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was reincarnated, I was a discontinued nanny RAW novel - Chapter 40
40화. 홍 승휘는 권가를 세종께 고변했다
“부부인 마님, 그것도 저런 것의 일종 아니겠습니까?”
조 전언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윤씨에게 넌지시 귓속말을 했다.
“그거, 뭐? 아!”
그거.
저 권가 나인이 뭔가를 썼다가 잘게 찢어서 원손이 자는 방의 서탁 안에 숨겨둔 비단 주머니!
그것도 저 권가가 행하는 미심쩍은 주술의 연장선상이리라.
드디어 세자의 아들을 낳을 가능성이 가장 큰 요물을 제거하게 되었다!
“가자! 가서 홍 승휘를 만나 일을 부추겨야 한다. 만일 저것이 무사하게 되면 동궁 내 세작이 홍 승휘가 되어야 하니.”
윤씨는 빠르게 조 전언에게 속삭이고 요물 권가가 하라는 대로 무언가를 하고 있는 중전을 보았다.
“흥, 이미 단단히 홀렸군.”
중얼거린 윤씨는 따로 인사도 없이 중궁전을 나서 동궁 담벼락 북쪽에 있는 홍 승휘의 거처로 빠르게 걸어갔다.
조 전언이 옆에서 보조를 맞추며 낮게 속삭였다.
“부부인 마님, 권가는 이번에 반드시 없애야 합니다. 오늘 보니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이번에 실패하면 오히려 전하께서 마님과 우리 자가를 경계하실 수 있으니 절대 실패하셔서는 아니 되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동궁전 염탐에 관련된 모든 걸 다 홍 승휘에게 미뤄야 합니다.”
“그래. 네 말이 옳아. 그걸 위해 그리 오랫동안 그 덜떨어진 것을 참아주며 공을 들인 것이 아니냐. 재물이며 장신구며 옷가지며 넙죽넙죽 그리도 많이 받아먹고도 세자를 홀리지 못했으니, 이렇게라도 은혜를 갚아야지.”
윤씨는 자신이 종 조카 홍 승휘에게 오랫동안 회임이 안 되도록 약을 쓴 일도, 그 약 때문에 겨우 태어난 현주 금아가 지능이 떨어지고 병약하여 그닥 오래 살 수 없는 아이라는 사실 같은 건 아예 떠올리지도 않았다.
윤씨는 최근 마포나루 도척지 일행을 잡아들인 세자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고, 사나흘에 한번은 반드시 궐 안으로 불러 글자를 만드는 일과 불경을 간행하는 일을 맡기시던 전하께서도 도통 부르질 않는다고 근심하는 남편 수양 대군의 말을 떠올렸다.
“한데, 전하께선 오히려 누이 정의 공주는 매일 궐 안으로 오라 하여, 형님이 승은을 내렸다는 그 나인과 함께 무얼 하게 하고 그 후 천추전으로 누이를 불러 뭔가를 또 논의하신다 하오. 혹시 새 글자 만드는 데 정무에 바쁜 형님 대신 그 나인과 정의 공주를 쓰려 하시는지······.”
정무에 참여하지 못하는 우리 자가께서 지금껏 세력을 모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전하께서 환관이나 신하들 시키기 까다로운 일을 우리 수양 자가께 맡겼기 때문이다.
전하께서 지신사처럼 곁에 두고 어명을 전하는 일을 맡겼기에 조정 신료와 세도가들도 우리 자가께도 어심이 있다고 믿고, 지엄한 왕의 눈을 피해 큰 이익을 도모하는 재산가들도 모두 우리 윤씨 가문과 함께 훗날을 도모하고 있는데, 이대로 부르시지 않는 날이 지속되면 그 믿음이 흔들리고 그럼 어렵게 쌓아 올리고 있는 대업의 기틀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
홍 승휘의 전각에 들어서기 전, 윤씨는 함께 들어서려는 조 전언을 밀어냈다.
“자넨 가서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을 싹 다 제거하게. 자를 땐 확실하게 잘라내야 다음에 다시 튼튼한 걸로 심을 기회가 있네.”
“예, 마님. 스스로 죽은 것으로 처리해 놓겠습니다.”
조 전언은 몸을 돌려 동궁 안으로 들어갔다.
“종이모님, 제, 제가 어찌 그, 그런 엄청난 일을. 못, 못하옵니다. 저는 못, 못하옵니다.”
다짜고짜 전각에 들이닥쳐 권가 나인이 쓰는 서탁 안의 비밀 공간에서 훔쳐 낸 비단 주머니를 들고 전하께 가 권가가 사악한 주술로 원손 아기씨의 안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고변하란 윤씨의 말에 홍 승휘는 새파랗게 질려 머리를 흔들었다.
“저, 저는 전하의 요, 용안을 제대로 뵌 적도,”
“하아. 그러니 이번이 제대로 전하께 너의 가치를 보여드릴 기회라는 거다. 세자 저하께서 널 지극히 아끼시어 죽은 권씨 대신 널 세자빈으로 올리고 싶다고 말씀하셨을 때를 생각해 보렴. 그때까지 주상 전하께서 널 제대로 보신 적이 한 번도 없으셔서, 그저 평창 군주를 낳은 권씨를 빈으로 책봉한 것이 아니냐?”
“그, 그건 그렇지만······.”
“그러니 조카야. 보렴. 너는 지금 우리 금아도 이렇게 어여쁘게 낳아 생산 능력을 증명했고, 게다가 왕실을 위해 또 원손 아기씨를 위해 네가 이토록 성심을 다하고 있다는 걸 전하께서 아시게 되면 비어 있는 세자빈 자리를 네게 주시지 않으시겠느냐? 가만히 있다가 권가 그 요물이 덜컥 아이라도 가지면! 그러면 너는 영영 세자빈이 될 기회를 가지지 못할 게다!”
“그, 그럴까요?”
“그럼. 이제까지 네가 실질적인 동궁전의 안주인이 아니었느냐? 동궁 내궁의 수장이 저하의 후궁과 궁인의 움직임을 살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책무이자 권한이니 두려워 말고 어서 가서 전하께 고하거라. 세자 저하께 고하면 권가에 눈이 멀어 있으니 이대로 묻으려 하실 게야. 그러니 반드시 전하께 고해 공을 세워야 한다.”
어릴 적 궐에 뽑혀들어와 좁은 전각 안에 갇혀 오로지 세자 저하의 사랑만 바라보고 살아온 홍 승휘는 그간 어여쁘게 꾸미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아낌없이 후원해 준 종이모 윤씨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요, 이모님. 새로 들어온 후궁들도 꽃같이 어여쁜데, 권가가 저하를 홀린 것은 그 사악한 주술 때문이겠지요. 우리 저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제가 이 일을 바로잡겠습니다!”
“그래, 이번에 공을 톡톡히 세워 네가 저하를 바로 보필하거라.”
“예, 이모님. 지금 당장 전하를 뵈러 천추전으로 가겠습니다.”
홍 승휘는 빠르게 치장을 하고 비단 주머니를 꼭 쥐고 천추전으로 갔다.
“누가 뵙기를 청한다고?”
내용은 주로 권윤서가 내는데 글씨가 하도 알아볼 수 없는 악필이어서 정의 공주가 차분하게 다시 정리해 올린 육아서 초고를 “오호, 오호!” 감탄하며 읽고 있던 세종은 갑작스러운 방해에 짜증스럽게 되물었다.
“동궁전의 홍 승휘면 세자에게 갈 일이지 왜 나를 찾는다더냐?”
“아주 중대한 일인지라, 전하께 직접 고변해야 한다고 하옵니다.”
밖에서 내관이 조심스럽게 고했다.
세종은 끙 소리를 내며 아쉽다는 듯 다시 초고를 훑어보고, 마지못해 발걸음을 떼었다.
대청마루에 나온 세종은 댓돌 아래 엎드려 있는 홍 승휘를 보았다.
“고하거라.”
“저, 전하. 도, 도, 동궁전에서 나, 나인 하나가,”
“하아! 떨지 말고! 동궁전 나인 권가는 죽음을 위협받고도 눈 동그랗게 뜨고 할 말 못 할 말 다 하는데, 너는 후궁이 되어 가지고. 쯧!”
“바, 바로 그 권가입니다, 전하. 권가가 사특한 주술을 쓰는 요, 요물이라 그러합니다.”
전하의 입에서 권가 나인이 나오자 오기가 치솟은 홍 승휘가 악으로 깡으로 고하고자 하는 말을 제대로 만들어 냈다.
“무슨 말이냐. 똑바로 고하거라.”
홍 승휘는 더듬더듬 그러나 오로지 권가를 세자 곁에서 떼어낼 일념으로 기어코 권가가 사특한 주술을 써서 저주술을 건 종이를 담은 비단 주머니를 원손 아기씨 방에 숨겨 놓았고, 저하께서 한 번 승은을 내리신 후 질려서 멀리하시자 하루에도 몇 번씩 저하를 꾀는 주문을 적은 종이를 비현각에 보낸다는 사실과,
“그리고 또 어, 어디서 재물이 났는지 이상한 것들을 마, 만들어 판다고 운종가에 커다란 점포를 서, 서너 칸이나 사들였다고 합니다. 오, 온통 이상한 것 처, 천지니 부디 밝으신 성상으로, 바, 밝혀주소서.”
그렇게 태어나서 쌓아온 모든 용기를 다 내어 고하고 비단 주머니를 바친 후, 홍 승휘는 기력이 다해 쓰러지고 말았다.
“하!”
그 꼴을 본 세종은 다시 한번 권가는 얼마나 대단한 배포인지 실감하며 홍 승휘를 거처로 데려다주란 명을 내리고 천추전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비단 주머니 안에는 잘게 잘게 찢은 종잇조각이 들어 있었다.
너무 잘게 찢어 놓아 몇 개를 맞춰보려 해도 날로 침침해지는 눈으로는 도저히 무리였다.
“천가야.”
세종은 늘 옆에서 없는 듯 기척을 지우고 있다가 기민하게 여러 일을 처리하는 귀머거리, 벙어리 상궁을 손짓으로 불렀다.
책상 위에 어지럽게 널린 종잇조각을 보자 눈치가 대단히 빠른 상궁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다섯 개 펴 보였다.
하나하나 이어붙여 복원하는데 닷새 걸릴 것이란 뜻이었다.
“좋다.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대체 뭐라 써는지 개략적으로 알아볼 수 있게 붙이거라.”
입술을 통해 말을 읽는 천 상궁이 또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종잇조각을 다시 주머니에 쓸어 담은 천 상궁이 제자리로 돌아간 후, 세종께서는 아까 홍 승휘가 고한 내용을 하나하나 따져보았다.
‘술사는 아니야. 술법을 써서 그리 많은 지식을 알 수 있다면 나라도 술법을 쓰지.’
주술도 아니다.
주술을 써서 육아서 초고에 적힌 내용을 생각해 낼 수 있다면 성균관 허물고 거기에 주술사 양성소를 세워야 할 판이다.
육아서 초고에 적힌 내용을 읽다 보면 세종은 사실은 권가가 더 많은 것을 더 정교하게 알고 있는데 부러 일부만 풀어놓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는 했다.
원래 이론이란 것이 결과물로 체계화되어 나타나려면 그와 연관된 분야를 폭넓게 공부한 후에 일관된 논리로 줄 세울 수 있는 것들만 취사선택하여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도 중국의 사성과 칠음 이론, 저 먼 서역의 범어와 우리 고유의 이두, 소리를 낼 때 혀의 움직임, 입과 입술의 모양 등등을 모두 종합하여 익힌 후에 새 문자를 만들어봐서 정확히 안다.
“그럼 권가가 매일 써서 향이에게 보낸다는 그 종이에는 또 무엇이 적혀 있을꼬?”
연심을 적어 보낸다고 하기엔 권가는 너무 대담했다.
그렇게 적어 보낼 시간에 직접 가서 그 잘난 몸으로 달려들겠지.
여인을 많이 아시는 세종께서는 권가가 연서나 써서 살포시 들이밀 여인은 절대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럼 우리 권가는 대체, 무엇을! 혹시 저런 육아서 같은 신기한 내용을 향이에게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지식광 세종께선 몹시도 그 종이의 내용이 궁금해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임금이라고 해도 대리청정까지 하고 있는 세자 아들에게 아비가 궁금하니 너의 여인이 써 보낸 종이 좀 보자 하고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저 종이에 무엇이 쓰여 있었는지 보고 난 후 방법을 찾으면 된다!
세종께선 닷새 후까지 기다리시기로 마음을 굳게 먹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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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고통에 꼼짝없이 사로잡힐 때는 어떻게 호흡하고 어떻게 안구를 움직여 빠져나올 수 있는지 기초적인 지식을 중전마마께 알려드리고, 박 상궁 편에 기분 좋게 씻으실 수 있는 비누를 보내드리기로 한 후 윤서는 홍위의 손을 잡고 동궁전에 돌아왔다.
동궁전은 발칵 뒤집혀 있었다.
“자네, 서온돌 앉은뱅이 서탁 상판을 뜯고 무엇을 숨겨 두었던 겐가?”
뜰에 서자마자 성큼성큼 다가온 엄 상전이 빠르게 물었다.
“최가 나인이 자네가 아기씨를 해치는 사악한 주술이 적힌 쪽지를 비단 주머니에 넣어 보관해서, 그 주머니를 홍 승휘께 바쳤다는 것을 자복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거처에서 극약을 먹었네. 홍 승휘는 벌써 전하께 그 주머니를 바쳤고.”
“예에?”
윤서가 놀라 묻자, 엄 상전은 처음 보는 무서운 얼굴로 윤서를 질책했다.
“그런 것이 있으면 태웠어야지. 왜?”
“하지만 궐에서는 불 피우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고, 또 태우는 걸 보면 더 의심할까 걱정해서였어요. ···전하께서 그 종잇조각을 어떻게 하실까요? 아주 잘게 찢어서 도저히 알아보실 수 없는데요.”
“하!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태울 방법을 찾았어야지. 정 뭐하면 내게 처리를 부탁했거나.”
“···주술은 절대 아니에요.”
주술은 아니지만 15세기 절대 왕정의 군주이신 세종께서 보시면 어찌 생각하실지 모를 내용들이다. 아들들을 해치면 죽이겠다고 단언하신 분이시니, 윤서가 쓴 내용들에서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으시려면 잡아내시겠지.
‘자유’니 ‘평등’이니 ‘권력자의 선의에 기대 삶을 얻어내야 하는 삶의 조건’이니, 또 ‘존엄’이니 하는 근대 자유민주주의적인 말들과, 무엇보다 ‘도망침’을 적은 내용들을 세종께서 보신다면!
아, 또 뭐가 있었더라?
윤서는 코끝을 찡긋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엄 상전을 바라보았다.
“복원해낼 수 있을까요?”
“천추전의 천 상궁은 무엇이든 거의 다 해내는 자네. 전하께서 그리 명하셨다면 어떻게 해서든 복원해내겠지. 자네, 주술이 아닌 건 확실하지?”
“예···, 주술은 아닙니다!”
“하아···, 요새 매사 신중해진 자네가 어찌 이런 걸 다 놓치고. 하, 저하를 뵙고 내용을 말씀드리세. 따라오게.”
엄 상전은 윤서를 끌고 비현각에 갔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하늘 저쪽에 붉게 노을이 아우성을 쳐댔다.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