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340
340화. 징벌의 새해 (1)
“고의가 의심된다고?”
세종께서 첼로처럼 생긴 악기의 현을 지잉징 켜보다 말고 놀란 눈으로 되물으셨다.
그렇다.
세종께선 그물망을 쳐놓고 기다리시는 동안의 무료함을 윤서에게 들은 바 있는 서양 악기 개발로 달래기로 마음을 먹으셨다.
금속 악기 줄은 명주실 등 식물성 악기 줄보다 더 날카롭고 경쾌한 소리를 낸다는 중전의 주장을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상왕께선 자신의 의중을 떠보려는 성가신 무리도 피할 겸 경복궁 신무문 밖 증기기관 연구실 옆에 악기 개발실을 차리고 손재간 좋은 악기 제작 목공 몇 사람을 불러들이셨다.
그리고 드디어 옻칠한 오동나무 판을 위 아래로 붙인 후 쇠줄을 매어 말꼬리 활로 켜보려는 참에 중전이 붉은 비단 꾸러미를 직접 들고 찾아왔다.
“김포의 촌장 이각주가 전하께 인삼을 아홉 번 찐 후 꿀과 봉교(프로폴리스)에 절인 홍삼 절편을 바쳤습니다.”
정갈한 흰색의 백자함 안에 약효가 출중해 보이는 홍삼 절편을 보인 중전이 아주 놀라운 일도 이어 고하였다.
궁중과 관아에 과일을 납품하는 수송선이 인천 연안에 침몰하였는데 고의가 의심된다는 말이었다.
‘이 소리가 네가 듣던 그 바이올린인지 첼로인지 하는 악기 소리와 비슷하냐.’ 물으시려던 세종은 정말 고의로 그런 일을 벌일 수 있을지 되물어야 했다.
“인양해서 철저히 조사해봐야 합니다, 전하. 산업과 무역이 발달해 소득이 늘면 자칫 물가 앙등이 올 수 있는데, 이에 대비해서 왕실 은행에서 전국 주요 농산지에서 풍년일 때 싸게 곡식을 사 두었다가 흉년일 때 곡식을 싸게 풀어 먹고 사는 데 관련된 생필품 가격은 반드시 안정되게 유지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수송선에 더러운 수를 쓰는 것이 암암리에 행해지면 그 정책을 안정적으로 펼칠 수가 없습니다.”
윤서가 조정 차원에서 이 사건을 조사해야 함을 이향이 아닌 상왕 세종께 먼저 고한 것은 의도적이었다.
궐과 중앙 관청의 소요 물품 공급망에 윤사로의 자본이 대거 들어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배후를 캐다 보면 결국 상왕 전하의 사위와 딸에 가 닿을 것이다.
상왕 전하는 지금 권력에서 물러나 계시다.
자의로 기꺼이 보위를 넘기셨다고는 하나 삼십 년 가까이 무소불위로 손에 쥐고 휘둘렀던 절대 권력이 아들의 손에 들어간 후 예상과 다르게 자꾸 휘둘러진다면.
그러면 지켜보시는 마음이 어떠하실까.
‘이렇게 오래 사실 줄은 세종 당신조차도 예상하지 못하셨으니.’
식단을 조절하며 오후마다 홍위와 승마를 하시거나 격구, 수영을 즐기시고 또 복잡한 정무의 부담마저 덜어내시면서 세종의 건강은 재위 당시보다 오히려 훨씬 더 좋아지신 상태다.
그것은 효심 지극한 이향에게 무척 기쁜 일임에 틀림없지만, 권력이란 부자 사이에도 나누기 어려운 것이 문제였다.
성군이신 세종도 인간이시기에 여러 가지 서운한 일이 쌓이실 수밖에 없고, 그렇게 생겨난 틈을 비집고 들어 상왕 전하와 금상 전하를 불화하게 만들어 이득을 보고자 하는 세력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 점을 진작부터 우려하고 있던 윤서는 부마와 옹주가 관련되어 있을 이 사건의 조사와 처결을 처음부터 세종께 맡김으로써 문제의 싹을 초기에 제거하고자 하였다.
이 의도를 세종께서 짐작하지 못하실 리가.
“윤서 너의 역사에서 홍위의 비는 어떠하셨더냐?”
세종께서 갑자기 정순왕후 송씨에 대해 하문하셨다.
“···홍위가, 필시 함께 비극만 겪었을 그 불운한 인연을 이번 생에서는 알고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너는 참, ···한결같구나.”
그래서 홍위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에둘러 거절하는 윤서의 말에 의중을 알 수 없는 감탄사를 날리신 세종께서는 다시 활을 들어 그닥 아름답지 않아 실패가 분명한 악기 소리를 징징 내시고는 툭 한 마디를 뱉으셨다.
“홍위의 비는 참, 고생일 것이다.”
“···예에?”
“너처럼 심계가 깊지 못할 것 아니냐. 그러니 네가 잘 가르쳐야 할 것이야. 역사 속의 그 아이든 아니면 새로운 아이든, 애정으로 잘 가르치거라.”
이렇게 뜬금없는 당부를 남기시고 갑자기 밖을 향해 소리치셨다.
“창의 들어오너라!”
전균이 죽은 후 십 년 가까이 세종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내관 조창의가 안으로 들어왔다.
“지금 당장 서강에서 수송선 여러 척을 거느리고 있다는 김이도를 잡아다가 내수사 옥에 가두고 절대 자결하지 못하게 하라. 또한 창의 네가 직접 가장 믿을만한 이로만 스물을 뽑아 당장 과일 수송선이 가라앉았다는 곳으로 가라. 배를 찾아 인양하는 과정에서 잠수부나 인근 지역민, 특히 여기 중전의 김포 농장 촌장의 손을 빌릴지언정 그 누구도 배의 침몰 원인을 추후 조작할 수 없게 확실히 감시하라!”
“예, 전하. 매일 보고 올리겠습니다.”
바로 답하고 나가는 것을 보니 조창의는 그간 세종의 심복으로 여러 일을 은밀하게 조사하는 데 도가 텄음에 틀림없다.
안심한 윤서가 이만 물려나려는데, 세종께서 다시 끼이이익 고약한 소리를 내시고는 하문하셨다.
“어떠냐? 그 서양 악기와 비슷하냐?”
“···통의 울림은 그럴 듯한데, 현에서 나는 소리가 너무 ···날카롭습니다.”
“야금술이 더 발전해야겠구나. 장탄복더러 인장력이 더 강한 줄로 다시 만들어 보라고 해야겠다.”
장영실의 대를 이어 장탄복이 다방면으로 혹사당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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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에서 가장 많은 배를 가진 김이도가 실종되었고, 그자가 소유한 과일 수송선을 인양해 침몰 원인을 밝히고자 한다는 소식이 소리 없이 퍼졌다.
이향은 이와 별개로 그간 있었던 조운선과 공물 수송선의 침몰 원인을 호조와 형조에서 합동으로 재조사하라 명하였다.
연말 연초의 흥성스러운 분위기가 누구에게는 두렵기만 하게 만드는 소식이었다.
“호, 혹시 당신이 관계되어 있는 일인가요?”
정현 옹주는 알면서도 모른 척 물었다.
기가 막힌 윤사로가 코웃음을 치며 소리쳤다.
“옹주! 옹주가 아무리 고귀한 신분이시라 하나 부부는 일심동체요. 그러니 지금은 한마음으로 서로를 지켜야 옹주 자신도 지킬 수 있습니다!”
옹주가 아무리 그렇게 모르는 척 선을 그어도 자신이 죄를 받으면 옹주도 죄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이런 와중에도 문 숙의의 지휘하에 왕실의 신년 연회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섣달그믐, 한양의 밤을 화려하게 밝히는 불꽃놀이에 꼬맹이들은 짧은 다리로 방방 뛰며 환호하고, 연인들은 상대의 눈동자에 담기는 화려한 불꽃을 구실로 뜨겁게 시선과 마음을 얽는 밤이 지나고.
새해 첫날.
경복궁 근정전에서는 여러 여진족 추장과 일본 여러 번의 사절, 그리고 조선과 무역을 시작한 남방의 여러 섬의 사절이 차례로 조선의 국왕께 하례를 올리며 조공품을 바치고, 나침반과 망원경, 수정을 깎아 만든 색안경, 절대 보약이라 칭송받는 홍삼 등 조선의 앞선 과학 수준을 증명하는 귀중품을 하사받았다.
교태전에서 행해진 내외명부 여인들 연회에서는 왕족과 고위 신하의 부인과 딸들이 화려하고 진귀한 선물을 소헌 대비와 중전 윤서에게 바치고, 도자기 함에 든 홍삼과 함께 임신년을 의미하는 검은 원숭이 그림 속에 멋진 필체로 이라 적힌 과편을 하사받았다.
왕족의 세배와 문안 인사에도 빙그레 웃으며 “새해 건강하고 무탈하거라.” 덕담만 내리셨던 세종은 설을 센 지 닷새 만에 배가 인양되었다는 제물포 인근으로 몸소 어차를 타고 행차하셨다.
세자 홍위도 함께였다.
커다랗게 구멍이 뚫린 배는 가지런히 깔은 통나무 위에 얹혀 있었다.
“여기 배 하단에 커다란 구멍이 세 개 뚫려 있습니다. 탐문해 보니 이 배의 선장 거입지는 선주 김이도의 명에 따라 이곳에서 십 리 남쪽에 있는 맷돌포에서 과일을 모두 하역한 후 빈 배를 이곳까지 몰고 와 침몰시켰습니다. 거입지와 선원 둘은 작은 배로 무사히 탈출하였고, 선원 둘이 죽었습니다.”
명을 받은 후 천막을 치고 바닷가에 계속 머물며 조사에 임한 조창의가 보고를 올렸다.
“인양 과정에서 시야가 탁해 잠수가 어려웠는데, 김포의 이각주 손주 이범이가 목숨을 걸고 내려가 갈고리를 걸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범이는······.”
힘이 빠져 물 위로 올라오지 못했다고 하는 보고가 머뭇거리는 조창의의 입술에서 흘러나왔을 때.
홍위는 입술을 깨물며 부축 중인 할바마마의 팔을 꽉 잡았다.
“···홍위야.”
“할아버지!”
홍위는 세종의 품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었다.
그런 손주의 등을 토닥이며 세종이 물었다.
“이 구멍이 암초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찌 확인하느냐?”
질척이는 갯벌에 발이 푹푹 빠지는 것도 아랑곳없이 직접 살피시며 상왕이 하문하셨다.
“암초에 걸려 생기는 구멍은 주로 배의 앞부분에 생기고 바위에 긁힌 자국이 먼저 생겨난 후 불규칙하게 파열됩니다. 이 구멍은 앞쪽이긴 하나 도끼로 깨부순 듯 파열이 깔끔하고 주변에 긁힌 자국이 전혀 없습니다.”
“그럼 그간 침몰한 조운선도 이렇게 침몰시켰단 말인가? 곡식을 싣지도 않은 빈 배를 침몰시키는 수법으로?”
울음을 그치고 냉정을 되찾은 홍위가 물었다.
그러자 이 대답은 호조 판서 허후의 입에서 나왔다.
“전라도에서 미곡을 실은 조운선이 주로 침몰한 곳은 충청도 태안 앞 바다로, 그곳은 파도가 높고 암초가 많아 전조 고려 때부터 침몰이 잦았던 곳입니다. 하옵고 이렇게 빈 배를 침몰시키는 것은 전에 없던 대담한 행위로 대개는 가마니에 모래 등을 넣어 곡물로 위장한 후 침몰시킨다고 합니다. 하여 소신은 태안을 제외하고 이곳처럼 연안에서 침몰한 기록을 찾아 실제 잠수부를 동원해 침몰선과 모래라면 남아 있을 가마니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허후는 특히 이번 수송선의 선주 김이도가 서강 유역에서 가장 많은 조운선을 거느렸던 자로 벌써 확인된 조운선의 침몰 사례만 다섯 건이라고 보고하였다.
“하온데 김이도는 벌써 도망쳐 자취를 찾을 수 없는지라 형조 판서 조극관이 그 아들과 아랫것들을 의금부에 잡아다 직접 심문 중에 있습니다, 상왕 전하.”
그 김이도는 상황을 은폐하려는 자들에게 입막음을 당하지 않게 세종께서 따로 내사옥에 가둬두었다는 것을 모르는 허후가 분한 어조로 고하였다.
“일개 상인 나부랭이가 감히 나라에서 위탁받은 조운선을 가라앉힐 엄두를 내겠느냐? 필시 뒤를 봐준 것들이 있을 터! 호판과 형판은 지위 고하를 개의치 말고 얽혀 있는 자 모두를 찾아내라!”
“예, 상왕 전하. 김이도도 찾아내 반드시 이번 일을 지시한 자가 누구인지 밝혀내겠습니다.”
“···김이도는, 내가 직접 심문할 것이다.”
“저, 전하!”
재위 기간 단 한 번도 국문장에 나가신 적 없는 세종께서 친국을 결심하실 정도로 배를 침몰하여 신하의 녹봉과 백성의 구휼에 쓸 세곡을 빼돌린 행위, 그리고 과일 등을 빼돌려 왕실의 연회에 차질을 주려 한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의지였다.
환궁하신 세종께서 김이도를 불러냈을 때.
고문도 당하지 않은 김이도가 술술 배후를 불었다.
미리 자신을 왕실의 은밀한 감옥인 내사옥에 가둬 죽지도 죽임을 당하지도 못하게 철저히 감시를 한 이유가 결국 배후를 밝히기 위함임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영천위 윤사로를 의금부에 구금하고 그 죄상을 낱낱이 밝히라! 또한!”
세종의 결연한 음성이 우렁우렁 편전을 울렸다.
“세자와의 놀이를 입 밖에 낸 것 하나가 송구해 숨이 다하도록 배를 건져 올린 아이도 있건만! 백성을 위하는 세자의 아름다운 마음을 곡해하고 나아가 감히 상왕과 금상의 사이를 이간질하는 상소를 올린 불역무도한 자들 모두 잡아들여, 엄히 문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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