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333
333화. 홍위와 금동이 형제 (2)
“고등 여 학당의 입학생이 각 도에서 세 명씩이면 정말 대단한 소저들만 뽑히겠네.”
“그러게요. 오늘 배운 그 경우의 수 문제도 그 소저들이라면 뚝딱 풀겠지요? 아니 그 색실 스무 종류를 모아야 경품을 받을 수 있다는 문제 같은 건 왜 풀어야 하는 거지? 그깟 경품, 그게 무엇이든 영응 숙부님 궁에 썩어나고 있을 거 아뇨?”
“여기서 내 재산이 왜 나오지?”
“그야 숙부님은 워낙 상왕 전하 총애를 받으셔서 온갖 귀한 것을 다 받으셨잖아요.”
“그것도 다 옛말이다. 아바마마의 총애와 관심이 너희 손주 대로 향하신 지가 언제인데. 특히 우리 세자 저하!”
홍위가 다른 왕족과 함께 성균관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예전 같으면 악대를 앞세우고 호위군과 궁인이 따르는 엄숙한 행렬이 이어질 것이었지만, 작년부터 세자의 성균관 왕래는 다른 왕족과 함께 말을 타고 오가는 것으로 간소화되었다.
앞뒤 옆으로 무장한 호위가 함께 말을 달리긴 하지만 사촌지간인 십 대 왕족들은 서로 말머리를 붙이고 그날 배운 것에서부터 세상사를 떠들어대는 또래 소년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늘은 특별히 어명에 의해 성균관의 고급 산학을 듣고 있는 영응 대군도 함께였다.
산학에 약한 오산군이 확률 문제가 어렵다고 툴툴대고, 영응 대군은 ‘정말, 예전에는 아바마마께서 세상의 온갖 진귀한 것을 다 내게 주시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더니, 언젠가부터 그 말씀이 뚝 끊어지셨네.’ 서운해하며 앞에 가고 있는 세자 조카를 바라보았다.
‘세태가, 급변하고 있어!’
자신이 가졌던 일만 명에 가까운 노비는 거의 소출의 일 할을 바치는 소작인으로 변화하였고, 또 일부는 월봉을 받는 직원으로 변화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봉작 재산을 이용해 지방에서 역을 지기 위해 올라온 군인들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고리대도 놓으면서 알차게 재산을 불려주던 재산 관리 노비도 모두 양민이 되었다. 그리고 월봉을 받는 전문 군인 갑사가 많아지면서 번상군도 거의 없어지고 고리대금 돈놀이는 은행이란 것으로 대체될 것이라 하고.
‘하아. 아바마마께서 산학을 배우라고 하신 이유도 달라지는 세상에서 나만의 역할을 하라는 뜻이셨는데.’
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극장을 세워서 세우 작가의 소설을 무대에 올리면서 한양의 철전을 쓸어 담는다는 부인과 함께 아예 지방의 주요 도시에 극장을 세워야 하나.
아니면 수양 형님의 뒤를 이어 총독을 꿈꿔봐야 하나.
임영 형님처럼 군기시에서 화약 냄새 맡아가면서 화포와 무기 개발에 투신해야 하나.
막내 대군으로 귀하게 태어났는데 빠르게 변화하는 세대 속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고민인 자신과 달리, 한 항렬 아래 조카 놈들은 아직 천하태평 혈기왕성하였다.
“학당에 뽑힐 소저들은 실력뿐 아니라 재력도 있어야 해. 은자 오백 냥 기부금 학비에 비해서야 아주 작은 은자 육십 냥이 일 년 학비라지만, 그래도 그게 비옥한 전답 일 결에서 나오는 소출이다.”
“에이, 도원군 형님. 그깟 전답 일 결 소출이 대수입니까? 고등 여 학당에 입학할 정도면 그 영특함이 어지간한 유생보다 낫다는 것인데 그럼 그 영특한 소저들 며느리 삼고 싶어 할 가문이 한둘일까요? 중앙의 세도가와 혼맥을 맺을 드문 기회인데 까짓 열 결의 소출이라도 낼 만하지요.”
“계동이 네가 그래서 그렇게 관심이 많구나. 장가를 아니 갔으니, 역시.”
“아니 이야기가 왜 저한테 튑니까? 우리 세자 저하도 아직 국혼 전이신데.”
“혹시 중전마마께서 우리 세자 저하 배필을 널리 구하기 위해 고등 학당을 세우시는 것은 아닐까?”
“아하하! 일리가 있소, 일리가 있어!”
“무엄하구나! 나라의 백년지대계인 교육의 일을 두고 어찌 사사로이!”
“아니 세자빈께선 장차 국모가 되실 것인데 그것이 어찌 사사로운 일입니까?”
“어, 우리 저하 귀 붉어지셨네. 하핫, 벌써 마음에 두신 소저가 있으신가!”
“어허, 참! 무엄하다는데도!”
홍위가 짐짓 화를 내면서 어째서인지 얼굴에 물감 묻은 줄도 모르고 허리끈을 금아와 함께 묶고 있던 송선을 생각할 때였다.
“형님! 세자 형님!”
저 멀리 건춘문 앞에서 두 손을 흔들며 세자를 부르는 아이 하나가 보였다.
“금동이네. 어째 맨날 저리 세자 형님이 반가울까?”
“그러게요. 누가 보면 십 년 만에 만나는 줄 알겠습니다.”
“근데 수복이랑 몽아는 어디 갔다니? 셋이 아주 온갖 개구진 짓은 다 하고 다니잖아?”
“아, 심해요, 심해. 저번엔 내 신발 안에 말똥을 넣어둬서, 진짜! 아오! 대군만 아니었으면, 진짜!”
“대군만 아니었으면, 뭘 더 어쩌려고? 오산군 형님? 두 팔 들고 반 시진이나 벌서게 하였다면서.”
“아니, 저하! 많이 봐 준 거예요. 계동이가 그랬으면 진짜 종아리 피날 때까지 때렸을 것인데!”
“형님, 폭력은 나쁜 것입니다. 그리고 애들이 놀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그깟 말똥 넣은 거 가지고. 개똥이나 돼지 똥이 아니잖아요.”
계동이가 씩 웃으면서 금동이 편을 들었다.
그러자 오산군이 계동이 머리를 툭 치며 혼을 냈다.
“넌 누구 동생이냐? 금동이 보고 좀 배워라. 응?”
“아이고, 형님도 좀 세자 저하 보고 배우십시오!”
“원래 형제 사이는 너희처럼 투닥거리고 싸우면서 크는 법인데, 우리 세자 저하랑 금동이가 유난스럽지.”
영응 대군이 남다른 형제애를 총평할 때, 일행은 건춘문 앞에 다다랐다.
홍위는 훌쩍 말에서 뛰어내려 고삐를 호위에게 넘기고 금동이에게 다가갔다.
“추운데, 왜 나와 있어?”
“형님! 잠깐 귀 좀!”
“세자 저하, 오늘 늦었으니 이만 돌아갑니다. 금동아, 잘 있거라!”
“저는 부인 만나러 갑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영응 대군과 오산군은 함께 동별궁으로 향하고,
도원군은 경복궁 서편의 왕실 여 학당으로 부인 연화를 마중 가고,
계동은 세자 뒤에 호위무사처럼 섰다.
“계동 형님도 같이 들어. 아까 무슨 일이 있었냐면은!”
금동이는 재빠르게 김포의 범이와 창오, 산국이 나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허! 입들이 그리 가볍다니! 절대 비밀이라 신신당부 하였건만!”
계동은 얼굴이 헬쑥해지며 걱정하는데, 홍위는 싱긋 웃을 뿐 태평하였다.
“형님은, 걱정이 안 돼요? 어머님한테 먼저 말씀드리려다가, 형님 아직 안 돌아와서 기다렸어.”
“산학 수업이 하나 더 있어서 늦었다. 그리고 괜찮아. 어머니는, 알고 계셔.”
“으응?”
“저하! 중전마마께서 아신다고요?”
“그래. 그때 엉덩이 멍이 오래가지 않았어? 자선이가 목욕 수발 들다가 보고 어머니한테 고해서 말씀드렸다.”
그랬다.
한밤중에 서리를 갔다는 정도만 알지 잡혀 엉덩이를 맞았다는 사실은 까맣게 몰랐던 내관 자선은 환궁한 후에야 욕탕에서 물에 젖은 얇은 고쟁이 위로 시퍼렇게 비치는 멍 자국을 보았다.
어릴 적부터 세자를 보필한 자선은 바로 중전마마께 고하였다. 세자 저하께 여쭤도 어찌된 연유인지 말씀을 안해주셨기 때문이다.
그날.
어머니가 부르셔서 아무 말씀 없이 자운고를 발라주시던 날.
연고를 발라주시는 손끝이 와들와들 떨리고, 분노인지 화인지 참으시느라 호흡이 자꾸 푸들푸들 거칠어지셔서.
홍위는 먼저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한참을 가만히 계시던 어머니께서는 붉어진 눈매로 입꼬리를 올려 웃음을 지어내시며,
“네가 그렇게 놀 줄도 아는구나. 그러면 되었다. 너무 반듯해서, 너무 애쓰고 사는 것 같아서, 그래서 안타까웠는데. 서리도 하고 또 그에 대해 멋지게 책임도 지고. 되었다.”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이내 또 손을 꼭 잡고 당부하셨다.
“그래도 맞지는 마. 맞지는 마라, 홍위야. 내 마음이, 너무 아프다.”
그렇게 넘어간 일이 이제 와 문제가 될까.
홍위는 고개를 저었다.
“걱정 마, 금동아. 내가 저지른 일인데, 무얼.”
“하지만, 형님. 소문이 나면, 힝.”
금동이는 세자 형님이 놀림거리가 될 것이 생각만 해도 분한지 울먹거렸다.
“괜찮다! 아이들 협경당 네 전각에 있다고? 가서 이야기 나누고 있거라. 내가 어머니한테 말씀드릴게.”
“음, 제가 저하를 부추겼다고 하십시오. 저하는 그러실 생각이 하나도 없으셨는데 제가 막 부추겨서.”
“하핫, 계동아. 어머니 다 아셔. 달빛이 밝으니 진흙 바르자고 했던 것도 나고, 이리저리 골치 아프게 일 크게 벌리느니 몇 대 맞고 끝내자고 한 것도 나라는 거, 이미 다 아셔. 그래도 고맙다.”
“그, 그럼. 그 저번에 파주에 사냥 나갔다가 아무 것도 못 잡아서 그 정인지 대감 돼지 농장에 몰래 들어가 새끼 한 마리 잡아다 멧돼지라고 우긴 것도, 아, 아십니까?”
“허얼! 이 형님들 보게!”
“아니야. 그건 모르신다! 계동, 그걸 금동이 앞에서 말하면 어쩌냐?”
“배웠어, 배웠어! 사냥감 못 잡았을 땐 새끼 돼지 훔쳐다가 멧돼지 새끼라고 우기는 거, 배웠어! 꿩 못 잡으면, 병아리 훔치면 되겠네!”
“하아. 애들 앞에선 냉수도 함부로 마시지 말라고!”
홍위는 끙, 이마를 짚고 교태전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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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마. 내게 다 생각이 있으니.”
왕실 고등 여 학당의 선발 문제를 최종 검토하고 있다가 홍위를 맞이하였던 윤서가 홍위를 안심시켰다.
“저는 행한 일에 대가를 치른다지만 공연히 아이들이나 윤 참봉이 다치거나, 어머님이나 왕실이 구설수에 오를까 걱정이 되옵니다.”
금동이 앞에선 큰소리쳤지만 역시나 후폭풍을 걱정하는 홍위였다.
“다음 날 참외 추수 도우면서 꽃 피기 전 순 따는 거랑 꽃 솎아내는 것도 가르쳐주었다면서. 그 정도면 참욋값으로 충분히 갚고도 남았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돌아가서 아이들하고 인사나 하렴.”
윤서는 홍위를 내보내고, 유 소용을 불러들였다.
“오히려 풍문지에 제보를 하라는 말씀입니까?”
유 소용의 소설을 시작으로 한양에 여러 종류의 이야기 책과 만화책이 유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개의 잡지도 생겨났다.
대개는 재물이 넉넉한 이들에게서 돈을 받고 이들이 지은 시나 소설을 싣는 자비 출판 형식의 문학 잡지였지만, 근자들어 이런저런 세간의 풍문을 모아 펴내는 시사 잡지도 서너 개 생겨났다.
그 중 하나가 란 제목으로 닷새에 한 번 펴내는 잡지였다. 이 잡지는 출세 가도는 달리는 인사들의 처세술, 인기를 끄는 극단 배우의 사생활, 최근 돈 잘 버는 업종 등 온갖 관심사를 맛깔스러운 문체로 펴내는데 상당히 심층적이라 철전 오십 냥이라는 비싼 값에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하긴. 알고 보면 정말 눈물 나도록 감동이 아닙니까? ‘백성을 위해 엉덩이를 깐 세자!’ 캬! 이거 참.”
감탄하던 유 소용은 이내 얼굴을 굳혔다.
“그, 그런데, 상왕 전하께서 가만히 계실까요? 왕족 위엄이 훼손되는 것을 굉장히 못 참아 하시는데.”
“그러니까 자네가 잘 써야지. 여비 한씨의 기록처럼.”
“정말 살뜰하게도 부려 먹으시는군요, 중전마마는. 하지만 중전마마 덕분에 제가 이리 출세를 하였으니. 사랑합니다, 중전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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