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339
339화. 그물망 속 불온한 움직임 (3)
“뭐가, 폭풍전야라는 거요? 형님 새봄에 혼인하시는 거? 에이! 혼인하면 얼마나 좋은데. 나도 그렇고, 우리 영양위 매형도 그렇고.”
도원군이 부인 정연화의 손을 잡으며 오산군에게 짐짓 물었다.
도원군이라고 오산군이 말하는 ‘폭풍전야’의 의미를 모르지 않았다.
섣달그믐에서 새해 첫날로 넘어가는 때에 궁궐과 도성을 밝힐 불꽃놀이를 위해 요새 임영 대군이 군시기에서 장인들과 함께 색색의 화약을 만드느라 무척 분주했다.
도원군도 오산군과 함께 임영 숙부를 도우며 화약 제조법을 익히고 있는데, 영응 숙부가 와서 낮은 목소리로 논의하는 것을 들었다.
“형님, 정창손이 썼다는 격문 보셨습니까? 그자가 말한 것처럼 정말로 아바마마께서 상심하신 것일까요? 불미스럽게 파직되긴 하였으나 그전까지 아바마마의 총애를 받던 자가 아닙니까?”
“그자는 늘 그 경망스러운 입과 손으로 화를 불러들이는 자다. 근거도 없이 감히 아바마마와 형님 전하의 사이를 이간질하려 들다니. 죽어 마땅한 자다!”
“···형님 전하께서도 그 일에 대해선 굳게 침묵하시니 답답해서 그러합니다. 우리 형제들이야 아바마마와 형님 전하의 뜻을 굳건히 따른다고 해도 다른 종친들이야 어디 그러합니까? 여러 가지 쌓였던 불만이,”
“숙부님들이나 사촌들 핑계 댈 것 없다. 그 일로 세자가 타격을 입으신다면 곁에서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계동이 때문이기도 하니, 나는 그저 조용히 반성할 밖에. 그리고, 영응. 조심하거라.”
“예? 형님, 그것이 무슨 말씀인지······?”
“네가 소유했던 노비의 수가 일 만 가까이 되었으니 노비제 폐지에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는 걸 알아 접근하는 무리들이 필시 있을 것이지. 중국에까지 소문이 날 정도로 아바마마의 편애를 받았고. 하지만 시대도, 아바마마도 변하였다. 처신을 잘해야 할 것이야.”
“······.”
임영 숙부님이 영응 숙부에게 경고한 대로 시책에 불만을 품은 자들이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도원군 자신의 눈에도 보였다.
그런데도 세자는 저리 의연하게 늠름하니.
중전마마께서 든든히 뒤를 받쳐주고 계셔서 그러한가.
도원군은 세자와, 세자 품에 안겨 방싯방싯 웃으며 코끼리의 코를 쓰다듬고 있는 사촌 여동생 소아와 그 옆에서,
“코끼리는 자신들만 아는 은밀한 곳에 가 죽음을 맞이한대. 그 코끼리 무덤에는 그래서 저런 우유빛 상아가 가득하대.”
“헝님 또 눈 반짝이시네. 그 코끼리 무덤 찾으러 가고 싶은 거지? 신박두처럼!”
서로 종알대며 코끼리에게 마른 풀을 건네는 금동이와 새벽이를 바라보았다.
조만간 크게 몰아칠 것만 같은 폭풍전야 속에서 세자와 그의 형제, 자매들만 환하게 평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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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사로는 자신의 부추김에 넘어간 정창손이 제자들을 선동하는 격문을 썼다는 사실에 무척 고무되었다.
정창손에게 배웠던 성균관의 몇몇 유생도 홀대받는 유학의 위상과 왕실의 권위를 다시 높이 세우길 촉구하는 상소를 올리기 시작하였다.
또한 노비를 강제로 속량하고 궁방전의 수조권마저 반환해야 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던 태종의 서자 익녕군 등도 왕실의 권위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드디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침묵하시는 두 분 전하와, 다른 사안 같으면 벌써 강경하게 대응하고 나올 중전이 새해 연회 준비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정현 옹주는 승부를 걸 때라고 확신하였다.
“따지고 보면 중전이 감히 옹주인 저를 겁박한 것도 세자를 등에 업어서가 아닙니까. 그렇게 끼고 돈 세자가 서리하다 볼기를 맞게 된 것이 자신의 궁방전에서 일어난 일이니 중전이 잔뜩 겁에 질린 것이겠지요. 그러니 이 기회에 본때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감히 옹주의 심기를 건드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요.”
드디어 여러 번 당한 모욕을 되갚을 기회를 잡은 정현 옹주는 남편 윤사로에게 중전을 더욱 곤경에 처하게 할 일을 만들라 부탁하였다.
“좋은 안이 있소!”
윤사로는 고리대와 함께 상왕 전하의 부마인 지위를 이용해 공납이 폐지되기 전에는 방납으로 부를 쌓았고, 공납이 폐지된 이후에는 왕실과 관청에서 쓰는 물품의 공급업자로도 부를 쌓아왔다.
지금은 새해맞이 연회와 종묘의 제사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물품이 궐과 관청에서 필요한 시점이다.
윤사로는 해산물과 과일, 제수 용품의 공급을 원활하지 않게 하여 기가 죽은 중전을 더욱 곤경에 처하게 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서강의 세곡미 운송업자 김이도가 즐겨 쓰던 수법이요, 옹주.”
자신을 뒷배로 두고 세곡미와 방납 물품을 운송하는 세곡선을 십여 척 소유했다가 이제 왕실과 관청에 납품하는 물품을 수송하는 김이도는 과거 여러 번 연안의 얕은 바다에서 세곡선을 고의로 침몰시킨 후 잠수부를 동원해 세곡미를 빼돌렸던 자다.
윤사로는 김이도를 만나 넌지시 암시하였다.
“올해 유난히 인근 연해의 겨울 바다가 거칠단 말을 들었네.”
윤사로의 암시에 김이도가 거느린 왕실과 관청 물품 수송선이 인천 제물포 인근에서 전복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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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전마마. 내일부터 배를 달여 새해 덕담 글씨를 넣은 과편을 만들어야 하는데, 서강으로 들어오기로 한 과일 배가 인천 앞 바다에서 풍랑으로 가라앉았다고 합니다.”
김포의 촌장 이각주가 공신과 해외 주요 사절에게 새해 하사품으로 왕실에서 내려줄 홍삼 꾸러미 오천 개를 가지고 교태전에 들어와 있을 때였다.
문 숙의가 양해를 구하고 들어와 고하였다.
“과일 배뿐 아니라 문어 등 해산물을 싣고 오던 배도 전복되었다고 합니다. 사옹원에서는 당장이라도 시전을 통해 사들이겠다고 하는데, 대개가 다 납품업자들에게 계약해 받던 것보다 품질이 못할 것입니다만, 배가 제일 문제입니다. ”
왕실 행사를 총괄하면서 특히 연회 음식에 심혈을 기울이는 문 숙의는 근심이 컸다.
“특히 두 분 전하께서 내리시는 새해 덕담을 글씨로 새겨넣는 과편은 나주산 배로 만들어야 투명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강하게 납니다. 과편의 인기가 점점 커져서 여진의 여러 추장들은 심지어 하사받은 과편을 빠른 말 편에 부족에게 보내기도 합니다. 그렇게 중요한 과편을 만들 최적의 배, 그 나주 배를 당장 어디서 구한다는 말입니까?”
홍위의 성균관 입학례에서 앞날을 축복하는 글귀를 담아 첫 선을 보였던 과편은 그 이후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어 명절 때 나주 배가 남아나질 않는다고 하였다.
음식에 진심으로 몰두하여 왕실 음식 발전을 눈부시게 이끌고 있는 문 숙의는 ‘그‘나주 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저 멀리 태국이며 인도네시아, 필리핀 지역의 여러 소국의 사신들도 멀쩡히 잘만 오고 있는데 고작 하삼도 지방에서 과일을 싣고 오는 배가 전복되었다라!’
문 숙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서는 일이 어찌 돌아가는지 감을 잡았다.
아빠가 좋아하신 백탑파 소설 중에서 세곡선을 부러 가라앉힌 후 나중에 잠수부를 동원해 곡식을 빼돌리는 내용이 있었다.
‘설이 지나야 지방의 불온 인사들까지 다 확인이 될 터이고. 그때 두 분 전하께서 그물망에 걸려든 자들을 처결하겠다고 하셨는데.’
왜 설날이 오기 전 벌써 배가 가라앉는 일이 나는 것이냐.
이러면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데!
“조 상궁, 박 상궁을 불러오게!”
윤서는 일단 박 상궁 마마님을 불러들였다.
“나주 배라! 배즙을 한천에 섞어 굳히는 데 며칠이면 됩니까?”
“날이 추우니 이틀이면 굳어지나 선물용으로 곱게 포장해야 하는 것이 만 단위를 넘어갈 터이니, 적어도 닷새 전에는 시작해야 하네.”
“오늘이 이십 일! 나주에 저의 예서 상단 사람을 보내 배를 실어오는 데 넉넉잡아 나흘. 이십사 일까지 대령할 터이니 다른 부속품만 먼저 다 준비해 두시지요.”
“알겠네! 하아! 내 우리 조선 왕실의 자랑인 과편을 못 만들까 봐 아주 심장이 쪼그라들었네!”
“우리 상단에서 다른 물품도 다 최상급으로 구해 올릴 것이니 심려 마시지요. 대신 값은 두 배입니다.”
박 상궁 마마님은 이 와중에도 냉철하게 셈을 따졌다.
문 숙의와 박 상궁이 나간 후.
없는 듯 구석에 엎드려 있던 김포 궁방전 촌장 이각주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에 온통 젖은 뺨은 그간의 마음고생을 증명하듯 움푹 패어 있다.
“중전마마. 고의가 아니었으니 괜찮다고 거듭 말씀하셔도, 실은 소인도 또 손주 놈도 이번 홍삼 납품까지 마무리 짓고 죽음으로 사죄할 작정이었습니다. 벌써 죽었어야 하나 그러면 우리 중전마마께서 내리시는 홍삼 하사품에 부정 타게 하는 죄까지 짓는 것 같아서, 아직 그러하지 못하였습니다.”
“그게 무슨 망발인가!”
윤서는 벌컥 화를 내었다.
“시사지에 어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이 실렸고, 우리 세자가 보인 그 밝고 따스한 책임감 하며, 또 우리 세자와 계동이가 또래의 아이처럼 여러 놀이를 즐길 수 있게 배려한 범이와 산오 등의 마음 씀씀이가 아주 절절하게 실려서. 그래서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이 사정을 이해하고 또 칭송하기 시작하였네. 두 분 전하께서도 이미 용서하신 일인데, 죽음이라니! 내 자네에게 무척 실망이네.”
세자 저하의 기행을 함부로 까발린 세 아이들을 엄히 처벌하여 왕실의 권위를 세워야 한다는 여론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윤서는 궐의 위엄에 압도되어서 홍위의 일을 떠벌린 죄를 묻는다고 왕실의 권위가 세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믿을뿐더러 ‘고의가 없으면 죄를 묻지 않는다’의 현대의 사법 원칙에 근거해서도 죄를 묻지 말아야 한다고 믿었다.
또 유 소용의 글솜씨라면 여론을 호의적으로 돌릴 자신도 있었다.
하물며.
“고의로 배를 가라앉혀 물품을 빼돌리는 자들도 고개 빳빳하게 들고 사는데! 자네와 범이가 왜 죽는단 말인가!”
“예? 아니, 중전마마. 그, 그걸 어찌 아십니까?”
놀란 눈으로 멍하니 윤서를 보던 이각주가 소매로 눈물을 마구 닦더니, 다시 조아렸다.
“하긴, 중전마마께서 모르시는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홉 번 찌는 홍삼도 중전마마께서 가르쳐주신 것을요. 중전마마! 배가 전복되었다니 소인 너무 기쁘옵니다. 드디어 제대로 속죄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으응? 인천 앞 바다에 가라앉았다는 배를 건질 방법이 있는 것인가?”
“그놈들 수법이야 뻔하지요. 폐선 지경에 이른 배에 구멍을 뚫어서 가라앉혔을 것입니다. 실었던 물품을 건져내 되파는 것이 저들 수법이니 간조로 물이 가장 많이 빠져나갈 때 육안으로 선체를 확인할 수 있는 곳에 침몰시켰을 것이고요.”
새해가 되면 일흔다섯 살이 되는 이각주는 궁방전의 촌장으로 오래 살면서 세상의 더러운 수법에 아주 밝았다.
“일을 그럴듯하게 꾸미기 위해 필시 가여운 선원 서넛 빠져 죽게 하였을 것이니 인근 어촌에서 시신이라도 건져 장사 치러 준다고 여러 번 배를 띄웠을 것입니다. 허니 소인이 책임지고 그 배를 건져 올릴 것입니다.”
“······.”
가슴이 뭉클해졌다.
윤서는 잠시 시선을 돌려 이각주가 가져온 홍삼을 바라보았다.
손주뿐 아니라 집안 모두와 마을 주민 모두 경을 치는 것은 아닌가 두려움에 마음을 졸이면서도 색깔이 저리 곱게 아홉 번을 쪄낸 홍삼이 푸른 도자함 속에 정갈하게 담겨 있다.
‘우리 홍위가 관대한 덕에 저리 선량하고 책임감 강한 이들이 무사하게 되었구나.’
그러니 이제 착한 이들은 복을 받고 사악한 이들은 벌을 받아야 한다.
“배의 위치가 확인되면 고하시게. 한강을 지키는 수군 갑사에게 인양을 도우라 명할 터이니.”
징벌의 새해가 밝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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