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15)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15화(115/405)
윤슬은 전학생을 보자마자 지난 며칠간 습관이 된 호감도 체크를 했다.
‘왜 벌써 호감도가 100이 넘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서 호감도 90 이상을 이끌어 내야 하는데, 이미 호감도가 90을 넘겨 있으니 또다시 카운트되지 않았다. 여전히 상태창 기준이 0인 걸 본 윤슬이 조금 슬퍼하고 있을 때였다. 대답이 없자 전학생은 다시 한번 윤슬을 불렀다.
“저, 윤슬아…?”
“어, 전학생. 그 이름이 뭐였더라? 미안해.”
“나 유채린! 그냥 채린이라고 부르면 돼.”
환하게 웃으면서 윤슬의 두 손을 잡은 전학생은 처음 했던 자기소개와 달리 수줍음이 전혀 없었다. 살짝 당황한 윤슬이 웃으면서 전학생이 잡은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래 채린아, 왜?”
“내가 오늘 점심 같이 먹을 친구가 없어서 그런데…. 같이 밥 먹어도 될까?”
“근데 너 윤슬이 이름 어떻게 알아?”
핸드폰을 보고 있던 서은이 무심하게 물었다.
‘그러게. 얘 내 이름 어떻게 알지?’
명찰이나 교과서에 써진 이름을 보고 아는 것도 아닐 터였다. 뒷자리에서 윤슬의 이름을 부르면서 왔으니. 윤슬은 서은의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는 스킬을 확인했다.
「[스킬: 왕이 될 상인가? (A)]」
“사실 내가 윤슬이 팔로워거든…. 나 너 스슈에서 보고 유스타도 팔로우했었어! 댓글도 몇 번 달았는데.”
방금 전까지는 거침없이 말을 걸었는데, 서은이 무뚝뚝하게 말하니 머쓱해졌는지 머리칼을 만지작대며 말하는 전학생이었다.
“그…. 너네 짝수라서 나 끼는 거 좀 그러면…. 미안해. 그냥 나 혼자 먹을게.”
“아니야! 같이 먹자. 얘들아 괜찮지?”
윤슬은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다 가리다시피 하면서 웅얼대며 말하는 전학생의 손목을 잡았다. 핸드폰에서 고개를 뗀 서은이 전학생을 잠시 바라보며 스킬을 빛냈다.
「[스킬: 왕이 될 상인가? (A)]」
‘야. 필요 없다고 애를 점심 혼자 먹이는 건 아니지…!’
윤슬은 어린 애가 혼자 급식실에 가기 위해서라면 얼마만큼의 용기가 필요할지 걱정했다. 어쩌면 급식실 앞까지 갔다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매점에서 대충 때우거나 굶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만일 친구들이 꺼려 하는 기색을 보인다면 윤슬은 자신만이라도 따로 떨어져 전학생과 밥을 먹어줘야지 결심했다.
“그래. 같이 먹으러 가자.”
교과서 필기를 다시 한번 훑고 있던 소희가 대답했다. 가영도 예원도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끝까지 못마땅해 보였던 서은은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러던가.”
“와, 진짜 고마워! 나 전학이 처음이라 진짜 떨려가지구…. 좀 민폐? 거나 불편하면 꼭 말해줘 얘들아, 내가 맞출게.”
“아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지!”
가영이 다정하게 전학생을 마주 보며 웃었다. 그 얼굴에 긴장이 좀 풀렸는지 전학생의 말문이 트였다.
급식실로 향하는 길부터 채린은 이제 마음 놓고 떠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무래도 학교를 세 시간 걸려가면서 다닐 수는 없잖아. 아무리 서울에서 서울이라지만.”
“세 시간? 집이 역에서 멀어?”
“응응. 역세권 아니라…. 근데 여기 교복도 예쁘고 좋은 거 같애.”
채린은 꽤 팔로워가 많은 편이었다. 칠천 명이 넘는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채린은 다른 친구들과도 스스럼없이 맞팔을 했다.
‘나쁜 애는 아닌 것 같다.’
스타일 슈어에 가서 이 또래 아이들의 권력관계를 살짝 맛보고 왔던 윤슬은 마음을 느슨히 풀었다. 한창 SNS에 관심이 많은 편일수록 팔로워 수로 사람을 판단하기 마련이었는데 채린은 그런 면이 없어 보였다.
‘오연지 생각나네.’
나연이가 자기보다 팔로워가 적다며 맞팔도 안 하고 무시하더니. 지금은 나연이가 팔로워를 제쳤다. 오연지는 이제 댓글도 몇 개 안 달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헤엑. 소희는 SNS 안 한다고? 아예?”
“응, 공부 방해되니까.”
오늘도 대충 머리를 하나로 묶은 채 국을 뜨는 소희를 보며 채린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 잠깐의 침묵 후. 채린은 웃음을 터뜨렸다.
“대박 진짜 개멋있어~! 나도 이래야 하는데. 나는 앱 삭제했다 다시 깔았다 계속 그런다?”
그 모습에 이제 윤슬은 채린을 ‘좋은 애’로 판단했다. 혹시 괜찮으면 계속 같이 다녀도 되냐는 질문에 스스럼없이 고개를 끄덕여 줄 만큼.
* * *
“오, 또 선물 보냈네.”
라몽드는 이제 시시때때로 선물을 보내왔다. 어느 날은 엄마랑 할머니를 위한 고급 기초 라인, 어느 날은 내 톤을 묻더니 공홈에서는 계속 품절이었던 키트를. 그리고 오늘은 이번 봄 시즌 신상 모두를 보내왔다.
[라몽드♥ ‘서윤슬’ 이라는 꽃]카드를 청첩장처럼 만들어서 보내네.
온갖 꽃을 눌러서 압화로 만들어 보낸 카드는 딱 보기에도 보통 가격이 아닌 것 같았다.
‘이 정도 했는데 SNS 안 올려주면 좀 그렇지.’
나는 침대 위를 정리한 다음 시트 위에 신제품 박스를 올려 둔 다음 업로드할 사진을 찍었다.
찰칵- 찰칵-
패키지가 예뻐서 그런지 대충 찍어도 잘 나오는군.
갤러리를 확인하면서 업로드용 사진을 골라내고 있을 때였다. 다이아수저한테서 전화가 왔다.
-윤슬님! 다음 주 주말에 뭐하세요?
“갑자기요?”
-저희 또 팝업 스토어를 오픈 예정인데요.
아주 팝업 스토어 맛들렸군.
라몽드는 제일 처음 오픈했던 퍼스널 컬러 포토존 팝업이 미친 듯이 잘 되고, 그다음엔 스튜디오 개념에 가까운 팝업 스토어를 2차로 오픈했다. 지난 1차 퍼스널 컬러 포토존에서 빼놓았던 서비스를 추가해서.
바로 ‘퍼스널 컬러 진단’을.
가볍게 메이크업과 헤어만 하며 색조 추천을 했던 1차가 반응이 너무 좋자, 아예 전문가들을 초빙해 컬러 드레이프까지 대가면서 진단을 했는데, 이게 또 대박이 쳤다. 그래서 아예 전문 퍼스널 컬러 진단 숍으로 바꿨더라.
“이번에는 무슨 팝업인데요? 또 퍼스널 컬러?”
-아~니. 이번엔 미리 만나는 봄이에요! 이번 신상 받아봤죠? 봄하면 생각나는 꽃들을 전부 옮겨둔 게 이번 컨셉. 아이디어 너무 좋죠? 진짜 역시 나야!
“오… 사진 찍기 좋겠네요. 사람들 많이 오겠다.”
-에이, 돈을 얼마를 들였는데. 당연히 일반인 출입 불가죠.
이럴 줄 알았다. 여전히 인플무새의 피가 식지 않은 것인지 이번 팝업 스토어는 인플루언서와 연예인에게만 초대장이 발급되었다고 했다.
“그럼 그 장식들은요?”
-팝업 스토어 닫고 나면 장식 본점으로 보내야지. 보고 싶은 소비자는 거기로 찾아가겠죠? 지난번에 배운 게 있으니까 셀카 존 정도는 만들어 둘 거예요.
“…좋네요.”
-그래서! 와줄 거죠? 윤슬 씨 와야 돼. 직원들이 다~들 윤슬 씨 얼마나 궁금해하는지 알아요?
잔뜩 들뜬 목소리의 다이아수저에게 나는 알겠다고 답했다.
이번 주 도서관 가기 전에 잠깐 들렀다 가면 되겠군.
* * *
“주현~. 이번 주 주말에 뭐 해?”
“나? 친구랑 약속. 왜?”
“아깝다. 나 라몽드 팝업 초대받아서 너랑 갈까 했었지.”
“나 친구 생일이라 걔 만나야 돼. 다음에 같이 가~”
윤슬은 주현과 함께 다른 반에 체육복을 빌리러 갔다가 체육관으로 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뒤에서 놀라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봤다.
“헉, 슬아…. 개멋있다. 너 팝업? 초대? 그런 것도 받아?”
“어, 채린이 체육관 안 갔네? 다른 애들은?”
“먼저 가라고 했어. 혹시 너 혼자 갈까 봐….”
옆으로 다가와 자신의 팔짱을 끼며 웃는 채린을 바라본 윤슬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얘 세심하네.’
“진짜 부럽다~. 나는 종종 협찬이 들어오긴 하는데, 아직 팝업까지는 못 가봤거든….”
“그래? 그럼 같이 갈래?”
“그래도 돼? 나 그렇게 팔로워도 안 많은데….”
“야, 뭘 그런 거 따지고 그래. 그냥 친구면 같이 가는 거지.”
윤슬의 권유에 머뭇거리던 채린의 고개가 빠르게 끄덕여졌다.
“진짜 고마워…. 나 사실 너무 가보고 싶었어. 나 전학 오기 전에도 반에 팔로워 많은 애 있었는데, 나 팔로워 수 적다고 그런 데 같이 가기 싫다고 했었거든.”
“신경 쓰지 마, 신경 쓰지 마. 근데 나 그날 팝업만 갔다가 공부하러 가야 되는데, 괜찮지?”
“당연히 괜찮지!”
그 뒤로 종일 채린은 들뜬 모습을 보였다. 윤슬이 어제 협찬받은 라몽드의 제품을 파우치에서 꺼내 평소처럼 친구들과 함께 바를 때에도.
“이거 색 예쁘다.”
“예원이 그거 진짜 잘 받는데?”
예원의 뺨에 부드럽게 블러셔를 발라주고 있던 윤슬의 뒤에 찰싹 달라붙듯 가까이 다가가 있는 채린이었다.
“혹시 팝업 스토어 가면 이거 다 거기 있는 거야, 윤슬아?”
“어 아마도? 잘은 모르겠어. 그때그때 다 달라서.”
“넌 진짜 많이 가 봤나 봐….”
무슨 말을 해도 팝업 스토어와 직결되는 것 같았다. 과한 관심이 조금 부담스러웠던 윤슬은 그런 채린의 말을 돌리려 했다.
“그냥 뭐. 아, 채린아! 너도 저거 발라봐.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아니야! 네가 받은 건데 내가 왜 발라…. 난 괜찮아.”
“뭐 어때, 그냥 갖고 놀려고 가져온 건데.”
“그래도 친구끼리의 최소한의 선? 그런 게 있어야지. 이러다 네 건데 내가 욕심낼지도 모르잖아.”
헤헤 웃는 채린이 말하자 거울을 보고 섀도를 발라보고 있던 서은이 멈칫했다.
“윤슬이 걱정해주는 거야 채린아?”
“응? 걱정이라기보단….”
“그럼 채린이는 잠깐만 비켜줄래? 안 바를 건데 거기 서 있으니까 너무 좁다. 미안~”
둘의 대화를 듣지 못한 윤슬은 예원이의 립을 고쳐 주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채린은 멋쩍은 미소를 짓고 거울에서 나와 홀로 공부에 집중하던 소희의 옆자리로 옮겨갔다.
* * *
“슬아, 나 걔 마음에 안 들어.”
“왜 그래~. 또~”
집 가는 방향이 같아 셋이 같이 가자고 채린이 말했지만 서은은 칼같이 거절했다. 오늘은 윤슬과 들릴 곳이 있으니 너 혼자 가라며. 그리고 들린 곳은 라몽드 매장이었다.
“내가 너한테 뭐 달라고 한 적도 없고! 난 내가 알아서 사는데!”
“그치그치. 알지알지.”
“걔 나 들으라고 그 말한 거 아니야?”
“에헤이~. 서은이 화내지 마. 뚝.”
윤슬은 서은의 머리 위에서 태양처럼 빛나고 있는 스킬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너한테 너무 과하게 친한 척해. 조은주 같아.”
“나 PTSD 오려고 해…. 그 이름 말하지 마.”
“아, 미안.”
오랜만에 듣는 그 이름에 윤슬의 신경이 곤두섰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봤을 때 채린은 살짝 부담스러운 점만 빼면 나쁜 애 같지 않았다. SNS를 좀 좋아한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모난 점도 없었고.
‘애들 차별한다거나 뭐 그런 것도 없지….’
짝수였던 무리에 한 명이 들어오면, 그 한 명은 자신의 자리를 잡기 위해 누구보다 눈치를 보며 노력한다. 그중에 가장 만만해 보이는 사람을 떨어뜨려 놓고 자신이 들어가야 안전할 테니까. 그런데 채린은 그런 게 없었다. 체육 시간에 혼자 짝이 없거나 하는 상황이 와도 자기가 먼저 남들과 함께하겠다고 하는 성격이었다.
‘아무래도 서은이가 좀 성격이 예민해졌네…. 이래서 밥을 먹어야 된다니까.’
담임과 상담 후 더욱 다이어트에 열을 가하고 있는 서은이었다. 너 정도 얼굴이면 승무원 학원에 널리고 깔려서 경쟁력이 전혀 없다는 담임의 말 때문에 오기가 생겼는지 서은이는 자꾸만 점심도 굶었다.
“이잉~ 서은이 화났어~?”
“몰라. 걔 편들지 마.”
“편드는 거 아니지~ 우리 서은이 화 풀어주려고 그러지~.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싫어. 살쪄.”
“참치김밥 말고 그냥 김밥은 살 안 찔걸?”
윤슬은 잔뜩 화가 나 있는 서은을 끌고 주변 떡볶이집으로 들어갔다. 떡볶이는 물엿이 많이 들어갔고 튀김은 튀겨서 안 된다는 서은의 단호함에 다이어트에 좋은 순대와 김밥, 어묵과 만두를 시켰다.
“맛있지? 너 진짜 말랐어. 더 안 빼도 된다니깐.”
“맛은 있는데…. 몰라. 나 꼭 인혜공전 붙어서 담임 고개도 못 들게 할 거야 십새….”
“그래그래. 얼른 더 먹어.”
화가 누그러진 서은은 그릇을 싹싹 비웠다.
“우리 카페도 갈까…?”
잠시 다이어트를 내려놓기로 자신과 합의를 했는지 맞은편 카페를 보고 서은이 물었다.
“이제 나 <프로젝트 111> 보러 가야 돼. 카페 다음에 가자.”
“너 친구 나오는?”
“어. 나중에 꼭이야, 우리 약속 알지?”
“알았어. 문자 투표하면 되잖아….”
하루에 한 번씩 세뇌하듯 말하고 있는 윤슬 때문에 이미 유리를 지긋지긋하게 알게 된 서은이었다. 오늘 자신도 본방을 보겠다고 약속을 한 서은을 뒤로하고 윤슬은 빠르게 집으로 향했다.
드디어 <프로젝트 111>의 2화가 방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