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08)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08화(108/405)
회귀 전에야 가을웜톤에 대한 오해가 제대로 정정되었다. 오히려 차분한 베이지를 비롯해 자연스러운 글로우 메이크업이 트렌드가 되어 소비자 선호도가 높았다.
혈색을 더 좋아 보이게 만들어주는 잔잔한 립이나 갓 구워낸 같은 빵 같은 색감의 블러셔는 윤슬도 좋아하는 색감이었다.
‘그리고 몇 년 뒤에는 이런 가벼운 느낌이 본격적으로 유행을 타고.’
혹시 모를 유리의 앞날에 쿠션을 깔아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윤슬은 유리가 악덕 소속사와 계약하는 걸 막고 무소속으로 서바이벌 프로에 참여시킨 것에 대한 미안함이 늘 있었다.
‘이번 시즌에 데뷔를 못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윤슬은 인터넷상에서의 싸움에는 너무나 익숙했지만, 방송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전혀 몰랐다.
악덕이라도 소속사는 소속사니까, 방송 관계자들과 우호적인 관계였다면 해당 소속사 연습생은 더 신경 써 줄 수도 있고.
‘그에 비해 유리는 지금 아무것도 없잖아.’
지금 잘 나온 사진으로 커뮤니티 유저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인지도를 얻은 후 서바이벌 프로에 나간다. 이것이 윤슬의 첫 번째 계획이었고, 두 번째 계획은 아이돌이 되지 못한다면 코스메틱 모델이나, 하다못해 SNS에서라도 더 유명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계산하에 유리의 사진을 찍었던 것이다.
‘지금은 소비자들이 퍼스널 컬러라는 개념을 궁금해하는 거에 비해 제대로 알려진 건 없으니까.’
가을웜톤= 김유리
로 이미지를 박아 넣으면 그 뒤는 쉬울 것이었다. 첫인상이 바뀌기란 어려운 법이니까.
지잉-
[슬~~ 나 이제 합숙 시작한다] [(유리의 셀카)] [언니 없이 외롭다고 울지 말고ㅋㅋ]유리는 1차에 합격했다.
방송 시작 전 합숙을 하러 간 유리가 조금 떨린다며 연락하자 윤슬은 웃으며 답장했다.
입력: 평소처럼만 해
[(고개를 끄덕이는 바보멈 이모티콘)]핸드폰에서 시선을 뗀 윤슬은 고개를 들었다. 환한 조명 아래에서 빛을 받아 더욱 새것 같은 교복 수백 벌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드디어 교복 대여점의 오픈 첫날이었다.
* * *
대여점 오픈 전 나는 SNS로 홍보하기 좋을 만한 인플루언서들을 찾아 컨택했다. 최대한 마케팅비에 돈을 아끼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지.
‘커플 인플루언서 위주로 하는 건 내 선에서 해결이 불가능하니까.’
뭐 내가 스스로 커뮤니티에 홍보 글은 얼마든지 쓸 수 있다지만 돈이 잘 되는 커플층은 안 되니…. 눈물을 머금고 광고비를 내주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좋좋소 시절 했던 업무 감각을 잊지 않고 메일을 돌렸다. 바로 이렇게.
[E-Mail] [오늘교복: 안녕하세요, 쭈냥커플님! 협찬 광고를 제의드립니다]안녕하세요 쭈냥커플님. 오늘교복이라고 합니다 🙂
평소 쭈냥커플님의 알콩달콩한 SNS를 잘 보고 있었습니다. 너무 팬이에요♥ ✿˘◡˘✿
특히 ‘남자친구 앞에서 짧은 치마를 입어보았다?!’ 편은 질투하는 쭈님이 너무 귀여우셔서 저도 저런 남친 갖고 싶다(?) 라는 생각도 마구마구 들었었답니다.
저희 오늘교복은 잠실 롤데월드 지하 1층에 새로 오픈하게 되었는데요, 추억을 담아 교복을 입고 롤데월드에 방문하는 분들이 정말 많으시죠? 하지만 졸업 후 교복을 갖고 계시지 않거나, 사이즈가 많지 않아 슬퍼하시는 분들을 위해 저희 오늘교복이 오픈했습니다 ◝(๑・̑◡・̑๑)◜
롤데월드에서 오늘교복과 새로운 추억을 쌓아보는 건 어떠세요? 인튜브 영상에서 매장 노출 2분 내외, 유스타 사진 업뎃 협업을 제의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직 유스타와 인튜브 협찬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시기라는 걸 깜박했다. 나는 인플루언서들의 답장을 확인하며 기겁했다.
“미친, 유스타 사진으로 세 자리를 부르네….”
신생 업체 같으니 금액을 속여먹으려는 사람, 마음대로 터무니없는 조건을 추가하려는 사람, 그리고….
[아니, 왜 안 된다는 거예요? 저 꽤 팔로워 있잖아요. 제 계정 확인해보세요. 저 외국 팬들도 많아서 분명 홍보에 도움 될 거예요^^]=미천한 느그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인플루언서다. 내 말에 복종하라.
입력: 죄송하지만 저희가 이번 달 컨택했던 인플루언서분들 위주로 홍보 일정을 완료하였습니다. 추후 인연이 닿는다면 그때 꼭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꺼져라
[그 인플루언서 친구가 저라구요. 저. 말랑쫑이라고 아실텐데요ㅋㅋ? 계정에 태그 잔뜩 걸어서 올린 거 보고 제가 먼저 손 내민 건데… 이러면 서로 기분만 상하지 않겠어요?]=마 내가 몇십만 인튜버랑 아는 사인데! 이리 대하면 후회할낀데!
어디에서 우리 가게 얘기를 들었는지 몰라도 먼저 연락한 다음 다짜고짜 일반인 한 달 월급 세 배에 달하는 PPL 금액을 냅다 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럼 가게 홍보할 때 태그 잔뜩 걸지 뭐 어떻게 올리는디.’
자기도 태그 잔뜩 걸어놓고 아닌 척하는 게 웃겼다. #오늘의훈녀 #Ulzzang #협찬환영 #koreangirl #셀카 #셀피 #좋반 달아서 올렸으면서. 계속해서 협찬을 강요하는 메시지가 왔다. 팔로워 수를 보라며.
‘그리고 심지어 이 팔로워 산 거잖아…!’
돈 주고 산 유령 계정들이 제법 있었다.
바이럴 탐지견으로써 이런 행동 정말 참을 수 없군. 그리고 말랑쫑이랑은 맞팔도 아니었다.
‘팔로워가 8만인데 좋아요가 오백 개가 안 된다면…. 아마 눈치 빠른 업체에서는 이 사람한테 협찬 안 넣었겠지.’
이때까지만 해도 팔로워 구매나 유령 계정 같은 건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나는 이런 짭인플루언서들에게 속는 업체가 없길 바라며 메시지를 무시했다. 지금 이런 짭플루언서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
딸랑-
“어서 오세요!”
왔다. 공짜 홍보단이.
* * *
은하는 자연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이며 교복 가게로 들어섰다. 원래라면 윤슬의 부탁 따위는 절대 들어 줄 생각이 없었지만.
[은하야 오랜만이야 ₍₍ ◝(・ω・)◟ ⁾⁾잘 지내지?ㅎㅎ]이 메시지가 왔을 때부터 뭔가 수상했다. 윤슬이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낼 만한 일이 있었던가? 미리보기를 확인하고 안읽씹을 하려던 은하는 자신의 SNS에 들어갔을 때 보내온 메시지와 똑같이 달려 있는 댓글을 확인했다.
‘지금 사진 올리려 했는데…!’
지난번 천사 서윤슬을 괴롭히는 이미지로 낙인찍힐 뻔한 이후 은하는 혹시라도 아직 하이에나 같은 팔로워들이 주시하고 있을까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ㄱㅇㅎ도 좀 쎄한데 나는..ㅋㅋ 논란전에는 맞팔 아니었음
˪헐 이거들으니까 걍 상황 무마하려 한거 눈에 보인다ㅋㅋㅋㅋ
˪중학교때 같은 반이었다는데? 친하다고 했음 (댓글 캡쳐)
˪친한데 왜 평소엔 서로 댓도 안달고 좋아요도 안누름ㅋㅋㅋㅋ 겉친구같은디요
‘남의 SNS에 왜 이렇게 관심이 많아…!’
그 뒤로 꼬박꼬박 좋아요를 누르던 은하였다. 댓글은 달지 않았지만. 지금 윤슬의 댓글을 무시하고 사진을 올렸다가는 자신에게 음습하게 관심 있는 사람들의 표적이 될 거란 걸 느낀 은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댓글을 달았다.
˪응 공쥬 오랜만♥ 보고시포ㅠㅠ
물론 절대 안 볼 거지만. 하지만 은하의 답글을 기다렸다는 듯 윤슬의 답글이 다시 달렸다.
˪그럼 보면 되지~ ✧ฺ・。(✪▽✪*)・。✧ 잘됐당ㅎ 한국 들어왔다면서? 마침 너네집 근처에 가게 하나 오픈했오 놀러와!!!
‘웃기네. 내가 그딴 가게를 왜 가….’
바빠서 안 되겠다는 답글을 달려고 할 때였다.
띠링-!
˪헐 잘됐당ㅎㅎ 슬아 나 은하랑 애들이랑 다음주에 놀기로 했는데 그때 가면 될거같오!!٩(๑>∀<๑)۶ 다 같이 놀러갈게 @손리율 @김도희 @이채윤 @하제인 얘들아 가쟈가쟈
˪모야모야 무슨 가겐데?ㅋㅋㅋㅋ 너무좋아 슬아 지난번에 영통만하구ㅠㅠㅠㅠ
“미친!!!”
다들 SNS만 잡고 사나.
잇새로 욕을 내뱉으며 은하는 핸드폰을 침대 위로 내던졌다. 이 와중에도 답글들은 계속 달리면서 이미 약속은 확정이 되어 있었다.
˪@하제인 제인아 제인아 얼른 나와봐ㅋㅋㅋㅋ
˪응 나도 갈게
제인이까지 간다고 했으니 이제 안 갈 방법은 없었다. 은하는 한숨을 쉬며 동의의 답글을 달았다.
그렇게 도착한 윤슬의 새 가게는.
“윤슬~ 가게 진짜 예쁘다! 히익 이게 다 뭐야? 이리 와봐봐! 이거 넥타이 후플뽀뽀 아니야?”
“색깔만 비슷한 거야. 저기 너네 학교 비슷한 핑크 리본도 있다?”
“진짜네? 슬 너도 한번 해봐! 너 진짜 잘 어울릴 거 같은데!”
꽤 괜찮았다. 나쁘지 않았다. 널찍한 가게에 수백 벌이나 걸린 교복들과 코너마다 있는 리본과 넥타이, 기타 소품들이 가득했고, 전신거울에는 사진을 찍기 좋게 전구가 달려 있었다.
“은하야, 너도 얼른 와서 골라 봐~. 너는 리본 뭐 할래? 우리 다 똑같은 거 할까?”
“아니. 난 리본은 됐어.”
은하는 일부러 윤슬 보란 듯이 목 주변을 매만지면서 새로 산 브로치를 보였다. 윤슬이 회귀하기 전 취향은 이런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이었기에 바로 부러워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옛날이었으면 바로 이나연이랑 너랑 둘이 이거 샀을 텐데…. 지금은 나연이만 살 수 있고 넌 못사네?’
은근히 깔보는 마음을 담아 윤슬을 바라봤다. 그런 은하의 목에는 오늘 첫 개시한 리본 브로치가 반짝거렸다.
‘오. 마침 잘됐다. 교복이랑 코디하기 좋은 걸로 하고 왔네.’
하지만 윤슬에게 타격감은 제로였다. 회귀한 직후였으면 은하가 의도한 마음이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이미 윤슬은 그 브로치를 열댓 개는 더 사들이고도 남을 정도의 한 달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유행의 색이 너무 진한 디자인이었다.
‘저 브랜드 브로치랑 가방 인기 진짜 많았었지… 추억이다.’
윤슬은 회귀 전에 저 브로치가 갖고 싶어서 이불을 덮고 울었던 흑역사를 생각했다. 집안이 망하고 얼마 되지 않아 윤슬의 취향에 너무나 잘 맞는 명품 디자인이 유행했고, 학교 친구들은 전부 가지고 있는데 자신만 가질 수 없다는 게 너무 서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내 소품이죠.’
윤슬은 현질을 열심히 한 메이클 스토리 코디세트처럼 풀셋으로 맞추고 온 은하가 그저 대견하기만 했다. 브로치는 물론이고 가방에 머리띠까지 온갖 신경을 쓰고 왔다.
“은하는 이 색 어때? 브로치랑 잘 어울릴 텐데.”
표정 하나 안 바뀌고 짙은 초록색 재킷을 가져와 직접 대주는 윤슬을 본 은하의 표정이 미묘했다.
“어떻게 이렇게 교복이랑 잘 어울리게 하고 왔어~? 헉…. 혹시… 가게 홍보 때문이야?”
“와~. 고은하 의리 쩐다~”
“헐, 말해 주지! 그럼 나도 저렇게 하고 왔는데…. 윤슬아 다음엔 나도 꼭 저렇게 입을게?”
윤슬의 세 치 혀 때문에 은하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유스타 올리면 진짜 사람들도 다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하겠다!”
“…내 유스타?”
“웅!”
어쩔 수 없이 오긴 왔지만 자신의 유스타에 올려 홍보까지 해줄 마음은 조금도 없었던 은하였다. 하지만 저 뒤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친구들의 눈동자에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기에….
“그치. 그러려고…. 온…. 거니까.”
애써 나오지 않는 말을 꾸역꾸역 내뱉어보는 은하였다. 그런 은하의 두 손을 잡고 흔든 윤슬의 얼굴에 만족이 가득했다.
“그럼 이제 우리 가 볼게.”
모두들 저마다 마음에 드는 교복으로 갈아입고 캐비닛에 이전 옷을 담아 넣었다. 거울 셀카를 찍고 있는 친구들이 놀이기구를 뭘 탈지 상의하고 있는 걸 바라보는 윤슬의 손에 흰 봉투가 쥐어진 건 그때였다.
“조금 더 넣었어.”
“…이게 뭐야?”
“뭐긴. 대여비지.”
제인이었다. 다정한 목소리와 함께 봉투를 쥐어 준 건. 윤슬은 손에 잡히는 봉투를 한 번 보고 제인을 한 번 봤다. 투명하고 밝은 갈색 눈동자에 굳은 자신의 얼굴이 비쳤다.
“이런 거 안 줘도 되는데.”
“안 줘도 되긴, 친구 사이에 더 줘야지.”
윤슬은 제인의 손에 다시 봉투를 주려 했으나 제인이 손을 올려 윤슬의 어깨를 잡았다.
“윤슬이는 보면 볼수록 너무 대단한 것 같아…. 우리도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좀 부끄럽네. 우린 맨날 다 노는 생각만 하잖아.”
얇고 긴 손가락이 어깨를 억세게 잡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계속 그렇게 열심히 해. 응원할게.”
그리고는 가볍게 두드리고는 등을 돌렸다. 긴 머리칼이 찰랑이면서 은은한 향수 냄새가 전해져왔다. 윤슬은 손에 힘을 주고 흰 봉투를 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