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320
320화. 세종과 홍위의 북방 순행 (3)
“삽과 곡괭이질은 무기를 다루는 데 필요한 근력을 키우는 데도 아주 요긴합니다, 세자 저하. 평소 하는 군사 훈련의 일환으로 생각할 수 있고, 이 다음에 전역해서도 호구지책의 기술로도 유용하옵니다.”
“하옵고 또한 농사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사옵니다. 겨울 동안 보를 보강하면서 농토로 물길을 내어둔 덕에 초봄 가뭄에도 우리 황주에서 저 위 안주와 박천 일대 농경지에서 무사히 모내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백성들이 크게 칭송을 하니 저들의 사기가 아주 높아졌습니다.”
상왕 전하와 세자 저하의 순행을 보필하기 위해 나온 황해도 감찰사 조서안이 김종서의 말을 이었다.
“이곳이야 평야가 많아 수월하다지만 함길도와 압록강, 두만강 일대엔 온통 산악 지대라 길 닦는 것이 쉽지 않을 터인데.”
“여기서부터 함경도에 이르는 길은 원래 있던 산로를 이용하되, 좁고 위태로운 길은 폭약으로 바위를 터트려 길을 내고 있습니다, 상왕 전하. 화포군이 화약을 다루는 일에 능숙하고 또 스스로 초석과 유황, 숯의 비율을 달리해가며 폭발성을 실험해 볼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평안 우도 절제사 이징옥도 우렁우렁 아뢰었다.
줄곧 변방에서 군을 이끌어온 이징옥은 일정 기간 번상하여 복무하다 돌아가는 군인들 대신 전문 직업 군인 정예병을 거느리게 된 것이 몹시 흡족한 듯했다.
이 자리에는 상왕 전하의 순행 소식을 듣고 달려온 북방의 토호들도 마중 나와 있었다.
“한양으루 궐이 옮겨가기 전에, 우리 태조 전하와 계신 모습을 먼발치서 뵈온 적이 있슴메다. 기런데 여기서 상왕 전하를, 그리고 또 이리 늠름하신 세자 저하를 뵙다니요? 신 등은 고저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슴메다. 천세! 천세! 천천세!”
“군인들이 길을 뚫고 댕기니끼니 우리네 살림살이가 아주 좋아졌슴메다. 기카고 또 철 광산이며 또 은 광산이며, 석탄 광산깨지 여러 가지 일자리가 생기고 있어 예전처럼 기렇게 살기가 퍽퍽하지 않슴메다. 이기 다 두 분 전하의 은덕이라요!”
“상왕 전하께서 맹기신 문자 덕분에 우리가 다 까막눈을 면하고 새로운 농업이며 기술을 날래날래 익히고 있슴메다. 학당서두 꼬맹이들까지 셈도 배우고 허니 아주 똑똑해지고 있시오. 기카고 또 눈이 기냥 키보다 높이 쌓여개지고 할 일 없을 때 그, 전하 문자로 쓰인 이야기 책을 읽으믄 심심허지도 않고, 아이고 정말로 신 인흥 만호 안기억은 참말로 성은이 망극, 또 망극하옵지요.”
상왕 전하와 세자 저하께서는 길가에 높게 지어진 전각 위에서 신료들과 지방관, 지역의 토호 세력인 만호와 함께 상비군의 쓰임새에서부터 그로 인해 얼마나 살기가 나아졌는지에 대해 논하며 다과와 풍류를 즐겼다.
이러는 동안 아직 어린 왕족들은 뒤쪽 공터에서 저희끼리 수군수군 이야기를 나눴다.
“저기 이징옥은 맨손으로 호랑이도 때려잡았다는데, 진짜일까요, 영응 숙부?”
오산군이 이징옥의 떡 벌어진 어깨와 장대한 몸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며 영응 대군에게 물었다.
영응 대군이 어릴 적 종종 이징옥의 형님 이징석의 집에서 피병을 하였고, 그 인연으로 영응 대군을 양자로 삼을 만큼 서로 아주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이다.
“호랑이가 아니고 멧돼지라는데. 하여간 무예 하나는 정말 탁월한데 성격이 너무 고지식해서 출세는 글렀다고 생전에 양부(養父)가 말하더라고.”
영응 대군이 흥 코웃음을 치며 답을 했다.
“에이, 이징석 그 분은 사람이······. 하여간 화승총이 날로 발전하긴 해도 아직까진 결국 기병이 직접 몰려가 휘저은 다음 창병이 가서 도륙을 해야 하잖아요. 저기 이징옥 휘하 군사들 어깨 좀 봐요. 삽질을 얼마나 한 거야? 아주 떡 벌어졌네.”
영양위 정종이 탐이 난다는 듯 다른 갑사 무리보다 훨씬 더 규율이 엄정하게 잡힌 이징옥 휘하 군사들을 눈에 담았다.
그러자 구성군 계동과 의춘군 등까지 모두 모여 전술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다.
“기병이 가서 휘젓는 것은 평원에서 하는 전투 방식이고, 우리 북방의 산악 지대에서는 유리한 지형을 먼저 선점하고 화포와 화살로 퍼붓는 것이 좋은 전술 같은데요.”
“바다에서는 전투 방식이 또 다르대요. 함포를 먼저 빠바방 한바탕 쏘고, 그 다음에 갈고리 던져 배 당겨서 사다리 놓고 건너가서 싸우니까. 그러려면 창이 나은가?”
“꼭 적선으로 건너가서 끝을 봐야 하나? 화포 폭발력을 높여서 침몰시키는 건 어때?”
“어허! 침몰이라니요? 적선에는 온갖 무역품이 잔뜩 실려 있을 것이고, 적군은 잡아다가 몸값을 받거나 저기 남중국이나 남방에 노예로 판다는데요.”
“야! 우리 조선은 그런 왜구스러운 짓은 안 하기로 되어 있어. 아바마마와 형님 전하께서 우리 조선은 무력의 절대적 우위를 바탕으로 인본주의를 실현한다고 하셨단 말이다!”
“원칙적으로는 그렇지만 저 먼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본국에서 일일이 통제하겠어요?”
다들 눈을 빛내며 몇 년 후면 자신들도 직접 북방과 바다에 나가 적과 전투를 벌이는 모습을 꿈꾸는데, 금동이만 관심사가 달랐다.
“봤어요? 길 닦는데 곡괭이랑 삽이 필요하니까 철 다루는 대장간이 많이 있는 거? 그리고 또 철 공장도 여러 개 생기고, 쇳물 녹이는 석탄 실어오는 마차도 많고. 또 군복 지어 파는 포목점도 많고. 심지어 밥집이랑 여인 나오는 술집도 많고, 음, 그리고!”
“봤어요, 봤어! 그것도 봤어!”
바늘 가는 데 실 가는 것처럼 금동이와 함께 다니는 수복이가 눈을 가리며 소리쳤다.
둘은 매금이와 함께 가는 곳마다 번화한 시장을 꼭꼭 훑으며 무슨 품목이 많이 팔리고 무슨 공장이 많은지를 살폈다.
“군영 앞 세책방엔 엄청 야한 그림책이 많았어!”
수복이의 말에 영응 대군이 한숨을 쉬었다.
“응, 기생이 없어졌잖니. 아니, 아직 있지만 전처럼 마음대로 동원하지 못하니까 군인들이 그림으로 대신 여흥을 즐기는 거지.”
노비제 폐지와 함께 각종 천역도 없어지면서 관청에 속해 있던 관기 무리도 양민으로 놓여나게 되었다.
이제까지 노래와 춤, 웃음을 팔던 이들인지라 바로 다른 직업을 찾지는 못해 이번 상왕 전하의 행차에도 전직 관기 무리들이 꽃을 뿌리며 환영의 노래를 부르고, 마상 묘기를 선보이는 등의 여흥을 보여주기는 하였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하루 쌀 두 되에 해당하는 임금을 주어야 했기에 전처럼 온갖 행사와 관료의 개인 여흥에 마음 놓고 기생 무리를 동원하지 못하게 된 것도 하나의 변화였다.
그러나 모두 긍정적인 변화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평안 우도에서 함길도로 넘어가는 산악 지대에 접어들면서 좁고 가파른 도로 주변으로 마구 파헤쳐진 산자락을 보는 경우가 종종 생겨났다.
“좁은 수레를 끌 수 있는 길이 생기면서 나무를 베어 건축 자재로 파는 무리와, 또 숯으로 구워 파는 무리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도 노비 속량의 대가로 받을 수 있는 황무지 개간권을 내세워 저 산어귀까지 나무를 벌목하고 바위를 폭파해 밭으로 개간하려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상왕 전하.”
상왕 전하의 행차를 마중 나왔던 횡천의 현감이 고개를 조아리고 아뢰었다.
“아니 바위가 보통 단단한 것이 아닐 터인데?”
세종은 말을 타고 산어귀까지 가 단단한 재질의 바위를 깨드려 밭을 일구고자 한 현장을 직접 확인하였다.
“이 정도로 폭약의 성능이 강하단 말이냐?”
“요새 황무지 개간이 활발하고 또 각종 광산 개발이 활발하자 민간에서 몇몇 인사들이 관에서 만드는 화약보다 월등하게 폭발력이 좋은 화약을 만들어 비싼 값을 받고 발파 작업을 해준다고 하옵니다.”
횡천 현감은 함경도 일대에 특히 여러 광물이 다량 매장되어 있다는 소문에 광산 개발로 은밀하게 한몫 잡아보고자 하는 이들이 사설 화약 업자를 고용하여 여기저기를 폭파하고 있다고도 고하였다.
“할바마마, 자본주의에서는 재물의 향한 인간의 탐욕이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고 하더니, 정말로 그러한가 보옵니다. 하지만 이대로 두면 비가 오면 저 위에서부터 흙과 바위가 쓸려내려 저 산 아래 마을에 큰 해를 끼칠 것입니다.”
깎여나간 산등성이에 위태롭게 달려 있는 바위들을 보며 홍위가 고하였다.
“맞는 말이다. 더구나 광산은 국가의 소유일진대 어찌! 게다가 이곳은 황무지 개간권을 준 곳도 아니지 않은가? 여보게 병판!”
“예, 전하. 하명하옵소서.”
“함길도와 평안도 관찰사에게 파발을 보내 함부로 여기저기 폭약을 터트리고 다니는 무리들을 모두 잡아 한양으로 압송하라 이르시오!”
“예, 전하! 그리고 군기시에도 연통을 보내놓겠습니다.”
사설 업자 폭약 기술이 군기시 화포장의 폭약 제조 비법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것을 알아챈 김종서가 저들의 제조 비법을 국가의 일에 활용할 안을 고하였다.
“좋다. 그리고 각 도와 군, 현의 수령들에게 정해진 지역을 벗어나서 함부로 논밭을 개간하지 않도록 지도하라 이르거라.”
명을 내린 세종은 인간은 정말로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재물을 향한 욕망을 키우는 존재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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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께서 광물이 많이 묻혀 있는 산악 지대인 함길도로 향하실 무렵.
윤서도 혜민국을 책임지고 있는 어의 순덕에게서 재물을 향한 인간의 탐욕을 확인하고 있었다.
“중전마마, 최근 소인에게 노비였던 여인과 아이들에게 의학 지식을 가르쳐 달라는 요청이 아주 많습니다. 처음에는 속량한 노비들에게 호구지책을 마련해주려는 주인들의 착한 배려인줄만 알았습니다. 하온데 최근 여러 세도가의 여인들을 방문 진료하는 의녀들이 오가는 말을 듣고 와 보고하는 것이 아주 놀라웠습니다.”
여자 의원과 의녀로 이루어진 혜민국의 방문 치료 의료 인력 중에서 영특하고 입 무거운 자들 몇을 정보원으로 삼고 있는 순덕은 윤서에게 정기적으로 주요 인사들의 동향과 세간의 민심을 보고해 왔다.
이 정보원에는 한양과 지방의 주요 세도가 집에 드나드는 의원, 의녀와 더불어 여송에 파견된 의원과 의녀도 포함되어 있다.
“두창 예방 침의 놀라운 효능과 더불어 부스럼에서 종기까지 여러 질병도 탁월하게 치료한다는 조선 의술이 해외에도 알려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해외에서 조선의 의원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명에서도 황제와 황태후를 위해 어의 두 명을 파견해달라는 칙서가 오고, 일본의 여러 번에서도 의원을 파견해주거나 자신들 의원을 한양의 의학대학에 입학해서 배우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다.
그러나 순덕의 이어지는 말은 그 정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나라에 신원이 등재된 이들은 군역을 지는 양인 남성들뿐이니, 여인이나 아이들, 특히 전직 노비들은 그 존재를 증명할 공식 기록이 대부분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없어져도 그 행방을 찾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이 점을 악용해 의료 지식 교육을 받은 여인과 아이들을 해외에 팔아넘길 계획인 듯합니다. 일본뿐 아니라 남중국이나 여송 등의 남방 일대에까지 말이지요. 여송에 나간 의원 향이가 서신을 보내오길, 더운 지방에서 흔한 이질 등 수인성 질병에 대해 우리 조선의 약과 치료법이 워낙 탁월한 효능을 보이고, 또 위생 개념이 빼어난지라 그곳에서도 조선 의원이나 의녀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하옵니다.”
그러니까 순덕의 말은 민적이 없는 여인과 아이들에게 기초 의료 교육을 받게 한 후 해외에 비싸게 팔아넘기려 하는 세력이 있다는 말이었다!
윤서는 바로 사설 의료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자들을 찾아내라고 명하는 한편, 협경당으로 돌아온 이향에게도 건의하였다.
“전하, 모든 면에서 호적 제도가 완비되어야 할 것 같아요. 마침 두창 예방 접종이 전국적으로 실시되니, 이참에 십 세 이후의 백성 모두 호적을 만들고 지문을 날인하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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