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331
331화. 홍위가 볼기를 맞게 된 까닭 (2)
김포 농장의 이범이가 궁궐의 위엄에 눌려 말하지 말아야 할 세자의 흑역사를 떠벌이고 있을 때.
금동은 수복이와 몽아와 함께 왕실 학당에서 돌아오고 있었다.
내년 아홉 살이 되면 금동이는 대군으로, 수복이는 군으로 정식 봉작되며 각각 토지와 염전, 어장 등을 하사받을 예정이다.
금동이는 수복이에게 단천이나 갑산 등지의 은광 채굴권을 받게 되면 어찌해야 하는지를 일러주고 있었다.
“우리 세자 형님이 이번에 할바마마와 함께 단천이랑 그 위에 갑산, 무산, 영흥 등지에 가 보셨잖아. 형님이 알려주셨는데 땅 파면 온통 흰색 광석 투성이인 단천 왕실 은광에서는 거대한 용광로 속에다 납과 은이 든 광석을 차례로 깔아놓고 밑에서 석탄을 땐대. 그러면 납은 먼저 녹아서 밑의 구멍으로 빠져나가고, 은은 회오리바람처럼 빙빙 돌면서 위로 솟구친대. 이렇게 녹는 점 차이를 이용한 회취법으로 은을 정제했더니 순도가 아주 높고 은 생산량도 좋아져. 수복이 너도 은광 받게 되면 배워서 써먹거라.”
“그으래? 금동 왕자 덕에 내가 떼부자가 되겠네.”
어릴 적부터 어울려 다닌지라 금동이 손이 얼마나 금손인지 잘 아는 수복이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은을 많이 얻으면 무엇을 할까 꿈에 부풀었다.
그런데.
“근데 우리 형님은 또 세자시니까 정말 생각이 남다르시다. 납이 끓을 때 나오는 연기에 독성이 있다고 우리 어머니가 그러셨거든. 그랬더니 우리 형님이 납을 받는 용기에 굴뚝을 높이 세워서 연기가 아주 위로 가게 하라고 명하셨어. 진짜 대단하시지 않냐? 인부들 돈 많이 번다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건강 걱정하는 이는 하나도 없었고, 나도 내 은광에서 그런 걱정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우리 세자 형님이 그렇게,”
“아우, 은 이야기 할 땐 은 이야기만 해라, 좀.”
“나도 할머님(태종과 원경 왕후의 딸 경신 공주)이 하가하실 때 받으신 궁방전에 은이 나나 찾아봐야겠다!”
기승전 세자 형님 칭송으로 흐르는 금동이의 말을 잘라내며 수복이는 은 제련법을 다시 한번 머릿속에 단단히 암기하고,
봉작을 받진 못해도 공주 할머님 덕분에 널따란 궁방전을 상속받을 몽아 남이는 은광을 갖게 되면 금아 옹주님한테 귀한 보석 장신구를 선물해야겠다고, 그러면 금아 옹주님께서 ‘너의 선물이 내 마음을 흔들고, 너의 다정함이 내 마음에 들어와’로 시작하는 연시(戀詩)로 답을 주실 것이라고 슬그머니 입꼬리를 움찔거릴 때였다.
“아니! 우린 세자 저하랑 참외 서리하다 걸려 같이 볼기도 맞은 사이란 말입니다!”
세자 형님의 거처 동궁을 지나 협경당으로 가려는데 울먹울먹하며 소리치는 앳된 음성이 들렸다.
“!”
“!”
“!”
셋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입까지 벌린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금상 전하보다 더 무게를 잡으시는 세자 저하께서 서리를?
굶은 백성이 가여워서도 아니고 재미 보자고 참외 서리를?
그러다가 걸리셔서 볼기를 맞으셨다고!?
“와하하하하! 세자 형님도 사람이셨네!”
“세상에! 우리 저하께서!”
수복이와 몽아는 이내 배를 잡고 웃는데, 금동이는 여전히 놀란 채로 목소리가 들려온 마방 앞으로 뛰었다.
“응? 서리를 하다 볼기를 맞으셨다고! 우리 세자 형님이!?”
차라리 오늘 아침 해가 서쪽에서 떴다는 말을 믿겠다고!
기도 안 찬다는 표정으로 묻던 금동이가 셋의 얼굴을 확인하였다.
“어? 너는?!”
다부진 체격에 어울리지 않게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단 소년 얼굴이 한 달에 한 번씩 어머님을 뵙고 농장 경영과 신농법 전파 현황을 보고하는 이각주 촌장의 얼굴과 판박이였다.
돈 버는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이 지대한지라 촌장의 보고가 예정된 날엔 무슨 구실을 대어서라도 학당 수업을 빠지고 어머니 곁에서 조선의 농법이 어찌 진화해가고, 그래서 장차 어떻게 해야 환금성 작물을 재배해 큰돈을 버나 눈도 거의 깜빡거리지 않고 촌장의 입을 주시했기에 잘못 볼 리가 없다!
“너, 우리 어마마마 김포 농장의 아이 아니냐? 이 촌장의 손주 이범이, 맞지?”
“······!!!”
한겨울 칼바람보다 더 차갑게 변한 주변의 눈초리에 이범이는 말실수를 깨닫고 이제 온 가족이 다 맞아 죽는 것은 아닌가 벌벌 떨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또래로 들리는 목소리의 소년이 다정하게 묻는다. 너, 범이 아니냐고.
이범이는 시야를 뿌옇게 가린 눈물을 소매로 슥슥 닦고 앞을 보았다.
굉장히 귀해 보이는 붉은 보석을 세 개나 단 흰 털 이엄을 쓰고 있는 소년을 이범이는 한눈에 알아보았다.
‘거머리 물린 세자 저하 붙들고 ’버에, 헝아, 버에‘ 하고 울던 아기 왕자님이시다!’
기저귀 차고 울던 아기는 통통하던 젖살이 쏙 빠져 수려한 미남 소년이 되었지만 눈매는 여전히 세자 저하 판박이다!
저하의 동생이시라면!
“예, 예, 맞습니다, 왕자님. 흐흑, 할아버지께서 상왕 전하께 부름을 받아서 따라왔는데, 흐흐흑, 세자 저하 기다리는데, 흑, 자꾸 무서워서, 어어헝!”
구원의 동아줄을 잡게 된 안도감에 범이는 참았던 눈물을 후둑후둑 쏟았다.
금동이는 사정이 어찌 돌아간 것인지 한눈에 파악하였다.
“형님 전하 돌아오시려면 반 시진은 있어야 하니, 너희 셋은 나를 따라 협경당으로 오너라. 그리고 이 별장!”
“예, 자가.”
이질개가 금동이의 부름에 응하였다.
“여기 있는 이들 신상을 다 파악해두세요. 감히 이 나라 조선의 국본의 일을 농지꺼리 삼아 떠벌리는 자가 있다면!”
변성기가 시작도 되지 않아 낭랑하기만 한 소년의 음성에 무거운 위엄이 서렸다.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예, 자가! 명심하게 만들겠습니다!”
세자 저하는 잠시 틀어졌던 여진족과 조선을 다시 잇는 소중한 분이시고, 또 우리 여진족의 청년들에게 배움과 출세의 기회를 함께 주시는 너그러운 군주시니!
이질개는 평소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굴어 궁인들, 특히 궁녀들에게 깊은 사랑을 받고 있는 둘째 왕자의 엄한 명을 기꺼이 받잡았다.
*
*
*
“그러니까, 정말로 몸에 진흙을 까말게 칠하고 참외 서리를 갔었다고? 우리 세자 형님이!”
“예에. 그날 낮에 윤 참봉 어르신이 우리 할아버지한테 인삼 뿌리 나눠준 거 고맙다며 답례로 참외와 오이를 여러 소쿠리 보내셨었는디요. 그 참외가 참으로 달았다고 하시면서.”
“계동 자가와 먼저 앞장서서 달리셨구유. 우린 걱정하면서 따라갔구유. ···허지만 걸렸을 때 그리하신 건 다 우덜을 위해서······.”
추운데 겁까지 나서 덜덜 떨던 김포 농장의 범이와 창오, 산국은 둘째 왕자님이 거처에 데리고 가 몸을 덥힐 뜨끈한 국밥과 약과와 강정, 산과 등을 내어주며 그날의 일을 연거푸 세 번이나 물으시자 먹으랴 고하랴 정신이 없었다.
‘세상에! 우리 형님이!’
세 번이나 거듭 확인한 후에야 금동이는 주먹을 입에 넣었다. 자꾸 새어나는 웃음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놀려먹을 일이 생겼네, 우리 형님!’
그러나 금동이는 이 조선 천지에서 우리 세자 형님을 감히 놀려도 될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신뿐이어야만 한다고 굳게 믿는 동생이다.
아까 궁금해서 미칠 것 같은 표정으로 함께 듣게 해달라고 조르다가 “아아! 은광 받게 되면 너 다 줄 테니까, 제발!” 하고 애원하는 수복이까지 얄짤없이 돌려보내고 자초지종을 확인한 것도 이런 이유다.
“!”
주먹을 깨물며 웃음을 참던 금동이는 그러나 너무나 완벽했던 세자 형님을 놀려먹고 끝날 일이 아님을 직감하였다.
‘유학 교육에 소홀함을 비판하는 무리들이 이 일을 기회로 삼아 아바마마의 시책을 비판하면! 또 지나치게 서민의 편에 선다고 어머님을 비판하는 무리들 귀에 이 일이 들어가면!’
세상이 형님을 조롱하는 일도, 그리고 그 일로 어머니와 형님이 함께 아끼시는 농장 사람들이 해를 당하는 일도, 어머님의 권위에 금이 가는 일이 생겨서는 아니 된다!
“편하게 먹고들 있어. 우리 세자 형님 돌아오시면 고하라 할 것이니까, 곧 동궁전에서 부르실 거야. 걱정하지 말고, 울지도 말고! 매금 누이!”
의외로 사내아이들과 친화력이 대단한 매금이를 불러 아이들을 맡기고 금동이는 협경당을 나섰다.
“뚝! 설탕 묻힌 꽈배기! 두 개씩, 먹어!”
뒤에서 범이와 소년들을 달래는 매금이의 엄한 목소리가 들렸다.
“한 상궁, 향 좋은 금귤로 한 바구니 담아줘.”
마음을 녹이는 방법 중 하나가 좋아하시는 것을 은근히 챙겨드리는 것이라 어머님이 가르쳐 주셨다.
금동이는 소주방부터 들러 아바마마께서 좋아하시는 과일을 한 바구니 챙겼다.
“전하께선 만춘전에 계시옵니다.”
편전인 사정전을 지키는 호위 대장에게 아바마마를 뵙고 싶다고 했더니, 옆의 집무실 건물을 가리켰다.
“추운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이거.”
금동이는 호위 대장의 옷 주머니에 귤 세 알을 넣어주고 만춘전으로 향했다.
댓돌 위에 아바마마의 목화신이, 그리고 그 아래로 젖은 목화신이 또 하나 놓여 있었다.
“누가 들어 계시는 거야?”
“일본에서 돌아온 엄 상전이 들어 있습니다.”
“응, 그럼 나 여기서 기다릴래!”
“날이 춥습니다요, 대군 자가.”
“아니야. 송 내관도 여기 내내 서 있는데. 올해 첫 귤이 아주 달아서 아바마마께 드리고 싶어서 왔어. 이따 돌아가면 한 바구니 보낼 테니까 나눠들 먹어.”
아주 예의가 바르신 세자 저하와 공주 누님 곁에 붙어 있느라 편전에는 걸음을 하지 않는 셋째 왕자님과 달리 둘째 왕자님은 평소 이렇게 맛이 있는 것이나 귀한 것을 보면 종종 전하를 찾아와 보여드리며 재잘거리다 가는 일이 잦았다.
“아유.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송 내관이 허리를 굽혔다.
둘째 대군께선 자신의 몫으로 나온 과일이며 정과 등을 호위를 서는 금군과 내관들에게도 곧잘 나눠 주니 궁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안에서는 한창 중대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대내전은 그간 소이전 등 주변의 번을 정복하면서 계속 영토를 확장해왔기에 쌓은 원한이 많아 연합할 세력이 없다는 것을 금성 대군과 한남군께서 확인해주셨습니다.”
금성 대군이 건너가면서 일본의 대내전은 이와미 지역의 소 영주와 함께 은광 개발에 본격 착수했고 드디어 다량의 은광석을 채굴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변의 시마즈 가문 등 유력 다이묘들이 이와미 은광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두 달 전.
대내전의 도주 다다량교홍이 은밀하게 남동생을 사자로 보내왔다.
“전하, 조선의 두 분 안자(왕자)께서 선는(성능) 좋은 폭약으로 우리 이와미 지역에 은간(은광)을 개발하게 하셨습니다. 은의 매잔얀(매장량)이 워낙 많은 데다 조선의 선진 제련법으로 지금 우리 대내전 일대엔 은이 지천으로 깔리는 견사(경사)를 맞이하였습니다만, 그로 인해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응 받침 발음만 서툴 뿐 완벽한 조선어로 도주의 남동생이 군사 파병을 청하였다.
조선과 공동으로 개발한 이와미 지역의 은광에서 다량의 은이 생산되는 것을 시기한 주변의 다이묘와 힘을 기르고 있는 소 영주들이 호시탐탐 대내전의 오우치가에 반기를 들며 연합을 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윤서를 통해 곧 일본이 긴 내전에 돌입해 각 번의 다이묘와 그 휘하 영주들까지 서로 먹고 먹히는 전투가 백 년간 이어질 것과, 그 와중에 오우치 가문이 멸문되어 친조선 세력이 사라지고 그리고 결국 도요토미 히데요시란 자가 일본을 통일한 후 그 칼끝을 우리 조선으로 돌린다는 것을 아는 이향은 상왕 전하와 논의를 거듭하는 한편 엄자치를 대내전에 급파했다.
그 엄자치가 마포 나루로 들어오자마자 말을 타고 달려와 이향을 알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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