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330
330화. 홍위가 볼기를 맞게 된 까닭 (1)
“몽테스키외의 에 대해 물으라 하셨다고요?”
윤서는 당황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예. 상왕 전하께서 젊은 시절 접하셨던 이방의 책 내용을 중전마마께 말씀하신 적이 있었는데, 마마께서 홀로 깊은 성찰을 이루셨다며 지금 집현전에서 뼈대를 마련 중인 새 사법 체계에 참조하라 하셨습니다.”
“······!”
윤서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동향 출신 성삼문을 바라보았다.
초등학교 때 자주 소풍을 가던 장소가 추사 김정희 고택의 푸른 잔디밭이었고, 성삼문의 묘가 그 근처에 있었다.
사지가 찢기는 거열형을 당한 후 시신 각각이 팔도에 조리돌림 되었기에 고향 홍성의 묘는 쓰던 물품을 묻은 허묘라고 하였다.
“그, 그것은 권력의 분립에 대한 것입니다!”
윤서는 식은땀을 흘리며 일단 답을 하였다.
깊은 성찰이라니.
실은 그 몽테스키외의 , 존 스튜어드 밀의 , 홉스의 , 존 로크 , 애덤 스미스의 , 루소의 등은 고향 사립 고등학교 세계사 선생님이 달달 외워 시험을 보게 한 한 내용을 그저 적어 올린 바에 불과했다.
이사장의 조카로 학교의 실세였던 그 선생님은 비듬이 허옇게 날리는 머리카락에 술독이 오른 붉은 콧등을 찡그리며 열변을 토하곤 하였다.
“창의 교육은 개나 주라 그래. 선 암기, 후 이해. 그리고 나중에 어디 가서 응, 리바이어던의 ‘만인 대 만인의 투쟁’, ‘The war of all against all’, 이러한 무법천지의 혼돈 속에 다 같이 죽느니 절대 군주 한 사람에게 절대적 통치권을 부여하여 사회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홉스의 의도였어. 군주의 독재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멋진 말을 할 줄 알아야 지식인 노릇을 할 수 있는 거란 말이다, 이 무식한 촌 것들아!”
선생님의 선견지명대로 그때 달달 암기하여 백 점 맞은 기억력으로 세종께 엣헴 하면서 막 근대의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문을 연 사상가의 이름과 책 내용을 써 올렸을 뿐인데.
한 번 본 내용은 잊지 않는 절대 기억력의 소유자이신 세종은 윤서가 자신처럼 책을 다 읽었고 그 내용까지 훤히 기억하고 있으리라고 짐작하시고······.
하아.
이른 새벽에 매금이와 응봉산 중턱 내병조 훈련장을 오십 바퀴 뛰며 땀을 흠뻑 흘렸는데도 다시 등이 축축하도록 땀이 난다.
그러나 대한민국 암기 교육의 힘은 위대하다.
그 삼권분립에 대해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장장 십이 년을 듣고 또 외워 시험을 보았고, 행정부의 수반 대통령과 입법부의 수장 국회의장과 사법부의 수장 대법원장이 엄연히 존재하고 국민 선거권이 온존하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평생을 살다 온 것을!
게다가 몽테스키외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으니 장차 정말 장탄복의 증기기관을 단 조선의 선박이 프랑스 왕국에 간다고 해도 확인할 방도가 없을 것이란 확신이 안도감을 주었다.
“상왕 전하께서 말씀해 주시기를 몽테스키외는 법을 만드는 입법권을 세습 귀족이 가지고 있던 군주제 나라 사람으로, 그 나라에는 법으로써 군주의 폭정과 백성의 잘잘못을 심판하는 사법권이 존재하였다고 하셨습니다. 몽테스키외는 행정권, 입법권, 사법권이 서로 견제하고 때로 협조할 때 백성이 부유하고 자유로운 국가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리란 것이 제가 이해한 바입니다.”
윤서는 행정권, 입법권, 사법권이 무엇인지 설명한 후, 공화정, 군주제, 민주주의 개념을 보충하였다.
그리고 상공업 태동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조선에서 백성의 안정과 보호를 위해 재물을 향한 탐욕과 이기심을 제어할 세세한 법이 서둘러 제정되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그에 대해서 요새 제가 고민이 있습니다.”
윤서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난 후 한참 생각에 잠겼던 성삼문이 심중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성삼문이 윤서에게 이리 격의 없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것은 세 살 홍위의 스승일 때부터 윤서가 종종 고향 홍주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기 때문이다.
가장 그리운 곳.
아빠와 엄마 모두 교직에 계셨던지라 여름 방학이면 모두 다락방에 올라 읽고 싶은 책 아무 거나 읽으며 찐 감자와 옥수수를 함께 먹던 곳.
쏴아 쏴 집 앞 너른 벌판에 여름비가 내리면 다락방 창문에 나란히 걸터앉아 다리를 적시는 빗방울의 감촉을 즐기던, 그리운 나의 집.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곳에서 성삼문도 물고기와 방개를 잡으며 뛰놀고 소중한 이들과 행복했으리라는 사실이 윤서로 하여금 깊은 역사 속 충신에게 깊은 친밀감과 연대감을 갖게 한다.
“공자께서는 민면이무치(民免而無恥)라, 법률과 형벌로써 다스리면 백성은 형벌을 피하려고만 할 뿐 부끄러움을 모르게 된다고 경고하시며 도덕과 예로 이끌어야만 백성이 부끄러움을 알아 삼갈 것이라 하셨습니다. 법 조항을 만들 때 성현의 이 가르침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가 요새 우리 집현전 학사들의 고민입니다.”
“제가 그 방면에 조예가 깊지 않으나, 공자의 가르침은 다스리는 위치에 있는 자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형벌을 집행해야 하는지를 이르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법률은 이타적인 개인에서 극악하게 이기적인 개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백성 전부를 대상으로 하니, 이상적 도덕은 윤리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지금 이 세계의 질서를 바로 세워야 할 현실 필요에 집중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상왕 전하께서도 그런 의미로 제게 물으라 하신 것이 아닐런지요?”
윤서의 말에 성삼문이 수염 아래로 입꼬리를 쑥 올렸다.
“왜, 웃으십니까? 제 학문이 너무 얕아서 그러십니까?”
“아닙니다, 중전마마. 일전에 어전 회의에서 세금을 걷을 관리를 몇 명 뽑을까를 논할 때가 생각나서 그러합니다.”
시전 상인과 무당 등에게 매기던 세금을 수출품과 수입품을 파는 상인에도 부과하고, 토지뿐 아니라 임금 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산정하기 위해 세무 관원을 따로 뽑아 전국 현에 파견할 필요를 논할 때였다고 한다.
집현전의 학사 하나가 요순의 태평성대 치세에서 노인이 ‘아침에 해가 뜨면 일하고, 저녁에 해가 지면 쉬네. 내가 우물 파서 물 마시고 내가 밭을 갈아먹으니, 임금의 혜택은 무엇이 있다더냐. (日出而作, 日入而息, 鑿井而飮, 耕田而食, 帝力干我何有哉)’ 하는 격양가를 불렀다는데, 각 현마다 조세관을 대여섯씩 파견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고 엄격한 통치라고 고하였다고 한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이향이 서탁을 탕 치며 일갈하였다고 하였다.
“지금 우리 조선은 북으로는 압록강에서 이십 리, 두만강에서 백 리 남짓한 곳까지 영토가 넓어졌고 남으로는 배로 보름 이상 가야 도착할 섬까지 장차 넓어질 것인데, 개 짖는 소리가 다 들릴 정도로 나라가 작았던 시대의 치세를 왜 이야기하는가?”
요순시대 타령은 그만하고 새 시대에 알맞은 행정과 조세 체계를 갖추는데 집중하라는 전하의 꾸짖음이 다른 눈으로 세상을 고민할 필요를 일깨웠다고 말한 성삼문이 한숨을 쉬며 덧붙였다.
“이제 유학은 정말로 도덕, 윤리학으로만 남게 되겠군요.”
“그래도 그 윤리, 도덕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임금과 백성을 진심으로 위하는 윤리관을 갖춘 분이, 바로 직제학 같은 분들이 법을 만들고, 교육을 이끌어야 우리 조선에 올바른 법과 교육이 실행되지 않겠습니까?”
진실로 그리 믿으며, 윤서는 만고의 충신이자 동향의 지우(知友)에게 존경의 위로와 더 적극적인 헌신을 격려하였다.
“아, 그리고. 따님들 고등 학당에 관심이 있으시지요? 기초 경서와 산학, 생각을 묻는 작문을 시험 볼 것인데 미리미리 준비하게 해주세요. 물론 직제학 어르신 닮았으면 영민해서 잘하겠지만.”
고등 여 학당은 논어의 내용을 묻는 기초 경서 시험, 삼차 방정식에서 통계와 확률까지 푸는 산학 시험, 그리고 논제를 주고 생각을 쓰는 작문 시험, 세 과목의 시험으로 선발하기로 결정되었다.
다만 사십 명의 정원 중 다섯 명은 중앙 고위 왕족과 권문세족의 여식 중에서 기부금을 낸 자들로 뽑기로 했다.
첫해 기부금은 은자 오백 냥으로 정해졌다. 쌀 이백오십 섬의 가치로 한양의 어지간한 기와집 한 채 가격이다.
기부 입학금은 모두 학당 운영비와 장학금으로 쓸 예정이다.
*
*
*
“할아버지, 떨지 마시고! 아버지, 할아버지 모시고 잘 다녀오세요. 우린 여기 마방 앞에 있다가 세자 저하를 뵐게요.”
“저하께서 부르신 것이 아니니 우연히 뵙게 되는 거 아니면 얌전하게 예 있거라. 지엄한 궐이 아니냐.”
김포 월곡 평야 일대 촌장 이각주를 부축한 아들 이은평은 아들 범이에게 신신당부를 하고 마중 나온 상왕 전하의 내관을 따라 궐 안으로 들어갔다.
농장의 다른 어른들은 말린 생선이며 갓 도축한 돼지고기와 닭, 굵직한 알밤, 잘 말린 대추, 정성스럽게 아홉 번을 찐 홍삼 등 준비해온 선물을 중전마마께 바치기 위해 조 상궁을 따라 협경당으로 향하였다.
이각주 손주 범이와 또래 친우 창오, 산국은 마방 앞에 웅크려 섰다.
처음 와 본 궐은 너무 웅장하고, 호위를 선 금군은 너무 위엄이 넘쳐 촌에서 농사 거들며 학당을 다닌 아이들은 저절로 주눅이 들었다.
“저하께서 우릴 알아보실까. 다녀가신 지 이태나 되었잖여.”
전하 다섯 살 되셨을 때 상왕 전하와 중전마마와 함께 세자 저하와 그 아래 둘째 왕자님께서 농장에 처음 오셨을 때.
모두 대여섯 살 또래였던 범이와 창오, 산국은 저하와 함께 붕어도 잡고 거머리에 소금 뿌리며 놀았었다.
그 후 한 달에 한 번 협경당에 궁방전 농장 현황을 보고하러 들어가시는 할아버지 편에 세자 저하께 서신을 보냈었고, 이따금 격의 없이 안부를 물어보시는 답신도 받았었다.
그리고 매해 여름께 친우이자 임영 대군의 아드님 되시는 계동 자가와 함께 호위 내관 다섯만 단출하게 거느리고 농장에 와 함께 바다 낚시도 하고, 바다 수영도 하고 하셨는데.
이 년 전부터는 바쁘신지 논에 버글버글 사는 참게 맛이 그립다고 하시면서도 도통 오시질 못했다.
“아까 협경당에서 온 상궁 어르신이 세자 저하는 성균관에 가셨다는디, 성균관이믄 사대부 선비님들이 공부하시는 곳 아닌가? 지체 높으신 분들허고 친우이시니, 우덜은 기억이나 하실라나 싶네.”
“무슨! 잊으실 리가. 왜, 그! 마지막에 오셨을 때 한밤중에 위통 까고 진흙 꺼멓게 칠허고 아랫마을 참외 서리 갔다가 윤 참봉 어르신한티 같이 걸렸잖여.”
“아하하하! 진흙 칠하면 안 걸릴 거라고 말씀하신 분이 세자 저하셨는디 그날 걸려서, 이름을 그냥 개똥이라고 허고 엉덩이 같이 세 대씩 맞었었는디.”
“와, 진짜 우리 저하 대단하시지 않어? 나같으면 ‘이놈, 내가 조선의 세자니라!’ 하고 혼구멍을 냈을 터인디, 저하는 진짜 그냥 우덜처럼 그 계동 자가님이라는 분허고 같이 맞았잖여. 멍이 시퍼렇게 드셔서, 원래 다음날 가시려다가 부기 내려야 말을 탈 수 있다구 하루 더 묵고 가셨는데 그날도 종일 바다 낚시 허구 또 수영허시구. 물범이 따로 없으셨다니께.”
키가 크고 무예 솜씨 빼어날 것 같은 궐의 호위군 눈초리가 너무 매서워서, 또 날도 춥고 바람은 차갑다.
그래서 열두세 살의 김포 촌뜨기 소년들은 부러 과장스럽게 세자와의 기막힌 인연을 떠벌렸다.
그러자 동궁 비현각으로 통하는 문에 언월도를 짚고 정면을 보고 서 있던 금군 하나가 성큼 다가왔다.
“너희 셋, 무슨 용무가 있어 감히 궐 안에서 이리 소란인 것이냐!”
키가 크고 쭉 찢어진 눈을 부리부리 뜨고 있는 동궁전의 호위 별장은 올량합 족의 추장 조카 이질개였다.
무예가 뛰어나 동궁전의 호위를 맡게 된 이질개는 조선의 양인 소녀와 사랑에 빠졌는데 세자 저하께서 중신을 서 주신 덕에 무사히 혼인을 하고 벌써 아들을 둘이나 낳았다.
이질개는 골간 족 추장 아들 유다롱개, 오도리 족 추장 아들 동송로가무 등과 함께 한양에 와 왕실 학당에 입학하였을 때 자신이 느꼈던 당혹감과 두려움을 이 소년들에게서 보았다.
그래서 겁에 질리면 더 야단스럽게 짖는 개들마냥 들으란 듯 세자 저하와의 인연을 과시하는 이 촌뜨기 소년들이 가엾기도 하고, 세자 저하의 치부를 함부로 입에 담는 것이 괘씸하기도 하여서 시위군 휴게소에 가서 몸이나 녹이고 있으라고 말할 참이었다.
그런데 이질개의 체구가 워낙 다부지고 인상이 흉흉하였던지라, 긴장한 범이가 겁에 질려 냅다 소리 질렀다.
“아니! 우린 세자 저하랑 참외 서리하다 걸려 같이 볼기도 맞은 사이란 말입니다!”
“야아! 그걸!”
“!”
“!”
사방이 고요해지고,
방금까지 요란하게 윙윙 불던 바람마저 놀라 침묵하는 가운데.
시위를 서는 금군과 마방의 말을 지키는 방자, 입궐한 분들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 모두 범이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응? 서리를 하다 볼기를 맞으셨다고! 우리 세자 형님이!?”
어디선가 낭랑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