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16)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16화(116/405)
정갈하게 목욕재계까지 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TV를 튼 윤슬은 1화 방영 때 보다 한술 더 떴다.
“슬이 너 지금….”
“쉿. 날 말리지 말아줘 엄마.”
윤슬은 노트북까지 들고 와 커뮤니티 창을 몇 개나 켜 놓고 있었다. 한 손엔 핸드폰, 한 손엔 마우스. 완벽한 조합이었다. 지난 1화 방영이 더 많은 시청자들을 몰고 온 건지 이번엔 댓글 달리는 속도가 더 빨랐다.
-ㄷㄱㄷㄱ
-와 시작전 광고봐ㅋㅋㅋ개쩐다 많이도 붙었네ㅋㅋㅋㅋ
-오늘도 제일 중요할 때 중간광고 넣으면 죽여버려ㅠ
-불매하자더니 나만 안보는 거 같네ㅋㅋ 역시 유잼무죄인가
˪불매할거면 관심자체를 끄는게 진짜 불매 아닐까?ㅠㅠ;;
-심장떨려… 아 제발 빨리 시작
[<프로젝트 111>]프로의 시작을 알리는 로고가 뜨고, 지난 화 방영분이 짧게 축소되어 지나갔다. 그리고 지난 화에 다 하지 못했던 등급 편성을 재기했다.
‘1화보다 더 매운맛으로 편집했네.’
화제성을 끌어오기 위해 유명한 일반인 연습생부터 지난 서바이벌 프로 탈락자, 연예인 부모를 둔 참가자까지 골고루 조명하던 1화와 달랐다. 2화는 참가자들의 부족한 실력과 태도, 그리고 트레이너들의 프로페셔널함에 집중되었다.
―이런 식으로 무대 하는 참가자가 111명 선다고 생각하면…. 저는 그 무대 안 봐요.
[심태주 트레이너의 냉철한 지적…!]―준비 해온 게 이거예요? …이게 끝?
[눈물을 참지 못하는 참가자]*심각한 BGM
―죄… 죄송. 흑… 합니다.”
―제가 그 얘기 들었으면 아예 오열했을 것 같아요.
―솔직히 춤을 잘 췄던 건 아니라…. 저는 심태주 선생님 말이 그렇게 못됐다? 나빴다? 라고는 생각 안 돼요.
[점점 얼어붙어 가는 분위기에 모두들 긴장하는데…]―목소리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있어요. 진성으로 한번 불러볼래요? 가성 말고.
―At least I can…! 아!
[그만, 음 이탈까지…!]*다른 참가자들 놀란 표정과 효과음
―네. 그만. 잘 들었어요.
―저,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 다시 할 수 없을까요?
―친구 지금 목 상태 안 좋죠?
―…네.
―컨디션 관리도 능력의 일종이에요. 당분간 목 관리 열심히 해서 다음번에 제대로 실력 보여줘요, 오늘은 여기서 끝.
[정지원 보컬 트레이너의 다정한 격려]―애가 끈기는 있네. 어려운 노래 골라온 성의도 전 마음에 드는데요.
―저도 한창 목 상태 안 좋았을 때 생각나서… 좀 그래요.
―그래도 4성은 좀. 일단 3성 보낸 다음에 재평가할 때 올리든지 하죠.
-저 노래 어려운데 왜 저걸 해가지고ㅠㅠ
-가성이었을땐 잘부르는 것 같았는데 진성으로 부르니깐 또 다르넹
-아까 춤 못추던 애들보다는 얘가 훨 나음ㅋㅋㅋㅋ 성의는 있는듯
-좀 안쓰럽다 3성보다는 높은 거 줘도 될 것 같았는데
참가자들의 등급 평가가 끝나고, 드디어 첫 과제를 발표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자리에서 일어난 MC는 짐짓 목소리를 깔고 참가자들을 향해 진지하게 말을 건넸다.
―여러분. 이제 모두들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 인지 실감하셨을 겁니다.
[희비가 교차하는 참가자들]*뿌듯해하는 5성과 침울해하는 1성 비교 화면
―하지만, 그 자리는 영원한 자리가 아닙니다! 며칠 뒤 있을 재평가 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참가자는 얼마든지 높은 별로 올라갈 수 있고. 편안함에 안주하는 참가자는….
*침을 꿀꺽 삼키는 효과음
―낮은 별로 떨어지게 됩니다!
[충격받은 참가자들]―아, 다행이다 싶었어요. 내가 여기 머물러 있지 않아도 되는구나….
―사실 첫 무대라 긴장을 심하게 했거든요. 저 원래는 훨씬 더 잘한다는 거 꼭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비켜줄 수 없다? 그런 각오가 들더라구요. 난 여기서 올라갈 일만 남았지 떨어질 일은 없다. 죽어도 떨어지지 말자! 뭐 그런. (웃음)
―등급에 따른 무대는 이렇습니다.
MC 뒤로 커다랗게 나 있는 화면에 무대 구성을 담은 PPT 화면이 떠올랐다. 피라미드 형식으로 되어 있는 삼각형 무대 도형이 올라오더니 충격적인 말들이 이어졌다.
―1성은, 스타가 될 자격이 부족합니다. 1성은 무대 아래에서 백업 댄서가 됩니다. 노래를 부를 기회는… 없습니다.
[입을 막고 경악하는 1성 참가자들]-와 김유리 기 대박세다ㅋㅋㅋㅋ
-다른 1성들 입틀막하는데 혼자 덤덤하네
-이런 서바프로일수록 잡는 애 멘탈 단단해야 달리기 편함ㅇㅇ 난 김유리 잡을래ㅋㅋㅋ
-김유리 뚝딱이라 목소리라도 나와야되는데ㅠ 무대 못서서 어캄
˪등급 재평가 한다잖아
˪쟤가 올라갈거라고 생각함…?;
˪저 얼굴에 못올라가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함?;
커뮤니티는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2화를 더 매운맛으로 편집한 보람이 쏠쏠할 듯했다. 어느새 참가자들은 숙소 합숙도 시작하고 등급에 맞춰 나눠준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아이고…. 우리 애 얼굴 다 죽네…!’
윤슬은 안타까운 얼굴로 잠시 한숨을 내뱉었다. 유리에게 가장 안 맞는 미묘하게 칙칙한 색깔의 차가운 그레이 컬러 트레이닝을 입자 퍼스널 컬러가 나 좀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듯했다.
―와. 쌩얼에 이것만 바르는데도 생기 있네?
―언니언니. 저 입술 촉촉하죠!
―음~. 내가 좋아하는 딸기 향~
-아 ㅅㅂ PPL좀 티 안나게 하라곸ㅋㅋㅋㅋ
-누가 립밤바를때 저렇게 주절대 걍 바르지
-립밤바른거 입에 다 다시 들어가겠다
-나 저거 쓰는데 좋긴 함 저렇게 구구절절 늘어놓을 정도는 아니지만…ㅠㅠ
또 막간을 이용한 PPL이 잠깐 지나가고, 참가자들이 대표 노래에 맞춰 예고편을 촬영하기 위해 연습하는 장면들이 이어졌다. 5성과 1성을 특히 비교하면서 매운맛을 더했다.
―그래, 쭉 시원하게! 그렇지.
[화기애애한 5성급 어린이반]―너네는 내가 가르칠 게 없다. 지금 바로 무대 올라도 되겠는데?
-예령이 잘하네ㅋㅋㅋ 연습생 짬 나온다
-지원쌤 다정해…ㅠㅠ… 유부남한테 이러면 안되는데…
˪아저씨 건들지말자
-정지원 그 목소리로 제발 한번만 대체 나같은 아저씨 어디가 좋다고 이거 한번만 해줘
[같은 시각… 1성에서는?]―지금 창문을 열어~ 비밀을 마주!
[안타까운 음이탈!]―지, 지금… 다시 하겠습니다.
[아직 긴장이 풀리지 않은 참가자?]―지금 네맘을 열어~ 내눈을 마주….
[직접 작사를 하기도…]-아 개웃곀ㅋㅋㅋㅋㅋㅋㅋ
-잘하는 애들은 비슷비슷하게 잘하는데 못하는 애들은 기상천외하게 못하네
-저정도 실력으로 뭘 믿고 서바에 참가한거얔ㅋㅋㅋㅋ 와 진짜 정떨
˪222 서바충인데 지금까지 봤던 모든 서바 다 합쳐서 제일 오합지졸인듯ㅋㅋㅋ
˪그건 아니지 케이돌스타 예선에 별별인간 다 나오는데…
˪그거 빼고ㅠㅠㅋㅋㅋ아이돌 서바
-다 떠나서 가사는 제대로 외워야 되는거 아니냐?
―얘들아, 너네…. 너네 시간 얼마 없어. 알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디온리 트레이너]*한숨 쉬는 효과음
―크흡….
―야, 웃지 마….
―얘들아. 웃겨?
[조용해지는 장내…]*무거운 BGM
―얘들아. 너네가 지금 웃으면 안 돼. 지금 무대 한 번이 간절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너네가 더 잘 알 거 아니야. 너네 이게 얼마나 대단한 기회인지 모르지? 방송 그거 잠깐 타는 건데 뭐. 이렇게 생각하지.
-1성애들 못하면 겸손하기라도 하던가ㅠ 노답이네
-방금 웃은 애 뭐야?ㅋㅋㅋㅋ 디온리 저렇게 화난거 처음본다
-솔직히 맞말이지 방송 한번도 못나오는 가수들 깔리고 깔림ㅋㅋㅋ 벌써 뭐라도 되는줄 아네
-어려서 그런지 생각업당…
‘이렇게 1성 패라고 판 깔아준 다음 다른 등급 애들이랑 비교 편집하겠군.’
아니나 다를까, 윤슬의 예상대로 열심히 하는 바로 위 등급 2성 참가자들, 무난하게 잘하지만 더 욕심을 내는 3성 참가자들. 그리고 등급 평가 때 잠시 긴장해서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숨은 실력자인 4성 참가자들이 나오며 비교됐다. 다시 1성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오합지졸인 참가자들의 상태를 조명하던 때였다.
[이때, 디온리 트레이너의 눈길을 끈 참가자!] [과연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아아… 피곤해] [밥 먹을 힘도 없을 땐? 배달의 만족!]-이시간에 닭발광고는 반칙 아니냐
-닭발 시키기Vs 내일 알바 째기 골라주라
˪뭘 시켜도 좋은거 아님?ㅋㅋㅋㅋ 양심없어ㅠ
-배달의 만족 연달아 광고를 몇개 하는거임ㅋㅋㅋ 잔치열렸네 아주 닭발에 곱창에 떡볶이에
-자꾸 이렇게 끊으면 여기요에서 시킵니다 미친넘들아
―이 사람이 왜 여기 있지? 이런 느낌….
―아…. 기죽었어요.
―저 그냥 넋 놓고 들었다니까요. 이거는 뭐 따라할 수도 없어요.
―지금 창문을 열어~ 비밀을 마주해, 날 절대 놓치지마-
―어. 내 눈치 보지 말고 계속 불러봐. 1절 끝날 때까지.
[오늘 처음으로 웃음을 보이는 디온리 트레이너]-야 김유리 누가 등급 못올라간댔냐ㅋㅋㅋㅋ
-유리야!!!!!!!!믿고있었다구!!!!!!!!
-디온리 잇몸 오늘 최초로 나왔다ㅠㅠ
˪ㅋㅋㅋㅋㅋㅋ잇몸에 집중하지 말라고
-아 뻥뚫려 개답답했는데 진짜 시원시원하다
1성의 유일한 보컬 유리를 보여준 다음, 다시 화면은 5성의 댄스 트레이닝으로 전환되었다.
‘이제 5성도 누구 하나 잡을 때가 됐지.’
참가자들의 춤을 본 트레이너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5성 참가자들 중 한 명을 콕 집은 다음 독설을 던졌다.
―너 지금 니 등급 당연하지.
―…아닙니다.
―근데 왜 이렇게 추지? 프로들이 능숙하게 추는 거랑 아마추어가 설렁설렁 추는 거랑 다 달라. 너 아까 그 부분 어떻게 했어? 다시 춰봐.
[레이크 트레이너의 지적에 긴장한 참가자…]―그래. 너 동작 다 아네. 근데 왜 아까 머리 숙이는 것도 대충 숙이고, 손동작 다 날려 먹었어.
―…죄송합니다.
―그 작은 디테일 사람들 다 봐. 내가 이 등급 받은 게 당연하다? 나 잘한다? 그런 태도면 데뷔해서도 발전 없어. 너 그거 알아야 해.
―그때 딱, 실감이 나더라고요….
―잘못하면 등급 떨어질 수도 있겠구나. 내 자리에 대한 위협?
―그 언니 정도 실력자도 그렇게 혼나서, 제 차례에는 진짜 열심히 했죠.
이제 2화가 슬슬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윤슬은 시계를 흘끔 보고 화면에 다시 집중했다.
*팡파르 효과음
[참가자들의 1차 등급표와 등수를 발표합니다!]등수별로 아래부터 참가자들의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유리의 등수는 111명 중 99등이었다. 아슬아슬하게 100등 안으로는 들어와 있었지만 결코 높다고 할 수는 없는.
[과연, 다음 주 등수의 반란은 이루어질지…!]윤슬은 방송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쏟아지는 기사를 확인했다.
[예령, 장기 연습생의 저력을 보여주다… 모두를 놀라게 한 가창력] [<프로젝트 111> 소녀들이 바른 귀요미 립밤! 촉촉함에 반해] [잔인한 줄세우기… 그러나 ‘화력은 활활’ 대중문화예술의 민낯] [세레니티의 동생들, “예쁘게 봐주세요~” 순수한 소녀 참가자들]‘벌써 바이럴 판 됐네.’
의도적으로 과하게 긍정적으로 쓰인 기사들을 확인하다 윤슬은 잠시 눈살을 찌푸렸다.
[<프로젝트 111>에 진정성은 있는가… ‘8년과 2달의 승부’]“…뭐야 이건?”
[<프로젝트 111>이 성황리에 2화를 방영했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참가자는 등급 평가 때부터 주목을 받았던 예령이다. 심태주 댄스 트레이너와 정지원 보컬 트레이너에게 만장일치로 가장 높은 5성을 받아 낸 예령은 신생 기획사 ‘INVENTION’에 소속되어있다. 또한 벌써 8년째 연습생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력파다. 반면 <프로젝트 111> 참가자 중 가장 연습생 기간이 짧은 참가자는 김유리…]예령의 소속사에서 언플을 하기 시작했다!
* * *
“윤슬아 눈 밑 뭐야…?”
“너 또 프젝보다 늦게 잤어?”
“어 좀. 그런 게 있다.”
미친놈들. 돈을 많이도 풀었다.
나는 밤새 박키스 포션을 먹어가면서 시험공부 하다가, 프젝 관련 글을 보다가, 또다시 시험공부 하다가를 반복했다.
‘우리 애 욕하지 마!!!’
아직 커뮤니티까지 본격적으로 바이럴 잠입은 하지 못한 듯했다. 올라오는 기사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1성에서 유일하게 실력자인 유리는 커뮤니티 안에서 나름대로 반응이 좋았다.
‘근데 이러다가 얼마든지 분위기 달라질 수 있으니까.’
아마 기사로 유리 패다가, 편집에 이래라저래라 말 얹어서 나락으로 보내고, 그다음 커뮤니티 바이럴 좀 하면서 분위기 몰아갈 게 안 봐도 뻔했다.
‘절대 안 되지.’
나는 악의적으로 유리와 예령인지 뭔지 하는 참가자를 비교해가는 기사마다 따로 저장을 해 뒀다. 지난 화에도 우리 애 연습생 기간 짧다고 한 기자는 이번에도 또 꼭 2달을 강조해놨더라고.
‘지겹지도 않나.’
기자 정신이 없다. 똑같은 걸 또 우려먹다니.
“와~. 윤슬 언니 손 진짜 빨라요!”
“그치? 쟤 더 빨라졌어.”
나는 분노의 보정을 계속해서 했다. 지금은 동아리 시간이거든. 1학년들이 그린스크린 보면서 신기해하니까 소엽 쌤이 가장 흐뭇해하셨다. 1학년은 입부 기념으로 다 증명사진을 새로 찍어줬다.
「( 14 )명 이상의 사람에게 ♥호감도: 90 이상인 상태를 만들었습니다.」
그 덕에 1학년들한테 호감도를 괜찮게 샀다. 대략 절반 찼으니까 이제 또 어디서 절반을 채우지.
잠깐 목이 뻐근해 한 바퀴 돌릴 때였다. 부실 너머로 날 바라보는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