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12)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12화(112/405)
“와. 이거 언제 다 보냐.”
“우리 부 이번에도 1등이지?”
방송부원들은 잔뜩 쌓여있는 입부 신청서를 보며 잠시 지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미소를 띠었다.
“역시 방송부야?”
“너네 홍보 잘했나 보다? 하…. 애기들이 언제 이렇게 커 가지고.”
“언니언니, 주현이랑 윤슬이가 뭐라 그러면서 홍보했는지 아세요?”
“뭐라 그랬는데?”
“야! 말하지 마!”
잠시 언니뽕에 취해 있던 주현과 윤슬을 둘러싸고 모두가 놀리기 시작했다. 얼굴이 목까지 빨개진 주현과 다르게 이제 2학년이니까 언니라고 윤슬은 당당히 주장했다.
“귀엽다 귀여워~”
“진짜 애기들이 누구한테 언니래, 으이그~”
3학년 부장 언니에게 볼이 붙잡혀 쭉쭉 늘어나고 있는 윤슬은 그저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허, 고작 열아홉 먹은 놈들이….’
근엄하게 소리치고 싶었으나 무력하게 잡힌 볼에 힘을 주고 있는 윤슬이었다.
‘언니 나이가 몇인 줄 알아? 잘하면 너네 담임이야 담임!’
씩씩하게 입부 신청서를 든 3학년 부장 언니는 1학년 때 윤슬을 가장 많이 가르쳐 준 언니였다. 소영 다음가는 실력자여서 아무도 3학년 때 부장을 맡는 것에 반발이 없었다.
“아무튼, 시작이 좋네! 올 한해도 다들 잘해보자 얘들아. 언니 부족해도 잘 봐주고~”
“아 언니가 뭐가 부족해요~. 근데 저희 1학년 이번엔 몇 명 뽑아요?”
“흠, 작년이랑 비슷하게 뽑을 건데. 면접은 두 팀으로 나눠서 봐야겠다.”
그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아무래도 작년처럼 했다간 대기시간이 상상 이상으로 길 것 같았다.
3학년은 면접에 참가하고 싶은 사람만. 그리고 2학년은 면접에 전부 참가하게 됐다.
* * *
내가 의외의 인물에게 메시지를 받은 건 그날 저녁이었다.
지잉-
[윤슬씨 학기 초는 어때요] [모의고사는 괜찮았나요] [(궁금해하는 바보멈 이모티콘)]…과외선생님도 아니고 이건 또 뭐야.
입력: 모의고사 다음 주인데요?
[미안해요 내가 학교를 잘 안 나갔어서…]혹시 자신이 보낸 선물로 내가 인강을 들었나 안 들었나 감시하는 건가?
지난 설날, 우리 집에는 커다란 박스들이 배송됐다.
“이게 뭐지…? 누가 보낸 거예요…?”
“자 보…. 보내시는 분 성함은 ‘하진’인데요. 네, 서윤슬 씨 맞으시죠?”
박스를 뜯자 익숙한 사과 로고가 그려져 있는 박스가 다시 하나 나왔다. 컴퓨터는 심지어 한 개도 아니었다. 데스크톱과 노트북 두 개나 보냈더라. 그것도 제일 좋은 걸로.
‘기겁하면서 연락하니까 뭐랬더라.’
생일선물 겸 설날 선물 겸 새 학기 선물이라고 했었나. 부담스럽다고 하자 어차피 다 윤슬 씨 돈이라고 웃었었지.
그 말에 더 이상 선물을 거절하기도 뭐해서 고맙게 받았었다. 방 안에 사과 로고가 가득 찼던 날 내 기분이 어땠더라.
‘오늘부터 하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지지 관계에서 벗어나 하진과 나는 한 몸이다. 하진에 대한 공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뭐 그랬더랬다. 지금 일하고 있는 컴퓨터를 보고 있자니 다시 그날이 생각나는군.
‘그 덕에 결국 패드도 안 팔고.’
그래. 사실 나도 가지고 싶었다, 앤플 풀셋. 회귀 전에는 항상 제일 싼 거만 썼었거든.
몇 번이나 중고세상에 올릴까 말까 망설이다가 다시 넣어놨던 패드도 그날 저녁 처음으로 뜯어서 켜 봤다.
[언어를 선택하세요Hello こんにちは 안녕하세요…]
그 화면이 얼마나 반갑던지. 남들 언박싱 영상에서만 보던 걸 보고 있자니 좀 벅찼었다. 순식간에 갖고 싶던 것들이 전부 손에 들어오니까, 진짜 이걸로 공부 열심히 해야지. 그랬었는데….
‘근데 결국 인강 안 들었는디….’
나는 양심과 예의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천천히 입력했다.
입력: 물론 모의고사는 이를 깍 깨물고 열심히 준비 중에 있습니다 마침 최고 성능의 노트북이 있어서인지 조진식쌤 인강 화질이 아주…
[동아리 활동은 잘하고 있나요]답장을 보내려고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하진은 동아리 활동을 물었다.
뭐지? 목적이 있는 것 같은데 본론은 안 꺼내는 느낌.
일단 나는 묻는 말에 답장을 했다.
입력: 동아리야 뭐 이제 신입 받으려고 면접 준비 중이에요
입력: 저희 동아리 이번 1학년 신청서 제일 많이 받았어요~ㅋㅋㅋ
입력: (자랑스러운 바보멈 이모티콘)
이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1은 사라졌다. 하지만 왜인지 답장은 오지 않았다.
‘뭐지?’
핸드폰을 내려놓고 나는 다시 하던 일에 집중했다. SS 시즌을 맞아, 지난 번 내가 차재겸에게까지 입혀가면서 홍보했었던 브랜드에서 키키 게스트에 광고를 넣었거든.
내가 키워서 내가 돈 받는 기분은 제법 짜릿했다.
유스타에 업로드해 줄 카드 뉴스까지 다 만들었을 때야 하진의 답장이 왔다.
[그래요. 학교생활 재밌게 해요] [화이팅^^]이 말을 하려고 연락한 건가?
나는 대충 알았다는 답장을 보내고 일에 집중했다. 조만간 방송부 면접도 봐야 하니까, 그만큼 일할 시간이 줄기 때문에, 얼른 쳐내야 했다.
* * *
하경은 몇 번째 심호흡일지 모르는 심호흡을 다시 한번 했다.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감도 오지 않았다. 반 순서대로 면접을 진행한데다가 이름순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가장 끝 반, 가장 끝 번호인 하경은 제일 마지막이었다.
복도를 꽉 채우다시피 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복도가 조용해질 무렵.
드르륵-
“마지막이네요? 오래 기다렸겠다~. 복도 춥죠!”
“…아니에요.”
방송부의 문이 열렸다! 하경은 순간적으로 너무 떨려서 표정을 굳혔다. 하얗고 말랑한 얼굴로 들어오라고 웃는 사람이 윤슬이었기 때문이다.
‘윤슬 언니….’
하경이 일방적으로 윤슬을 알게 된 건 지난여름, 하진의 사진이 SNS에서 이슈가 되었던 때였다. 엄마가 하경과 비슷한 또래가 어플을 만들어서 오빠의 사진을 찍었다고 하길래 그런가보다, 하고 평소처럼 넘기려던 때.
“이거 봐봐. 진짜 잘 찍었지?”
엄마가 슥 핸드폰 화면을 내밀었다. 대충 무심하게 고개나 끄덕여주려 하던 하경의 눈에 다른 사진들이 보였다. 피드에 있는 윤슬이.
친구들과 함께 떡볶이집에서 환하게 웃고 있거나, 바보멈 카페에서 인형과 함께 사진을 찍고…. 뭔가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 계정 뭔데?”
“얘가 웬일이야. 오빠 일에 관심도 갖고?”
오빠한테 관심을 가진 게 아니라는 걸 모르는 엄마는 윤슬의 계정 주소를 보여주었다. 하경은 그날 바로 윤슬을 팔로우했다.
‘팔로워 진짜 많다….’
윤슬은 고등학교 생활을 누구보다 재밌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동아리 활동도 그렇고 친구도 많아 보였다. 심지어 성적까지 잘 받고 있는 모습에 하경은 감탄했다.
‘고등학교 가면 저렇게 재밌는 건가…?’
하경은 이미 중학교에 입학함과 동시에 ‘아이돌 하진 동생’으로 유명했다. 초등학생 때 몇 명에게만 비밀로 말했던 사실인데 다음날이 되자 모두가 알고 있었다. 늘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에 따라 오빠의 평판이 달라진다는 걸 어릴 때부터 지겹게 들었던 하경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행동을 조심했다.
‘…나도 저 언니랑 친해지고 싶다.’
반에서 종종 말을 나누는 친구들은 있지만, 조금 친해졌다 싶으면 또 바로 오빠의 이야기나 연예계 가십거리 같은 걸 묻고는 했다.
“근데 하경아! 너네 오빠 진짜 치즈 오빠랑 사이 안 좋아…?”
“나 청현 오빠 사진 한 번만 같이 찍게 해주면 안 돼?”
“디어즈로쉐 과사 봤어? 성형 어디서 한 거래? 하경이 너는 알지 않아?”
콘서트 티켓을 구해달라는 부탁은 약한 축에 속했다. 하경이 말해주지 않고 들어주지 않으니 어느새 친구들은 하경을 부러움의 대상에서 얄미움의 대상으로 바꿔 미워하기에 바빴다.
그렇게 중학교 생활 내내 친구들과 대화하는 시간보다 책상 위에 엎드린 시간이 길었던 하경이었다. 짝을 지어야 하는 체육 시간만 되면 하경은 배가 아팠다.
‘윤슬 언니는 친구 진짜 많다….’
교실 안에서 외로운 섬처럼 둥둥 떠다니는 자신과 달리 항상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윤슬이 부럽고 좋았다.
하경은 핸드폰 너머로 윤슬의 하루를 구경하는 게 제일 재밌었다. 이 지긋지긋한 중학교 생활은 어쩌면 고등학생이 되는 순간 달라지리라는 믿음까지 생겼다.
그렇게 3학년을 보내고. 윤슬과 같은 학교가 된 지금!
“오빠, …윤슬 언니랑 친해?”
“…어떤 윤슬?”
“그, 귀여운 윤슬 언니 있잖아. 덕현여고 다니고. 방송부고.”
“덕현여고…? 그건 어디지.”
“아 오빠~! 서윤슬 언니!”
비활동기를 맞아 오랜만에 집에 와 잠시 눈을 붙이고 있던 하진을 사정없이 흔들어 깨운 건 거의 열 살 차이 나는 늦둥이 여동생이었다. 잠에서 깨지도 않았는데 다짜고짜 덕현여고 방송부 윤슬 언니를 찾는 하진은 멍한 눈으로 있다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챘다.
“빨리 말해! 친해 안 친해?”
“굳이 따지자면 좀 친한 것 같은데….”
“이렇게 말하면 안 친한 거야! 망했어….”
답을 정해놓고 있던 동생은 다짜고짜 하진의 방바닥에 엎드려 누웠다. 어릴 때 하던 버릇이었다. 저렇게 바닥에 찰싹 붙어 있으면 오냐오냐하면서 손수 떼어 줬더니 나이 먹고서도 고쳐지지 않았다.
“하경, 오빠가 방바닥 찬데 눕지 말랬지. 안 일어나?”
“아 신경 쓰지 말라고~!”
누가 봐도 신경 쓰라고 직접 오빠 방까지 와서 누운 주제에 뻗대는 게 대단했다. 발까지 동동 굴러가면서 망했다를 외치고 있었다.
“이번엔 또 뭔데.”
“흐흑…. 오빠 윤슬 언니랑 얼마만큼 친해?”
“어 친해친해. 너 일단 바닥에서 일어나. 이거 바닥 찬데 계속 누워 있을 거야?”
“진짜 친해…? 둘이 돌쇠네 간 적 있어? 인절미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거나…?”
하진은 더 이상 성격을 이기지 못하고 하경의 어깨를 붙들어 바닥에서 떼어놓았다. 그리고 방바닥에 붙어 울고 있던 하경을 보고 경악했다.
“내가 윤슬 씨랑 안 친한 게 니가 울 일이야?”
“흐흑…. 나 윤슬 언니랑 같은 동아리 들어가고 싶어….”
뿌애앵 울음을 터뜨린 하경은 하진에 의해 침대 위로 연행되었다. 따뜻한 침대 위에서 훌쩍이던 하경의 말을 종합해 본 결과, 윤슬의 SNS를 보다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고등학교도 같은 데로 입학 성공했으니 이제 방송부에 들어가 돌쇠네 떡볶이에 가면 인생 성공했다는 말이었다….
“오빠랑 가면 되지.”
“싫어!!!”
고민의 시간도 갖지 않고 바로 거절한 하경 때문에 하진의 마음이 찢겼다. 아기 때는 업어가면서 키워놨더니 보람이 없었다. 하진은 한숨을 쉬고 이마를 짚었다.
“그래서. 방송부 들어가게 해 달라고 연락하면 돼?”
“아니!!!”
“…그럼 뭐야.”
“그…. 몇 명이 입부 신청서 냈는지만 물어봐. 부담스러우니까. 절대 내가 오빠 동생이라고 말하지 말고. 절대 내가 물어본 거라고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눈치 못 채게.”
갑자기 스물여섯 살인 내가 고등학교 동아리를 물어보면 잘도 자연스럽겠다.
하진은 속으로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자연스럽게 하진의 소매를 잡아당겨 콧물을 닦고 있는 뻔뻔한 여동생의 부탁을 들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뭐래? 많이 했대?”
“어…. 입부 신청서 제일 많이 받은 부라는데.”
“망했어!!!”
“그럼 오빠가 부탁한다? 합격시켜 달라고?”
“하지마!!!”
뭐가 부끄럽냐는 하진과 그딴 거 보내서 언니한테 부담주지 말라고 하는 하경의 실랑이 끝에 하경이 승리했다. 오빠의 팔뚝에 선명한 잇자국을 낸 하경의 명령대로 순순히 하진은 메시지를 보냈다.
“학교생활 잘하고 SNS 잘 보고 있다고 해….”
“뒤의 말은 빼는 게 낫겠다.”
그렇게 하경은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방송부 면접을 보러 들어왔다. 입부 신청서도 일부러 글씨 예쁘게 쓰려고 세 장이나 버리고 다시 썼었다. 유난히 또박또박한 입부 신청서는 윤슬의 손에 들려 있었다.
* * *
‘…이거였구만.’
어쩐지 어색하다 하더라니. 자기 동생이 입부 신청했다, 말을 하면 될 걸 빙빙 돌려가지고….
나는 하진을 붕어빵틀로 만들어 조금 더 예쁘게 반죽을 부으면 저런 모습으로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늘이 질 정도로 진한 속눈썹은 유전인가 보군.
[하 경]특기: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기타 보정
얼마나 긴장한 건지 우물쭈물한 얼굴로 두 손을 꼭 잡고 앉아 있는 애를 보자니 어쩐지 짠하고 귀여운 마음이 밀려들어 왔다.
나는 눈이 마주치자 더 긴장한 얼굴이 된 하경을 바라봤다. 그리고 조용히 상태창을 켜 봤다.
「<상태창>
이름: 하 경
나이: 17
사진촬영: 45/999
사진보정: 270/999
화술: 15/999
[스킬: 지치지 않는 법 (B)] [스킬: 인생 샷을 만들어줄게 (A)]!Debuffs! 교우관계 부족
→디버프로 인해 스킬 [지치지 않는 법] 스킬이 잠금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