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334
334화. 홍위와 금동이 형제 (3)
교태전에서 나온 홍위는 바로 금동이의 거처로 향했다.
어릴 적부터 그림자처럼 홍위를 보좌한 내관 자선이 뒤를 따르다 울먹거리며 사죄하였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저하. 저하께서 그 고초를 당하시는 줄도 모르고 술에 취해 자빠져 있었던 것으로도 모자라 진작 그 경망한 것들의 입을 막지 못한 것 모두, 소인의 불찰입니다.”
어릴 적부터 상왕 전하와 왕실 어르신 모두 건국 이래 이토록 폭넓은 기대를 받는 세자는 없었다고 입을 모아 칭찬할 만큼 빼어나기만 한 우리 저하시다.
물론 이따금 계동 자가와 함께 궐 담을 넘어 밤낚시와 멧돼지 사냥을 즐기시기야 하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하길 요구받는 세자의 삶에서 그 정도의 일탈도 없다면 숨이나 제대로 쉬시겠는가.
하지만 저하의 최측근 내관은 그 일의 흔적을 모두 말끔하게 지우는 것인데, 어찌하여!
자선은 세자 저하의 완벽한 명성에 흠집을 만든 자신의 실책에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책하지 말거라, 자선아. 내가 한 일이니 내가 책임을 져야지.”
“하오나.”
“하오나는 무슨. 네가 모른 척하면서 화살촉도 관통력이 좋은 것으로 미리 바꿔두고 마방 지키는 금군의 주의도 다른 곳으로 잘 돌려주고 한 덕에 내가 수월하게 궐 밖 잠행을 즐기는 것 아니냐. 그러니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저, 저하! 앞으로도 계속 그러니까!”
“그래! 낚싯대 드리우고 있으면 풍류가들이 호롱불 밝히고 기생들과 함께 저 임진강까지 오가며 떠들어대는 온갖 세상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철모르는 공자처럼 차리고 나가 멧돼지를 잡다 보면 또 농사를 짓고 돗자리를 짜고 푸성귀를 뜯어 팔고 하던 이들의 살림살이가 어떻게 나아지고 있는지, 내 또래 아이들은 무슨 꿈을 꾸는지 들을 수 있지.”
“역시, 우리 저하는 일탈도 그냥 일탈이 아니셨군요. 알겠습니다. 소인 앞으로는 더욱 치밀하게 준비해 두겠습니다!”
하아.
그럼 그렇지.
우리 저하는 노실 때도 장차 이 나라를 이끌 국본임을 잊지 않으시는구나.
이런 분을 모시게 된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여섯 살 어린 나이에 똥 누다가 개한테 거시기를 물어뜯겨 울며불며 입궐하게 된 후 열두 살부터 어린 원손 아기씨를 모셔오며 셀 수 없이 가슴 벅찬 날이 많았지만, 오늘이 제일 감동이다.
한 달 있으면 열두 살이 되시는 어린 나이에도 이렇게 감동을 주시니, 장차는 또 얼마나 큰 감동일 것인가.
스물세 살 내관의 가슴이 뿌듯하게 벅차올랐다.
홍위가 금동이 거처에 이르렀을 때 마침 아이들은 돌아가기 위해 뜰에 나와 있었다.
“저, 저하! 송구합니다. 제가, 제가!”
세자를 뵙자마자 범이는 얇게 얼음이 낀 마당 위에 엎드려 울음을 터트리고, 창오와 산국도 허옇게 질린 얼굴로 함께 엎드렸다.
“일어들 나거라. 땅이 차다. 돌아가야 하느냐?”
“예, 형님. 이 촌장이 천추전에서 물러났대요.”
“그렇구나. 자선아, 아이들 돌아갈 때 춥지 않게 더운 물주머니 챙겨주고 또 엿이며 과자도 챙기거라.”
“예, 저하.”
“저하, 용서해주세요. 다음부터는 절대로 입 함부로 놀리지 않겠습니다.”
범이가 눈물을 닦으면서 다시 한번 신중할 것을 맹세하였다.
홍위는 다섯 살 때 김포 농장을 방문해 처음으로 또래 아이들과 격의 없이 놀던 추억을 떠올렸다.
그 이후 여름에 세 번을 더 갔는데, 그때마다 이 아이들은 자신을 세자로 어려워하기보단 농장주인의 아들 정도로 대하면서 온갖 놀이를 함께 하였다.
그 시간이 있어서 때로 버거운 세자 생활에서 적당한 놀이로 긴장을 풀며 실제 백성의 삶을 살필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범이야, 창오야, 산국아.”
“예, 저하.”
“너희가 나랑 네 번이나 여름을 함께 보낸 덕에 내가 참으로 즐거운 추억이 많다.”
“아, 예. 저희도 참말로 영광되게 즐거웠습니다요.”
“그래. 그런데 말이다. 권력 있는 이와 친분을 내세워 뭘 해 보려는 것은 참으로 못난 일이니라.”
“저, 저하!”
“겁이 나면 날수록 너희가 가진 본질로 맞서야지. 그래야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살 수 있다.”
“예, 저하.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송구합니다.”
“그래. 조선에서 가장 큰 인삼밭을 일군 부유한 마을 출신, 또 선진 농법을 스스로 연구하고 널리 가르치는 모범 마을의 소년. 이런 것이 너희가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본질이다. 어릴 적 세자와 같이 참외 서리하다 볼기 맞았다는 것이 아니라.”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저하!”
“정말로 송구합니다 다음부터는 증말루 본질적인 모습으로 살겠습니다.”
“너그럽게 용서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저하. 늘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지금 출발해도 밤이나 되어야 도착할 터이니 어서 가거라.”
홍위는 그렇게 한편으로는 다독이고 또 한편으로는 엄하게 경고를 주어 아이들을 보냈다.
“형님.”
이 모습을 매금이와 함께 지켜보았던 금동이가 슬그머니 와 홍위 옆에 섰다.
“응? 왜?”
“아니, 형님 정말 멋지다고요. 자신이 가진 본질로 살라고 하신 말씀, 너무 멋져. 그런 의미로 잠행 나갈 때 저도 데리고 가주세요.”
“금동이 넌 이미 수복이랑 몽아랑 충분히 너의 본질을 즐기고 있는 것 같은데.”
“맞아, 요. 참새 잡는다고, 대나무 숲!”
가만히 듣고 있던 매금이가 무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엊그제 어둑어둑해질 무렵 안산 자락 대나무 숲까지 참새 잡는다고 겁도 없이 갔다가 호랑이를 보고 소리소리 지르며 도망쳐 온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맞아! 인가도 없는 곳은 정말 조심해야 해. 겨울엔 호랑이가 굶주려서 더욱 사나워진단 말이다. 참새는 여기 뜰에 곡식 뿌려서 잡아! 응?”
그렇게 단단히 이르고, 홍위는 몸을 돌렸다.
“어디가, 형님?”
“할바마마 뵈러. 다른 사람한테 들으시기 전에 나한테 직접 들으시는 것이 맞아.”
“으잉. 같이 가주께, 형님. 같이 가요.”
“아니야. 금동이 넌 소아랑 놀아주고 있어.”
“찡하네. 여기가.”
할바마마께 꾸중을 들을 때 함께 혼나주겠다는 금동이와, 동생은 좋은 모습만 봐야 한다고 떼어놓는 홍위를 바라보며, 매금이가 가슴을 꾹 눌렀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졌다는 자신에게도 어쩌면 저런 가족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면서 가슴이 무어라 표현하기 어렵게 아파진 까닭이다.
홍위가 천추전으로 갔을 때.
대청마루 앞 댓돌에는 낯익은 목화 신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아바마마께서 들어 계시는가?”
“예, 세자 저하. 아까 괘종시계가 신시(오후 세 시)를 알릴 때 들어가셨습니다.”
들어가신 지 이 각(삼십 분) 정도 흘렀다는 말이었다.
“고해주시게.”
홍위는 심호흡을 하고 천 내관에게 명했다.
서리하다 걸려서 볼기를 맞은 일이 부끄럽지도 후회되지도 않는다.
이 일을 알게 되셨을 때 어머니는 멍이 든 것을 무척 속상해 하셨지만 백성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심신의 긴장을 풀어내는 놀이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응원하셨었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건강하게 세자로서도, 이다음에 왕으로서도, 그리고 인간으로서도 즐겁고 충실하게 살 수 있다는 말씀이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 하나는 할바마마였다.
왕실의 권위를 공고히 함으로써 안정적인 통치 질서를 확립하고자 재위 기간 내내 노력해오신 할바마마께서 이 일을 아시면 무척 실망하시리라.
그래서 겨울의 찬 기운을 머금은 대청마루에 올라 할바마마의 집무실인 동온돌로 들어가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홍위 왔구나. 이리 오너라. 이리 와서 이 장계 좀 보아.”
어머니 김포 농장의 촌장과 만남이 즐거우셨는지 할바마마께선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셨다.
아바마마께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홍위를 바라보시며 고개를 끄덕이실 뿐이다.
홍위는 조심스럽게 걸어 할바마마 옆의 의자에 앉았다.
“이것은 금성 숙부가 올린 장계이고, 이것은 한남 숙부가 올린 장계니라. 한남군은 벌써 오 년 가까이 대내전의 우리 조선 무역소를 총괄하면서 무역에 힘써서인지, 보거라. 내용이 주로 상업과 관련한 것이다. 그런데 금성은 북경에서 전투를 이끌고 또 우리 백성을 지키는 임무와 은광 개발 감독을 함께 하니 주로 군사적인 측면을 논하였지?”
단정한 필체로 써 올린 장계에서 한남군은 이곳 이와미 은광에서 대량 생산되기 시작한 은을 중국에 수출하면 큰 이문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고하고 있었다.
원나라 말기 남발한 지폐인 교초가 휴지 조각이 되면서 현재 명나라에서 은을 주요 화폐로 쓰고 있고, 그래서 점점 커지는 은의 수요 때문에 우리나라와 일본에 비해서 은과 금의 교환 비율이 낮은 점. 그래서 은을 팔아서 금으로 받을 때 더욱 큰 이문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을 조목조목 보고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금성 대군은 주로 군사를 단련하고 키우는 관점에서 대내전과의 전략적인 협력을 논하고 있었다.
“어떠냐? 왕가에서 형제란 때로 경계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제 몫을 다할 땐 그 누구보다 든든한 협력자가 되느니라.”
세종은 가슴이 뿌듯하게 부풀어 있었다.
아까 김포의 촌로 이각주는 새로운 농법을 시도하면서 얻은 귀한 지식을 모두 기록한 후 농장을 찾는 이들에게도 무상으로 나누어주고 있다고 하였다.
“소인이 감히 이리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전하와 중전마마의 덕분입니다. 전하께서 만드신 이 문자를 꼬맹이들부터 늙은이들까지 거의 모두 읽고 쓸 수 있고, 그래서 소소한 것도 모두 기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우리 마을은 모두 중전마마의 노비였다가 양민으로 속량되는 은혜를 입었을 뿐 아니라 중전마마께서 제시하시는 다양한 농법을 실험하여 부자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찌 이 지식을 우리만 욕심스럽게 가지겠습니까?”
그래서 늙은 촌장은 중전마마께서 세워주신 학당의 한 칸을 비워 신농법을 배우고자 찾아오는 이들을 가르쳐 주고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김포에서 인삼 재배법을 배워 가 금산이며 강화도에 개인 소유 인삼밭을 일구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음과, 또 전국에 생선과 해초를 쪄서 말린 가루에 석회 가루를 섞어서 비료 만드는 법도 가르쳐주었음을 벌벌 떨면서도 자랑스럽게 고하는 늙은 백성의 모습은 여진족을 물리치고 사군을 세우고 돌아왔던 최윤덕의 모습만큼이나 대견하였다.
정말로 지식을 가진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사회와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게다가 두 아들들까지 이리 기특하게 제 몫을 다하며 주상을 보필하고 있으니.
‘수양도 열심히 호주 탐사를 지원하고 있다고 하고.’
물론 여러 가지 잡음이 들리고 있지만 그것은 수많은 세력의 틈바구니에서 우리 조선의 영역을 확보하는 과정의 부수적인 일이리라.
그래서 한껏 기분이 좋아진 상왕께서는 주상이 어렸을 적 못지않게, 아니 오히려 날로 넓어지고 있는 조선을 부강하게 이끌 자질이 더욱 비범한 손주가 반가웠던 것이다.
그런데.
“할바마마, 아바마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장계를 빠르게 읽고 내려놓은 홍위가 의자에서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 일은 온전히 제가 재미있게 놀다 벌어진 일로 책임은 모두 저에게 있습니다.”
“홍위야. 아비가 고할 것이다.”
“아니에요, 아바마마. 소자가 몰래 저지른 일이니 소자가 고하는 것이 옳습니다.”
“으응? 아니 무엇을 저질렀다는 것이냐?”
여러 물의를 일으켰던 자신의 아들들과 달리 주상의 아들은 모두 그 나이 아이들답게 순진하고 개구진 정도였다.
홍위가 이따금 몰래 놀러 나가는 것은 여러 경로로 들어 알고 있지만 그 잠행이 이어진다고 해도 여인을 겁탈하고 첩을 놓고 서로 다투지는 않으리라고 세종은 굳게 믿었다.
그런 홍위가 이렇게 무릎을 꿇다니.
오호라!
전에 그 가여운 고아들을 위해 굶어가면서 몰래 음식 가져다주던 것 같은 일을 또 저질렀구나!
“홍위야, 괜찮다. 그런 일은 괜찮아. 다만 몸 상하면 중전이 무척 마음 아파하니 이 할아비한테 와 재물을 내어달라 하거라.”
“······.”
“······.”
홍위가 서리를 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하는 아바마마를 보며 이향은 죄송하면서도 웃음이 나고.
홍위는 처음으로 그냥 윤 참봉을 밀치고 도망쳤어야 하나 후회하였다.
그러나 홍위는 할바마마의 손주 사랑을 믿었다.
“할바마마, 송구하오나 제가 참외 서리를 하다가 주인에게 들켜 엉덩이를 세 대 맞았습니다.”
“······!!??”
“세자임을 밝히면 왕실에 누가 되고 또 제가 부추겨서 서리에 마지못해 따라온 아이들도 다칠 것 같아서 그냥 노비 개똥이라고 하고 맞아주었습니다.”
“개, 개똥이?”
“예, 할바마마. 그런데 그게 소문이 날 것 같습니다.”
“!!!!”
주름 속에 깊게 파묻힌 할바마마의 눈이 더할 나위 없이 커졌다.
“아바마마, 홍위가 그리한 것은,”
“향이 넌, 닥치고!”
할바마마께서 호랑이처럼 포효하셨다.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