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19)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19화(119/405)
윤슬은 다이아수저에게 탈탈 털린 다음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몇 가지 조건을 서로 내걸며 구두계약을 마친 다음에야 잠겼던 문이 열렸다.
‘살았다….’
어두운 배경 사이 정신없이 화면이 바뀌던 메인 포토 존의 문이 열리자, 바깥의 따스한 조명이 눈부시게 들어왔다.
“휴….”
윤슬은 마치 10년간 장기 복역을 한 모범수처럼 퀭한 모습으로 채린을 향해 걸어갔다. 바싹 목이 타 칵테일을 한잔 더 마시려던 때였다.
“청현이다….”
“와 개미쳤다.”
“야, 야. 저기 봐.”
웅성거리는 소음으로 주위가 시끄러워졌다. 작은 말들이 모여 붕붕 뜨는 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고개가 입구 쪽으로 돌아갔고,
찰칵-! 찰칵-!
연속해서 카메라 소리가 울렸다. 윤슬도 이름만 칵테일인 아이스티를 마시다 말고 입을 벌렸다.
“돌았네.”
왜 방송용 카메라는 실물을 못 잡아낸다고 하는지 절절히 이해가 가능한 때였다. 자신이 청현이었으면 카메라 감독에게 민사와 형사 가리지 않고 고소장을 갈길 것 같은 얼굴이었다.
“처,처처처,청현이다….”
채린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카메라를 황급히 켰다. 카메라 액정 너머 움직이던 청현이 눈부셨다. 깔끔하게 베이지 컬러 슈트를 입고 있던 청현이 점점 가까워졌다.
“…어?”
청현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와 윤슬 앞에 마주 섰다. 그리고는 반갑게 웃어 보였다.
“안녕. 여기서 만나네요.”
‘나한테 왜 인사하지…?’
“개잘생겼다.”
순간 입과 머리가 따로 놀아버린 윤슬은 황급하게 말을 주워 담았다.
“정말. 잘생기셨어요. 실물이. 너무… 그렇네요….”
“하하, 너무 그런 건 또 뭐야.”
청현이 웃자 주변의 소음이 더 거세지기 시작했다. 윤슬은 뚝딱대며 얼굴을 붉혔다.
‘잘생긴 사람한테… 좋은 냄새도 난다….’
청현은 이런 시선이 익숙한 듯 주변에서 건네주는 칵테일을 들었다.
“하진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어떤 얘기를….”
“글쎄? 어떨 것 같은데요?”
미남이 질문하면 머리가 마비된다는 걸 윤슬은 실감했다. 뇌세포가 모두 얼굴 집중 부서로 이동한 것인지 질문 대답 부서는 텅텅 비어 버렸다. 그런 윤슬을 보고 청현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이유 모를 말을 했다.
“다음엔 하진이보다 내가 더 좋을걸요?”
그리고는 손을 흔들고 다이아수저를 만나러 갔다. 옆에서 얼어 있던 채린은 윤슬의 어깨를 두드렸다.
“야, 미쳤나봐! 팬서비스 미쳤나봐!”
“그러게…. 얼굴 미쳤다….”
다른 연예인들도 들렀다 가는 팝업 스토어에서 청현만큼 눈길을 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채린은 이날 찍은 청현의 사진을 유스타에 업로드했고, 오연지에게서 전화가 다섯 번이나 왔지만 끝내 받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윤슬은 하루 종일 청현의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진짜 미쳤다니까…?”
팝업 스토어를 갔다 바로 도서관으로 간 윤슬은 아직까지 실물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놀라운 얼굴을 모두에게 알려야 된다는 사명감이라도 든 사람처럼 실성한 나머지.
“…그렇게 청현이, 좋아?”
“하하. 지난번엔 그 까만 아저씨? 아니었나. 이젠 하얀 아저씨네.”
두 사람에게 지나친 충격을 주고 있다는 건 눈치채지 못했다. 청현을 몰랐던 두 사람은 윤슬 때문에 인터넷에 검색을 마친 후였다. 윤슬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도서관에서 요점정리를 하고 있던 두 사람은 마시고 있던 음료의 빨대를 씹었다.
“야, 아저씨 아니야.”
“…곧 서른인데.”
“맞아. 그러다 보면 환갑도 금방이고.”
순식간에 청현은 26세에서 61세가 되었다. 윤슬은 콘서트보다는 디너쇼가 어울린 남자가 된 청현을 떠올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잇몸 마르게 미소를 지었다. 오늘 옷을 잘 골라서, 달달한 얼굴을 행운처럼, 그를 만난 것 같았다.
“아니, 진짜 잘생겼어…. 오빠야 오빠. 잘생기면 오빠니까. 너네도 봤어야 했는데.”
넋 놓고 영단어집을 든 윤슬의 맞은편에서 샤프심이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그날 저녁 라몽드의 인튜브 계정엔 청현의 실물이 조금도 담기지 못한 짧은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InTube] [라몽드/ 팝업스토어에 방문한 한떨기 꽃같은 청현♥ 실물 맛보기]좋아요 201 싫어요 2
-으아아악!!!으아아악!!!으아아악!!!( ´•̥̥̥ω•̥̥̥` )
-청현아 나다. 네 부인. 전화기를 이러버려서 열락을 못.하고있으니. 번호.남기거라.
˪ㅋㅋㅋㅋ아 누가봐도 수상하잖아요ㅠ
-비활동기에도 와꾸관리 잘하는거봐 효자다 효자ㅠㅠㅠ
-한국에서의 왕자님 (o;TωT)o 일본 활동 역시 애타게 기다리고 있게 되는-!
-진짜 카메라 부셔버려 청현 실물 저것보다 훨 잘생겼어요ㅠㅠㅠㅠ 그냥 주변에서 다 미쳤다고 중얼거리고 있음
˪저것보다 더…? 말도 안돼
-싫어요 2 뭐야ㅋㅋ
* * *
같은 시간. 채린은 팝업 스토어를 다녀온 후 전학 오기 전 학교 친구들과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어, 연예인 진짜 많이 왔더라~”
-서윤슬 걔 별로인 줄 알았는데…. 오연지 말만 들었을 땐 되게 싸가지 없지 않았어? 너한테는 되게 잘해주나 보다.
“연지가 솔직히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지. 난 윤슬이 이해돼.”
라몽드의 이번 신상이 가득 들어찬 쇼핑백은 방문객 모두에게 선물로 주어진 것이었지만, 채린에게는 의미가 달랐다. 또래 친구들에게 손쉽게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무언가가 가까이 다가온 것이었다. 그것도 아무런 노력 없이 거저로. 윤슬의 곁에 있다는 이유 하나로!
-윤슬이 평소에는 어때? 나도 다음에 소개해주면 안 돼?
“착하긴 한데 좀 주변 친구들한테 휘둘리는 것도 같고…. 윤슬이는 나랑 같은 부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거든. 근데 걔 친구들이 정색하고 눈치 주더라. 어, 걔 팔로우 많은 애. 최주현. 너도 보면 알걸? 계정 클릭해 봐.
-아 얘~. 근데 쫌 싸가지 없게 생기긴 했다.
“그치? 맨날 서윤슬 옆에 딱 붙어서 지 뭐라도 되는 줄 알고….”
신나게 전화를 하는 채린의 한 손에 이번 시즌의 틴트가 들렸다. 거울을 보고 입술에 색을 입히는 채린은 작은 목소리로 흥얼거렸다.
“근데 뭐. 나랑 더 친해질 수도 있는 거니까. 그때 되면 너도 소개해줄게.”
-오~ 채린~. 땡큐땡큐. 근데 너 그 윤슬이 남친? 도 알아?
“남자친구 얘긴 못 들어봤는데.”
-왜 걔 있잖아. 스슈에 올렸던 남자애. 우리 잘생겼다고 했었잖아! 오연지가 짜증내서 앱 닫았던 날에.
그러자 채린의 머리속에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팔로우해 두진 않았지만 남몰래 계정 검색은 자주 했기 때문에 돋보기 아이콘을 클릭하면 가장 위에 뜨는.
-차재겸! 차재겸 있잖아.
재겸이었다.
-걔 얘기도 들었어? 아님 뭐…. 너도 이제 소개받았을라나. 윤슬이랑 친하니까.
수화기 너머 친구에게 솔직하게 대답해야 했지만, 차마 방금 전까지 윤슬과 세상에서 제일 친한 척을 한 주제에 곧이곧대로 말할 수 없는 채린이었다.
“어어. 좀 들었지.”
-나도 말해주면 안 돼? 진짜 사귀는 거야?
“그런…. 얘기는 못 들었고, 그냥 뭐 어느 학교 다니는지. 아, 오늘 걔랑 친구들? 만난다고 했었는데.
-엥? 친구들 만나는데 너는 안 데려간 거야?
되는 대로 아무렇게나 말하다 보니 낭패였다. 물론 윤슬은 재겸의 얘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어느 학교를 다니는지는 재겸의 SNS를 보면서 채린 혼자 알아낸 것이었기 때문에. 오늘 누구를 만나는지도 윤슬은 말해 준 적이 없었다. 그저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다른 친구들과 만난다는 것뿐.
“아…. 오늘 저녁은 엄마가 집에서 먹으래서.”
-아아~. 그럼 너도 차재겸이랑 맞팔이야?
“지금은 아닌데. 윤슬이가 곧 소개해주기로 했어. 그때 되면 맞팔일 듯?”
그 뒤로도 윤슬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전화기가 뜨거워질 때까지 통화를 하던 채린은 다음에 자세히 얘기해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1:10:57]윤슬의 이야기로만 한 시간이 넘게 통화한 채린이었다. 문득 채린은 자신이 그랬듯 친구 역시 자신의 팔로잉 목록을 찾아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뭐, 미리 팔로우 정도는….’
윤슬은 세세한 것까지 신경 쓰는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무신경하다면 무신경했지. 그리고 그동안 댓글로 봤을 때 차재겸과는 그냥 친구 사이인 것 같았다.
[Youstagram]벚꽃의 꽃말은?ㅋㅋ
바로 차재겸~!
장소-여의도, 세상의 많은 아침 에서
@강현우 @정민규 @한상현
좋아요 1.324
댓글 103
-당연히 중간고사 아닌가? 미친놈이네 이거
˪현우야 양심챙겨 니가 사람이니?
-ㅋㅋㅋ아니 누가 이렇게 벚꽃놀이를 본격적으로 해 이거 먹고 한강갔음?
˪당연 아래 벚꽃나무 깔려있는데ㅋㅋ뒀다뭐해
-오빠 잘생겼어용…
˪이새끼 이렇게 말해주면 진짜인 줄 알아요
˪찐이지 당연히; 뭐하는거야 근데 왜 고은하 팬계정이 있짘ㅋㅋㅋ
-재겸아 큰일났다 유겸언니가 이거 보고 너 죽여버리겠댕;;ㅋㅋㅠㅠ잘가~
˪;;;누나계정 차단해놨는데 비겁한 스파이 때문에 내가 이렇게 가는구나
채린은 머뭇거리다 재겸의 인스타를 팔로우했다.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재겸의 팔로워 사이 자신의 알람이 보일 것 같지가 않았다.
‘말 거는 건 좀…. 오바겠지….’
혹시라도 윤슬이 기분 나빠하면 안 되니까. 채린은 며칠 새 업로드 된 재겸의 새로운 사진들을 보다 자신도 모르게 전부 좋아요 버튼을 눌렀다. 이렇게 좋아요를 폭탄으로 누르다 보면 재겸이 발견하기도 쉬울 것이었다.
‘성격 좋아 보이는데 이러다가 친구 할 수도 있으니까….’
재겸이 스스로 맞팔을 걸어준다면 그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아주 이전에 캡쳐를 해놨던 사진을 떠올리며 채린은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재겸의 피드에 있는 모든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기로 결심했다.
[Youstagram]-가자미 아무리 생각해도 웃겼는데 왜 그래ㅠ 너무 서운해ㅠ
˪나도 서운해 나연아 ㅠ 앞으로 윤슬이랑 놀면 나한테도 연락해줘ㅠ 겨미도 꼭 껴줘
˪??? 둘이 아는 사이야?
˪아니 모르는 사이ㅎ 근데 슬이 친구면 내 친구도 되잖아
˪내 친구 부담스럽게 왜이래? 썩 꺼져
˪왜 이리 사람이 모질어 윤슬아… 우리 맞팔 끝났어 이제 지구촌은 하나야
채린은 어느 여름날 윤슬의 한강 사진 아래에 달렸던 댓글을 기억했다. 그 뒤로 나연의 계정에 들어가면 종종 재겸의 친근한 댓글이 보이고는 했다.
채린은 다시 윤슬의 계정으로 들어가 평소처럼 댓글을 달았다. 그러다 보면 재겸이 자신을 발견할 테고, 언젠가 그랬듯 자신에게도 먼저 다가와 줄지 모르는 일이었다.
‘윤슬이…. 더 친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
윤슬의 학교로 전학 간 건 행운이었다. 반쯤은 채린이 의도한 것도 있었지만.
“저, 우리 애가 낯가림이 좀 심한데…. 혹시 반 배정 조금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1학기가 시작되기 전, 전학생으로 인한 공석은 두 반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둘 중 하나에 들어갔어야 할 채린은 간곡한 부모의 부탁으로 윤슬의 반에 들어간 것이었다.
‘확실히 오연지 옆에 있던 때랑은 달라.’
채린은 혹시나 윤슬이 볼까 오연지의 계정에 눌렀던 좋아요를 모두 취소했다. 팔로우는 끊은 지 오래였다.
지잉-
알림을 해 둔 윤슬의 SNS에 새 글이 올라왔다. 오연지의 계정을 벗어난 채린은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핸드폰에 급하게 충전기를 꽂았다.
[Youstagram]초대해주신 라몽드 감사합니다ʕ ᵔᴥᵔ ʔ 너무너무 예뻤던 이번 팝업 스토어!
이번 신상도 역시 최고야 라몽드~!
제 픽은 14호 ‘석류머금은 목련’ 이에요. 쿨톤이라면 꼭꼭 발라보기 약속해
장소-용산구, 그레이트하얏트 에서
@라몽드
좋아요 228
댓글 12개
방금 업로드했는데 충전기를 꽂는 그 잠시 동안 좋아요가 몇백 개나 쌓여 있었다. 채린은 윤슬 혼자 포토 존에서 찍은 사진을 바라보다 좋아요를 눌렀다. 그리고 댓글을 입력했다. 재겸이 자신을 발견하고 똑같이 윤슬의 친구로 대해주길 바라며, 윤슬의 다른 친구들도 자신에게 호감을 가져주길 바라며. 그리고….
입력: 윤슬아 다음엔 같이 사진 찍은 것도 올려줘~ 우리 둘 다 잘나왔는뎅ヾ(*’∀`*)ノ♡
윤슬과 동등해지길 바라며. 윤슬의 수많은 팔로워와 사랑이 가득 담긴 댓글이 자신에게도 넘쳐나길 바라며.
지잉-
“어…?”
아무래도 생각보다 그날이 빠르게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린은 한 손으로 입을 막고 처음 보는 메시지에 행복해했다.
-안녕하세요, 채린님! 😀 여리여리핏, 젤링핏입니다! 저희 브랜드는 가방 안에 쏙 들어가 간단하게 휴대할 수 있는 데일리 다이어트 제품으로, 맛있고 든든한 저칼로리 제품들을 소개해드리는데요. 괜찮으시다면 협찬을 진행해도 될까요?
-채린님이 괜찮으시다면 추후 공구 제안도 함께 드리고 싶습니다 (ง •̀_•́)ง
협찬이야 종종 받았지만 공구 제안은 처음이었다. 윤슬의 옆에만 있다면 앞으로 이런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닐 것이었다.
채린은 이번 학교에서는 지난번처럼 누군가의 옆에서 부러워만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