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18)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18화(118/405)
“윤슬아!”
라몽드의 팝업 스토어가 있는 역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던 날. 채린은 약속 시간보다 조금 더 이른 시간부터 나와 있었다. 윤슬을 보고 손을 붕붕 흔드는 채린은 너무 떨린다며 옆에서 호들갑을 떨었다.
“오늘도 진짜 예쁘다~. 너 사복 잘 입는 건 알고 있었는데!”
채린은 윤슬의 SNS 중에서 무슨 사진이 마음에 드는지, 언제 특히 예뻤는지 등을 말하며 팔짱을 꼈다.
라몽드 팝업 스토어는 지난번 윤슬이 호캉스를 하러 왔던 피크하얏트보다 한 급 높은 그레이트하얏트 호텔이었다. 입구에서부터 좋은 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로비를 걷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자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라몽드 오셨나요?”
“아, 네. 맞아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저, 서윤슬이요.”
“윤슬님 맞으시구나! 너무 반가워요. 얘기 많이 들었어요!”
라몽드 직원증이 걸린 목걸이를 하고 있는 스탭은 윤슬의 손을 잡고 반갑게 흔들었다. 그리고 호텔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카드를 하단에 찍었다.
“24층에서 내리시면 돼요. 거기서 또 내부 안내해 드릴 거예요.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엘리베이터가 닫히자마자 조용히 윤슬의 팔짱을 끼고 있던 채린은 흥분해서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와 윤슬아! 너 진짜 인플 맞구나…. 나 사실 이런 데 와본 것도 처음이야.”
‘나도 처음인디.’
“원래 앞에서 직원이 대기하고 있는 거구나….”
“아마 카드 안 대면 층 인식이 안 돼서 그런 걸걸?”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갈수록 채린은 마치 자신이 날개를 달고 위로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지 입을 쉬지 않았다.
“아아 진짜? 이런 데 많이 와보면 다르긴 다르네….”
‘옛날에 인튜브에서 본 건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조용한 24층이 드러났다. 작은 대리석 계단 몇 개를 올라가자 입구에 서 있던 다른 직원이 다시 한번 방문객을 체크했다.
“성함과 연락처 끝 번호 말씀해주시겠어요?”
“서윤슬. 0000입니다.”
“아, 윤슬님! 이리로 모실게요.”
두꺼운 코랄 빛 커튼을 걷자 입구가 드러났다. 그러자 그곳에 다른 세계가 있었다.
“와.”
윤슬도 모르게 입을 벌릴 만큼 화려한.
돈을 얼마나 바른 건지 바닥까지 꽃들이 내려와 있었다.
‘이 중 대부분은 생화인가 봐.’
꽃향기와 풀 향기의 싱그러움이 코끝을 찔렀다. 노란빛의 조명 사이로 등나무 장식들이 나풀거렸다. 우아한 공간의 창 너머로는 탁 트인 산길이 보였다.
“윤슬님! 왜 이제 왔어요~. 얼마나 기다렸는데.”
오늘만을 기다리고 있던 건지 평소보다 배는 화려하게 꾸민 다이아수저가 뛰다시피 입구로 걸어왔다. 머리 위에는 지난번 봤던 스킬이 띄워져 있었다.
「[랜덤 스킬: 역시 나야…? 역시 나야…! 1COMBO]」
“자자, 소개할게요! 이 루키가 지난번에 저와 일대일 미팅을 해서 결국 이긴! 그 고등학생입니다.”
손에 들린 무알콜 칵테일이 찰랑일 정도로 신나 하는 다이아수저 앞에서 윤슬은 조금 멋쩍었다.
부끄러운 듯 웃는 윤슬에게 주변에서는 과할 정도로 관심을 가졌다.
“아! 저 봤어요. 그 증명사진?”
“저 로맨스필름으로 보정해요~. 웬일이야. 고등학생? 그럼 지금 몇 살이에요, 열일곱? 열여덟?”
“열여덟 살이요….”
“완전 애기네! 너무 귀엽다~”
다이아수저가 직접 바로 다가가 윤슬이 좋아할 만한 달달한 음료를 양손에 쥐고 왔다. 옅은 주홍빛 액체 위로 장미 꽃잎이 너풀거렸다. 작은 로즈마리도 하나 띄워져 있었다. 잔 위로 은은한 복숭아 아이스티 향기가 났다.
“이거 마셔요. 오는 데 멀진 않았어요? 내가 택시라도 보내줄 걸 그랬나.”
“택시는 무슨! 진짜 집에서 가까웠어요.”
“옆에는 친구? 같은 반?”
“네! 윤슬이 친구 채린이라고 합니다.”
“친구도 귀엽네. 여기 연예인 많은데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사진 찍어달라고 얘기해 봐요. 그럼 윤슬 씨 잠깐 이리로 와볼래요?”
자연스럽게 윤슬의 어깨를 감싸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해주러 간 다이아수저 뒤로 채린의 눈동자가 빛났다.
* * *
라몽드의 팝업 스토어는 여러 콘셉트로 꾸며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안쪽은 꽃을 들이부은 것처럼 화사했다. 메인 포토존으로 지정해 둔 곳으로 문을 열자 사방이 화면으로 가득 찼다. 화면 너머에서는 어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널따란 자연이 흘러나왔다. 나도 모르게 몇 발자국 걸어 방의 한가운데까지 걸어 나가자 스피커를 비싼 걸 썼는지 웅장한 사운드가 귓가에 꽂혔다.
달칵-
다이아수저가 문을 닫고 나를 보며 웃었다.
근데 잠깐, 문 잠기는 소리가 난 것 같았는데?
“근데 제 친구 이런 데 처음이라 옆에 있어야 되는데.”
“애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에요? 그리고 이런 얘기 할 때 친구가 옆에 있으면 안 돼요. 이런 배려심…. 역시 나야.”
“왜요? 비밀 얘기하실 거예요?”
“아니 비밀은 무슨. 근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괜히 있는 줄 알아요? 하물며 친구가 땅을 사. 그러면 얼마나 아프겠어.”
이거 무알콜이라며? 사실 알콜 있는 거 아니야?
나는 의심스럽게 다이아수저를 바라봤다.
“윤슬 씨가 보기엔 어때요? 지금 여기.”
“좋아요. 예쁘고…. 신경 많이 쓰신 것 같아요.”
“그런 거 말고.”
취한 사람처럼 지나치게 들떠 있던 다이아수저가 순식간에 차분해졌다.
“나는 좀 더 제대로 된 대답을 듣고 싶은데?”
그 목소리에 무알콜 칵테일을 마시던 나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반가워요. 키키 게스트 에디터 서윤슬 씨.”
“콜록.”
“와우. 반응이 진부해요.”
“아니, 콜록…. 무슨 그런 얘길, 컥, 나 칵테일 마실 때 하니. 까.”
“나 진짜 몇 날 며칠을 고민해봤거든요? 근데 답이 안 나와서. 오늘 꼭 물어봐야지 생각했어요.”
성큼성큼 내게로 다가오는 다이아수저 등 뒤로 화면이 전환되었다. 숨이 막힐 만큼 쨍하고 화려한 붉은 장미 넝쿨이 펼쳐졌다.
“왜…. 그렇게 계산을 잘하는 사람이…. 그동안 우리 광고 거절했어요?”
당황해서 기침을 연달아 하던 내게로 다이아수저가 손을 뻗었다. 빨간 네일아트가 되어 있는 길쭉한 손톱으로 내 입술에 붙어 있던 장식용 장미를 떼어냈다.
“…학업에 집중하느라?”
“거짓말하지 말고~!”
“우리가 진솔하게 얘기 나눌 사이는 아니지 않나요…?”
“아니아니. 우린 그런 사이예요.”
“오늘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급하게 문으로 향하려던 나는 다이아수저에게 막혔다. 오늘따라 높은 힐을 신어서인지 키가 180은 되는 것 같은 다이아수저에게서 도망가려 해봤지만.
“어딜.”
내가 왼쪽으로 가면 왼쪽으로 따라오고.
“가려고.”
내가 오른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따라오는 다이아수저의 순발력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근데 어떻게 알았어요?”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 어디 있어요. 털면 다 나오는 거지.”
“방금 발언 너무 깡패 같아요.”
“윤슬 씨가 우리한테 한 짓이야말로 깡패 아니고? 우리 광고 거절하고 경쟁업체만 쏙쏙 골라서 해줬더라? 엔지생건쪽이랑 아주 조오은 사이로 지내는 것 같던데. 거긴 얼마 주던가요?”
“그런 건. 대외비죠…. 아실 만한 분이 왜 이러실까….”
“그걸 아는 사람이! 우리 처음 만났던 미팅 날! 스슈에 일기를 써?! 보니까 그것도 다 설계된 거네!!!”
이거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나는 어색한 알파카 웃음으로 잇몸을 자랑해봤다.
음. 안 먹히는군. 우리 아빠는 이 표정 되게 좋아하던데. 박동진 기자 기사마다 후속기사 원해요 버튼을 눌러 줄 정도로.
“이건 90% 이상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건데…. 커뮤니티에 우리 브랜드로 작업질 친 거 윤슬 씨 맞죠?”
“작업? 질? 이라니요? 무슨? 소리를? 하? 시는지?”
“이거 맞네, 맞아. 아니 한평생을 바이럴만 한 것처럼 어떻게 사람이…. 하, 나 말문이 막혀서.”
목이 타는지 한 손으로 쥐고 있던 잔을 입가로 가져가 벌컥벌컥 마시는 다이아수저에게서 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X발….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왔지.’
빈 칵테일 잔을 들고 얼음까지 야무지게 와작와작 씹어 먹은 다이아수저는 아까의 밝은 목소리가 사라져 있었다.
“돈 좋아하는데…. 머리 잘 돌아가는데…. 왜 거절했냐고요.”
아무래도 대답을 하기 전까지 풀어줄 것 같지 않군.
나는 순순히 대답했다.
“몸값 올려보려고요.”
“…그게 다다?”
“돈 좋아하는 거 아시면서.”
“동업자는 몇이나 있어요?”
“저 혼자 하는데요.”
“거짓말하지 말고.”
작업질 치다 걸려서 그런지 다이아수저에게서 세상 모든 불신이 묻어나는 것 같다. 믿지 않는다는 듯 다시 얼음을 와작거리며 씹는 다이아수저에게 나는 다시 대답했다.
“진짜 저 혼자 하는 거예요. 뒷조사할 때 아무도 안 알려줬어요?”
“말이 돼? 학교 다녀, 공부해, 그러면서 작업까지 혼자 하면 잠은 언제 자는데요.”
안 자는디.
“밤은 새라고 있는 거예요.”
“큰일 날 소리를 하네. 그러니까 이렇게 키가 안 컸지.”
그쪽이 평균보다 큰 거야!
공들인 머리카락을 몇 번이나 답답하다는 듯이 슥슥 넘기며 한숨을 쉬는 다이아수저는 심호흡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얼마 주면 광고 다시 받을 건데요?”
“솔직히 오십만 원은 아니죠….”
그렇지만 나도 할 말이 있다 이거다. 너네 내가 키키 게스트 에디터인 거 몰랐을 때 어땠냐? 오십만 원 주면서 오백 시간 부려 먹으려고 했어, 안 했어?
자기도 창피한 건 아는지 얼굴을 붉히는 다이아수저는 뭘 잘했다고 다시 언성을 높였다.
“에디터인 거 알았으면 그 가격 안 불렀죠!!!”
고급 스피커의 사운드까지 뚫는 그 소리에 나는 두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광기 어린 눈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다이아수저에게 금방 다시 따라잡혔다.
“얼마, 얼마면 돼…. 얼마면 바이럴 작업도 같이 쳐 줘요?”
“이…. 이거 놔요.”
“주식 좋아하는 것 같던데 어떻게, 이왕 가지고 있는 주식값 좀 올려야 되지 않겠어요? 회사 잘 되면 윤슬 씨도 좋은 거 아닌가?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이게 바로 세상에 다시없을 일석이조….”
「[랜덤 스킬: 역시 나야…? 역시 나야…! 2COMBO]」
다이아수저의 머리 위에서 스킬이 폭발하듯 빛났다.
「[스킬: 원석을 보는 눈 (A+)]
▷목적 달성을 성공해, ‘역시 나야!!!’ 상태가 되어 성공하는 선택 3COMBO! 확률이 상승합니다. (성공 선택 20% 상승!)」
* * *
채린은 핸드폰을 들고 카메라로 셀카를 찍는 척 뒤에 있는 연예인들을 힐끔거리는 중이었다.
‘대박. 저거 로쉐 아닌가?’
걸그룹부터 인튜버, SNS만 틀면 나오는 유스타스타까지 유명한 사람들이 모두 모인 이곳은 자신이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았다. 그럼에도 자꾸만 이곳에 오래 있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난생처음 오는 고급 호텔의 행사장은 머리가 아찔할 정도로 달았다.
‘윤슬이는 이런 데 익숙해 보이던데….’
이런 데 혼자 있는 게 익숙해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아까 윤슬을 데리고 간 높은 사람이 쥐어 준 칵테일 잔을 힘주어 잡으며 채린은 고민했다. 모두가 여유롭고 능숙해 보이는 이곳에서 자신만이 어색해 보였다.
채린은 몰래 유명인들이 구석에 나오도록 사진을 찍은 다음 전 학교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자 곧바로 답장이 왔다.
[야 미쳤다ㅠㅠ 채린이 완전 슈스됐넹ㅋㅋㅋ] [다음에 나도 데려가면 안돼? 나도 슈스친구랑 같이 사진찍고시퍼…]유명해진 자신을 부러워하는 친구들에게 괜히 으쓱해진 채린이었다. SNS에도 실시간으로 사진을 업데이트해서 그런지 메시지가 평소의 배는 더 많이 오고 있었다.
지잉-
[너 뭐야? 서윤슬이랑 친해졌어?]지잉-
[헐 채린아ㅋㅋ 나한테 연지가 연락왔다 요즘 너 얘기 들었냐면서…; 모른다고 얘기는 했는데 서윤슬이랑 어떻게 친해졌는지 그런거 꼬치꼬치 캐묻넹 ㅠ 너 전학가고 나서 연지랑 연락 안했지?]채린은 몇몇 친구들에게만 선택적으로 답장을 해준 다음 핸드폰 화면을 껐다.
“윤슬아!”
윤슬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