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326
326화. 고등 여 학당 건립 (1)
“송선이라면, 금아 동무를 말하는 거니? 대방부부인 조카?”
증기기관 공장을 향하는 길에 경회루 연못에서 보았던 송선을 떠올리며, 윤서가 물었다.
그때 송선은 요새 선풍적으로 유행하는 풍성한 소매 대신 폭이 좁은 소매가 달린 장삼을 입고 있었다. 치마 폭도 좁은 것이, 모두 그림을 그리기에 적합한 복장이었다.
‘궐 안에 있는 시간을 우리 홍위나 다른 왕손을 만날 기회로 여겼다면 어여삐 꾸몄을 것인데.’
유 소용을 닮아 빼어난 글솜씨를 지녔으나 일상에서는 여전히 서툴고 순진한 금아가 행여 연못에 빠질까 봐 허리에 끈을 묶어 연결하고도 있었다.
한창 멋내기 좋아할 시기의 소녀가 장삼과 치마가 우스꽝스럽게 구겨지는 것도 아랑곳없이.
“맞아요, 어머니. 소아야, 오라버니한테 올래?”
홍위는 간결하게 대답하고 소아에게 팔을 내밀었다. 소아 먹이느라 제대로 밥을 못 먹고 있는 윤서를 배려하기 위해서였다.
“이거! 오나(오라버니), 이거!”
“우리 소아, 고기가 먹고 싶었쪄요? 덩어리가 조금 크니까, 이렇게, 오라버니가 젓가락으로 찢어서 주께요. 오물오물, 꼭꼭 씹어먹어요.”
“······.”
윤서는 이향이 하듯 소아를 무릎에 앉히고 왼손으로 소아를 단단히 두르고 오른손으로는 국 속의 소고기를 건져 잘게 찢어주는 홍위를 바라보았다.
이제 한 달 있으면 열두 살이 될 홍위는 이성계를 따랐던 여진족의 노 추장들이 ‘태조 대왕께옵서 다시 살아오신 것 같습네다!’ 입을 모아 찬탄할 정도로 키와 골격이 크고 강맹해 보인다.
‘그간 여인이나 소녀에게 도통 관심을 보이지 않았는데.’
새벽이 말처럼 귓불이 붉어진 것을 보니 송선에게는 마음이 쓰이는 듯했다.
“난 송 소저랑 친하게 지내 꺼야. 그림 구도가 독특해서, 이담에 비싸게 팔릴 것 같아.”
“그 구도 어머니가 가으쳐 주신 거 아니에요? 어머니가 아까 금아 누님 크고 크고 생생하게 그여보라고 하셨는데.”
“응, 그렇게 말했지. 자 이제 송 소저 이야기 그만하고 어서 밥 마저 먹어.”
윤서는 새벽이와 금동이에게 짐짓 엄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소아를 안고 있는 홍위를 바라보았다.
관심 없는 듯 소아만 안고 있지만 이제 목덜미까지 붉어진 홍위를.
필시 불행하였을 역사 속 인연을 알고서 만나고 싶지 않다고,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과거의 그림자 없이 새롭게 만나고 싶다고 말했던 홍위의 말이 떠올랐다.
‘홍위와 송선도 이 아이들처럼 만나야 할 인연인 것인가.’
윤서는 나란히 앉아 서로의 밥 위에 다정하게 찬을 올려주고 있는 희아와 정종을 바라보았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 뜨거운 애정을 담고 있는 어린 부부를.
‘우리 홍위도 송선도 이들처럼 행복하길. 함께이든 따로이든 사랑하는 이와 백년해로 하길.’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 속에서 윤서는 간절히 기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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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까지는 포물선 공식을 통해 포신의 발사 각도와 화포알의 무게 등에 따른 화포의 사거리를 계산해 내는 것을 공부하였소. 이번 시간부터는 저 거대한 한강에 다리를 놓는 것을 목표로, 반원 형태로 교량 지지대를 만들 때 원의 크기에 따라 지탱할 수 있는 하중을 계산하는 법을 공부하도록 하겠소.”
성균관의 실용 산학 시간.
실용 산학은 이론 산학이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가를 가르치기 위해 개설한 과목으로, 성균관 유생 중 산학에 관심을 가진 유생과 공조의 하급 관리, 건설 실무자, 여진 여러 부족, 일본 대내전과 대마도, 유구국의 유학생 등이 배우고 있다.
성균관에 고급 이론 산학과 실용 산학이 처음 개설되었을 때 경혜 공주 희아가 해당 과목을 가르쳤었다.
그러나 생원시를 합격하고 성균관에 입학한 젊은 유생이나 하급 관리들은 모두 십 대 후반이나 이십 대 초반으로 젊었고, 이들은 낯설고 어려운 산학보다 교수인 희아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다 급기야 간이 배 밖으로 나온 학생 하나가 연서를 손에 쥐고 “공주 자가! 저의 이 마음을, 받아주십시오!” 하고 난동을 부린 일이 있었다.
가르침을 주는 스승, 그것도 혼인을 한 공주에게 무례를 저지른 학생은 장 오십 대와 북청 유배형과 함께 평생 관직에 임용될 수 없다는 혹독한 처벌을 받았다.
그리고 이 두 과목은 세종과 희아, 광평 대군이 함께 저술한 고급 산학 이론서를 홀로 모두 이해한 집현전 학사 김담이 대신 가르치게 되었다.
“먼저, 임진강과 대동강, 압록강에 놓인 교량은 어떤 원리로 건축되었는지부터 설명하겠소.”
교수 김담이 철평석을 매끈하게 갈아 건 칠판에 석회 가루를 뭉쳐 만든 분필로 임진강에 놓인 아치형 다리를 그리기 시작했다.
칠판과 분필은 윤서가 제시해 만든 것으로, 요새 학당은 물론 조정 회의와 민간 회의에서도 쓰이고 있고, 명나라에도 조공품으로 진상하고 있다.
“여자들이 교량 건설 이론까지 배울 필요가 있을까요?”
양 소용이 윤서에게 소리 죽여 물었다.
고등 여학당에서 가르칠 실용 산학 내용을 논하기 위해 윤서와 왕실 여학당 운영 책임자인 양 소용, 교습 책임자이자 고급 산학을 가르치는 정의 공주, 국어와 작문을 가르치고 있는 선아 옹주, 기초 산학을 가르치는 정연화, 그리고 앞으로 고등 학당에서 고급 산학과 실용 산학을 가르칠 희아가 수업을 참관하는 자리였다.
“쉿, 일단 들읍시다. 듣고 나서 학생 선발 기준과 함께 논하기로 해요.”
답을 하며 윤서는 홍위와 도원군의 단정한 뒷모습에 이어 세붓을 들고 분주하게 필기하고 있는 일본 유학생 다섯 명과 유구국 유학생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들은 임성 태자의 후손이라 주장하는 대내전의 도주 가문의 자제, 대마도 도주 종씨의 조카, 유구국 왕실 자제 등이었다.
‘세계 지리에서 현대의 미국과 남미 지역 등의 신대륙을 그린 지도는 아직 왕가 직계 소수에게만 공개되었고, 석유 등 미래 자원과 미래 역사 지식은 왕실 비밀 서고에 엄격하게 관리되며 오로지 왕위를 이어받을 이에게만 전수될 예정이다.’
화약과 무기 제작법, 먼바다 항해 시 범선 운용에 참고해야 할 계절별 해류와 바람의 방향도 국가 기밀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산학과 의학 등의 고급 지식은 입학을 허가받은 해외 유학생에게도 차별 없이 가르쳐지고 있고, 유학을 희망하는 외국인의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고급 지식의 해외 유출에 대해서는 조정에서 여러 번 우려의 말이 있었다.
“저들이 우리 선진 지식을 배워가 빠른 발전을 이뤄 도리어 우리 조선에 칼끝을 돌릴까 두렵습니다.”
이에 대해 세종과 이향은 명쾌하게 원칙을 제시하였다.
“지식은 공기와 같아서 막는다고 막아질 것이 아니니, 차라리 엄선한 인재에게 기회를 주어 빼어난 해외 인재의 역량을 확보할 창구로 활용하고, 동시에 우리 조선의 문화적, 경제적 영향력을 해외에 떨칠 기회로 삼는다.”
이 원칙은 서서히 그 효과를 나타내어 조선 지식과 문화가 해외 상류층과 식자층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조선의 수출품 인기를 더욱 높이고 있다.
‘우리 홍위 시대의 한양은 당나라 시대의 장안처럼 해외 인재와 상인으로 붐비는 국제 중심 도시가 될 것인가.’
윤서는 세자의 신분이면서도 반듯한 자세로 앉아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홍위의 뒷모습을 뿌듯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화폐 유통과 조세 행정을 다루는 경제 실무학 수업까지 참관하고 윤서는 일행과 함께 성균관의 뜰로 나왔다.
“아우, 화폐 유통 이론은 범어로 쓰인 금강경보다 어렵네요. 이런 것까지 가르쳐야 할까요?”
반 시진(한 시간) 진행되는 수업 내내 꾸벅꾸벅 졸다가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이 허리를 굽히며 예를 표할 때엔 근엄한 표정을 지었던 양 소용이 지친 목소리로 물을 때였다.
“중전마마, 여러 귀빈을 위해 다례를 준비하였습니다.”
대사헌과 대사성 성균관의 고위 관원들이 모두 나와 허리를 굽히며 차를 권하였다.
윤서도 마주 읍하며 공손히 사양하였다.
“아까 도착했을 때 내주신 차로 충분합니다. 중전의 자격으로 공식 방문한 것이 아니라 여 학당을 위해 비공식으로 참관하였으니 더 폐를 끼치기 민망합니다.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윤서가 고개를 숙이자 정의 공주와 양 소용도 서둘러 읍하며 “폐가 많았습니다.” 하고 작별 인사를 올렸다.
이렇게 자리를 피하는 것은 성균관의 고위 관원은 모두 유학에 조예가 깊은 한학자로, 아까 만남에서 고등 여 학당의 학생 선발과 교습 과목 선정에 성균관 차원에서 관여하고 싶은 내색이 뚜렷하였기 때문이다.
“아니, 저······. 그럼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불러주십시오, 중전마마.”
끝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노(老) 유학자들을 뒤로 하고 윤서는 일행과 함께 걸어서 이각 거리의 성균 다예점으로 향했다.
성균 다예점은 현대로 치면 대학로 쪽에 생긴 큰 다점(茶店)으로, 성균관의 재학생들, 성균관 재학생과 인연을 만들고 싶은 소녀들, 성균관 입학을 꿈꾸는 소년들과 그 부모들이 모여드는 한양의 명소였다.
흥인문 밖 청계천 일대가 소설과 시, 만화책 등을 파는 서점가와 인쇄소가 주를 이룬다면 옆의 정릉에 의학 전문대학까지 들어선 이 일대는 다양한 분야의 학습서와 아동용 교구 등을 파는 서점, 만남과 사교의 찻집과 술집이 다양하게 들어서 있다.
윤서는 정의 공주, 양 소용과 앞서 걷고, 뒤에 희아와 선아 옹주, 정연화가 따라왔다.
조용히 주변을 둘러보는 어른들과 달리 십 대의 공주, 옹주, 군부인은 재잘재잘 말이 많았다.
“실무 경제학은 개설해도 배울 학생이 거의 없겠어요. 관원이 되지 못하니 배워도 쓸모가 없잖아요.”
“응용 산학도 배울 학생 거의 없을 걸요. 직접 건축사로 나서거나 공장의 야장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배울 학생이 별로 없다고 개설하지 않으면 나 같은 여성 수학자가 나올 수 있을까. 한 명이 듣더라도 개설해야 해.”
“그런데 저기 민들레 술집에 가봤어요? 전 도원군이랑 일전에 가봤는데 육전이랑 밤술이 아주 맛있었어요. 저 뒤가 반촌이라서 고기가 아주 싱싱하더라고요.”
“응? 나랑 정종도 부르지.”
“저도요! 전 아직 혼인을 안 해서 궐 밖에 거의 나오질 못하잖아요. 언니들이 불러줘야 겨우 나올 수 있는데!”
진지하게 학제를 고민하던 세 사람은 금세 주변의 술집과 찻집에 대한 담소에 빠져들었다.
윤서는 서점 매대에 나와 있는 등 한글 서적을 눈여겨보았다.
한자만 있을 때엔 소수의 지식층만 전유하던 지식이 한글의 등장과 함께 폭발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그런데 정말로 시험 성적으로 선발하실 것입니까?”
조 상궁이 성균 다예점에 미리 궁인을 보내 잡아둔 한적한 방에 들어섰을 때, 정의 공주가 물었다.
“고등 여 학당에 여식을 넣고 싶어 하는 가문이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 시험만으로 선발하면 못 들어올 소저들이 많을 텐데요.”
“맞아요, 중전마마. 실은, 제게 넌지시 불만을 토로하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양 소용도 말을 하였다.
“시험으로 학생을 뽑으면 저 지방의 한미한 가문에서도 여식을 보낼 것이고······. 아시지 않습니까?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주로 왕실의 친인척과 공신 가문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단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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