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10)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10화(110/405)
아이돌 프로는 예고편만으로도 온갖 화제성을 다 씹어 먹은 수준이었다. 어디를 가도 모두가 서바이벌 얘기를 했다. 심지어 1화 방영 전부터.
[단독/ 엔넷, 대형 유닛 걸그룹 프로젝트 론칭… 연습생 111명 선발] [케이블의 반란! 예고편부터 “시끌시끌”] [디어즈 로쉐 “프로젝트 111 출연자, 과거 KTM연습생이었다…”응원해] [엔넷 “유닛 걸그룹 프로젝트 기획, 쉽지만은 않은 결정…”]TV는 물론이고, 뉴스 기사도 하루에도 몇백 개씩 쏟아져 나왔다. 좋은 관심이건 나쁜 관심이건 일단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인터넷에서는 그 짧은 찰나의 캡쳐본이 떠돌아다녔다.
-57초 >>>하연<<< 꼭 기억해주세요ㅠㅠㅠㅠㅠ 천년의 완식
-싹바가지 없는 엔넷 저와꾸를 한 여성에게 감히 파트를 3초준거냐. 버르장머리. 없는새끼들아.
-오타쿠 인생 벗어나려 발버둥쳐도 멱살잡고 끌고가니 견딜수가업다… 살려다오
-예고편 뜨기전: 111명…? 지랄노
예고편 뜬후: 응응 현생 바칠준비됐어요 오타쿠고 시키는거 다해요
출연자들에 대한 궁금증이 최고치를 찍을 때, 드디어….
“아, 진짜 졸려 죽겠다.”
“윤슬이 너 또 밤샜어?”
2학년이 시작되었다. 나는 하품을 하며 마지막 트윗에 마음과 리트윗 버튼을 눌렀다. 서치란 서치는 전부 하다시피 하며 유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리고 싶었으니까.
“얘들아, 우린 친구지?”
“뭐야 갑자기.”
“서윤슬 옥장판 팔이 시작했다.”
나는 유리 사진 중에 제일 유명한 그 증명사진을 골라 핸드폰에 띄운 후 화면을 친구들에게 보여줬다.
“우리 사이에 백 원 아끼고 그럴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문자 투표 부탁해.”
“저거 아직 시작도 안 한 거 아님?”
“시작 전부터 마음가짐을 준비해야 하니까. 그리고 오늘 저녁 아홉 시 시작한다.”
시즌2가 시작되면 다들 자기 픽으로 투표를 끌어오려고 안달이 될 친구들은 벌써부터 호들갑이라고 나를 비웃었다.
‘두고 보자. 고3 되면 너네 수능특강 표지부터 걔네일 테니까.’
회귀 전 다들 수특 표지가 너무 못생겼다며 박박 긁어 구멍 낸 다음 안쪽에 다른 사진을 붙이고는 했었지…. 물론 난 안 했지만.
나는 아직 추위를 머금은 2학년 교실을 둘러봤다. 아침에 환기를 시킨 덕분인지 창가 자리가 더 으슬으슬 추웠다. 창문 밖에 운동장의 나무들도 황량하기만 했다. 2학년은 지영이를 빼고 우리 모두가 같은 반이 됐다. 지영이 대신 의외의 사람이 같은 반이 됐다.
“추워어….”
내 옆자리에서 담요를 둘둘 두르고 기대 있는 주현이다. 개학하기 얼마 전에 생일이었었는데, 선물을 주니까 과한 감동을 받아서 당황했었다. 나중에 호감도를 켜보니까 순식간에 100이 올랐더라고.
빠른 년생인 데다가 방학 중이라 그동안은 생일 축하를 잘 못 받았다고 그랬었다. 그 뒤로 나를 만나자마자 이렇게 계속 붙어 있다. 나도 추우니까 그냥 주현이한테 기댔다.
“우리 담임 누구지 근데.”
“한지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황토색 생활한복을 입고 다니며 맑은 눈을 하고 있는 한국지리 선생님을 떠올리자 모두가 침묵에 잠겼다.
드르륵-
그때 앞문이 열리고 드러난 건.
“2학년 첫날인데 정신 빠졌지? 다들 일어나라.”
한지 쌤이었다….
* * *
“너무 걱정하지 마. 담임이어도 선생님이랑 그렇게 오래 있지는 않잖아~”
“그렇긴 한데 그 쌤 좀….”
“우리 강아지 벌써 이리 걱정이 많아 어떡하누.”
우리는 저녁을 먹고 소파에서 과일을 먹는 중이었다. 개학 날이라 오랜만에 엄마가 문어소세지를 해줬는데도 앞날이 막막해서 입맛이 좀 없었다.
아삭.
“엄마, 나 사과 하나 더 주라.”
“저녁도 두 그릇 먹고 사과도 더 먹어?”
“잘 먹어서 좋은데 뭘. 더 먹어라.”
입맛이 좀 없어서 사과 껍질은 남겼다. 마침 미리 틀어준 TV에서는 드디어 프로의 시작을 알리는 노래가 나오며 커다랗게 로고가 떴다.
―안녕하세요, 대국민 프로님들! 여기 지금. 여러분들이 직접 프로듀싱 해야 할 111명의 연습생 소녀들이 있습니다. 모두 나만의 걸그룹을 만들 준비 되셨나요?
온통 어두운 무대 앞, 한 남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웃고 있었다. 긴장감이 맴도는 그 화면을 홀로 차지하고 있던 MC는 눈썹을 한쪽 들어 올리고 능청스럽게 말했다.
―여러분들을 만날 소녀들. 지금 바로 소개합니다.
그리고 화면이 어두워지더니 피라미드 형태로 의자가 놓여 있는 공간이 나왔다. 제일 위는 커다랗게 이라는 글자가 박혀 빛났다.
‘시작한다.’
두둥-! 심장 소리를 닮은 효과음과 함께 자막이 떠올랐다.
[Project 111에 입장한 첫 번째 연습생은?]―우와아…. 진짜 크다…!
―언니 저 심장소리 때문에 시끄러워 죽겠어요.
[걸그룹 명가, G&W에서 출격한 소녀들!] [C.K.4 위드유, 그리고 세레니티를 만들어 낸 G&W에서 참가한 세 명의 소녀들]―얘들아. 너네가 회사 이름 걸고 나가는 만큼, 진짜 이 악물고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알지? 너네가 못하면 너네 얼굴에만 먹칠하고 끝나는 거 아니야. 선배들이랑 회사도 우스워지는거야.
[국민 여동생 선율의 진지한 충고….]나는 끝없이 참가자가 등장하는 화면 전환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손으로는 핸드폰 화면을 켜 두었다.
“슬아~. TV 보면서 핸드폰 하지 말랬지 엄마가.”
“그렇게 정신없게 보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법이야.”
“아 이것만! 이거 볼 때만 그럴게. 나 친구 나온다니까?”
1화 방영 전부터 온 커뮤를 들끓게 했던 화제성은 지금 제대로 불이 붙어 있었다.
-선율도 처음엔 비주얼로 뜬거 아닌가ㅋㅋㅋ 무대에서 삑사리 낸게 몇번인데 왜저렇게 근엄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웃겨 충고할 실력은 아닌거같은데
˪엥 아이돌은 비주얼자체가 실력임ㅋㅋ
-대형은 대형이다 얼굴이 다르네
-우리 예령이ㅠㅠ 다들 예쁘게 봐주라 연생 진짜 오래 한 애거든… 아 어떡해 진짜 예령이가 여기까지 나올줄은 몰랐다
-111명 다 소개하는 거야 혹시?
˪ㄴㄴ 아닐듯 눈에 띄는 몇명만 소개할거같아
˪대형밀어주기 보인다ㅋㅋㅋ 존나불공평 111명인데 누구는 서사주고 누구는 엑스트라ㅠㅠ
‘화제성 제대로다.’
나는 손가락을 아래로 밀며 새로고침을 했다. 몇 초 사이에도 댓글이 순식간에 불어나는 게 보였다.
[허둥대며 자리에 앉는 소녀들]*삐약삐약 병아리 효과음
―언니 1등은 고소공포증 올 거 같지 않아요?
―어디에 앉아야 할지 모르겠다, 진짜.
[그런 소녀들이 하나같이 눈 돌리는 곳은?]*빠밤!
[모두의 시선을 잡아끄는 연습생…]―좀 차가운? 느낌?
―다가가기 어렵다….
―저도 모르게 살짝 조용히 하게 되더라구요.
[케이돌 스타 출연자! 본선 무대까지 갔었던 J…]-헐 대박 J 또 나오네
-ㄴㅇㄱ 상상도 못한 등장
-와 독기 장난 아니다 서바 세번째 아니야???
‘유리도 이렇게 첫 화에 화제성 잡아 가면 좋을 텐데.’
벌써 방송은 시작한 지 30분 정도가 흘러가 있었다. 초반에는 시청률을 유지하기 위해 대형 기획사 연습생, 타 프로 서바이벌 참가자, 혹은 유명인의 가족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졌다.
그렇게 하나둘 자리가 전부 들어차자 메인 MC가 참가자들 앞으로 걸어 나왔다. 과장되게 장난스러운 얼굴로 자기소개를 하더니, 이윽고 싹 표정을 굳힌 다음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여러분들이 지금 앉아 있는 자리가 과연. 진짜 자신의 자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얼어붙는 장내…!]―무서웠어요. 막 웃으시던 분이 갑자기 표정을 굳히시니까…
―이건 진짜 연습이 아니구나, 그런 느낌?
[장면 전환]―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혹은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여러분들의 무대를 보여주세요.
MC는 손에 쥔 큐 카드를 높게 들어 올렸고. MC를 비추던 하나의 스포트라이트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늘어났다.
빰, 빰, 빰, 빰, 빰-!
“우와아…!”
[탄성을 내뱉는 소녀들!] [과연 소녀들이 본 것은?]―배고파아아….
―움직일 힘도 없을 땐? 배달의 만족!
-아 ㅅㅂ 장난하나
-으구 뻔하다 뻔해 이제 심사위원 보여주겠지 뭐
-분위기만 보면 수련회임
˪ㅋㅋㅋㅋㅋ 참가자들이 하는 거에 따라 심사위원들이 천사가 될수도 있고 악마가 될수도 있을듯
˪어느 소속사가 제일 잘노는지 보겠습니다~!
˪미쳤냐
커뮤니티 고인물들의 예상대로 심사위원들이 나타났다. 스포트라이트 아래에 한 명씩 나타나는 심사위원들은 싸늘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참가자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의 소개가 간단하게 지나간 뒤, 참가자들의 무대가 시작되었다.
‘유리 대체 언제 나와.’
이러다 1화 끝날 때까지 안 나오는 거 아니야? 나는 긴장했던 처음과 달리 하품을 했다.
―지금 이 무대, 이게 준비한 무대라고…?
―얘 연습생 오래했다고 하지 않았어?
화면 안에서 심사위원들은 계속해서 찡그리고 소곤대거나, 마이크를 잡고 일침을 놨다. 등급은 별로 나눠지는데 1성부터 5성까지. 별이 많으면 많을수록 스타성이 있는 좋은 등급이었다.
아직까지 5성급은 나타나지 않은 상황.
[개인 연습생 참가자] [보컬 연습 단 두달…?]그때였다.
유리가 나왔다.
-드디어 나왔다 김유리!!!
-알티타던 애 얘지?ㅋㅋㅋ 시작하기 전부터 얘 웃는짤만 오억번봄
˪맞아요 제발 1분1초 김유리 잊지마ㅠㅠㅠㅠ
순식간에 커뮤의 댓글창이 폭발하듯 붐볐다. 다들 하나같이 얼굴에 감탄하고 있었다. 역시 전문가의 손길을 탄 게 다르긴 한지 지금 당장 데뷔해도 될 것만 같았다.
―얘도 텄다. 두 달이 뭐니.
―왜요. 알고 보니까 막 천재~ 이런 걸 수도 있고.
심사위원들끼리 소곤대며 유리에 대한 평가를 한 후, 장내는 다시 조용해졌다. 그리고서는 배경음악이 흐르고 유리의 입이 열렸다.
―우린 어쩌다 만나 이토록 따스한 궤적을 남기고 있는지. 함께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들이었어.
한 명씩 충격받은 심사위원들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었을 때 윤슬은 느꼈다.
‘1화 화제성 유리가 다 가져간다.’
두 달 사이에 노래 연습을 어떻게 한 건지 훨씬 더 듣기 좋은 목소리가 되어 있었다. 나이에 맞는 청량한 음색과 기교 없는 깨끗함이 묻어났다.
-와 목소리 진짜 듣기 좋다ㅋㅋㅋ
-개인연습생이라 해서 얼굴로 참여한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실력충이네
-찾았다 메보
˪메보는 예령이임 얘가 연습을 몇년했는데ㅋㅋㅋ 밀릴리 없을듯
˪예령이 목소리는 너무 무거워ㅠㅠ 호불호 갈리잖아 나는 얘가 더 나은거같은데
―언제나 기다리고 있어, 그런 마음들이 네게 모여-
깔끔한 고음을 뽑아내는 유리를 바라보는 참가자들의 모습도 짧게짧게 지나갔다. 노래를 마치고 긴장한 얼굴의 유리에게로 심사 평가가 내려졌다.
―지금까지 나온 애들 중에 노래는 얘가 제일 잘해.
―눈길을 확 끄는? 그런 게 있지 않아요? 아니 얼굴 말고. 그냥 딱 등장했을 때부터.
―근데 이 등급 줘도 되나….
심사위원들은 진지하게 상의를 했다. 자기들끼리 몇 번 말을 주고받고는 댄스 트레이너가 유리를 향해 물었다.
―친구 아이돌 하러 왔죠?
―네. 맞습니다.
―그럼 준비한 춤 보여줄 수 있어요?
―네! 알겠습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군.’
윤슬은 차마 화면을 볼 수가 없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섹시한 느낌의 세련된 팝송이 흘러나오는 걸 들었지만 눈을 뜰 용기가 나지 않았다.
*헉! 숨을 들이키는 효과음
*장면이 짧게 바뀌는 전환 효과음
이 효과음이 섞이는 것만 봐도 어땠을지 뻔히 보이기 때문이었다.
“어머….”
“…열심히는 하는구나.”
옆에 있던 엄마와 할머니의 반응이 확신에 확신을 도와줬다. 그렇다. 유리는, 김유리는….
-개미친 신은 공평하다
-얻떡개 아직까지 데뷔 못했나 했더니… 개뚝딱이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X발
-미쳤나봐
-저거 웃기려고 하는거임? 아니면 진지한거임? 존나혼란스러워
-미친… 아 공수치
뚝딱이었다. 그것도 엄청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