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0)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0화(10/405)
“보호자 안 계세요?”
정신없이 구급차를 타고 매란과 함께 강북의 일성병원에 도착한 윤슬의 손이 여전히 벌벌 떨렸다.
“저, 전데요….”
“장매란 환자님 보호자 분 맞으시죠?”
“네… 맞아요.”
“음, 오늘 어른 안 계세요?”
“…….”
“학생 부모님, 전화해서 오라고 하세요. 학생은 어려서… 그리고 피 나니까 간단한 드레싱을 받아야 되니까-”
그때였다. 병실로 허둥지둥 가운을 입은 남자 몇이 뛰어 들어갔다.
“장매란 여사님 일반 병실에 모시면 어떡하나!”
“죄송합니다. 갑자기 방문하셔서…”
“미쳤어? 당장 일인실로 이동해!!”
언성이 커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호통을 치는 의사들이었다.
윤슬은 담을 타다 상처가 난 다리와 손바닥에서 피가 나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그들의 뒤를 따라 뛰어갔다.
끼익- 쿵
자그마한 노인은 병원 침대에 작게 숨을 내쉬며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여사님 비서한테 당장 연락해. 그리고 일인실로 이송한다.”
“목소리… 낮추게.”
잔뜩 잠긴 성대에서 끼익 긁는 듯한 소리가 났다. 눈을 감은 채 간신히 입만 열어 장매란은 말을 덧붙였다.
“여사님! 죄송합니다. 저희의 불찰로-”
“호들갑 떨 것 없어…. 나가봐.”
“하지만….”
매란이 눈썹을 찌푸리는 것으로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자 한눈에 보기에도 높은 직급인 것처럼 보이는 의사들이 굽실거렸다.
“할머니….”
“너도 호들갑 떨 것 없어.”
“…….”
“다 죽어가는 노인한테 무슨 놀라운 일이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장매란의 입에서는 삶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 같은 것이 전혀 엿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기까지 얼마나 잦게 병원에 드나들었는지 윤슬은 알 것만 같았다. 그제야 손바닥이 쓰려왔다.
매란은 고요히 눈을 감았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사람처럼.
* * *
“함무니, 이거 내가 그렸다. 함무니랑 나.”
“오구, 그랬어? 우리 강아지~”
“장모님, 오늘은 좀 어떠세요? 불편한 건 없으시고요?”
“나야 김 서방이 이렇게 자주 와주니까 불편한 게 하나도 없네.”
“엄마아~”
“얘 좀 봐. 뚝 그쳐. 뚝! 결혼해서 애도 있는 게 이렇게 울면 돼?”
매란은 호들갑 떨지 말라며 일인실로 옮기지 말라 했지만, 이튿날 병실에 삼삼오오 몰려오는 환자들의 가족들이 보기 싫어 그날 바로 일인실로 옮겨버릴 작정이었다.
환자복을 입은 사람 주변에는 병문안을 온 사람들로 인해 생기가 감돌았다. 그 꼴이 보기 싫어 등을 돌려버렸지만 귓가로 흘러들어오는 다정한 소리를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자그마한 침대에 옹기종기 몇 명이나 달라붙어 있는 게 마음에 안 들고, 몽글몽글한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들고, 이 부직포 같은 이불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죄다 매란의 심기에 거슬리는 것뿐이었다.
쾅-!
“저 왔어요~!”
병실을 옮기기 직전, 문을 박차고 윤슬이 오기 전까지는.
“아유, 좋겠어요. 손녀가 참 싹싹하고 야무지네.”
“맞아요~. 매일 찾아오는 손녀는 또 처음 보네!”
주변 할머니들의 한마디씩 거드는 말이 봄바람이라도 되는 양 매란의 마음을 간지럽혔다.
“손녀는, 무슨….”
늘 포커페이스로 무심하던 매란의 입가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윤슬은 독한 것처럼 집안을 일으키겠다고 했어도, 더하고 빼고를 잘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묻어났다.
당장 오늘부터 말동무로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어도 되었을 텐데. 매일같이 찾아와 본인의 몸을 신경 써주는 게 정말 진짜 손녀라도 되는 듯싶었다.
‘까치가 아주 시끄럽게 울더라니, 이렇게 반가운 손님이 오려고 그랬나 보다.’
자신이 쓰러졌을 때 덜덜 떨면서 얇은 옷을 벗어주었던 아이. 껴안은 채 굽은 등을 손으로 비벼 어떻게든 체온을 올려주려 노력하던 아이. 그리고 이제는 매일매일 별 이유를 붙여대면서 자신을 찾아오는 아이.
눈이 와서, 너무 추워서, 역 근처에서 붕어빵을 팔아서, 금요일이니까, 자신이 심심해서….
아이가 돌아가고 난 뒤에도 보조 침대는 따스한 온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누군가와 말을 나눈 게 얼마 만이더라….’
매란은 속으로 가늠해 보다 그만두었다. 아주, 아주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즐겁게 떠든 것도, 웃어보았던 것도.
똑똑-
“말씀하신 대로 찾아봤습니다.”
“어머 이 집은 아들도 멀끔하네.”
“저엉말 자식농사 풍년이에요~”
매란의 비서가 서류 뭉치를 건네자 주변에서 방청객처럼 말문이 터져 나왔다. 문득 장매란은 이런 왁자지껄함이 싫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없는 손으로 서류를 넘기던 매란은 윤슬의 중학교 졸업식이 내일이라는 걸 떠올렸다.
“저 내일은 못 와요. 내일은 졸업식 가야해서…. 대신 토요일에 또 올게요.”
“권 비서.”
“네. 회장님.”
“말하는 중학교로, 내일 오전에 꽃 배달하도록 해.”
* * *
돌아오기 전 삶에서는 중학교 졸업식에 가지 않았었다. 우리 집이 망한 건 다들 알 테니까. 그날 저녁 엄마가 안방에서 몰래 우는 걸 봤었다.
그 장면은 오래오래 내 기억 속에 남아 꽤 시간이 흐른 뒤에도 선명하게 나를 괴롭혔다.
‘집이 망한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이번엔 가야지.’
졸업 앨범도 받아야 하고, 아 근데 이때 졸업 앨범 진짜… 큰일 나게 못생기게 나왔었는데.
나연을 통해 건네받았던 졸업 앨범엔 한껏 꾸몄던 어린 날의 내가 있을 것이다.
‘애교살 메이크업하겠다고 눈 아래에 일직선 그어놨었는데….’
본인의 흑역사를 다시 마주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잘못된 애교살 그림자가 나를 괴롭혔다.
지잉- 지잉-
[슬아슬아 이거 다 뭐야?] [(사진)] [와 진짜 서프라이즈 나 너무 놀랬어] [보이스톡] [슬아 학교 언제 와?? 빨리 와] [이모티콘]갑자기 울리는 나연이의 카톡 목록들.
‘대체 뭐지?’
오랜만에 봐 더 반갑고 그리운 듯이 느껴지는 모교에 발을 디뎌보니.
“어?”
생화가 화려한 포토존이 하나 생겨 있었다. 옆에는 자그마한 입간판으로 ‘제28회 졸업생 서 윤슬 기증’이라고 적혀 있는 포토존이.
“슬아 이거 다 뭐야!!!”
“어… 안녕….”
“이거 누가 해주신 거야? 아빠? 엄마? 나 여기서 지금 사진 진짜 많이 찍었어~ 대박이야.”
옆에서 나연이 쉴 새 없이 호들갑을 떨었다.
“슬이도 여기 서봐! 핸드폰 나 주고.”
나연이 카메라를 키더니 손으로 훠이훠이, 사람들을 내쫓았다.
“자 잠깐~ 포토존 기증하신 분 사진 찍을게요~ 나와 주세요~”
찰칵-
나연이가 찍어 준 내 사진은 딱 보기에도 값비싼 꽃들 사이에서 환히 웃는 것도, 무표정도 아닌 어정쩡한 표정으로 서 있는 모습이었다.
* * *
[아빠가 한 거 아니야?]몇 번을 물어봐도 대답이 똑같다. 엄마는 모른다는 대답을 했다.
‘먼 친척인가…?’
아니지, 돈 좀 빌려달라는 우리 집에 이런 선물을 줄 친척은 없다.
알 수 없는 마음으로 졸업식을 보고 있자니, 우는 친구들이 몇 명 보인다. 아쉬워서 우는 걸까, 새로운 시작이 벅차서 우는 걸까.
스물다섯 살의 마음으로 중학교 졸업을 보자니 한없이 지루하기만 하다.
[슬아. 엄마 뒤에 있어.]울리는 핸드폰을 확인하고 뒤를 돌아보니, 한 손에 자그마한 꽃다발을 든 엄마가 손을 흔든다. 지루하다는 거 취소.
강당에 울려 퍼지는 졸업 노래가 들렸다.
결국 끝까지 누가 생화 포토존을 만들어 줬는지 모르는 채, 엄마와 그 앞에서 사이좋게 사진을 찍었다. 같은 모임에 있던 아줌마 몇은 엄마를 알은체하며 괜히 속을 긁었다.
“어머, 윤슬 엄마~ 이거 다 뭐야, 너무 예쁘다.”
“친척분이 해주신 거지?”
“어…?”
“에휴… 그분도 참, 이런 거 말고 지금 윤슬이네한테는 그냥 봉투를 주시는 게 센스인데-”
“맞아, 좋은 마음으로 하셨을 텐데. 어쩌나….”
“…고마워, 사진 잘 찍고 가.”
“그래~ 얼른 들어가~”
말끝마다 사람 속을 뒤집히게 하는 것도 재주다, 싶은 마음으로 엄마 손을 잡고 교문을 나섰다.
‘우리 집 망하기 전엔 언니 동생 하면서 달라붙었으면서.’
저벅- 저벅-
그때였다. 교문 앞 까만 롤스루이스에 있는 젊은 남자가 몇 발자국 앞질러 걸어오며 말을 걸었다.
“서 윤슬님. 맞으시죠.”
“엥…?”
“우리 애를 왜 찾으세요?”
엄마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풍채가 좋은 남자가 내 앞으로 다가오자 긴장해서 자신의 등 뒤에 나를 황급히 숨기는 엄마였다.
“아, 안녕하세요. 소개가 늦었습니다.”
그런 엄마에게 깍듯이 고개를 숙이는 검은 양복의 남자.
“저는 장 매란 회… 할머님이 보내셔서 오셨습니다.”
“회 할머니? 그게 누구야 슬아?”
아, 매란 할머니는 횟집 주인이셨나 보다.
포토존을 만들어 준 이가 누군지 갑자기 머리 안으로 퍼즐이 맞춰졌다.
“저 내일은 못 와요. 내일은 졸업식 가야 해서…. 대신 토요일에 또 올게요.”
그런데 내가 중학교 이름을 말했던가? 어떻게 알았지?
지난 며칠간 했던 말이 너무 많아서 헷갈리지만 아마 내가 말했던 게 맞을 거다.
“혹시 점심 선약이 없으시다면, 저희가 모시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
깍듯이 롤스루이스 뒷문을 열며 남자가 손짓했다. 나를 바라보는 엄마에게 들어가자고 고개를 끄덕였다.
* * *
압구정 중학교 근처 아트센터에 위치해 있는 한 파인다이닝. 미슐랭 가이드에서도 극찬했다는 맛집 중의 맛집. 예약을 하려면 피 나는 티켓팅을 해야 한다고 소문난 곳이었다.
둘은 수라상에 담긴 왕의 하루를 그대로 산과 바다에서 풀어냈다는 한식집에 들어섰다.
은은하게 코끝에 감도는 은방울 꽃향기. 가야금 소리가 은은하게 울리는 노란 조명이 비치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윤슬은 조금 기가 죽었다.
‘얼마 만에 와 보는 거지, 이런 곳….’
드르륵-
“서 윤슬님, 안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유니폼을 입은 점원이 안쪽 룸으로 둘을 안내했다. 그곳엔 고운 한복을 입은 할머니가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앉지요.”
“곧 코스 준비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나갈 때도 조용히 문을 닫고 깍듯하게 점원은 나갔다. 유한 표정으로 말을 건네는 장매란은 그간 가장 혈색이 좋아 보였다.
“처음 만나네요. 장 매란입니다.”
“네…. 슬이 엄마, 이 정혜입니다….”
둘의 인사 사이로, 윤슬은 바로 본론을 물었다. 며칠 매란과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옮아버린 탓이었다.
“포토존, 할머니가 해주신 거죠?”
“그래.”
“어머…. 너무 감사해요, 사람들이 예쁘다고 엄청 좋아했어요.”
“감사합니다. 저도 사진 많이 찍었어요.”
“별것 아니야. 네가 날 살려준 것에 비하면.”
옆에서 토끼 눈을 뜬 엄마에게 매란은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마워요. 댁의 따님이 저를 살렸습니다.”
* * *
두 번째 코스로 나오는 전복 찜을 조심스럽게 먹으면서, 엄마는 몇 번인지 모를 세상에를 반복했다.
“세상에…. 지금은 몸 괜찮으신 거예요?”
“네. 좋습니다.”
“쓰러진 지 일주일도 안 되셨는데 이렇게 슬이 졸업식도 신경 써 주시고….”
쉽게 감동하는 엄마의 눈에 이미 감격이 줄줄 흘러있다. 조용히, 나는 전복찜 위에 올라가 있던 얇은 감태를 걷어내고 전복만 골라 먹었다.
‘횟집 할머니니까 감태 안 먹는 거 보시면 혼내려나.’
“생명의 은인인데, 제가 보답을 해야지요.”
“아유 아니에요. 그런 건 다 인연이지요.”
드르륵-
“실례하겠습니다.”
룸 너머에서 조용한 목소리로 출입을 알리는 점원은 테이블 위로 잘 구워진 채끝 등심 구이를 내놓았다.
“누룩 소금에 재워 조개 육수로 맛을 낸 쌀죽을 곁들였습니다. 누룩 소금은 삼 개월을 기다려 만드는 것으로 옆에 따로 둔 통에도 넣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옆에는 한우 채끝 등심 구이입니다. 소금이 부족하시다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그럼 평안한 시간 되십시오, 하며 사뿐한 발걸음으로 나갔다. 짭짤하게 퍼지는 뜨거운 스테이크와 고소한 쌀죽의 냄새가 룸 안에 퍼졌다.
오랜만에 만나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엄마의 표정이 환했다.
‘다음번 키키 게스트 월급 나오면 또 오자고 할까. 아빠랑 같이 셋이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로 나온 오밀조밀한 감귤 정과와 쌀 셔벗이 룸에 들어오자 감귤 정과를 하나 삼킨 할머니가 말을 건넸다.
“듣기로는, 바깥양반 사업이 많이 어렵다고.”
얘기를 들은 엄마가 갑작스럽게 어두운 표정이 되었다. 엄마는 칼을 내려놓고 레몬이 띄워진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설마 내가 집안을 일으켜 세우겠다고 한 거 여기서 말하는 건 아니겠지.’
할머니와 눈을 마주치고 비밀로 해주세요, 사인을 보내려 했지만 할머니는 내 쪽에 시선을 주지 않고 엄마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나도 나이를 먹다 보니, 여기저기서 들리는 것들이 있어요.”
“…….”
“다음 달, 늦어도 두 달 안에는 그 집에서 나와야 되는 것 같던데.”
집안 사정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건 몰랐던 것인지 엄마의 표정이 굳어진다.
내가 아는 건 아빠는 엄마에게 안심하라는 말로 다독이며, 혼자 발에 땀이 나도록 뛰었다는 것이다. 엄마는 친척들에게 돈을 빌리는 그런 일들만 했지, 자세한 이야기는 집이 경매에 넘어간 뒤에서나 듣게 됐었다.
최대한 엄마를 절망시키지 않으려는, 아빠의 눈먼 배려였다.
“경매로 넘어가는 건, 제값을 못 받아요.”
“…….”
충격을 받은 엄마의 손을, 할머니가 느릿하게 붙잡았다.
“은혜, 길게 갚아보도록 하지요.”
* * *
“이게 마지막 박스지?”
“응. 그거 깨지는 거라 조심해야 해.”
산더미같이 쌓인 이삿짐들을 푸는 데만 한나절이 넘었다.
창문 사이 해가 슬슬 넘어가는 저녁 시간, 노을이 걸려 있는 창밖에 정원에 심어져 있는 커다란 나무의 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급하게 이사를 온 만큼 짐은 적었다. 값나가는 가전과 가구는 할머니가 중개업자를 소개해주어 빠르게 처분할 수 있었다.
‘예전엔 반값도 못 받을 정도로 급하게 처리했었는데.’
그리고 아빠는.
“여보! 슬아!”
“여보~”
영상통화를 통해 액정 건너편으로 보이는 아빠의 얼굴이, 수척하지만 밝다. 아빠는 지금 지방의 한 공장을 소개받아 가서 숙식하며 3교대 일을 하는 것으로 계약했다.
이 역시 할머니의 소개였다.
‘진짜 꿈같네.’
한 달간 몰아치듯이 다가온 현실 중 가장 실감이 안 나는 날이었다. 어쩌다 만난 사람의 집에서 살게 되다니.
엄마와 나는 할머니네 집 별채에, 신세를 지게 되었다. 고래 등 같은 이 한옥집에.
퉁명스럽게 손님방이라 작으니 불편해도 참으라고 말하는 할머니였지만.
‘이게 어디가 작아….’
원래의 내 방보다 더 큰 한옥집의 별채는 마음을 설레게 했다. 방바닥이 따끈따끈해서 마음까지 따끈해진 기분이었다.
“엄마는 이런 한옥도 너~무 좋다. 여행 온 것 같고 그치, 슬아!”
정말로 신이 난 듯 콧노래를 부르며 짐을 정리하는 엄마의 옆모습을 보니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똑똑-
“나와서 저녁들 들어요.”
짙은 나무 문 너머로 할머니의 꼿꼿한 목소리가 울려 들어온다. 방을 걸어 나가는 발바닥으로 아랫목의 뜨끈한 열기가 밀려들어 온다. 훈훈하다.
그렇게 나는 입학식을 얼마 남기지 않고, 경복궁 근처의 고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입학식 전까지 이렇게 느긋하게 지내야지….’
물론 상태창이 두고 볼 리 없었다.
띠링-
「□현재 인벤토리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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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ㅁㅁ를 사용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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