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338
338화. 그물망 속 불온한 움직임 (2)
“너희도 근자에 벌어진 참담한 일을 알 것이다. 성현의 가르침이 경시되면서 예견되었던 일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조선의 인륜 질서를 바로 세우신 상왕 전하께서 무척 상심하고 계시다. 이 혼돈의 시기에 직면하여 유자(儒子)된 자는 마땅히 조선의 학문과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떨쳐 일어나야 할 것이다.”
정창손은 새해맞이를 위해 귀향을 앞둔 제자를 모두 불러 모아 일갈하며 是日也放聲大哭(시일야방성대곡)이라 쓰인 봉투 하나씩을 나눠주었다.
안에는 아주 유려하고 격정적인 한문으로 현 시국을 규탄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해석하면 대략 다음과 같았다.
[어린아이가 우물에 빠지려는 것을 보면 측은지심이 생겨나는 이치가 하늘의 뜻이듯, 유자(儒子)된 이는 세상의 혼돈을 분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군자는 보신(保身)보다 의(義)와 충(忠)을 앞세우니 일찍이 자신을 죽여 인(仁)을 이루는 도덕의 치세가 우리 조선에 꽃피우게 된 것이다.그런데 지금 우리 조선은 어떠한가.
오늘 통곡하며 절규하노니!
지금 우리 조선은 성현의 가르침이 멀리 천년을 떨어져 있고 학문과 문자가 어지러워져 저마다 지식인이라 주장하며 삿된 지식을 주장하고 이익을 위한 탐욕을 부리고 있다.
(중략)
의와 도리를 깨친 유자들이여.
이 땅에 다시 성현의 가르침을 바로 세우고 인륜의 아름다운 질서를 되찾기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날지어다.]
그러나 제자들은 떨떠름한 심정으로 인사를 올리고 가는 방향이 같은 이들끼리 서넛씩 모여 귀향길에 올랐다.
주로 지방관 등 외직 벼슬을 지낸 이들이나 고려 말 길재나 안향의 학풍을 이어받아 지방에 은둔한 유학자를 조상으로 둔 이들은 지방 향교나 사부학당에서 유학 기초 경전과 함께 기초 산학, 기초 위생과 의학, 기초 과학 등 신지식을 배웠다.
그리고 생원이나 진사시, 나아가 대과를 준비하는 동시에 대체 조선은 앞으로 어찌 변할 것인지를 수도인 한양에서 직접 파악하기 위해 가문의 대표 자격으로 상경해 목멱산 자락 아래 정창손의 학당에 적을 두었던 것이다.
이들이 말을 타고 마포 나루 옆에 지어진 배다리를 향해 나아갈 때였다.
“어허! 저기 저 잔나비를 틀에 넣어 싣고 오는 자들은 일본 사절일까요?”
“아닙니다. 일본 잔나비의 털은 회갈색인데 저 동물의 털빛은 붉은 갈색이니 종류가 다릅니다. 게다가 털옷으로 꽁꽁 감싼 자들의 얼굴색이 어둡지 않습니까? 남방 여러 나라에는 검은 원숭이, 꼬마 원숭이 등 여러 종류의 잔나비가 산다고 들었습니다.”
“허엇, 황소처럼 덩치는 큰데 뾰쪽한 뿔이 콧잔등에 날카롭게 짐승은 무엇일까요? 코가 짧은 걸 보니 코끼리는 아닌데.”
“어렸을 적 당숙께서 조부님을 위해 영험한 약효를 가졌다는 서각을 어렵사리 구해 오신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그 서각이 바로 저 뿔과 같았소. 그러니 저 짐승은 코뿔소라는 것일 게요.”
“저 뒤에 오는 자들이 일본 사신단인가 봅니다. 복식이 그래도 낯이 익습니다.”
“잠시만요. 아니 일본국 사절이 아니라 유구국 사람들이오. 지난달에 출간된 란 책에서 보았소.”
경상도 일대 손꼽히는 대지주 가문의 아들 정난엽이 허리춤에 달고 있던 망원경을 들어 저 멀리 열을 지어 오는 사절단을 살핀 후 단언하였다.
“그리고 그 뒤에 오는 자들은 또 다른 남방인들이오. 피부가 맨 앞에 오는 자들보다 더 어둡고 털옷을 입고도 입술을 덜덜 떨고 있으니 여송보다 남쪽으로 무수히 많이 있다는 섬나라 사신이 틀림없소.”
“우리 재종 숙부께옵서 국초 동지사로 남경에 다녀오신 적이 있는데 각국의 사절 행렬이 황궁 밖까지 길게 늘어서 순서대로 황제 폐하께 하례 올리고 나오는데 하루가 꼬박 걸렸다 하시었소. 그만큼은 아니라고 하나 새해를 맞아 우리 전하께 하례드리기 위해 입조하는 사신 행렬도 참으로 길게 이어집니다.”
“해류를 타고 오는 것이지요. 학당에서 배우지 않으셨습니까? 겨울에는 남방에서 동북쪽으로 해류가 흘러 일본이나 우리 조선에 오기 수월하다고요.”
“하핫, 어릴 적엔 먼바다에 나가면 낭떠러지에 떨어져 죽는다고 하였는데, 알고 보면 지구가 둥글지요. 월식을 보면 증명이 되지 않습니까?”
“···노래도 있지요.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사람들을 다 만나고 오겠네 하는 노래. 세자 저하께서 맨 처음 부르셨다고.”
“······.”
“······.”
“······.”
침묵이 귀향하는 젊은이들 사이에 짙게 내렸다.
그러다가 문득 정난엽이 말하였다.
“본가의 아버님께서 서신을 보내오셨는데 이번에 탈곡기란 기물을 이용해 타작을 했더니 종 열이 덤벼들어 할 양을 장정 둘이서 수월하게 하였다고 하시었소. 그래서 다섯 대를 더 주문하셨다고. 그 탈곡기는 경혜 공주께옵서 금상 전하와 함께 만드셨다는데 또 공주께서는 그 목화 씨 빼는 기계도 만드셨다고 하고.”
“우리 김제에서도 원래 저수지도 있지만 또 금상 전하께서 곳곳마다 보를 만들라 명하시고, 그 공병 갑사들이 수로도 닦고 하여서 이번 여름 가뭄에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하시었소.”
“난 그래서 신농법서 나올 때마다 다섯 권씩 사서 본가로 보냅니다. 버섯을 기르신다고 어머님이 정음으로 서신을 보내셨어요.”
“우리 금산에서는 인삼을 재배하기 시작했지요. 오육 년 후엔 큰돈이 될 거라고 조부님 기대가 아주 대단하십니다.”
“······.”
“······.”
“······.”
다시 침묵이 내렸다.
모두 목에 무엇인가 걸린 것처럼 불편한 기색이면서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예산 출신의 박규한이 결심한 듯 고향 말로 물었다.
“저기, 스승님께서 쓰신 그 격문, 읽어들 보셨슈?”
“어데! 어른들 보시기 전에 우째 먼저 읽겠는교?”
“난 아까 슬쩍 읽었는디, 하아, 참으로, 개갈이 안 나는 것 같어유.”
“고것은 자네 생각일 뿐이고, 으르신들이야 또 으르신들 생각이 있으실건디, 겉모습 허구 달리 자넨 참 경솔허구먼.”
“시상이 억수로 달라졌다 아입니꺼?”
“······.”
“······.”
“······.”
나날이 달라지는 세상 속에서 이미 철 지난 것처럼 느껴지는 스승님의 격문을 어찌할까 고민하는 이들이 마포 나루 옆에 건설된 배다리에 올라서려 할 때였다.
개가죽으로 된 옷을 두껍게 입은 사내아이들이 한강을 오가는 이들을 향해 목청 높여 외쳤다.
“올해 마지막 시사지 나왔습니다!”
“세우 작가가 처음 쓴 탐사 글이 실렸습니다! 세자 저하에 대한 풍문을 낱낱이 파헤친 보고서입니다!”
“여송에서 그 남쪽 이방의 땅을 탐사 중인 유응부 첨사의 글도 실렸습니다.”
“충청도 홍주 땅에서 이 년간 실험한 농업 증진 보고서도 실렸습니다. 최대의 소출을 내기 위한 농장 경영법! 우리 시사지만이 펴낼 수 있는 수 있는 고급 내용입니다!”
“자자! 조선 최고의 작가가 작정하고 파헤친 그 날의 진실과, 또 거친 바다의 풍랑을 넘어 미지의 땅으로 나아가는 조선 수군의 기록을! 자자! 한정판입니다!”
오 척(1.5m) 높이로 수북하게 쌓여 있는 시사지가 빠르게 팔리기 시작했다.
귀향 중인 일행도 모두 구입하려고 늘어선 줄 뒤에 섰다.
스승님의 격문과 함께 조부모님께 드리리라 다짐하면서, 넉넉하게 네다섯 부씩 사서 쟁였다.
*
*
*
시사지에 실린 유응부의 탐사 기록은 일 년간의 성과를 보고하기 위해 여송에서 일시 귀국한 이계전이 가져온 것이었다.
이계전은 십일월 초에 귀국하면서 여송과 그 일대 섬의 희귀 동물을 많이 가져왔다.
왕실에서 백성들을 위해 동대문 밖 왕실 목장지에 커다란 동물원을 짓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여송에 남아 있는 수양 대군도 조선과 교류하길 희망하는 남방 일대의 왕과 족장들에게 자국에서 나는 희귀 동식물을 하례 선물로 가져가라 조언하였다.
이런 이유로 이계전은 물론 조선에 입조하는 남방의 여러 사신, 그리고 북방 여진과 그 위 몽골족까지 코뿔소와 여러 종류 원숭이, 각종 앵무새, 원색의 강렬한 색채로 구애춤을 추는 여러 희귀 새, 특이하게 생긴 여우와 표범 등을 가져오게 된 것이었다.
남방에서 오는 동식물은 모두 추위에 약하기에 동대문 밖 동물원은 겨울 동안 석탄으로 난방을 하도록 지어졌다.
유독한 석탄 연기가 새어 들어가면 사람이고 짐승이고 모두 죽을 것이기에 난방을 어찌해야 할지가 큰 문제였다.
이 문제의 해결에는 증기기관 연구에 몰두 중인 장영실의 아들 장탄복이 여러 기물의 원리에 밝은 경혜 공주 희아, 그리고 상왕 전하 세종이 함께 머리를 모았다.
“더운물을 순환시킬 기계가 아직 안 나왔잖아요. 증기기관이 완성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제가 생각한 것은요, 물의 낙차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희아가 낸 난방 방식은 높은 탑을 세우고, 그 위에서 석탄으로 물을 데우고, 데운 물이 관을 따라 동물원과 식물원의 바닥을 데운 후 깊게 판 웅덩이로 흘러나가게 하는 방식이었다.
웅덩이 속 물이 식으면 도르레로 다시 탑 위로 퍼 올려 다시 난방수로 재활용하는 방식이었다.
“녹이 슬 터인데요.”
증기기관이 미완이라 이런 원시적인 위치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 못마땅한 장탄복이 툴툴거렸지만, 세종께서 “그건 나중의 일이니 일단 짓자. 저 어여쁜 것들이 다 얼어 죽기 전에!” 명하셨다.
그래서 탑에서 내려온 관이 바닥을 통과해 웅덩이로 향하도록 설계된 동물원은 바닥이 약간 기울어진 형태로 완공되었다.
왕실과 조정의 관원 모두 새해맞이 신년 행사로 분주하기만 한 12월 18일.
홍위는 심심해하는 동생들 모두를 데리고 아직 정식 개장 전인 조선 최초의 왕실 동물원에 시찰을 나왔다.
공식 행사로도 분주하고 세자의 소문을 둘러싸고도 보이지 않게 어지러운 분위기에서 덩달아 심란한 다른 왕손들도 동행한 외출이었다.
신작에 들어간 유 소용 때문에 심심한 금아는 단짝 송선과 함께 따라왔고, 경혜 공주는 난방을 점검한다는 구실로 정종과 함께 왔다.
그리고 도원군과 그의 부인 정연화, 그리고 오산군과 동생 계동, 안평 대군의 두 아들 의춘군과 덕양군도 따라왔다.
“소아야. 저기 얼굴에 털이 복슬복슬한 여우랑 표범은 본 적 있지.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이 있다는 나라에서 왔어. 그래서 저렇게 얼굴이 사각으로 보이게 털이 북실북실한 거야.”
“하부지이! 하부지이!”
홍위가 경복궁 후원에서 옮겨진 티벳 여우와 눈표범을 가리키자 소아가 발을 동동거리며 “할아버지”라고 소리쳤다.
털이 사각으로 복실한 얼굴과 축 쳐친 눈매가 꼭 할아버지 얼굴을 닮았다는 뜻이었다.
“아하핫, 그래. 정말로 할바마마랑 비슷하다!”
“할바마마 들으시면 서운하시겠네. 하필 짐승 얼굴 닮았다고.”
금동이와 새벽이가 낄낄대며 웃었다.
“그래서 저기 저 탑 위에 거대한 관에서 더운물이 저기로 들어가는 거야, 정종. 그리고 저기 남쪽 청계천 쪽으로 난 웅덩이로 흘러 들어가고.”
“중간에서 관이 새면 바닥을 다 뜯어야겠네요.”
“응. 그렇지만 유독한 연기가 새어들어 짐승이나 사람이 해를 당할 염려는 없지요.”
“여송에서 보낸 앵무새들에게 말을 가르쳤다고 들었어요. 어서 가봐요.”
수양 대군에게서 은동이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란 인사말을 가르친 초록색 앵무새를 보냈다는 서신을 받았던 도원군은 한시라도 빨리 앵무새가 모여 있는 건물로 가고자 하였다.
도원군이 부인 정연화의 손을 잡고 색색의 앵무새가 모여 있는 건물에 들어섰을 때.
“쇠꼬챙이로 요놈을 잡았지라!”
머리털을 삐쭉 세운 흰색 카카두 앵무새가 갑자기 들이닥친 여러 인원에 놀라 소리쳤다.
“!”
“!”
“뭐야?”
그러자 동물원을 관리하는 자가 뛰어와 허리를 숙였다.
“아이고, 송구하옵니다요. 저 놈이 도망쳐서 쇠꼬챙이로 몰아서 잡았을 때 제가 저리 말했더니, 그날부터 저렇게······.”
“와하하하하!”
“오나버니! 저거 나 한 마리 키우고 싶다. 예쁜 말 가르치고 싶다!”
“앵무새는 기억력이 좋다더니, 놀라서 들은 말은 절대 잊지 않나 보다.”
“아이들이 와서 볼 때 좋은 말을 듣고 신기해하게 노래를 가르쳐도 좋을 것 같아!”
모두 한마디씩 할 때.
“이야, 이 즐거움이 어째 나는 폭풍전야처럼 위태위태한 것 같으냐.”
부친 임영 대군에게 여러 말을 들은 오산군이 갑자기 한숨을 푹 쉬었다.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