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1)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1화(11/405)
[10대 잡담] 반 배정 나보다 망한사람ㅠㅠㅠㅠㅠㅠ (댓글 26)내일부터 새 학기인데 반 배정 진심 망했음.. 친구들이랑 다 찢어지고 사이 안 좋은 애 둘이랑 같은 반 됐는데 ㅠㅠㅠㅠ첫날 친구 못 사귀면 당장 점심시간 어떡함?
-나랑 똑같아 나 진심 개 망함;
-친구 이미 있을까봐 말을 못 걸겠더라 난ㅠㅠ
˪헐 나도 이럼.. 말 걸었는데 그 어색?한 분위기 못 견디겠어
˪ㅋㅋㅋㅋㅋㅋ공기마저 어색한 거 뭔지 알지
-그래도 일단 짝한테 말 걸어봐 아예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나음
‘좋아, 일단 옆자리 짝한테 말 걸기….’
요즘 고등학생들이 무슨 얘기 하고 노는지 까먹어 버렸다. 나는 목에 걸려 있는 교복 리본을 매만지며 한 손으로는 핸드폰 화면을 보고 있었다.
나이 스물다섯에 친구 사귀는 법을 읽고 있자니 조금 부끄럽다. 하지만 꼭, 반드시, 빨리 친구를 만들어야 한다. 왜냐면.
띠링-!
「▶System
【미션: 메인】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SNS를 활발하게 할 수 있는 ( 좋은 친구 )를 사귀어 보세요. 좋아요는 좋아요를 불러옵니다.
※ 범위는 같은 학급 내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눈 뜨자마자 이따위 상태창이 떠버렸기 때문에. 친구 사귀라고 하고 싶으면 롯더리아 불고기버거라도 반에 돌리면서 하던가… 심지어 그 와중에 얼굴을 따진다.
「보상
○랜덤 협찬 뽑기
○랜덤 스킬 뽑기
스킬은 최대 ( ??? )개 보관이 가능하며, 인벤토리가 가득 찼을 시 아이템 숍에서 추가 구매로 인벤토리를 늘리거나 삭제해야 합니다. ( 30 )일간 보관함에 보관되며 30일 후에는 자동 삭제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 Yes ] [ No ] 」…미션 이름이 제법 거지 같다.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이건 대놓고, 학기 초반에 예쁜 친구를 악세사리 용도로 사귀어라. 이 말이잖아. 지금까지의 모든 미션 중에 가장 어이가 없었지만 가장 어이가 없는 건 이따위 미션이….
“메인 미션이네.”
빼도 박도 못하는, 저 황금색으로 반짝거리는 ‘메인’이라는 글자는 NO버튼을 클릭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일단 양심에 조금 찔리지만 ‘새 학기’와 ‘친구’ 글자를 넣어 모든 10대 게시판을 가볍게 훑었다.
[탑탑>10대 이야기] [오늘의 탑] 새 학기 고1들 필수로 읽어야 하는 내 경험담 (댓글89)아 새 학기 글 쓰는 것도 우울하다ㅠㅠㅠㅠ벌써 개학이네.. 입학하면 친구 사귀는 거 ㄹㅇ중요함
나 첫날에 안 꾸미고 갔다가 친구 제대로 못 만들었는데 그 상태로 1학년 끝남..
꾸미는 거 안 좋아하는 친구들이랑 같은 무리라 시내 나갈 때도 좀 그래서 1학년 진짜 재미없었음
[베플]-얘들아 이건 글쓴이 경험담인데 이게 ㄹㅇ이다…ㅋㅋ
-근데 그것도 1학년 때만 그렇고 2학년 되면 앵간 다 공부함ㅇㅇ
-좀 꾸미면 애들이 먼저 말 걸어주긴 해
‘첫날은 꾸며라’라는 글마다 댓글이 많은 걸로 봐서 이게 정답인 것 같다. 회귀 전에는 새 학기 친구고 뭐고 생각하지 못했고, 전문대 입학 후에도 공강 시간에 대충 편의점에서 끼니 때우고 알바 가는 게 대학 생활의 고작이었다.
새 친구를 고민하는 게 너무 오랜만이다.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를 만드는 게…. 나는 긴 머리를 빗으며 고데기로 웨이브를 넣었다.
“자, 어디 보호~자아아~”
찰떡 지수가 노호옾은게~ 어디이 있나아~.
웨이브가 잘 들어간 머리를 매만지고 흥얼거리며 화장대 쪽의 제품을 빠르게 하나씩 클릭하며 훑었다.
오늘은 찰떡 지수가 높은 것들만 사용해야지.
게시판에 수없이 떠 있던 ‘새 친구’라는 글자들이 어쩐지 간질간질했다.
「▼상세 설명▼
[MIC 틴트: 글로우 체리]☞당신에게 찰떡콩떡!
33,000
→ 새로 나온 신상, 연보라 컬러를 바탕으로 쨍한 핑크 컬러로, 쿨톤에게 잘 어울린다. 청순해 보이는 느낌을 준다.
▶찰떡지수: 95
특성: 바르는 순간부터 얼굴에 형광등이 켜진다.
매력: 스탯이 (+7) 늘어난다.」
「▼상세 설명▼
[에뛰앙 블러셔: 라벤더쿠키]☞당신에게 찰떡콩떡!
6,000
→ 여리여리한 연보라 컬러의 블러셔. 파우더 타입이라 지속력은 오래 가지만 조금 건조하다. 뽀얀 아기 볼로 만들어준다.
▶찰떡지수: 92
특성: 바르는 순간부터 얼굴에 형광등이 켜진다.
매력: 스탯이 (+5) 늘어난다.」
나는 가방과 신발까지 찰떡지수가 높은 것으로 체크하고 매력 스탯을 최대한 올려 집을 나섰다.
“우리 딸램, 잘 다녀와~. 길 잃지 말고~”
“차 조심하고. 길 어려우면 전화 하거라.”
“네! 다녀올게요!”
신발이 가벼워서 그런가. 걸음이 빨라진다.
절대 들뜬 거 아니다. 나이가 몇인데. 참나. 원래 나이면 난 고등학교 입장을 학생이 아니라 교생으로 할 나이니까.
‘근데 학교 끝나고 떡볶이 먹자고 하면 어쩌지?’
자기네 집에서 놀자고 할 수도 있고, 아 진짜. 오늘 집에 돌아와서 할 일 많은데. 뭐 그래도 첫날이고, 미션 성공도 해야 하니까… 계속 놀자고 하면 오늘 하루는 시간 좀 내볼까.
지잉- 지잉-
[ㅠㅠ슬아 모르는 애들 많아서 어색하면] [나한테 톡 보내야돼] [이모티콘] [나 3초컷 알지] [이모티콘]등교 시간에 맞춰서 와르르 오고 있는 나연이의 연락들. 오른손에 쥔 핸드폰의 미미한 진동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나연이와 같은 학교에 가고 싶어서 둘이 1지망부터 3지망까지 예쁜 교복의 학교로 전부 맞춰 냈었는데.
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과 함께 교복을 보여 달라 답장하자 기다린 것처럼 진한 노랑색 리본이 달린 교복을 입은 나연이의 셀카가 왔다.
‘이런 친구를 사귀라고 해야지….’
이런 외모지상주의 상태창 같으니.
띠링-
「▶System
【미션: 일반】
▶어-이! 허니 쥬뗌므
외국인 팔로워가 ( 3000 )명에 도달한 당신! 이제 더 큰 세계로 나아갑시다.
외국인 팔로워를 ( 7 )일 안에 ( 500 )명 추가 모집하세요.
―성공적으로 진행이 완료되었습니다.
○보상
[유명세] 스탯이 상승합니다.▶ +5」
그새 에이스북도 오만 명이 넘었는지, 눈앞 상태창에 팡파르 효과가 함께 뜬다.
‘보상 별 쓸데없는 거 뜨네….’
맨 처음에 줬던 300,000골드의 달달함을 잊지 못한 나는 미션 보상이라는 글자가 뜰 때마다 골드는 안 주나 매번 기대하게 됐다.
‘박키스 기프티콘. 그딴 걸 보상으로 주지 말라고. 팡파르 효과가 아깝다.’
그리고 이 유명세 스탯. 자꾸 궁금하다. 기억해 보니 초반엔 상태창에 떠 있지도 않았었다. 그리고 지금은 상태창 아래에 ‘???’ 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물음표들과 함께 떠 있는데….
‘뭐. 나중에 열리겠지.’
* * *
드륵-
문을 열자 티 나지 않게 여기를 보는 시선들이 느껴진다. 새 학기 특유의 긴장감도.
‘자, 보자…. 이미 절반 이상 교실로 들어왔네.’
이미 아는 친구 옆에 앉은 애 몇 명, 오늘 처음 만나서 얘기하는 애들도 몇 명, 혼자 어색하게 핸드폰 만지는 건 한둘쯤.
‘누구 옆에 앉지….’
상태창에서 예쁜 애랑 굳이 친구를 하라고 등을 떠밀어서 나도 모르게 애들 얼굴을 흘낏거리며 쳐다봤다.
2분단 맨 뒤에 앉은 예쁘장하게 생긴 미디엄 길이의 단발 여자애, 그리고 옆에는 비슷한 분위기의 눈이 처진 긴 머리 여자애가 있었다.
‘상태창에서 말하는 SNS 친구가 쟤네인가?’
다들 인상은 좋아 보였지만, 나는 일단 상태창이 말하는 그 ‘친구’를 사귀어야 하니까.
일단은 그 바로 앞자리가 비어 있어 혼자 앉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기 위해 귀에 꽂았던 이어폰을 뺐다.
“예원아, 선생님 언제쯤 올까?”
“모르겠어~. 담임 여자면 좋겠다.”
대부분 통성명은 이미 끝낸 모양인지 교실 안은 어색함을 바탕으로 훈훈한 분위기가 조금 맴돌고 있었다. 아는 얼굴들이 있는 무리는 나름대로 화기애애했고, 나처럼 반에 아는 얼굴이 없는 몇몇은 조용히 핸드폰만 만지고 있을 뿐이었다.
어떻게 대화에 낄지 몰라 나도 핸드폰을 어색하게 만지는 사람 1이 되어 버렸다. 뒷자리 쪽에 앉으니 앞자리 애들이 잘 보인다.
“아, 개 추운데 히터 안 틀어주네.”
“학교가 다 그렇지 뭐. 너 신발 예쁘당.”
중학교를 같이 나온 것 같은 애들과 눈이 마주쳤다. 좀 더 착하게 생긴 여자애가 살짝 손을 흔들어 주길래 나도 같이 살짝 손을 흔들었다.
‘이 새 학기의 막막함…. 오랜만에 느껴봐서 더 막막해….’
스무 살 넘어서는 아무렇지 않게 혼밥을 하던 때가 있었는데, 고등학생이 되고 급식실에서 혼밥할 생각을 하니까 어떻게든. 어떻게든 내가 친구 한 명은 지금 사귀어 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상태창에서 말하는 친구 아니어도….’
혼자 앉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체육 시간에 멍하니 있고. 절대 못 한다.
드륵-
문이 열리고, 무심한 듯 청순한 분위기의 여자애가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서은아~”
그러자 내 뒷자리에 있는 여자애가 큰 목소리로 방금 들어온 여자애를 불렀다.
“왜 이제와~”
“맞아 왜 이제와~”
“나 고등학교 입학식 까먹었어…. 중학교 다녀옴.”
쟤구나, 상태창에서 말하는 그 SNS 친구. 한눈에 보기에도 이 교실에서 제일 예쁘게 생겼다.
짙은 쌍꺼풀이 진 커다란 눈동자에 짜증을 묻혀 이리로 다가온다. 결이 좋은 긴 웨이브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내게 말을 건넸다.
“여기 자리 있어?”
대충 고개를 저어줬다. 지금 나 좀… 찐따 같다.
“아, 옆 건물이라 헷갈려.”
“그래서 중학교 들어갔어?”
“어…. 추워 죽겠어.”
괜히 나연이한테 톡을 보내고 있었는데, 옆자리 예쁜 애가 톡톡, 건드리더니 다시 말을 걸었다.
“어느 중학교에서 왔어?”
따라붙는 그 뒤의 눈동자 네 개.
“나 압구정중…. 너는?”
“우린 다 덕현여중 이었는데. 이 중에서 덕현 다녔던 애들이 대부분일걸?”
“아 진짜? 구 달라서 못 오지 않아?”
긴 머리의 눈이 처진 여자애도 말을 걸었다. 어느새 나는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섞여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나 이사 왔거든. 그래서 개학식 전에 전학 왔어.”
“아 진짜? 집 가까워?”
새 학기 토크로 어색함을 메워가는 중에, 누가 봐도 노는 것 같은 여자애가 인사하며 걸어왔다. 높게 올라간 눈꼬리에 잦은 염색으로 결 안 좋은 웨이브 머리. 짧게 줄인 교복 치마.
“서은이 하잉~”
“지영 하이.”
“헐 지영이도 우리 반이네.”
“거의 그대로 다 올라 온 거 같아.”
그리고 내 자리에 와서 책상 위에 가방을 놓았다. 뭐지?
“안녕 친구야~”
아, 느낌이 불길한데.
“자리 좀 비켜줄 수 있어? 나 얘네 친군데.”
책상 위에 자기 가방까지 올려놓고 굳이 묻는다는 건. 새 학기니까 그냥 좋게 좋게 비켜라, 이 말이다. 이 바로 앞자리는 이미 누군가 앉아있다. 나는 숙련된 자세로 눈을 45도 아래로 내리깔았다. 자연스럽게 빈자리를 스캔하며 자리를 비키려고 하는데.
“지영아 그냥 옆 분단 앉아.”
내 바로 옆자리 무심한 듯 예쁜 애가 노는 애를 옆 분단으로 보내 버렸다.
“엥 뭐야 내가 가?”
“얜 다른 중에서 올라왔대~”
자기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라고 돌려 말하니 기분이 상했는지 바로 옆 분단, 그러니까 내 옆자리에 가방을 소리 나게 올려놓고 의자를 홱 빼서 앉았다.
털썩.
그러자 미디엄 단발머리가 기분을 맞춰주고 싶은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옆자리로 가준다. 그러니까, 내 바로 뒤에 앉은 긴 머리의 눈 처진 여자애가 혼자 앉게 됐다.
‘벌써 피곤하다.’
눈 처진 여자애가 소외당한 기분이 느껴지지 않게 등을 돌려 마주 보듯 앉았다. 이 나이 때는 이런 거에 엄청 예민하기 마련이니까. 벌써부터 나연이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진심으로.
‘상태창.’
일단 얘네 호감도부터 체크 해야겠어. 옆자리부터.
「이름: 이 서은
♥호감도: 70/999」
뒷자리 눈 처진 여자애는?
「이름: 김 가영
♥호감도: 65/999」
‘…저 노는 애는 왠지 좀 무섭지만.’
용기를 내서 체크해 보니
「이름: 민 지영
♥호감도: -15/999」
역시 마이너스였다. 따지고 보면 내가 잘못한 건 없지만 자기 친구 옆자리에서 앉아 있는 내가 더 꼴 보기 싫었던 거겠지.
‘휴….’
그 바로 옆 미디엄 단발머리의 호감도는 무난했다.
「이름: 이 예원
♥호감도: 30/999」
반에 들어온 지 20분. 벌써 피곤해졌다. 입에 퇴근하고 싶다 붙었던 때처럼, 이제는 집에 가고 싶다가 붙을 것임이 예상되었다. ‘차라리 좋좋소에서 야근하던 때가 덜 피곤했을지도’라는 허황된 생각을 하다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아무리 기빨려도 학교가 낫다.
역시 좋좋소 테라피. 효과가 확실했다. 어떤 것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하는 나의 전 회사, (주) 스타팅 스마트 애드에게 이 영광을 돌립니다.
‘아~. 집에 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