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03)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03화(103/405)
여기는 강남역 안쪽 골목. 팝업 스토어 공사가 막 끝나 더욱 새것 같았다. 입구로 향하는 길은 유럽의 작은 정원처럼 꾸며져 있었는데, 석조로 된 작은 분수 옆에는 낮인데도 환한 가로등이 켜져 있었다. 그리고 그 가로등 아래에는 작은 나무 표지판이 있었는데, 브랜드명을 필기체로 휘날려 써 분위기를 더했다.
“여기가, 오늘 사진 찍는다는 거기 맞아?”
“응. 여기야 엄마!”
“뭔 사진관이 이렇게 화려하대….”
“사진관 아니고, 그냥 팝업 스토어! 팝업.”
엄마의 팔짱을 끼고 온 첫 번째 손님. 이 손님은 지난달에 라몽드 제품을 쓰고 트러블이 났던 그 손님이었다. 고객센터에 클레임을 걸었다가 무시를 당했던.
얼마 전 첫 번째 손님에게 라몽드의 높은 사람으로부터 직접 전화가 왔었다. 자신을 전략기획실 프로라고 소개한 사람은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고, 추후 보상까지 해주겠다는 말과 함께 연신 저자세를 보였다. 그 덕에 고객의 상했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저희가 본격적으로 치료를 진행하기 전, 먼저 알레르기 검사를 해 봐도 될까요? 피부는 아무래도 민감한 부위이다 보니, 약을 제조할 때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게 알레르기거든요.”
“저희 어머니는 땅콩 알레르기밖에 없어요.”
“그래도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안전상 정식 검사를 해보시는 것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그 말에 이왕 공짜인데, 겸사겸사 건강 체크도 할 겸 알레르기 검사를 했었다. 그리고 그 고객은 의외의 결과를 맞닥뜨렸다.
“새우 알레르기와 명태 알레르기, 잣과 해바라기씨, 물푸레나무 알레르기가 있으시네요. 특히 명태는 평균보다 조금 높으신 수치인데….”
“새우요? 원래 엄마 새우 알레르기 없었는데요?”
“알레르기라는 게, 평생 일정한 수치로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이 먹어가면서 알레르기가 완화되기도 하고, 새롭게 발견되는 것도 있죠. 혹시 지난달에 드신 것 중 새우와 명태, 잣, 해바라기씨가 함유되어 있는 식단이 있었을까요?”
잠시 고객이 머뭇거리자, 다이아수저는 침을 꿀꺽 삼켰다. 사실 이번 알레르기 검사까지 받게 한 건, 무조건 이 고객을 데려와야 한다고 윤슬이 강조했기 때문이었다. 스토리를 팔려면 제대로 팔아야 한다고, 고객 감동은 별 게 아니라면서 말이다.
그래서 나온 해답이 바로 이 알레르기로 퉁치기다. 물론 알레르기 때문이 아니라, 제품이 안 맞아서 피부에 이상이 생긴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야 스토리를 팔기가 어렵지 않겠는가. 무조건 알레르기 때문이어야 한다. 다이아수저는 웃는 낯으로 고객을 채근했다.
“사실대로 말씀해주셔야 제대로 치료과정이 진행됩니다. 어머니 성향에 따라 다른 코스가 준비되어 있어서요. 자칫 잘못하면 몸에 더 무리가 가실 수도 있어요.”
“어…. 명태…를…. 먹었었는데요.”
다이아수저는 고객에게 보이지 않게 주먹을 꽉 쥐었다. 머리 위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만 같았다.
“어쩐지…. 보여주신 사진이 일반 화장품 부작용보다는 식품으로 인한 알레르기에 가까워 보인다는 전문가의 소견이 있었거든요. 미리 검사해보길 천만다행입니다.”
“아, 진짜요…?”
“실례되지 않는다면, 일반 피부 치료 대신 VVIP에게만 제공되는 에스테 코스로 모셔도 될까요? 화학적으로 일어난 피부 작용이 아닌지라 치료보다는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는 에스테 코스가 어머님께 더 잘 맞으실 것 같아서요. 물론 따님도 함께요.”
VVIP에게만 제공된다는 금가루 뿌려진 그 말에, 둘 다 흔쾌히 동의했다. 조용한 히노끼 탕에서의 반신욕을 시작으로 풀코스 마사지. 그리고 거기에 피부 관리까지 장장 몇 시간의 관리가 시작되었다. 매끈매끈하고 촉촉한 피부와 근육이 풀려 노곤해진 몸. 특별하게 대접받는 시간에 행복해진 그녀들 앞에 다시 한번 다이아수저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 에스테는 어떠셨나요?”
“너무 좋았어요, 세상에. 살면서 이런 걸 다 해보네….”
“저도요. 특히 피부가 진짜 촉촉해졌어요!”
그 말에 다이아수저는 웃으며 준비한 쇼핑백을 내밀었다. 커다란 쇼핑 백 안에는 라모레 퍼시픽에서 제일 비싼 라인의 기초 제품들이 들어가 있었다. 세럼과 오일, 아이크림, 영양 크림까지 가득.
“오늘 관리한 제품은 지난번에 구매해주신 그 제품입니다. 피부에 맞으신다니 다행이네요.”
“정말요? 어머머머. 그럼 나 명태 알레르기가 맞았나보다!”
“진짜요? 아니 근데 집에서 바르는 거랑 왜 이렇게 다르지….”
“마사지까지 함께 하니까요. 지압과 함께 바르면 피부 흡수율이 다르거든요.”
물론 뻥이다. 수분크림만 같은 라인이고 나머지는 원료부터가 단가가 다른 고급 제품을 썼다.
“그때 피부 때문에 많이 놀라셨죠? 저희 상담원의 부주의로 인해 불쾌감을 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다이아수저가 허리를 숙여 90도로 인사했다. 그러자 따뜻한 티를 마시고 있던 둘은 당황하며 푹신한 소파에서 일어났다.
“어휴, 아니에요. 이렇게까지 사과하실 필요야 있나요….”
“그래도 전적으로 저희의 부족함 때문에 불편함을 겪으신 고객님이시니까….”
“죄송해요. 잘 알아보지도 않고 제가 인터넷에 글 써서!”
사업가가 고개 한 번 숙이는 데에 뭐 그렇게 자존심이 상한다고.
안절부절못하며 오히려 더 미안해하는 고객들을 마주한 다이아수저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제 됐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무너졌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정한 눈빛을 한 순한 고객들이 앞으로 열어 줄 장밋빛 미래가 눈에 훤했다.
“저희가 다음 주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캠페인이 있는데, 두 분을 초대해도 될까요?”
“혹시 어떤….”
“증명사진을 찍어 드릴 예정이에요. 일반적인 증명사진과는 달리 원하는 색으로 배경을 설정하실 수 있습니다.”
“얘, 너 해라. 엄마는 괜찮아.”
“엄마! 왜 그래.”
“내가 뭐 사진 찍어서 쓸 데 있겠어, 입고 갈 옷도 없고….”
“헤어부터 메이크업 그리고 의상까지. 저희 라모레가 모두 준비합니다. 편하게 몸만 와주시면 돼요. 귀한 시간 내주시는 건데 당연히 저희가 책임져야죠.”
다이아수저의 말에 또다시 고객은 감동을 받은 것 같았다. 대기업이 일반 소비자에게 이렇게 시간과 비용을 쓴다는 건 다르게 다가왔으므로.
“그런데 이 캠페인은 일반 이벤트가 아닌, 고객님들께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거라서, 혹시 두 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으세요?”
그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 모녀는 라몽드의 사진관 첫 번째 손님이 되었다.
* * *
윤슬은 시간 맞춰 들어온 첫 번째 손님을 CCTV로 확인했다. 그리고 드레스룸에서 그 둘과 가장 찰떡지수가 높은 제품들을 한쪽 행거에 빠르게 담았다. 다이아수저는 그런 윤슬을 촉촉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진짜 괜찮겠어요? 없는 척해도?”
“그럼요. 전문가가 해 줘야 좋아하죠.”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정말… 며칠 전부터 와서 오래 있었다면서요? 쇼룸도 체크하고.”
‘내가 더 고맙지.’
어리다. 전문가도 아니다. 이러면 좋은 기분으로 사진을 찍으러 온 손님들에게 알게 모르게 거부감을 줄 수밖에 없다. 대기업에서 하는 이벤트라 해서 왔는데 웬 고등학생이 설치면 전문성이 떨어져 보이지 않겠나.
‘그러니까 난 뒤에 있어야지.’
어린 나이답게 윤슬이 자신을 많이 드러내고 싶어 할 거란 다이아수저는 처음 팝업 스토어가 진행될 때, 슬쩍 중요직까지는 힘들 것 같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거부반응이 있을 거라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윤슬은 다이아수저의 의견을 따랐다.
‘일단 내 이름 넣어준 것만 해도 어디냐.’
찰떡지수를 체크하기 위해 쇼룸이 준비되는 대로 와서 메이크업 제품들과 의상들을 모두 긴 시간 확인한 윤슬이었다. 자신의 것이라 인식되지 않으면 찰떡지수가 뜨지 않으니 오픈 날 전까지 어떻게든 상태창에 인식시켜야 했으므로.
‘어제 찰떡지수 떠서 진짜 다행이다….’
팝업 스토어 2층에 마련된 상담실에서 두 사람이 평소 좋아하는 컬러와 자신이 생각하는 성격을 말하는 동안, 윤슬은 메이크업에 쓸 제품까지 모두 골라 놨다. 윤슬이 앞에 나서는 건 지금이 아니라 다음 주부터다.
[Youstagram]오늘은 라몽드 팝업 스토어 첫째날 °˖✧◝(⁰▿⁰)◜✧˖°
다음 주부터는 모두 오픈 예정입니다. 와서 라몽드의 신제품을 발라보시고 예쁜 셀카 많이 찍어가세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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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8개
-헐 윤슬이 대박ㅠㅠ 몇시부터 몇시까지야?(*´﹀`*)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요! 언니 꼭 오세요~히히
-재겨미 귀여우니까 봄 웜톤이겠지?
-따로 웨이팅 해야 하나요?
˪많은 분들이 오시면 아마도 웨이팅 시작할 것 같아용 ㅠㅠ
-의상 대여는 언제까지에요 윤슬님?ㅠㅠㅠㅠ 너무 기대돼요
˪의상 대여는 따로 하지 않아요…♥ 대신 고데기랑 메이크업 제품 오픈되어 있습니다(*^ω^*) ㅎㅎ
-왜 나한테는 답글 안 달아줘
그렇다. 팝업 스토어는 일반적인 형식이 아닌 오로지 셀카 존으로만 꾸몄다. 커다란 포토 존 두어 개 만들어 놓는 것보다는 전신거울을 놓고 얼굴 사진에 집중할 수 있는 16가지 컬러가 있는 인테리어였다. 물론 윤슬의 의견이었다.
‘SNS에서 소비자의 호감도를 떨어뜨린 만큼, SNS에서 많은 태그를 달아야 한다.’
라는 의견대로, 각각의 퍼스널 컬러에 맞춰 포토 존은 4개씩. 메이크업을 고칠 수 있는 파우더룸 역시 뒷배경을 포토 존과 비슷하게 꾸며두었다. 일반적인 팝업 스토어는 대부분 일행과 함께 오지만,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이 혼자 와서 사진을 찍고 가기에도 무리가 없는 구성이었다.
‘무엇보다 비용 절감이 확실하지.’
인플루언서 마케팅 비용을 전부 팝업 스토어로 돌렸다. 다른 조형물은 없다. 오로지 배경 색지뿐!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훨씬 도움 되었다. 이렇게 컬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자신의 퍼스널 컬러를 궁금해할 테니까.
‘다음 팝업 스토어는 퍼스널 컬러 진단이고.’
윤슬은 하나의 의견만 낸 게 아니었다. 이왕 주식까지 받은 거 제대로 돈값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으므로. 퍼스널 컬러 진단은 아직 한국에서 대중적이지 않다. 하지만 슬슬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과 스타일을 궁금해하는 고객들은 늘고 있었다. 왜? SNS 때문에.
‘유스타도 그렇고, 인튜브도 그렇고. 일단 인플루언서들이 퍼스널 컬러라는 콘텐츠를 보여줬으니까.’
대중적이지 않다는 건 그만큼 가격대가 세다는 거다. 한 번 진단 받는데 기본 10만 원이 드니 도전해보는 사람이 적었다. 윤슬의 의견을 들은 다이아수저는 제대로 감을 잡기 시작했다. 일단 돈 버는 쪽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체득했으므로.
“자,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여기 보세요. 편하게!”
라모레에서 데려온 유명 포토그래퍼의 카메라 앞에 모녀가 섰다. 개인 사진 한 컷씩과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을 한 컷 찍는 게 오늘의 스케줄이었다. 이 뒤로도 사연을 받았던 고객들이 시간 맞춰 들어왔다. 윤슬은 그들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골라 주며 틈틈이 SNS로 다음 주부터 오픈할 팝업 스토어 홍보에 박차를 가했다.
“오늘 어떠셨나요? 사진은 마음에 드세요?”
사연에 뽑힌 고객들은 증명사진을 찍은 후 라몽드에서 직접 제작한 액자 선물까지 받아 갔다. 그리고 나가기 전 간단한 인터뷰를 마쳤다.
“그럼요, 너무 재밌었어요!”
“나한테 잘 어울리는 스타일? 색? 을 찾으니까 확실히 좀 더 예뻐진 기분이 드는 것 같아요….”
“민증 보여줄 때 남들한테 얼굴 안 보여주는 거 뭔지 알죠. 근데 저 이제 민증 바꾸려구요~!”
“사실 제가 사진 찍는 걸 별로 안 좋아했었는데 이렇게 잘 나오니까 좋은 것 같아요.”
“이거 틴트 출시 언제부터 돼요? 저 이거 꼭 살게요!”
오전 열 시부터 오후 열 시.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으나 윤슬은 돌아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며 피로를 잊었다.
* * *
요즘 화장품 관련 커뮤니티에서 가장 언급량이 높은 건 단연 라몽드였다. 지난달까지는 과한 PPL과 티 나는 바이럴 때문이었다면, 이번엔 오로지 제품 덕분이었다. 과한 PPL로 밈이 되었던 라몽드의 판매율은 순조롭게 올라가고 있었다.
[라몽드 포토존 가신 분들 계신가요?] [확실히 사진은 밝은 색이랑 찍어야되는듯ㅋㅋㅋㅋ] [봄웜의 라몽드 틴트 발색 후기.jpg] [퍼컬 잘알들아 나 무슨 톤같아? 궁예좀] [오늘 라몽드 팝업스토어 다녀왔어요!] [생각보다 라몽드 틴트 지속력 ㄱㅊ은듯]사람들은 퍼스널 컬러와 라몽드를 연관 지어 생각하기 시작했다. 라몽드에서는 고객들이 궁금해하는 톤별 색조합 리스트도 만들어냈다.
[Youstgram]라몽드가 추천하는 퍼스널컬러 조합♥ (✿˘◡˘✿) 봄웜톤도 다 같은 봄웜톤이 아니라는 사실! 다들 알고 계신가요~?
봄라이트와 봄브라이트는 같은 듯 묘하게 다른데요, 바로 채도의 변화입니다…!
그렇게 봄웜, 여름쿨, 가을웜, 겨울쿨. 이 네 가지 톤을 또 세분화시키기 시작했고.
-헐 나 봄라인듯 ㅠㅠ @김은정 미쳤나봐 나 지금까지 잘못 바른거같앸ㅋㅋㅋㅋ
˪야 두번째 진짜 너꺼다 세일때 ㄱ?
-어쩐지 염색만 하면 갑자기 얼굴이 살더라니… 봄웜 섀도 바르는 법도 해주세요!ㅠㅠ
-봄웜이면 무조건 오렌지 립이 낫나요?
제품들을 좀 더 많이 팔아먹을 수 있었다.
‘당신은 알고 보면 다른 톤일지도 모른다! 화장대를 뒤집어엎으면 더 예뻐질 수 있다!’
슬로건에 고객들의 마음이 술렁였다. 그리고 이 술렁임에 박차를 가한 건, 다름 아닌 하나의 증명사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