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332
332화. 홍위와 금동이 형제 (1)
“배에서 내렸을 때 항구에 대기하고 있던 가마가 소인을 태우고 곧장 도주 앞으로 데려갔습니다. 전하께옵서 대내전과 그 주변의 상황, 나아가 일본국 전역의 상황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신지, 대내전에 나가 계신 두 분 왕자님을 얼마나 신뢰하고 계신지 확인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였습니다.”
엄자치가 대내전의 도주 다다량교홍을 만난 일을 상세히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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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관은 최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직위니 국왕 전하의 어심을 가장 잘 알겠지. 조선의 두 분 왕자께서 이곳에 오셔서 한 분은 상업과 무역을 이끄시고 또 한 분은 은광 합작 개발을 책임지고 계신데, 그러나 권력 세계의 일은 참으로 비정하지 않은가.”
조선말이 유창한 통역사 하나만 배속한 자리에서 다다량교홍(오우치 마사히로)이 의미심장한 어조로 말했다.
엄자치는 그것이 지금 대내전의 땅에 파견 나와 있는 두 왕자 금성 대군과 한남군이 전하의 뜻과 다르게 독자 노선을 추구할 가능성을 경고하는 말이란 것을 알아차렸다.
엄자치는 그 불신의 예봉을 오히려 다다량교홍에게 돌렸다.
“우리 전하께서도 그 비정함을 안타까워하고 계시기에 소신을 보내셨습니다. 귀하께서 소이전을 토벌한 것은 쇼군의 명이었습니다. 한데 이제 우리 조선과 교역하고 은광을 합작 개발하면서 귀하와 귀하 번의 부와 권력이 커지자 이제 쇼군이 주변의 다이묘와 영주를 부추겨 귀하의 땅을 침탈하려 하기에 우리 전하께 도움을 청하는 사자를 보내는 지경에 이르셨습니다. 소인 귀하께서 직면한 정치권력의 비정함에 삼가 위로를 표합니다.”
우리 왕자들 일은 우리 전하께서 잘 관리하고 계시니 도주께선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호시탐탐 침탈의 기회를 노리는 일본의 다른 세력이나 대비하란 충고였다.
다다량교홍은 미미하게 입매를 굳혔다.
그러나 일본 내의 정세와 대내전을 둘러싼 주변 세력의 움직임까지 조선 국왕께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도주의 얼굴이 다시 밝아졌다.
“과연! 두 분 왕자께서 국왕이신 형님 전하께 조금의 숨김도 없이 충성을 다하신다고 하더니, 그 말씀이 참이었구려. 그러면 조선 국왕 전하께서는 두 동생과 또 동생을 따라 건너온 삼천여 명의 조선 상인과 공인을 보호하시기 위해서라도 군사를 보내주실 것인가. 매장량이 어마어마한 것으로 확인된 은광을 지키기 위해서는 조선의 도움이 간절하네.”
대내전의 교주는 솔직하게 도움을 청했다.
은광을 합작 개발한 조선이 결코 이 요청을 무시하지 않으리란 확신을 가진 어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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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전의 도주는 우리 조선의 파병군이 은광을 독차지하고 자신의 번까지 정복하려고 할 수 있단 경계를 하지 않던가?”
다다량교홍과의 회담 내용을 듣고 난 이향이 물었다.
“도주는 우리 조선이 기존 해외 세력과 충돌하기보단 새 땅을 개척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경로로 확인한 것 같았습니다.”
이 점은 다다량교홍이 정확하게 파악하였다.
상왕께서도, 그리고 이향 자신도 호주라는 거대한 섬을 또 하나의 조선으로 개발하는 것에 국력을 집중하기로 대외 정책의 방향을 확립하였다.
그것은 이미 통치 체제가 확립되어 있는 곳은 정복하기에도, 그리고 그 후 지배 체제를 유지하기에도 끊임없이 군사와 자원이 소모된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또한 윤서가 말한 바를 고려한 결론이기도 하였다.
“중국은 무력으로 여송이나 남방 일대를 침탈, 지배하지 않았지만 일찍부터 중국의 상인이 진출해 경제를 지배해왔지요. 현대 동남아시아의 경제는 실제 중국계가 쥐고 있고 심지어 싱가폴이라는 중국계 국가까지 따로 세웠습니다.”
윤서 시대의 역사 흐름을 고려하여 여송과 다른 무역 중심 도시에 우리 조선의 진출을 적극 돕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이향이 예상한 바였다.
“금성과 한남군은 무엇이라 하던가?”
“아주 중대한 사안인지라 소인에게 밝힐 수 없는 것이라 하시며 전하께 직접 비밀 장계를 올리셨습니다.”
엄자치가 품에서 두 개의 비밀 장계를 꺼내 두 손으로 올렸다.
정식으로 파병을 논하는 자리라면 내관이 아니라 조정 관원을 보냈을 것이다.
이향이 엄자치를 보낸 것은 다다량교홍뿐 아니라 금성 대군과 한남군의 속내와 혹여 있을지 모를 그들간의 야합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엄자치는 두 왕자 모두 다른 마음을 먹지도, 자신을 회유하여 왕의 눈을 가리려는 수도 쓰지 않았음을 확언하였다.
“다만 금성 대군께옵선 선대 쇼군이 다이묘들에게 암살당하였고, 여덟 살에 옹립된 현 쇼군은 정치에 뜻을 잃고 예술에만 빠져 있는지라 곧 군웅할거의 혼돈의 시대가 시작될 듯하다는 점과, 특히 대내전 남쪽 시마즈의 세력 확대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은 제게도 하셨습니다.”
“그렇다. 시마즈의 세력 확대를 좌시할 수 없다.”
시마즈가 백 년 후 조선에 쳐들어왔던 일본국의 주요 번 중 하나였다고 했으렷다.
역사의 미래 지식을 짚어보며 이향은 금성 대군이 보낸 장계부터 펼쳐 읽었다.
[쓰지 않는 칼은 녹이 슬기 마련입니다.상왕 전하와 형님 전하의 연이은 치세에 북방이 안정될수록 그간 빼어나게 개량한 화포의 총신과 칼날에는 녹이 슬고, 여진을 평정하고 달달을 물리쳤던 우리 조선군은 교각을 짓고 도로를 내는 건설 공병으로만 거듭날 위험이 있습니다.
때마침 대내전 도주가 파병을 요청하였으니, 이곳에 군사를 보내시어 은광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실전을 통해 전력을 키울 기회로 활용하소서.
그래야 나중에 저 먼 섬의 개척지를 풍요롭게 가꿨을 때 그 성과를 시기하며 침탈하려 하는 주변 세력과, 또 불온한 마음을 먹을 수 있는 내부 세력을 쉽게 섬멸할 것입니다.]
금성은 호주에 파견될 총독이 다른 마음을 먹을 경우까지 미리 대비하고자 할 정도로 오롯한 충성을 보이는구나.
그럼 금성과 합이 잘 맞을 장수로는 누가 있을까.
또 몇 명의 군사를 파병해야 하는가.
이향이 장계를 보며 고민할 때였다.
밖에서 친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올해 첫 귤이 아주 달아서 아바마마께 드리고 싶어서 왔어.”
때때로 들러 어깨도 주무르고 머리도 꾹꾹 눌러주는 둘째 금동이의 목소리가 들리자 엄숙하게 짙어졌던 미간의 주름이 저절로 부드럽게 풀렸다.
“전하, 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엄자치가 물러남을 고하였다.
늘 고된 정무에 시달리는 전하께서 둘째 아기씨와 잠깐이라도 기분 좋은 휴식을 가지실 수 있다면 신하로서 무척 기쁘고 반가운 일이다. 겸사겸사 자신도 바닷바람에 소금기가 버석거리는 옷을 갈아입고 싶기도 하였다.
“뱃길에 고생이 참 많았다.”
이향이 엄자치에게 드디어 물러남을 허락한 후..
도도도 대청마루를 경쾌하게 걷는 발자국 소리에 이어 금동이가 상큼한 귤 향기와 함께 등장하였다.
“아바마마! 알현을 기다리는 중에 심심해서 미리 다 껍질을 벗겨두었습니다.”
어릴 적엔 늘 무릎을 찾아 앉더니 이제 컸다고 서탁 옆으로 무릎을 꿇어앉은 금동이가 흰 속껍질까지 깨끗하게 벗겨낸 귤 바구니를 내밀었다.
이향은 바구니를 감싸 쥔 손이 벌겋게 얼어 있고, 손가락 끝이 귤물로 노랗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이리, 가까이 오너라.”
이향은 바구니에서 귤 한 알을 꺼내 반으로 갈라 절반은 자신은 입에, 다른 절반은 둘째 아들의 입에 넣어준 후 금동이의 두 손을 큰 손으로 감쌌다.
“다음부터는 송 내관더러 화로 내오라고 해서 불 쬐면서 기다리거라.”
너무 큰 덩이를 넣어주어 한참 오물거려서 꿀꺽 귤 조각을 삼긴 금동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바마마. 귤이 아주 상큼하게 달아요. 작년에 금아 누님이 아바마마께서 금귤 주셨다고 주머니에 소중히 넣고 다니다가 소자에게 준 일이 생각났어요.”
“금아가?”
“예, 아바마마. 누님이 그렇게 아끼던 귤을 제게 주셔서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그래서 귤을 보자 누님 생각과 아바마마 생각이 났습니다. 그런데 아바마마.”
“응? 말하거라.”
새해면 이제 아홉 살이 될 금동이가 눈을 빛내며 아비인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다.
새카만 눈동자 속에 들어 있는 것은 무한한 신뢰였다.
“우리 세자 형님이 어머니 김포 농장의 아이들을 어여뻐하는 거 아시지요? 여름에 가서 놀고 저한테 방개랑 예쁜 줄무늬 물고기도 잡아다 주었잖아요.”
“응, 그렇지.”
“예, 그런데요. 그 아이들이 입궐하는 이 촌장을 따라 궐에 왔는데요. 마방 앞에 앉아 저희끼리 떠들기를,”
금동이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잠시 망설이더니, 결심한 듯 다시 빠르게 말을 이었다.
“재작년에 밤중에 이웃 마을로 참외 서리를 갔다가 들켜서 볼기를 맞았대요.”
“우리 금동이도 참외 서리가 해보고픈 게로구나.”
“예! 저도 세자 형님이 하신 것처럼 저도 수복이랑 몽아랑 꼭 참외 서리 해 보고 싶어요. 그래서 들켜서 볼기도 맞아보고 싶어요. 와아! 정말 재미있겠다!”
“!”
이향은 어찌 된 사정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금동이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단짝 수복이와 학당에 입학하면서 가까워진 몽아와 몰래 궐을 빠져나가 기어이 하고야 만다.
뒷산 북악에 둥지를 튼 해동청이나 다른 새들을 잡겠다고 나무에 올라갔다가 내려오지 못하고 울고 있는 세 녀석을 매금이와 내관과 홍위가 발견한 일도 여러 번이고, 작살을 던져 물고기 잡는 연습 한다고 경회루나 창덕궁 후원 연못에 뛰어들어 잉어 씨를 말릴 뻔한 적도 부지기수이다.
그런 녀석이 서리를 해 보고 싶다고 미리 고할 리가.
“세자가 김포 아이들과 참외 서리를 하다 들켜 볼기를 맞았구나!”
이향의 목소리가 무거워졌다.
“아바마마.”
늘 생글거리는 금동이가 드물게 진지한 표정을 짓고 고하였다.
“전 형님이 재미나게 놀 줄 알아서 좋은데요. 그 재미있는 일이 밖에 퍼졌을 때 형님과 어머니와, 또 그 아이들과 참외밭 주인이 곤란해질까 봐 아바마마께 말씀드리는 것이에요. 그럼 형님이 제일 속상해할 것이니까요.”
“왜, 홍위가 제일 속상해한단 말이냐?”
“형님이 그날 세자인 것을 안 밝히고 볼기 맞고 넘어간 것은 김포 아이들을 곤란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였잖아요. 또 세자인 줄 모르고 잡아들인 참외 주인도 곤란하지 않게 한 것이고요. 그런데 이제 소문이 퍼지면, 아바마마.”
“······.”
“아바마마.”
이 일이 퍼졌을 때의 파장을 짚어보는 이향을 금동이가 애절한 목소리로 불렀다.
“형님이 속상하지 않게, 어머님이 곤란하시지 않게 해주세요. 또 형님의 그 귀한 마음이 조롱거리가 되지 않게 해주세요.”
“···녀석. 넌 그렇게 형님이 걱정되는 것이냐?”
“예! 우리 형님은 아바마마를 이어 성군이 되실 것이니까요!”
금동이가 완전히 확신하는 어조로 소리쳤다.
서로 경계하고 서로 시기하는 마음이 들 법도 하련만.
“좋다! 그건 아비에게 맡기고, 어머니께 가서 말씀드리거라. 어머니도 해결할 방도가 있으실 것이니.”
“어머니도요?”
“그럼, 어머니는 네 형의 일이라면 아주 무섭게 치밀해지는 분이 아니시냐?”
“헤헷, 맞아요. 그럼 소자는 어머니께 가 보겠습니다!”
금동이가 절을 하고 나갔다.
이향은 주황빛으로 곱게 까인 귤을 바라보다가 문득 목이 메었다.
우리 홍위에게 저리 든든한 동생이 있구나.
“여봐라, 송 내관.”
이향은 송 내관을 불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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