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324
324화. 홍위와 송씨, 전생의 인연
홍위는 구성군으로 정식 봉작된 계동, 그의 형 오산군, 안평 대군의 두 아들 의춘군과 덕양군, 수양 대군의 아들 도원군, 금동이와 광평 대군 아들 수복, 그리고 요즘 괴물 같은 힘을 자랑하며 금동이와 부쩍 어울리는 정신 공주의 손자 남이, 정의 공주 아들 안여달, 안온천, 영양위 정종 등과 함께 경회루 앞을 가로질러 경복궁 북문인 신무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군기시 분원 산하 여러 공장 중 증기기관을 연구하는 공장이 위치한 방향이었다.
금동이와 수복이, 남이, 안온천 등을 제외하고 모두 상왕 전하의 북방 순행을 넉 달 동안 봉행한 왕손인 이들은 그 이후 틈이 날 때마다 홍위와 함께 궐 내의 군기시 분원을 찾는 일이 많았다.
순행 동안 과학 기물이 조선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직접 눈으로 보며 실감했기 때문이다.
폭약으로 바위를 부숴 평지를 만들고 (나중에 관의 허가 없이 바위를 폭파한 이들을 잡아보니 폭약 자체의 강렬한 폭발력보다는 바위에 끝이 날카로운 쇠막대기를 일자로 박아넣어 미리 균열을 낸 후 폭약으로 부수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한 것이었다).
납과 은의 녹는 점 차이를 이용해 은의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늘린 단천 은광의 회취법,
호전적인 여진 부족조차 고분고분하게 만드는 국경 부대의 화포와 개량 쇠뇌 등의 무기,
겨울이면 얼어 죽기 일쑤였던 산골에 약초를 인위적으로 재배하는 약초 농장, 목책을 높게 두르고 닭과 오리 등을 치는 동물 농장 등을 짓기 위해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두고 산을 개간하던 북방 이주민들과 여진 정착민들,
또 계곡물 속에 빛을 내고 있는 사금 부스러기를 추적하여 금맥을 찾고, 철광 및 각종 이로운 광물을 찾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광산 부처의 관원들.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북방의 모습은 비옥하나 문명이 닿지 않은 섬을 찾으란 어명을 받고 여송으로 간 수양 대군과 유응부 등의 해외 개척과 더불어 십 대 소년들의 모험심과 영웅심을 한껏 자극하였다.
“과학 기술이 더욱 발전해야 새로운 섬에 고도의 문명을 건설할 수 있겠지. 또 여송을 넘어서 그 너머 회회국과 유럽이란 땅까지 갈 수 있을 거야!”
소년들은 자신들의 영웅적 탐험을 도와줄 군기시의 과학 기물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날 자선당에서 출발해 경회루가 세워진 연못을 돌아 군기시로 향하는 홍위와 왕손들은 더욱 흥분해 있었다.
“장영실이 만들다 실패해 벌을 받은 그 자동 어차를 마침내 그 아들이 만들었단 말이지?”
“아직 바퀴만 돌린대. 하지만 바퀴가 돌면 앞으로 나가니까 곧 어차도 자동으로 달리겠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야.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로 가마꾼도 말도 없이 어차가 나가다니!”
“개념은 원래 우리 경혜 누님이 오래전에 떠올리셨어. 하지만 반 바퀴까지밖에 돌리지 못했는데, 그 답보 상태를 장영실 아들 장탄복이가 마침내 깬 거지!”
“씨도둑은 못 한다더니!”
“으히히, 그 씨가 뭔 씨인 줄은 아시는가?”
“그만해! 우리 금동이한테 못 하는 말이 없네.”
“헐, 세자 저하. 금동이를 잘 모르시네. 금동이가 안평 숙부님이랑 얼마나, 응?”
“왜 뜬금없이 우리 아버님이 여기서 소환되는 거지? 계동, 혼나볼래?”
“계동 형님! 저는 논어도 읽는 군자라고요!”
“논어 읽는다고 군자면, 난 공자님이다!”
이렇게 왁자지껄 떠들며 경회루가 세워진 연못의 북쪽 가장자리를 따라 걸어갈 때였다.
“오나버니! 오나버니!”
어디선가 여자아이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나버니, 세자 오나버니, 저 금아 좀 보세요!”
“금아 옹주님인데?”
“야, 빨리 가자. 금아 옹주는 한번 말하면 종알종알 끝이 안나.”
“세자 저하, 옹주님이 부르시는 분은 저하시니 저희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같은 항렬의 사촌이라 이제까지 격의 없이 굴던 오산군, 의춘군, 안여달 등은 스윽 몸을 빼 날랜 속도로 북쪽을 향했다.
“살살 달려오너라. 넘어질라.”
“누님, 뜰채로 물고기 잡았어요?”
한 손에는 뜰채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얼굴이 새하얀 소녀의 손을 잡아끌고 달려오는 금아를 기다려준 이는 동생들에게 늘 친절한 홍위와 홍위의 그림자 계동, 누이니까 당연히 기다려준 금동이와, 금동이 단짝 수복이와 남이였다.
“내일 오후에 나 여기서 수복이랑 몽아(남이의 아명)랑 새벽이랑 같이 낚시할 건데, 누님도 와요. 제가 누님 것까지 낚싯대 챙겨올게요!”
금동이는 매사 어리숙한 누님이 물정 모르고 뜰채로 물고기 잡겠다고 나섰는가 싶어 다음날 함께 낚시하자고 넌지시 말했다.
그 말에 금아가 머리에 드린 뱃시댕기가 흘러내릴 만큼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안니야. 낚시한 거 안니야. 지금 빨갛게 노랗게 물든 단풍잎 건지고 있었어. 난 단풍잎 건져서 알록달록 물들어가는 시간에 대해 시를 쓰고. 여기 내 친구 송선은 그런 나를 그림으로 그리고!”
“······.”
홍위는 그림을 그린다는 금아의 친우를 바라보았다.
새하얀 얼굴에 오뚝 정갈하게 솟은 콧등 옆으로는 붉은색 노란색 물감이 묻어 있었다.
금아의 손에 끌려온 송선이 가쁘게 숨을 쉬는데, 송선의 허리와 금아의 허리가 흰 무명천으로 단단히 묶여 연결되어 있다.
“···금아가 빠질까 봐 허리를 동여맨 것이냐?”
두 손으로 감싸질 만큼 가는 허리에 감긴 끈을 눈에 담으며 홍위가 물었다.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어머니께서 나인이던 시절, 자신을 데리고 여기 연못에 와 낚시를 하게 하실 때 혹여 빠질까 봐 자신과 당신의 허리에 줄을 묶었던 추억이 떠오르자 홍위의 입매가 저절로 부드럽게 풀렸다.
“아닙니다, 저하. 옹주님과 종종 이렇게 끈을 매고 줄다리기도 하며 놀곤 합니다.”
세자의 시선을 받자 송선은 얼굴을 붉혔지만 떨리는 목소리로도 또박또박 답을 올렸다.
“오나버니 말이 맞아요. 내가 엄벙덩범하니까 선이가 줄을 매자고 했어. 줄다리기도 하긴 했지만. 내가, 이겼어!”
서툰 점이 많은 친우를 감싸준 송선의 보람도 없이 금아가 스스로 사실을 털어놓고 헤헤 웃었다.
“어디 가요? 바빠?”
“군기시에서 새로운 발명품이 나왔다고 해서 구경 가는 중이다. 함께 갈래?”
“안니에요. 거긴 너무 시끄럽고 냄새도 고약해. 오나버니, 금동아. 내 시랑 송선 그림 볼래?”
“아, 소녀 그림은 보여드릴 만한 것이 아니어서······.”
“무슨 소리야? 송선 그림은 내 시처럼 독특하고 과감하다고 어먼니가 칭찬하셨어요, 오나버니!”
“유 소용께서 칭찬하셨다고? 송선 누님, 보여주세요. 저 그림, 굉장히 좋아해요.”
잘 만들어진 것이라면 상에 오르는 간장 종지조차 눈여겨 감상하는 금동이가 성큼 저쪽 흰 종이와 물감이 놓인 곳으로 발을 옮겼다. 금동이와 어울리며 저절로 예술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 수복이와 남이도 날래게 뒤를 따랐다.
“정말로 보여드릴 만한 것이 아니온데······.”
갑자기 세자와 대군 일행에게 그림을 보이게 된 송선이 울상을 지었다.
“난, 보여줄 만한 시야. 그리고 송선, 너도 보여줄 만한 그림이야. 그리고 보여줄 만하고 말고가 어디 있어. 세상의 모든 창작은 다 위대한 거라고 중전마마께서 말씀 하셨는 걸. 가요, 오라버니! 가요, 계동 오라버니. 수복이랑 몽아도 가자.”
“금아 말이 옳다. 창작은 과정에서 즐겁게 몰입하는 데에도 의의가 있다니.”
홍위도 계동이와 그림이 놓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福(복)자가 짙은 청색으로 수가 놓인 화문석 돗자리 위에는 금아가 미색의 종이에 쓴 시 한 편과, 그리다 만 흔한 구도의 산수화 한 점과 뜰채로 단풍잎을 건지는 금아를 그린 그림 한 점이 놓여 있었다.
[빨갛게 노랗게 물든 나뭇잎을가만히 들여다보면
무수히 많은 실금이 뻗어 있어요.
그리움이 익어가는 동안
만나지 못하는 슬픔은 잎을 가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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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쓰고 나서 북북 지운 미완성 시를 읽고 난 후 그림으로 시선을 돌린 금동이의 눈동자가 휘둥그레 커졌다.
“오호! 송선 누님, 이 금아 누님 그린 그림 완성되면 제게 주세요. 그림값은 톡톡하게 드리겠습니다.”
갑자기 금동이가 뒷짐을 지고 안평 대군 목소리를 흉내 내어 어색하게 굵은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무슨 그림이길래 우리 눈 높은 금동이가······.”
말을 하던 홍위도 잠시 입을 다물었다.
조선에 상공업이 활발해지고 화폐가 돌면서 문화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연극이나 가극도 활발히 공연되고 소설과 문집이 활발하게 출판되면서 취미와 교양으로 그림을 그리는 이들도 많아졌다.
특히 학당에서 미술 시간에 다양한 종류의 그림을 그리게 하면서 목탄 단색화부터 전통적인 물감의 채색화, 그리고 염료 가루에 기름과 달걀 흰자를 넣어 꾸덕한 질감으로 그리는 유화 그림도 나오기 시작했다.
송선이 그린 그림은 뜰채로 연못에서 단풍잎을 건지는 금아를 그린 그림이었다.
그런데 보통 정면을 응시하는 보통의 인물화와 달리 송선의그림은 단풍잎에 시선을 고정한 금아의 즐거움 가득한 눈동자와 작게 벌린 붉은 입술, 조금 위태롭게 기울어진 몸이 화면을 크게 채우고, 수면 위에 비친 금아의 모습도 그리면서 주변의 풍광은 과감하게 생략한, 조선의 주류 화풍과 아주 다른 구도를 가진 그림이었다.
“저, 아까 유 소용 마마님과 중전마마께서, 대상에 집중한 구도로 그려보라고 말씀하셔서 그려본 것이온데, 하오나, 서툰지라 도저히 드릴 만한 것이 아닙니다.”
물 위에 떠 있는 단풍잎처럼 얼굴을 붉힌 송선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림을 많이 보다보면 솜씨가 좋고 나쁨과 관계없이 가슴이 쿵! 떨리며 감동을 할 때가 있어요. 누님 그림이 그러합니다. 제가 갖게 해주세요.”
금동이는 고집을 부렸다.
그림 속 금아의 밝게 빛나는 눈동자를 들여다 보던 홍위는 송선을 바라보았다. 당황해서 앞으로 손을 모으고 서로 문지르는 손가락에도 색색의 물감이 묻어 있었다.
“네가 금아를 참 따스하게 바라보는구나. 그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림이라 감동인 것이지.”
“그러네! 형님 말이 맞네. 그래서 내 마음이 막 촉촉해졌네. 누님, 그러니까 이 그림을 제게,”
“금동! 너무 조르지 말거라.”
“그래, 금동아. 선이가 줄지 말지 나중에 다 그리고 나서 결정할 거야. 그리고 이 그림은 나도 갖고 싶고. 오나버니 말씀처럼 내가 아주 귀엽게 그려졌잖아.”
“맞습니다, 금아 옹주님이 참 귀여우십니다.”
“!”
“?”
“···으응? 몽아!”
뜬금없이 귀엽다고 말하는 남이를 금아가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금아야, 우린 이만 군기시에 가봐야겠구나. 송선, 그림 잘 보았다. 앞으로도 이렇게 독특한 그림 많이 그리거라.”
홍위는 어쩐지 가슴 한쪽이 말랑한 기분이 되어 서둘러 작별을 고하였다.
“오나버니, 안녕! 또 봐요!”
“살펴 가십시오.”
“송선 누님, 제가 종종 연통 드리겠습니다! 완성된 그림은 제 거에요!”
“······.”
“옹주님, 시 정말 멋집니다!”
“응, 몽아! 잘가!”
한바탕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데, 예술에는 관심이 없어 아무 말도 없던 계동이가 문득 홍위에게 말했다.
“근데 저하, 송 소저 나이가 저하보다 두 살이나 위인데.”
“무어!?”
“근데 꼭 한참 어린 동생에게 말하듯 하대하였으니, 허허, 이거 송 소저가 저하를 어찌 생각할지.”
“아니 그걸, 지금 말하면!”
“그러니까 저하는 평소 지나치게 무게를 잡는단 말입니다. 좀!”
“맞아. 이럴 때 세자 형님은 정말 애늙은이 같아.”
수복이까지 당황스러운 홍위 마음에 쐐기를 박았다.
하아.
평소 어린애처럼 구는 금아보다도 더 앳되어 보이기에 마음 놓고 애 취급을 했는데.
“괜찮아요, 형님. 여인들은 자신을 강하게 대하는 사내를 좋아한다고 안평 숙부님이 말씀하셨어요.”
“글쎄. 여인도 여인 나름이지, 저렇게 그림을 대담하게 그릴 줄 아는 소저는 애 취급하면서 막 하대하면 싫어할 텐데.”
“송선이 싫어하든 말든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라는 것이냐! 무엄한 것들!”
홍위가 벌컥 화를 내며 소맷자락을 차락 털고는 빠르게 군기시로 향하였다.
“상관하시는데. 저렇게 화를 버럭 내시는 걸 보니.”
수복이가 또 종알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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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시 증기기관 공장 실험실.
왕가의 소년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커다란 항아리처럼 생긴 기물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물이 끓기 시작한다!”
홍위와 소년들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