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07)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07화(107/405)
“다됐으니까 와서 앉아~”
재언이의 동생한테 질문 폭격을 당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됐다. 미친 친화력에 순식간에 유스타 맞팔까지 마쳤다. 나는 따뜻함을 머금은 오므라이스 냄새와 함께 식탁 앞에 앉았다. 재언이네 큰형이 내 앞으로 그릇을 놓아주었다.
달그락-
“우와…!”
동글동글 귀여운 버터 컬러의 접시 위에는 어디 잡지에서나 나올 것 같은 오므라이스가 놓여 있었다. 보기 좋게 도톰한 노란 계란 위로 귀여운 케첩 하트가 그려져 있었고. 위에는 파슬리까지 뿌렸다.
“평소에도 이렇게 만들어주세요…?”
“당연히 아니죠.”
“말 편하게 하시라니까요.”
접시 끝자락은 곰돌이의 얼굴이 있었다. 귀엽게 눈과 ㅅ자 입은 김. 그리고 입 부분과 귀 끝의 동그란 부분은 치즈로. 계란 이불을 덮고 있는 것 같은 곰돌이였다. 구석에는 방울토마토와 브로콜리 장식도 하나씩 있었는데 손대기가 아까웠다.
“근데 왜 이렇게 잘 만드셨지….”
“귀여운 게 좋으니까?”
앞치마를 벗은 재언이네 형은 내 옆의 재언이, 맞은편의 동생 접시를 대충 내려놓았다. 근데 문제는….
“큰형 땡큐~”
“잘 먹을게.”
“어, 먹어라.”
둘 다 오므라이스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어 보였다. 일단 곰돌이 모양이 아니고 대충 담은 건 둘째치고.
‘계란도…. 없잖아?’
재언이 접시 위에는 내 것을 자르고 남은 것 같은 치즈가 대충 놓여 있었고, 재언이 동생의 접시에는 곰돌이 입을 자르고 남은 김이 올라가 있었다.
“아니 왜 이렇게 제 것만….”
“부담스러워?”
“솔직히 조금요.”
“그럼 부담 갖고 먹어.”
“아 누나누나! 신경 쓰지 마세요, 진짜.”
“맞아, 윤슬아…. 브로콜리는 먹기 싫으면 남겨.”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신경 쓰지 말라고 하는 재언이 동생의 접시 위에는 케첩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지난번에 케첩 다 떨어졌다 했지. 장 볼 때 사왔어야지. 저거 하트 간신히 그렸잖아.”
“까먹었어~. 그래서 나 걍 없이 먹잖아.”
“장보기 전에 메모해 가야지…. 형이 몇 번 말해. 그리고 섬유유연제는 왜 다른 거 사왔어.”
집에 일해 주시는 분이 계신 줄 알았는데 집안일을 셋이 나눠서 하는 것 같았다. 관상에 셋 다 집안일이라고는 조금도 없는데 예상외군.
재언이의 동생은 어느새 장 볼 때 싱싱한 야채가 아닌 씻어서 소분된 야채를 사 왔다고 탈탈 털리고 있었다. 맘카페 꿀팁 게시판에 초대된 듯한 기분이다. 회원은 승언맘, 재언맘, 태언맘 셋뿐인 맘카페….
“아, 얼른 먹어.”
친동생들은 대충 볶음밥이나 던져 주고 나에게만 극진하게 쁘띠곰돌이오므라이스를 준 승언맘의 말대로 숟가락을 들어 반을 갈랐다. 그러자 반숙되어 있던 계란이 녹으며 고소한 모차렐라 치즈들이 흘러나왔다.
“아니 이게 무슨….”
요리왕 출신이신가?
내가 한 손으로 입을 막고 감탄하자 재언이네 큰형이 뿌듯한 미소와 함께 나를 바라봤다. 여전히 무서움에 가까운 음습한 미소지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근데 오빠는 안 드세요?”
머그잔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재언이네 큰형 앞에는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았다.
“밥 먹으면 졸리잖아.”
“자면 되잖아요?”
“그럼 공부는 언제 해.”
아무래도 이 사람과는 친해질 수 없을 것 같군.
그래도 오므라이스는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었다.
* * *
지금 이 순간, 커뮤니티에는 본격적으로 라몽드를 바이럴하기 위해 업체가 작업을 치고 있었다.
[건의/ ㄹㅁㄷ 언급 금지 제한 풀면 안되나요ㅠㅠ] (댓글 459개)라는 제목으로. 윗사람들이 조금도 간섭하지 않는다는 약속하에 시작되는 바이럴은 그야말로 자연스러웠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새끼들 또 업체 풀었네’하는 의심이 가지 않았다 이 말이다. 글을 자세히 보자.
언급 금지 조항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됐는데 딱히 지켜지지도 않고… 다들 자음처리로 말하는데 이게 언금이라는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ㅋㅋ
메이크업 게시판 공지 빡빡해진뒤로 글 하루에 많아야 서너개 올라오는데 이게 맞나 싶어요ㅠㅠㅠㅠ 평소에 메이크업 게시판 죽치고 살았는데 지박령들도 서서히 떠나고… 솔직히 ㄹㅁㄷ가 작은 브랜드도 아니고 로드샵중에는 거의 제일 큰 편인데 그거 제하고 글 올리려니까ㅠㅠㅠㅠㅠ 제일 화력 좋은 일상게시판에서 막으니까 다른 게시판들도 덩달아 위축? 되는 느낌이에요
문제시 댓글로 부드럽게 지적부탁
커뮤니티의 유저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뭘까. 바로 커뮤니티의 몰락이다. 하나둘 회원들이 떠나고 고인물들만 남아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는 커뮤니티가 되는 것.
바이럴 업체는 이 부분을 정확히 건드렸다. 공지를 빡빡하게 만드니까 글 화력이 줄어들잖아! 라고. 당연한 일이었다. 글을 열심히 올리는 지박령 중에서는 바이럴 업체 직원들도 제법 있었으니까.
하지만 라몽드가 바이럴로 제대로 처맞은 뒤, 다들 쉬쉬하며 글을 업데이트하지 않았다.
-ㄹㅇ 나도 이거 얼마전부터 느꼈음
˪222 동의 언금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고ㅋㅋㅋ
˪3333333ㅠㅠ 제발 화력 돌아와…
초반 댓글을 선점해야 분위기가 흘러가기 때문에 바이럴 업체 직원들은 초장부터 기를 잡았다. 하지만 다들 동의할 수만은 없는 법.
-화력때문에 바이럴이고 상업화고 다 허용하는 건 좀 아니라고 봄ㅋㅋ 막말로 메이크업 게시판 글들이 그동안 바이럴이었는지 아닌지는 모르는 거잖아 그리고 내 기준 공지 그렇게 빡빡해진지는 모를…
정확한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 바이럴 업체는 받은 만큼 일 하는 곳이었다. 지금 뒤집지 못하면 앞으로는 더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나 평소에 메컵게시판에 글 자주 올렸는데 이런 의심 받으니까 진짜 상처다… 힘빠져 그동안 같이 코덕질하자고 글 올린 거 후회된다ㅋㅋ 그냥 다 글삭할게 바이럴 의심 받으면서까지 글올리고 싶지 않음ㅠㅠ..
˪헐 그러지마ㅠㅠㅠㅠ 올리는 글 다 잘 보고 있었는데…
˪ㄴㄴ 아냐 누가봐도 바이럴은 티가 남
물론 글은 삭제하지 않을 것이었다. 업체와의 계약기간이 아직 남아 있었으니까. 하지만 글을 열심히 올리던 일반 회원이 억울함을 토로하는데 거기다 대고 바이럴 의심을 하는 사람은 없는 법이었다.
-이게 공지도 애매해서 지키기도 힘들어ㅋㅋㅠㅠㅠㅠ 얼마전에 유머게에 청현 화보 올라왔는데 그것도 ㄹㅁㄷ니까 지우라고 하더라
˪엥? 청현인데 ㄹㅁㄷ랑 뭔 상관…
˪청현이 ㄹㅁㄷ 모델임! ㄹㅁㄷ 화보라서 글삭하라 한거야
˪ㄹㅁㄷ 언급이 금지지 청현은 금지 아니잖아 걍 얼굴감상 하는 글인데 왜..
이제는 공지의 애매한 기준까지 문제점으로 삼으며 논의를 확대했다. 메이크업 게시판을 떠나 제일 글이 많이 올라오는 일상 게시판과 유머게시판까지 영향을 미치는 걸 짚으니 일반 유저들은 슬슬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바이럴이면 티가 나니까…. 언급 금지는 풀어도 되지 않나?’
원래 고도의 바이럴은 일반 유저들 모르게 은밀하게 잠입하는 법이다. 구매 이력까지 캡쳐해 올려가면서 하는 게 커뮤니티 바이럴이라지만 일반인이 알 리가 없다. 티 나게 #연예인ㅇㅇ크림으로유명한 #남치니가좋아하는쌩얼피부 #시칼파트성분듬뿍 따위 바이럴만 바이럴이라고 알고 있는 일반 유저들의 마음은 어느새 하나가 되었다.
-ㅋㅋㅋ근데 지난번 바이럴도 너무 티났어서 어차피 바이럴 하려 해봤자 다 알텐데 굳이 공지가 왜 빡빡한지는 모르겠음 나도 금지 풀자는데 동의함ㅠㅠ
˪2222사실 나도 이전부터 말하고 싶었음
˪333동의
커뮤니티 고인물들의 바이럴 탐지 자부심으로 인해 마침내 라몽드는 언급 금지가 해제되었다.
* * *
「[랜덤 스킬: 역시 나야…? 역시 나야…! (S+)]
▶역시 나야? 역시 나야! 랜덤스킬의 사용자가 완벽하게 자신감을 되찾았습니다.
▶랜덤 스킬 사용자와의 인연: 2/10
▶소원석 획득: 실패!」
“아, 진짜….”
더럽게 쩨쩨하네. 소원석 하나 주면 안 되냐?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타난 상태창을 보고 아주 언짢아졌다.
“왜 그래?”
“어 아니야. 그냥 추워가지고.”
“벗어 줄게.”
“미쳤어? 야 1월이야. 얼른 지퍼 다시 올려.”
나는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었다. 재언이는 한겨울에도 목을 드러내고 있었다. 진짜 옷을 벗어주려는지 패딩 지퍼를 내리려 하길래 한 대 쳤다. 우리는 둘 다 엘더아머에서 받았던 패딩을 입고 있었다.
“오늘 재밌었어. 솔직히 공부는 거의 안 했지만.”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한 재언이는 나가기 싫다는 동생을 발로 차 아이스크림을 사 오게 시켰다.
“아이스크림 사 와.”
“왜? 배달시키면 되잖아~ 추워.”
“빙판 때문에 240분 걸린대. 나가.”
“뻑하면 나가래! 지난번에도 집 나가라고 해서 내가…. 아 아 알겠어 갔다 온다. 갔다 온다고. 누나누나 아이스크림 무슨 맛 좋아해요? 헐 초코? 나돈데~. 누나 그럼 아몬드 든 거랑 아닌 거랑… 아 나갈게. 갈게.”
그렇게 재언이가 꺼내 준 이불을 덮은 상태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재언이 방을 구경했다. 지난번에 거지 같은 거울 셀카 덕에 한 번 봤던 건 재언이 동생 방이었다. 차카게 살자 포스터가 사라지고 또 다른 영화 포스터가 붙여져 있었다. 재언이 방은 농구공과 축구공, 구석에 걸려 있는 샌드백과 글러브, 방 한 면을 꽉 채운 책이 있었다. 그냥 딱 재언이 방 같았다.
“근데 쟨 뭐야?”
“귀엽지. 내가 뽑은 거야….”
네 명이 누워도 될 법한 커다란 침대 위에는 짙은 푸른색 이불을 덮고 있는 바보멈이 있었다.
그 와중에 이불이 아주 칼 각으로 잡혔더라.
“누나누나, 큰형 방도 봐요! 우리 큰형 방 진짜 모델하우스예요. 작은형 방 옆….”
“안 돼!”
재언이네 형 방은 제법 혼란스러웠다. 방바닥에 웬 벗어놓은 옷이 그리 많은지…. 재언이네 큰형은 방 꼴을 들키고 좀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걸 보니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잘했어. 공식도 안 까먹었고….”
끝까지 칭찬을 해주는 수학 선생님 덕에 감동이 몰려온다.
“재언아. 우리 꼭 같은 대학 가자.”
“…같은 대학?”
“그래. 너랑 같은 데면 엄청 좋은 데일 테니까…. 나도 갈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하는 데까지는 해 봐야지.”
내 말에 재언이가 갑자기 잘 걷던 다리를 세우고 우뚝 멈췄다. 계속 앞으로 걸어가던 나는 한 발자국 앞에서 뒤를 돌아봤다. 잠시 말이 없던 재언이는 이윽고 환하게 웃었다.
“…그래. 가자. 같은 대학.”
재언이의 뒤에 있는 가로등 불이 유난히 밝게 빛났다. 살짝 그늘진 얼굴 속에서도 선명히 패인 볼우물이 보였다. 그동안 봐 왔던 모습 중에 재언이가 가장 환히 웃었다.
* * *
‘오, 라몽드 언급 금지 풀렸네.’
역시 인플루언서 마케팅할 돈으로 바이럴 업체에 투자하라 말한 건 잘한 선택이었다. 어디인진 몰라도 작업 치는 솜씨가 제법이다.
라몽드 언급 금지가 풀리자마자 게시판에는 심심치 않게 유리의 사진이 떠돌았다.
[평소에 이렇게 화장하는 익둥이 있어? 댓글좀] [이거 속눈썹 붙인 걸까 마스카라만 한 걸까?] [사진보고 키트 샀는데 발색 개사기임ㅠㅠㅅㅂㅋㅋ] [이분 혹시 연예인이셔?] [고데기잘알 들어와줘 이거 펌이야 고데기야?]새하얀 피부에 어울리는 베이지 계열의 긴 웨이브 머리, 거기에 색조가 미친 듯이 잘 어울렸다. 색을 얹으면 얹는 대로 소화하는 얼굴에 코덕들의 마음이 설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기를 끈 건.
[이분 피부 진짜 하얀데 가을웜톤이래 개신기하다]김유리가 가을웜톤이라는 사실이었다. 퍼스널 컬러라는 개념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이때.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쿨톤= 피부가 하얌
웜톤= 피부가 까맘
그래서 도저히 고쳐지지 않는 지옥의 쿨톤병이 역병처럼 돌았다.
[난 파데 13호도 들뜨더라ㅠㅠ 쿨톤이라 그런가봄]나 사람들이 만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인사가 피부 진짜 하얗다~ 인데 나도 살면서 나보다 피부 하얀 사람 본 적 없거든ㅋㅋ
전남친도 그렇고 현남친도 그렇고 애칭은 복숭아야ㅠㅠㅋㅋ 근데 친구들도 그렇게 부른다는게 함정…ㅋ 암튼 난 왜이렇게 뭘 발라도 피부가 들뜨나 싶었거든? 친구들이 밝아서 못 쓰겠다고 하는 파데도 내 얼굴에 바르면 누렇게 떴음
근데 최근에 알고보니까 쿨톤들은 그렇다더라ㅋㅋ 모든 의문이 풀림
한국사람들은 가을웜톤이 젤 많댕… 쿨톤은 10%? 될까 말까 한다더라고
쿨톤익둥이들아 너네는 무슨 파데 써?
-엥… 그렇게 따지는 거 아닌데 피부 까만 쿨톤도 있음ㅋㅋ
-한국사람 가을웜톤 많다는 거 ㅇㅈ 그래서 매트립 잘팔리자나
˪?? 매트립이 뭔 상관
˪가을웜톤은 매트립 발라야돼~
-얼마나 하얀데? 궁금하다
˪(사진 댓글)
˪그렇게 하얀 건 잘 모르겠는데… 그냥 평균보다 조금 하얀 정도같아~ 너무 맘쓰지 마~
˪? 나 어딜가나 이름 모르는 사람들도 얼굴 하얀 애라고 부르고 살면서 피부 까맣다는 말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데ㅋㅋ 사진이라 좀 어둡게 나온거지 실제로 보면 진짜 밝아 나 초딩때 영어학원 원어민 선생님도 백설공주라면서 영어 이름 스노우화이트라고 부르심^^
˪어 그려~ 근데 이만큼 밝은 사람 한국에 널리고 깔렸는데 10%일리는 없는듯
다들 가을웜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려 할 때, 윤슬은 이를 이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