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343
343화. 호주의 유응부
[조선의 겨울이 이곳 남방에서는 기후가 원만한 시기인지라 신 유응부는 수군 갑사 일백이십 인과 배 세척을 이끌고 이곳 호주에 첫발을 딛었습니다.여송에서 이곳까지 크고 작은 섬이 무수히 이어져 중간 보급에 무리가 없어 수월한 항해였습니다.
물을 싣기 위해서나 긴 항해 중 하루이틀 쉬어가기 위해 상륙하려 할 때 원주민 측에서 한두 번 화살과 목창(木槍)으로 위협하기도 하였으나 배에서 화포 한두 발을 허공에 발사하면 천둥 같은 소음에 놀라 물러났습니다.
그러면 손짓, 발짓과 표정으로 여러 원주민과 소통이 원활한 통변사와 함께 참군에게 여러 보석을 묶은 목걸이 등 장신구, 비누와 부스럼 등에 바르는 연고와 약재, 활과 화살을 선물로 갖춰 가지고 가게 하여 우리는 물과 식량을 구하고 휴식을 취한 후 곧 떠날 것임을 알리게 하였습니다.
대개는 외부와 고립된 환경 탓에 석기 시대에 머물러 있는 이들은 화려한 보석과 앞선 무기에 압도되어 성대히 접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송에서 여러 섬을 끼고 서남쪽으로 내려가다 큰 바다를 만나 동남으로 방향을 바꿔 내려가다가 드디어 발견한 커다란 섬까지의 경로를 표시한 지도와 함께 올린 유응부의 장계는 길게 이어졌다.
장계에 써서 올린 것처럼 삼각 돛과 사각 돛을 단 범선 세 척을 이끌고 유응부는 호주라고 추정되는 거대한 섬에 도착해 있었다.
길게 동서로 뻗어 있는 북쪽 섬과 아주 가깝게 툭 튀어나온 북동쪽 해안에 도착한 유응부는 전하께서 명하신 대로 이곳의 지명을 ‘신조선’이라 명명하였다.
“지 말이 맞지라? 여그가 해삼이 진짜 우렁이만치로 사방 둥굴어 다닌다 안 하요오?”
복건성 출신 중국 상인을 따라 이곳에 와 본 적 있는 통변사 삼돌이 소리쳤다.
이제 고작 스물 가량이 된 삼돌은 여수 관아의 공노비로 태어나 사또 좋아하시는 바다 메기 잡으러 쪽배 타고 나왔다가 풍랑에 유구국으로 떠밀려 가고, 그곳에서 여송과 유구, 일본까지 왕래하는 중국 복건성 상인에게 노예로 팔렸다가, 주인 따라 여송에 머무는 동안 복건성 사투리에서부터 유구국 말, 기본적인 왜어에 여송 토착어, 인근 여러 섬의 말까지 능숙하게 구사하는 재주를 눈여겨본 유응부의 눈에 들어 조선의 통변사로 채용된 자이다.
살기 위해 여러 언어를 익힌 자답게 삼돌은 한 번 가 본 곳은 절대 잊지 않았고, 그래서 삼돌의 비상한 지리 지식과 나침반 덕분에 유응부는 큰 어려움 없이 여기 거대한 섬의 북쪽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배탈이나 학질 등의 질환으로 죽은 병사가 열네 명이다.
남은 일백여섯 명의 병사와, 의원과 의녀 스물, 허드렛일꾼으로 데려온 여송 인근 섬 주민 사십팔 명 중 참군 박경국과 수군 갑사 삼십 인은 전하께 바칠 장계를 가지고 배 한 척을 몰고 여송으로 먼저 향하였다.
여송을 거쳐 조선으로 돌아갈 배에는 이곳에 와 발견한 신기한 토착 짐승이 일고여덟 마리씩 우리 속에 따로따로 실려 있었다.
배에 새끼를 넣고 뒷발로 나는 듯 콩콩 뛰어다니는 기이한 짐승 세 쌍, 그보다 작지만 비슷하게 생긴 짐승 두 쌍, 나무에 올라가 있으면서 새끼를 등에 업고 있는 곰처럼 생긴 짐승 네 쌍, 그리고 머리통과 목이 원색으로 새파랗고 목 하단에는 붉은색이 줄처럼 늘어져 있고 몸통은 검은 털로 뒤덮혀 있지만 날지를 못하는 커다란 새 네 쌍 등이었다.
원래는 더 동남쪽으로 내려가 조선 최초의 전초 기지를 세워야 했다.
그 계획을 철회하고 남방과 가까워 기후도 거의 열대인 이곳에 터를 닦은 이유는 삼돌의 조언 때문이었다.
“첨사 나리, 코 찔찔거리는 여섯 살에 유구국으로 떠내려 갔는디도 오늘날꺼정 목숨 부지헌 것이 무엇 때문인지 아시오? 이 눈치 덕분이여라. 이 눈치 하나로 삼돌이가 여적 질긴 목숨 부지했는디, 그러니께 여기에 일단 터를 잡으셔야 하는 거구먼요. 지가 보니께 말이지라.”
삼돌이는 여기서 더 동남쪽으로 내려가면 조선처럼 사계절이 있는 땅이 나오고, 그곳은 곧 겨울이 닥칠 것이라 말하였다.
농사를 지을 수 없어 가지고 온 식량과 뒤이어 수양 대군 측에서 계속 물품을 보내주어야 이 많은 사람들이 다 먹고살 수 있는 혹독한 계절 겨울이 온다는 것은 출항 전 전하께 배워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둥그런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면서, 무슨 영문인지 지구 자체도 돌아서, 그렇게 도는데 안 떨어지고 붙어있는 것은 중력이란 것이고, 하여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런 이유로 남반부와 북반부의 계절이 정 반대라는 것은 유응부도 이미 배운 사실이었다.
그런데 삼돌은 다른 말을 더 덧붙였다.
“첨사 나리는 원체 바르신 양반이라 생각 자체를 못 허시는 거 같은디, 여송에 계신 윗분들이 식량이구 지원이구 하나도 안 보내 주시먼 어떡허요? 곧 비 오고 태풍 부는 시기이니 핑계두 딱 좋지라.”
그러니까 삼돌이 말은 여송에 있는 수양 대군 측이 여러 구실로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식량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북방 섬과 가깝고 사철 더운 기후라 농사도 이모작, 삼모작이 가능한 이곳에 먼저 뿌리를 내린 후, 이곳의 생산력을 바탕으로 동남쪽으로 차차 내려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유응부는 삼돌의 말에 적이 놀랐다.
그것은 한양을 떠나오기 전 부인과 자신을 따로 부르셨던 중전마마의 말씀과 유사하였기 때문이다.
수군 갑사와 병사를 거느리고 신대륙 개척을 이끄는 데 예상하지 못했던 경비가 종종 발생한 것이니 그럴 때 보태 쓰라며 은 일백 관(일 관은 일천 돈에 해당) 증서를 건네신 후 중전마마께서 말씀하셨다.
“호주는 정말로 큰 땅입니다. 중앙은 사막으로 사람이 살기 어려운 땅이지만 동부 쪽으로는 비옥한 땅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고 해요. 이 사실이 확인되면 그 땅과 자원을 두고 이권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입니다. 또 하나는 유 공께서 호주 항로를 개척하는 동안 여송에 이미 뿌리를 깊게 내린 세력은 오히려 호주로 터전을 옮기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할 수 있어요. 여송이야말로 앞으로 오랫동안 동서양 무역의 중심지로 번영하기 좋은 중심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호주의 개척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유 첨사는 초기 개척민이 외부 지원이 불안정한 경우라도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터전부터 마련하라는 당부셨다.
그래서 유응부는 한나절이면 건너갈 수 있는 북쪽 섬이 있는 이 지역에 먼저 터를 잡았다.
토목 공병술을 배운 수군답게 병사들은 나무를 베어 땅을 고르고 집과 건물을 짓는 한편, 사람 손을 거의 타지 않아 물 반 고기 반인 바다에서 해산물을 잡아 말려 저장 식품으로 만들었다.
유응부는 병사 모두와 의원, 의녀들에게 사방 십 리(약 4km)가량 크기의 땅을 각각 나눠주고 여송에서 가져온 각종 곡물 씨앗을 심어 가꾸게 하였다.
그리고 현란한 손짓과 발짓을 동원하는 삼돌이의 통변과 미리 준비한 여러 선물로 현지 토착 부족과 우호 관계를 수립하고 교류를 시작하였다.
[이곳에 자급 가능한 터전이 세워지면 내년 초 여송에 있는 식솔을 모두 부를 것입니다.전하께서는 내년부터 이곳 ‘신조선’의 곶 지역을 기반으로 동남쪽으로 뻗어나가 터전을 잡을 우리 백성을 차례로 보내주시면 되겠습니다.
여송에 계신 수양 대군도 내년 초 식솔과 함께 이곳에 오시면 좋을 듯합니다.
수양 대군이 이곳으로 옮겨오시면 저는 병사들을 이끌고 동남쪽으로 옮겨가며 계속 새 정착지를 건설해 나가겠습니다.]
종6품 참군직으로 유응부를 보좌하고 있는 박경국이 올린 이 장계를 읽었을 때.
이향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정말로 우리 조선이 지구의 중앙을 넘어서까지 진출하는구나!’
둥그런 지구의 중앙을 관통하는 적도선을 넘어서 그 하단부, 그리하여 계절이 정 반대라는 곳까지 우리 조선의 강토가 된다!
“먼 뱃길에 고생이 많았다. 도승지! 박경국의 벼슬을 종5품으로 승차하게 하고, 해외 ‘신조선’ 지역의 관아 행정을 돕는 판관으로 삼겠다. 또한 박경국 휘하 귀국한 수군 갑사의 벼슬을 한 단계씩 올리고, 이들이 호주로 돌아갔을 때 다른 수군이 받은 땅만큼을 정착 기반 토지로 지급하라.”
유응부 휘하에 남아 있는 이들이 차지한 만큼의 호주 땅을 하사하겠다는 어명이었다.
*
*
*
유응부 첨사가 수군 갑사들과 함께 적어도 한 달은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저 먼 곳에 거대한 섬을 조선의 영토로 삼았다는 소식은 곧 시사지를 통해 전국에 퍼져나갔다.
캥거루, 왈라비, 코알라, 화식조 등 조선 땅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동물들 삽화가 들어간 시사지의 내용은 송곳 하나 꽂을 땅도 없이 가난한 이들의 가슴을 불타오르게 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가진 자들의 관심은 더욱 지대하였다.
최소 오 할의 장리를 놓던 고리대가 금지되고 무상으로 부리던 노비들이 속량된 후 훗날을 위해 최소의 월봉을 지급하고 붙들어두었으나 딱히 이윤을 창출할 방도를 찾지 못해 답답하던 이들의 귀가 번쩍 열리는 소식이었다.
“이제 그만 일어나거라.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다들 호주인가 하는 새 땅에 노비에서 속량해준 이들을 보내 농장을 만든다, 말 목장을 만든다 하며 난리들인데.”
부마 윤사로의 조각난 시신을 거둬 불교식으로 화장하여 이곳 봉선사에 봉안한 후 내내 절에 머물며 누워만 있는 정현 옹주에게 정의 공주가 말하였다.
“다행히 너의 옹주 작위와 궁방전과 노비 속량인은 그대로잖니. 나도 내년에 속량 노비 오십 명을 보내 농장을 개척할 것인데, 그때 너도 함께 보내자. 거기 뭐가 굉장히 많대. 의녀 학당 건립한다고 재산이 많이 축나지 않았어? 벌충해야지.”
“···언니.”
“그래. 역시 재물 이야기가 나오니 생기가 도는구나.”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하던 옹주의 얼굴에 홍조가 올라오는 것을 보며 정의 공주가 슬쩍 웃었다.
속물적이고 탐욕스러워서 별로 가까이하고 싶은 동생은 아니었지만, 반쪽이라도 피가 섞여서인지 아니면 중전이 등장한 후 왕실 내에서 누리던 지위가 함께 흔들려서인지 정의 공주는 정현 옹주가 부쩍 가여웠다.
“언니. 공주 언니.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요.”
“응? 무엇이든 말해.”
“언니는 영특하고 영민해서 주상 전하의 어여쁨을 많이 받았지요.”
“그렇긴 하지만 오라버니가 어디 누굴 차별하시는 성품이신가? 너도 예쁨 많이 받았잖아. 너의 옹주 작위가 유지된 것도 오라버니가 아바마마께 강력하게 주청을 드려서야.”
“···그러니 오라버니께 보답을 드리려고요. 여봐라! 그 아이를 들여보내라.”
이글거리는 눈으로 정현 옹주가 밖을 향해 소리쳤다.
“누굴, 보이려는 거야?”
“언니! 중전에게만 쏟아지는 오라버니의 총애를 분산시켜야 해요. 중전의 영향력을 줄여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언니도 제 처지가 되고 말 것이에요.”
“!”
“별거 아니에요. 그저, 저 아이를 슬쩍 오라버니 눈에 띄게만 해주세요.”
정현 옹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문이 열리고, 회색 승복을 입은 여인 하나가 방으로 들어섰다.
“!”
열여섯에서 열일곱이 되어 보이는 앳된 여인의 미모가 눈에 띄게 탁월하였다. 초요갱이며 이름 날리는 여악과, 종친의 부인과 첩 등 미모로 유명한 여인을 두루 보았던 정의 공주의 눈에도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닌 듯 어여뻐보였다.
그런데.
“하! 어찌 저리 닮은 아이를 찾아낸 게야?”
그 여인은 오라버니가 속절없이 빠져들었던 열일곱 살의 권가 나인과 아주 닮아 있었다.
새초롬하게 지적으로 뻗은 눈매며, 웃지 않으면 서리처럼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며, 키가 크고 훤칠한 몸매까지도.
“중전은 이미 아이를 셋이나 낳았어요. 게다가 전하께서는 다른 후궁을 찾지도 않으시지요. 십 년이 다 되어가니, 이제 다른 여인에게, 이를테면 한 때 자신을 정신없이 흔들었던 소녀에게 눈길이 돌아갈 때도 되지 않으셨나요?”
침을 뱉듯 한 마디씩 끊어 말하는 옹주의 말속에 원한과 분노가 철철 흘러넘쳤다.
“······.”
정의 공주는 신중했다.
그 신중함 덕분에 지난번 윤사로와 엮이지 않을 수 있었고, 그래서 부군도 아이들도 자신도 여전히 왕실에서 굳건히 권위를 보존할 수 있었다.
그 망설임을 정현 옹주는 모르지 않았다.
늘 뒤에서 과실이나 따 먹으려고 하는, 저 얄미운 언니도 중전 못지않게 밉지만, 지금은 자신과 부마에게 모욕을 가하고 결국 죽음으로 몬 배후인 중전의 세를 꺾어 원수를 갚아야 할 때이다.
“이 아이는 두보며 이백이며 중국의 시인들, 또 이규보며 최치원이며 하는 이 땅의 시인들 작품을 두루 다 외우고, 세우 작가 못지않게 글을 잘 지을뿐더러 그 시를 거문고와 가야금, 비파에 맞춰 아주 잘 부르지요. 학문에도 두루두루 소양이 깊고, 성품이 신중하나 야망은 크니 일단 언니 곁에 두세요. 기회는 차차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소녀, 윤아라 하옵니다.”
이름까지!
오라버니가 아니어도 미인은 두루두루 쓸모가 많다.
정의 공주는 윤아라 하는 여인을 데리고 궁으로 돌아갔다.
*
*
*
서로 죽고 죽이는 살벌한 정치판과 달리,
한양의 아이들은 살곶이 다리 너머 왕실 말 목장 옆에 개장한 동물원에서 낯선 이방의 동물과, 그 동물이 거하다 온 이방의 세계에 열광적으로 환호하였다.
“오나버니, 오나버니! 나 저기 저 배에 꼬마 아기를 넣고 있는 코알라를 보고 시를 지었어. 들어볼래요?”
개나리 색 연노랑 저고리에 진달래 색 꽃분홍 치마를 곱게 입은 금아가 세자 오라버니 일행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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