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17)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17화(117/405)
“어? 채린이다.”
잠깐 놀랐던 윤슬은 채린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윤슬이 문을 바라보고 있자 다른 부원들의 고개도 모두 함께 돌아갔다.
“…쟤 왜 왔어?”
“모르겠는데.”
주현과 서은이 당황스러운 눈으로 뒷문을 바라봤다. 윤슬 역시도 마우스를 쥔 손을 잠시 멈췄다.
“선생님, 저 들어가도 돼요?”
소엽 쌤이 무슨 일 때문이냐고 묻자, 채린은 손에 쥐고 있던 흰 종이를 내밀었다.
“저 담임 선생님한테 여쭤봤는데, 전학생은 부원 다 차도 일단 신청은 할 수 있대서요!”
채린의 손에 쥐어진 건 다름 아닌 방송부의 입부 신청서였다. 2학년 부장을 맡고 있는 주현이 그 종이를 받아들고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어쩌지. 우린 면접 보고 들어오는 데라서.”
“그럼 나도 보면 안 될까? 나 다른 부는 아는 사람도 없고….”
“…없긴 왜 없어? 가영이랑 소희 테디베어 부잖아. 아, 예원이도 있고.”
서은이의 말에 헤헤 웃던 채린의 얼굴이 굳었다.
“아무튼 신청서는 받을게. 근데 부원들끼리 투표는 해봐야 할 것 같아.”
그런 채린의 신청서는 주현이 받아 갔다. 말이 없어진 채린은 윤슬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윤슬아….”
“어?”
“나 진짜 시켜만 주면 열심히 할게! 1학년들이랑 똑같이 청소도 할 수 있고….”
“우리 그냥 다 돌아가면서 해. 1학년만 청소하는 거 아닌데? 뭘 그렇게까지 말을 해~”
분위기가 진지해지자 윤슬은 괜스레 장난스레 말을 받아쳤다.
“자, 그럼 아직 동아리 시간 안 끝났으니까. 일단 애들 활동할 수 있게 학생은 나가고….”
그런 분위기를 끊어 준 건 다름이 아닌 소엽 쌤이었다. 채린은 소엽 쌤에게 다시 한번 입부만 시켜준다면 잘할 자신이 있다는 인사와 함께 퇴장했다.
“어떡하지.”
“윤슬아, 너네 반 애야?”
채린과 모르는 사이라 조용히 하고 있던 다른 2학년들의 입이 열렸다. 윤슬은 잠시 멈췄던 1학년의 증명사진을 보정하다 대충 대답했다.
“어어. 우리 반~. 근데 우리 1학년들 나가면 얘기할까? 끝나고?”
“응. 알겠어.”
하지만 동아리 시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줄 인내심은 없었는지 윤슬이 사진을 보정할 동안 이미 카톡으로 얘기를 마친 것 같았다. 그러지 않고서야.
딩-동-댕-동-
“언니, 안녕히 계세요~”
“응. 얘들아 잘 가!”
동아리 시간이 끝나자마자 이렇게 모두가 반대할 리가 없었으니까.
윤슬이 보내 준 증명사진 파일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1학년을 배웅한 뒤, 윤슬을 뺀 모두가 반대표를 던졌다.
“우리 기수도 그렇고 우리 선배들도 그렇고, 전학생 받아준 적 없었어, 한 번도.”
“솔직히 이제 방송부는 너네가 기준이 되는 건 맞는데…. 만일 꼭 끼워주고 싶다면 나쁘지는 않거든? 근데 언니는 잘 모르겠다.”
일단 방송부에 굳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3학년은 물론이고.
“쟤 끼워주면 형평성에 어긋나지. 신청서 보니까 어디 대회 나간 적도 없고.”
“나도 별로…. 쟤 한 명 끼면 여기저기서 다 뭐라고 할 텐데 굳이 그거 듣고 싶지 않아.”
2학년들 역시도. 단순한 의견 공유 같았지만 윤슬은 눈치챘다. 혹시라도 자신이 채린을 입부시켜주자고 말할까 봐 조심스럽게 돌려 반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도 딱히 끼워줄 생각 없었는디.’
전학 와서 마음 붙일 데 없어 보여 신경이 쓰였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을 굳이 불편하게 만들 생각까지는 없었다.
“어, 알았어. 나도 동의.”
윤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현이 박수를 쳤다.
“자 그럼! 신입 부원은 안 받는 걸로. 이상입니다.”
“와~”
그렇게 채린은 방송부에 입부하지 못하고 다른 부에 들어갔다. 방송부는 안 될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채린은 아쉬워하긴 했지만 더 이상 부담을 주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그 모습에 경계하던 주현도 별다른 생각이 더 없어 보였다. 그때까지는.
* * *
“자, 그럼 이쪽도 시작해볼까.”
나는 오늘도 유리와 예령을 비교하는 바이럴 기사들을 체크했다.
그쪽이 바이럴이라면 이쪽도 바이럴로 대응해주지.
“인터넷 좀 하는 대중이라면 그런 기사에 휩쓸릴 수 있겠지만….”
진짜 도파민 중독자들은 기사 말고 다른 여론에 휩쓸리기 마련이지. 그리고 아예 커뮤와 담을 쌓고 산 SNS 가입자들도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것.
“웃기면 되는 거니까.”
나는 아이템 숍을 클릭했다. 이걸 쓰고 싶어서 스타일 슈어 서포터즈가 끝난 다음에도 포인트를 위해 꾸준히 글을 업로드했었거든.
「▼상세 설명▼
✧✿여기 있어요✿✧ (사용 시간 5시간)
: SNS에서 눈에 띌 수 있는 포션! +1~100 (확률 랜덤) 입니다.
당신의 계정이 무작위로 SNS 사용자들의 피드에 노출됩니다.
※ 유명세 ( 100 )부터 사용 가능한 아이템입니다.」
이제 드디어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유명세가 간당간당하게 되지 않아서 한 5화 정도 방영 후에나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지.
‘교복 대여점 SNS 계정 팔로워가 빨리 늘어서 다행이야.’
교복 대여점은 오픈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팔로워가 만 명을 넘겼다. 팔로우를 한 상태로 대여를 하러 오면 2시간을 더 연장해 줬기 때문에 거의 방문하는 모든 고객이 팔로우를 눌렀다.
‘물론 했다가 취소하는 손님도 있었지만.’
엄선해서 잘 나온 착용 사진들만을 올려 두니 외국인 팔로워들도 많이 늘었거든. 이제 롤데월드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에 ‘오늘교복’, ‘오늘교복 가격’ 같은 게 함께 나오더라.
교복 대여점 계정의 팔로잉 계정은 오직 1. 바로 서윤슬 계정이다.
‘그거 타고서도 사람들 많이 들어와서….’
그리고 교복 대여점에 차재겸 사진 올려뒀더니 아직도 지난번 우결깍지가 벗겨지지 않은 고객들이 메시지를 보냈었다.
-진짜 안 사겨요?ㅠㅠㅠㅠ
-제발 사겨줘요 ㅁ_ㅂ 아니면 나 계속 비밀연애라고 생각한다? 흐흑…
-아무 사이 아니면 재겸오빠한테 메시지 답장좀 해주라고 말해주심 안될까요ㅎ.. 읽음표시는 뜨는데 답장이 없네요ㅠㅠ
-Wow! Soooo lovely korean couple 😀 (양덕의 합성 보정 사진 첨부)
마지막은 같이 찍은 적 없는데 교복 입고 찍은 사진을 정성스럽게도 합성해놨더라. 어이가 없는데 웃기긴 웃겨서 차재겸한테 보내 줄까 하다가 뭔 난리를 칠지 무서워서 그냥 안 보냈다. 그랬더니….
지잉-
[자기야… 우리 좋았잖아…기억나지…?] [(양덕의 합성 보정 사진)] [제발 돌아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orean couple (。•̀ᴗ-ღ)♥]‘차재겸한테도 보냈었냐….’
차재겸은 답장할 때까지 전 남친 코스프레를 했다. 프로필 사진으로 하겠다고 하길래 싹싹 빌어서 간신히 말릴 수 있었다. 역시 날조가 보통이 아니다.
“뭐, 아무튼 잘 됐나.”
그 korean couple 사진 보내 준 양덕은 꽤 유명 계정이었다. 잘 어울리는 한국인마다 잡아서 합성을 하거나 이미 럽스타를 하고 있는 사람들 사진을 퍼가서 업로드하는 계정인데, 거기도 올라가니 내 계정은 10만을 달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만 명을 더 추가로 모았다.
“좋아. 업로드 완료.”
그래서 뭘 어디에 업로드했냐고? 참고로 나는 유스타 계정이 한 개가 아니다. 서윤슬 계정 말고. 팔로워가 엇비슷하게 많은 계정이 하나 더 있지.
[친구 없으면 못 부르는 페이지]맞다. 키키 게스트의 친없못 페이지는 카드뉴스 위주였기에, 사진만 업로드하는 유스타 계정이 하나 더 있다.
이것만으로는 팔로워를 모으기 쉽지 않으니 유머짤도 많이 업로드했었거든. 초반엔 이 계정까지 상태창이 인식해주면서 포인트를 퍼주다가 어느 순간부터 딱 끊었다.
‘뭐, 상태창 포인트 말고 실제 돈이 중요한 거니까.’
하지만 [이건 사야해! 이번 달 신상]이라거나, [10만 원대 여자친구 선물 추천]이라거나. [익선동에 가면 꼭 가봐야 할 맛집 리스트] 등 광고 받을 구석은 많았으므로 여전히 잘 키우고 있었다.
나는 이 계정에 유리를 업로드한 다음 아이템을 쓸 예정이다.
[퍼스널 컬러의 중요성.jpg]…유리가 1성에 가 줘서 다행이다.
* * *
[유머게시판] 퍼스널 컬러의 중요성.jpg (댓글 207개)윤슬이 친없못 유스타 계정에 업로드한 글은 평소보다 더 인기가 좋았다. 무작위로 유스타 사용자들의 피드에 뜨기도 했지만, 일단 짧고 굵게 웃겼기 때문이다.
(초반. 잘 어울리는 헤메코로 눈에 생기가 가득한 유리 캡처.jpg)
(후반. 칙칙한 그레이 트레이닝을 입고 눈에 생기가 싹 사라진 유리 캡처.jpg)
-ㅋㅋㅋㅋㅋㅋㅋ 저렇게까지 안광이 사라진다고?
-와 진짜 전후 극명하닼ㅋㅋㅋㅋ
-맨 밑에 있는 귤같다
˪썩은 안색 빼
˪ㅋㅋㅋㅋㅋㅋㅋ미쳤냐고
-ㅋㅋㅋㅋㅋ아 너무 어이없어서 웃음밖에 안나옴ㅠㅠㅋㅋㅋㅋㅋ
애매하게 잘 어울리는 2성에 갔으면 이 정도의 파급력은 없었을 텐데, 확실하게 1성 참가자들이 입는 컬러가 너무 안 받은 덕에 온갖 별명이 붙기 시작했다.
[잡담게시판] 이 참가자 누군가요 꼬질꼬질 커엽ㅋㅋㅋㅋ저희 집 냥이 같아서 정가네요 이놈도 길거리에서 저렇게 꼬질할때 주워왔는데 어느새 집안 깡패가 됐다죠ㅋ
(고등어 냥이 사진.jpg)
-요즘 프로젝트 111나오는 참가자인데 노래 잘합니다ㅋ 이름은 김유리에요
˪오ㅋㅋ 빠른 답변 감사합니다 나중에 한표 줘야겠네요
-뚱냥이 귀여웡
-딱이네요 제 여친감으로 딱
˪18살입니다 철컹철컹
-전 저런 모습이 더 좋네요ㅋㅋ 첫 참가때가 이쁘긴 한데 카톡 씹을것같아서 쫌…;;
-고양이사진은 10장 올려야 하는게 도리 아닙니까 인생 똑바로 사세요
그 덕에 귤부터 고양이까지 밈이 붙기 시작했다. 유리에게 하찮은 캐릭터성이 생긴 것이다. 윤슬은 아이템이 사라지기 전 에이스북에 글을 하나 더 올렸다.
[AceBook]▶친구 없으면 못 부르는 페이지
소름끼치는 프로젝트 111 참가자의 실력
(영상)
물론 첫 참가 때 유리가 불렀던 노래 클립이다. 짧게 녹화한 영상은 일부러 에이스북에도 공유가 가능하도록 설정해 놨다.
‘이러면 컨텐츠 만들기 귀찮아하는 놈들도 불펌해가니까.’
윤슬의 예상이 정확했다. 에이스북 페이지에 광고를 받는 페이지들이 윤슬의 게시글을 그대로 가져갔다. 이왕 가져갈 거 반응 좋은 ‘퍼스널 컬러의 중요성’까지 함께. 원플원으로 불펌을 해가는 노양심들을 보며 윤슬은 너그러이 미소 지었다.
‘잘한다. 무료 광고되네….’
[AceBook]▶소름끼치는 일반인 라이브 페이지
▶안웃겨요? 전 웃긴대요? 웃대 페이지
▶음악에 미치다 페이지
팔로워가 높은 곳들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가 퍼갔다. 커뮤니티와 SNS에 뷰 수가 찍히는 걸 보며 윤슬은 예령의 소속사를 비웃었다.
‘바이럴은 이렇게 하는 거다. 멍청이들아.’
연습생 생활이 길었건 말건, 대중들은 결국 실력자에게 일단 눈 돌리게 되어 있기 마련이었으므로. 서사가 있는 대신 실력이 없는 참가자보다 실력 있는 참가자에게 서사 만들어 주는 쪽이 훨씬 더 쉬운 편이었다.
‘뭐 그리고…. 유리야 간절함이 없어 보일 뿐이지. 성장캐 서사는 가능하잖아?’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성장캐 좋아합니다, 식의 생각을 한 윤슬은 아이템의 효과가 생각보다 좋다는 걸 바라보며 뿌듯해했다.
‘비싸긴 더럽게 비쌌지만….’
유리를 위해 사용한 아이템 포인트는 200포인트였다. 윤슬은 부들거리는 손으로 애써 침착한 척하며 포인트는 다시 쌓으면 되지만 친구는 아니라고 자신을 위로했다.
“그래. 안 아깝다. 난 절대 안 아깝다….”
그리고 포션 없이 커피만 들이켜 가며 밤을 새웠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당장 내일 라몽드 팝업 스토어에 가야 했으니까.
* * *
“그래. 이거 먹을 포인트는 남겨 놨어야 했어.”
라몽드 팝업 스토어에 가는 날 아침, 윤슬은 예쁜 게 죄야 포션을 사용해서 부기를 뺀 자신을 바라봤다. 분명 충혈되어 있던 눈까지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옷은 뭘 입지….”
물론 찰떡지수가 가장 높은 것들이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지만, 지난 라몽드 팝업 스토어에서 느꼈다. 사람은 잘 어울리는 것 말고 좋아하는 걸 선택했을 때 더 빛난다는 걸.
‘물론 예뻐 보이는 건 더 잘 어울리는 거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웃는 얼굴이라거나, 반짝이는 눈 같은 건 또 달라 보이게 만드는 법이었다.
“그럼 오늘은 이걸로 할까….”
윤슬은 찰떡지수가 조금 낮은 편이긴 하지만 좋아하는 디자인의 원피스를 집어 들었다.
「▼상세 설명▼
[체리쉬 민소매 원피스 (화이트/Size S)]158,000
→SS 시즌을 맞이해 새로 나온 제품. 가슴팍의 체리 자수로 포인트를 준다. 화사하고 밝은 화이트 바탕에 허리 뒤 리본 끈으로 사랑스러움을 더했다. 네크라인이 브이넥이라 목걸이를 함께 하면 매력 스탯이 추가된다.
▶찰떡지수: 70
특성: 달달한 체리를 바라보다 당신의 기분까지 달달해질지도?
매력: 스탯이 (+10) 늘어난다.」
오늘 하루가 달달한 기분이 들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