다.
지금 조선에서 사용하고 있는 화승총과 화포는 쏠 때마다 총구에 화약 찌꺼기가 많이 들러붙는 단점과 더불어 결정적으로 화승(火繩), 그러니까 줄에 붙어 있는 불이 총구 안의 화약을 폭발시키는 힘으로 총알을 발사시킨다.
“어머니께서 그려주신 미래식 총은 발사 후 탄피가 퉁퉁 튀었다는 걸로 짐작하건데, 총알 안에 화약이 들어가 있어 자체 폭발로 추진력을 얻는 것 같아요. 그러려면 지금의 화약보다 훨씬 폭발력이 큰 화약이 총알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하고, 방아쇠의 방식도 달라야 해요.”
탄피 안에 들어가 있는 화약을 때려서 폭발시키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폭발력이 큰 화약이어야 하고, 그런 화약은 화학 지식이 더 월등하게 진보해야 찾아낼 수 있는 종류란 사실을 말하던 희아가 윤서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어머니, 혹시, ···우리 금동이와 관련 있어요?”
희아가 천천히 물었다.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이향에게조차 그 불길한 환영을 말하지 않았건만, 홍위와 여러 동생을 둔 누이의 직감이 윤서가 숨기고 있는 근심을 읽어냈다.
좀처럼 낙담한 표정을 짓지 않는 어머니가 권총이 불가능하단 말에 깊게 실망하는 표정에서 열병에서 깨어난 직후 금동이를 매금이에게 보내 각종 무예를 익히게 한 것과 연관되어 있다고 추론한 것이다.
“···모험을 좋아하니까, 혹시라도 누구에게 잡히면 숨겨둔 총으로 쏘아 풀려나길 바랐던 것이야. 고작 일곱 살에도 금성 숙부를 따라간다고 하니.”
끝까지 부인하는 윤서의 말끝이 파르르 떨렸다.
“범선은 해류와 바람을 이용해 항해하는 것이잖아요. 금동이가 먼 대륙으로 항해할 때 바람과 해류가 없어도 배가 나갈 수 있게, 산업 혁명을 일으켰다는 그 내연 기관이라는 거는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머니.”
희아가 윤서의 손을 감싼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금동이도 홍위처럼 건강하게 쑥쑥 커서 늘 노래 부르는 신박두처럼 보물 많이 가지고 돌아올 것이니까.”
“그래. 그 증기 기관, 물을 끓여서 피스톤을 움직이는 것이야. 그건 배운 적 있으니까, 그것만 만들 수 있으면 호주의 어마어마한 자원을 우리 조선에 싣고 올 수 있게 되겠지!”
화약과 총알에 대해서는 무지하지만 주전자 뚜껑이 수증기에 의해 들썩이는 것을 보고 만들었다는 증기 기관은 어느 정도 원리를 짐작할 수 있다.
희아와 또 학당에서 산학과 과학에 빼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는 젊은이들이라면 윤서의 불완전한 설명으로도 피스톤 움직임으로 터빈을 돌리는 기관을 만들 수 있으리라.
“십 년만 기다리세요, 어머니! 금동이가 정종과 함께 그 증기 기관을 장착한 배를 타고 호주에 가게 될 것이니까요.”
자신 있게 단언하는 희아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안도감이 들며 별안간 마음이 바빠졌다.
조선은 이제 막 바깥 세계로 그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고,
안으로는 지방에 수령을 파견하여 행정, 사법, 군사권까지 모두 감독하고 실무는 향리에게 맡기는 체제에서 벗어나 세금 수취와 법률 집행과 재판, 치안과 행정을 담당할 전문 인력을 따로따로 파견할 관료제 체제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서 올해는 당장 두창 접종과 함께 인구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세종께서 십여 년 전 토지의 비옥도를 조사하여 토지세를 산정하려 할 때 함께 조사했던 인구는 칠십칠만 명으로 병역을 질 수 있는 남성만 조사한 수이다.
이제 노비도 모두 양인으로 속량되어 병역의 의무를 져야 하고, 오 년 전 일차 두창 접종으로 인구가 많이 늘고 있으니 제대로 인구 조사를 다시 하여 정확한 세금 수취 제제와 교육 체제를 만들 때였다.
“이럴 때가 아니다. 할 일이 태산이야, 정말! 당장 내일은 상왕 전하 모시고 음악당 건립 현장에 나가야 하고, 오후에는 또 부유한 세도가의 여인을 만나 은행 설립 투자금에 대해 논의한 후, 집현전 학사의 부인들도 만나야 해.”
“하아, 어머니! 아바마마께서 좀 쉬시라고 했는데!”
“쉬기는. 희아 네가 증기 기관을 만들겠다는데, 내가 어떻게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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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와 진흙을 섞어 사각으로 반듯반듯하게 지어지고 있는 사대문 밖 집단 주거단지와 달리 수강궁 옆에 건립되고 있는 왕실 음악당은 음향 공학을 정교하게 실험하며 지어지고 있다.
興於詩, 立於禮, 成於樂 (흥어시 입어례 성어악)
‘인(仁)은 시에서 시작해 예로 세우고 음악으로 완성한다’는 공자의 가르침을 조선의 문화로 구현하고자 하는 유학자 세종은 자신이 후대에 훈민정음뿐 아니라 백성을 위한 음악까지 완성한 임금으로 남고 싶어 하셨다.
“악기마다 다른 진동수를 가지고 연주되는 음악이 벽과 천정에 부딪쳐 듣는 이의 귀에 가장 조화롭게 도달하려면 그 건축 재질부터 세심하게 고려해야 하겠지.”
세종은 박연과 안평 대군과 함께 여러 형태의 모형을 세워 실험한 후, 최종적으로 무대는 좁고 천정은 높고 관람석은 계단식으로 넓게 퍼져나가는 형태로 설계안을 확정지으셨다.
그리고 외벽은 철골을 넣은 시멘트로 세우고 청기와를 구워 지중을 덮은 후, 음악당 내벽과 천정은 오동나무로 덮으라 명하셨다.
겉에서 보면 부채 모양에 청기와가 우아하게 얹어진 독특한 건축물이어서, 윤서는 훗날 이 건물이 서울의 명소로 이름을 날리리라 확신할 수 있었다.
이날은 나무로 덮은 음악당에서 직접 악기를 연주해보며 그 잔향의 어울림을 확인하는 날이었다.
세종께서는 산학과 여러 과학 기물 제작에 빼어난 장인까지 모두 와 연주를 듣고 개선점을 찾으라 미리 명하셨다.
그리고 당신께서는 소헌 대비와 윤서, 희아와 새벽이와 함께 마차로 음악당으로 향하셨다.
오얏꽃 문양이 정교하게 새겨진 문 안으로 들어서자, 음악당 내부로 통하는 복도에 뜻밖에도 황희 대감이 며느리의 부축을 받고 서 계셨다.
수양 대군의 등창을 성공적으로 치료한 항생제 덕분에 덩달아 폐렴에서 회복되어서 다시 의정부로 등청하셨던 황희 정승은 지난 겨울 초입, 드디어 은퇴를 허락받고 집에서 정양 중이었다.
“하아, 드디어 은퇴를 한 소감이 어떠하신가?”
세종께서 허리를 깊게 숙인 황희의 손을 잡아 일으키며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물으셨다.
“겨우 쉬고 있는데 또 와서 소리 좀 들어보라고 해서 고단하신 것은 아닌지?”
“하아, 막상 쉬니 겨울 해가 하지의 해처럼 영 지지 않아 괴롭던 차에 전하의 부름을 받아 신 너무나 기쁘옵니다.“
“오? 경이 그리 지루하다면 나와 우리 세자와 같이 북방에나 가시면 어떠한가?”
“아이고, 아닙니다, 전하. 전하의 대업을 확인하러 가시는 순행 길이 무탈하시도록 집에서 천지신명께 빌고 있겠습니다.”
“뜨끔하셨겠습니다, 대감. 그래도 얼굴이 환하여지신 것이 백세 장수는 거뜬하시겠습니다!”
윤서의 부축을 받고 계셨던 소헌 대비도 황희 대감께 다가서서 인사를 건넸다.
“대비마마께서도 안색에 활기가 아주 넘치십니다. 모쪼록 백세 장수하시며 날로 좋아지는 조선을 만끽하시길 기원하옵니다.”
“자, 들어 가십시다. 오늘 악공들이 연주할 곡을 듣고 음악당 소리가 어떤지 말해주길 바라오.”
“전하께서 만드신 여민락(與民樂)을 듣게 되다니, 마른 땅의 단비처럼 황홀한 영광입니다.”
삼십 년 넘게 군주와 신하로 호흡을 맞춰 온 두 분은 그렇게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먼저 음악당 안으로 향하셨다.
“솔직히 나는 여민락처럼 느린 곡보다는 좀 더 신이 나는 박자의 곡이 좋다. 유 소용 연극을 노래로 하는 것으로 만들어도 좋지 않겠니?”
윤서의 부축을 받아 안으로 들어가시면서 소헌 대비가 속삭이셨다.
“가능할 것입니다. 혼자서 북과 장구 장단에 맞춰 부르는 창 말고 연극하듯 노래하는 것이 곧 나올 것이에요.”
연극과 여러 문화 활동을 후원하시더니 벌써 뮤지컬까지 생각해내셨다고 감탄하며 윤서는 돌아가면 유 소용에게 (음주)가무에 아주 재능이 많은 대방부부인 송씨와 협력하여 한번 악극을 만들어 보라 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안에 들어가니 장악원 소속 악공과 박연, 안평 대군 등이 모두 깊게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벽과 천장 모두 오동나무를 붙였고, 실내를 밝히는 등불은 화재를 막기 위해 회회인 기술자를 시켜 구운 투명 유리 등에 촛불을 넣어 벽 위로 높이 매달았다.
“와, 어머니! 꿈꾸는 것처염 멋있떠요!”
새벽이가 미색의 등과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벽을 바라보며 황홀한 표정으로 감탄했다.
“그언데, 왜 천정은 동그얗게 되지 않고 바둑판처엄 붙인 거까요?”
“그건 할바마마께 여쭤보렴.”
윤서가 답하자 새벽이는 누이 희아 손을 놓고 세종께 달려가 옆자리에 앉았다.
윤서도 소헌 대비와 희아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마침 무대 위에서 편종과 편경, 당피리, 대금, 아쟁, 해금, 장구 등의 악기가 장중하고도 느리게 여민락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하바마마!”
“쉿! 듣자. 듣고 나서, 소리가 어떤지 우리 새벽이가 할아비한테 말해주고, 궁금한 것도 묻거라.”
“녜에. 저 소이(소리), 아주 정확해요!”
음악 소리는 확실히 아주 반향이 좋았다.
사방이 트인 월대 위나 편전 안에서 들을 때와 달리 훨씬 더 깊게 공명하는 소리여서, 윤서는 문득 명주실이 아닌 쇠줄을 맨 서양의 현악기 연주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연주하는 무대가 좁아야 악기 소리가 벽에 빠르게 반사되어서 듣는 이들 귀에 도달하지. 또 천정이 높아야 소리의 잔향이 아름답게 남는단다. 어떠냐, 소리가?”
연주가 끝난 뒤 세종께선 뭐라 말하고 싶어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새벽이에게부터 물으셨다.
“좋아요. 밖에서 듣는 것보다 훠어씬, 아주 아주, 좋아요. 그언데, 왜 천정은 저어케 만드셨떠요? 둥그어케 안 만드시고?”
“실험을 거듭해보니 둥그런 타원형은 소리를 모으는 원리가 있더구나. 저렇게 바둑판처럼 천정을 해야 소리가 균일하게 반사된단다.”
“와! 하바마마, 너무 멋져요! 저도 크면 하바마마처럼 멋지게 음악당 지으 꺼에요!”
“음악을 많이 즐기지 않는 소신의 귀에도 참으로 좋게 들립니다, 전하. 이제 순행을 나가시어 가을에나 돌아오시니, 혹여 신이 듣지 못할까 이리 불러 주셔서,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어허, 경은 무슨 그런 말씀을 하시는가. 내가 없으면 아마도 좀 더 켱괘하고 밝은 여러 가지 음악 공연이 여기서 펼쳐질 것이니, 마음껏 즐기며 기다리고 계시오. 내 특별히 이 자리는 경의 자리로 정해두라 일러둘 터이니.”
그렇게 음악당의 소리 음질까지 꼼꼼히 확인하시고,
박연과 안평 대군에게 무대 앞쪽 천정에 나뭇단 하나를 덧대야 뒤까지 소리 반사가 균일할 것 같다는 절대 음감까지 보여주셨다.
“정말로, 상왕 전하 순행 가신 동안 여기서 그 악극을 공연하면 되겠구나. 소리가 아주 깊게 난다.”
“예, 소리 잘하는 배우들이 노래하면 귀가 아주 쩌렁쩌렁 울리겠습니다.”
맞장구 친 후 윤서는 안평 대군에게 화재를 대비해 소방 시설을 꼼꼼히 갖출 것과, 유사시 대피 동선을 미리 마련해두고 안내원에게 숙지하도록 말을 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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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소자는 임진강을 건너 개성을 향하고 있습니다.
태조 대왕께옵서 우리 조선을 세우신 곳이자, 전조 고려의 자취가 역력한 그 곳은 어떠할지 소자 참으로 기대가 되옵니다.
재작년 할바마마와 아바마마를 모시고 철원으로 강무를 다녀왔을 때와는 또 다른 강역의 모습에 소자 깊게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틀 전 세종을 모시고 북방 순행을 떠난 홍위에게서 서신이 왔다.
이향처럼 홍위도 매일 윤서에게 서신을 썼다.
아주 은근하고 다정한 이향의 서신과 달리 홍위는 의젓하게 예의를 갖췄지만, 세세하게 있는 일을 다 적는 것은 동일했다.
[어머니!와! 임진강 다리가 아주 튼튼해요. 쌀 백 석 실은 마차도 끄떡없을 거예요!
다음에는 배 타고 오고 싶어요! 소아에게 제 뽀뽀 대신 전해주세요.]
그에 반해 금동이는 두서도 없고 격식도 없고 짤막했다.
상왕 전하께서 순행을 나가신 동안 수양 대군과 유응부에게서는 호주 쪽의 탐방을 곧 시작할 것이라는 장계가 올라왔다.
한양의 조정에서는 세금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세금을 징수하는 관원을 어떻게 선발할 것인지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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