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20)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20화(120/405)
띠링-!
시험을 하루 남기고 드디어 미션을 완료했다. 나는 상태창을 바라보며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협찬 말고 소원석 주지.’
유리 일 때문에 인터넷 하는 시간이 더 길다 보니까 공부할 시간이 좀 모자랐다.
「▶System
【미션: 메인】
▶새로운 사람들에게 마음을 사세요
주변인과 함께 처음 보는 사람들까지 당신에게 호감을 가지게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대로라면 눈을 마주치는 순간 ♥호감도: 100이 무리가 아닐지도?
( 30 )명 이상의 사람에게 ‘♥호감도: 90 이상’인 상태를 만들었습니다
―성공적으로 진행이 완료되었습니다.
보상
○랜덤 협찬 뽑기☜ Click」
나는 이번엔 뭐가 나오려나, 심드렁한 눈으로 클릭 버튼을 눌렀다. 잠자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부족해서 그런지 머리가 좀 멍하다.
알록달록한 룰렛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게 어지러워 잠시 눈을 감았더니, 이윽고 바늘이 걸려 멈추는 소리가 났다.
「▶[랜덤 협찬: ‘Canno’ 일회용 폴라로이드 카메라 협찬 (B+) 획득!]
○무엇이든 인생 샷을 찍어주는 카메라 획득
축하합니다!
[지금 사용하기] [인벤토리에 넣기]」“어… 지난번에? 이건 급이 좀 더 높네.”
그림 콘서트 가서 하진 사진을 찍었던 것과 비슷한 아이템이다.
B급이었던 지난 번 카메라와 달리 +가 하나 더 붙어있었다. 똑같이 말랑하고 귀여운 디자인이었다. 나는 앞뒤로 카메라를 확인했다. 같은 폴라로이드 카메라인데 +가 붙어 있다. 그러면 뭐 다른 게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똑같은데.”
의심스러운 눈으로 잠시 접어 둔 상태창을 다시 켰다. 그러자 아까는 눈에 뜨이지 않던 새로운 글자가 보였다.
“…물음표? 도움말 그런 건가?”
등급을 알려주는 (B+)옆에 노란색으로 작게 (?)가 붙어 있었다. 그 부분을 클릭하자 두 줄짜리 도움말이 나왔다.
「※ 눈을 감고서도 그 장면을 생생히 기억나게 해 주는 아이템. 단 한 장의 사진이지만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될 거예요. (1/1)」
“뭐야….”
아무래도. 이 귀한 폴라로이드의 필름은 단 한 장뿐인 것 같았다. 나는 일단 인벤토리에 카메라를 넣었다.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 * *
“윤슬아, 시험공부 많이 했어?”
오늘따라 다크서클이 에스프레소 더블샷보다 진한 윤슬을 서은이 뒤에서 끌어안았다. 익숙하게 뒤로 머리를 기댄 윤슬은 양심고백을 했다.
“서은아…. 나 머리 안 감았어.”
“아, 어쩐지.”
빠르게 떨어져 나가는 서은을 향해 누군가 들이닥쳤다.
“서은아! 서은아 아침 먹었어?”
“아니. 나 다이어트 중이라.”
“잘됐다~. 나 이거 최근에 협찬받은 건데 너네 생각나서 가져왔어.”
채린은 가방 안에서 이것저것 꺼내 서은과 윤슬의 손에 쥐어 줬다.
‘어, 뭐지. 익숙한데….’
자그마한 패키지는 차갑고 말랑말랑했다. 귀여운 핑크색으로 복숭아가 그려져 있었고. 윤슬은 한 손에 착 감기는 간식을 만져보다 깨달았다.
‘아, X발…. 이거 나 시말서 쓰게 했던 그거네.’
디자인은 그때와 다르지만 이름만은 익숙했다. 그놈의 젤링핏! 서은은 뒤에 있는 칼로리 표기를 보더니 이미 까서 먹고 있었다.
“가영아, 너도 하나 먹어~”
“와 이거 뭐야? 채린이 협찬받은 거?”
가영이의 목소리에 하나둘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협찬을 받았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운지 채린은 그 눈길에 은근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채린아, 협찬이 아니라 시끄러워서 보는 걸 거야.’
시험 당일에 이러면 안 되지.
나는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젤링핏의 곤약 젤리와 곤약 쫀드기, 곤약 효소 같은 걸 굳이 먹고 싶지 않았다.
“주현아, 너도 하나 먹을래?”
“난 괜찮아. 나한테도 협찬 왔었는데 복숭아 맛은 너무 달더라.”
“어? 뭐야? 나도 주라.”
“미안 예원아. 지금 애들 다 줘서…. 너 건 없네.”
뒤늦게 교실로 들어온 예원도 손을 내밀었지만 채린은 가방을 열어 보이며 더 남은 게 없다고 말했다. 윤슬은 마침 먹기 싫었는데 잘 됐다고 생각하며 예원에게 곤약 젤리를 내밀었다.
“예원아, 이거 너 먹어! 채린아, 예원이 줘도 되지?”
“어어…. 괜찮지. 근데 윤슬이 넌 안 먹어도 괜찮아?”
“나는 아침 먹고 와서. 미안.”
왜냐면 회귀 전에 추석 선물을 공구 제품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추석 선물이랍시고 한 박스 만 원(판매가는 5만 원으로 올려놓고 공구가로 특별히 28,900원에 판다고 했던 거다. 참고로 인플루언서 공구 전 가격은 8천 8백 원)도 안 되는 곤약 젤리를 주면서 얼마나 생색을 냈는지, 먹기도 싫었지만 그래도 공짜니까 먹었다.
‘미친 사장놈이 보너스도 저걸로 주려고 해서 죽여 버리고 싶었는데….’
아련한 눈을 했던 윤슬은 최근 자주 떠오르는 ㈜스타팅 스마트 애드의 추억을 잊기 위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시험에 집중했다.
그러나 시험 내내 ㈜스타팅 스마트 곽성팔 대표의 망령이 붙기라도 한 건지 저놈의 곤약 젤리는 매일 봐야 했다.
* * *
“근데 이거 진짜 5칼로리 맞아? 이렇게 맛있는데?”
“응. 특허받은 거라 안에 과일즙 같은 걸 칼로리 쪽 빼고 넣은 거래.”
얘들아, 누가 봐도 뒷광고 같은 이런 의심스러운 대화를 해도 되는 거니.
“이거 먹으니까 은근히 배부르다.”
“곤약이라 그런가. 씹는 맛도 있고.”
이제 슬슬 쟤네한테 노란 딱지를 붙여야 되는 건 아닌가, 나는 고민했다. 채린은 애들이 잘 먹으니까 좋은지 아침마다 시험을 잘 보라며 협찬받은 간식들을 가지고 왔다.
‘뭐…. 서은이 굶는 것보다는 낫지.’
자꾸 1일 1식을 하겠다고 하는 서은이가 신경 쓰였는데, 칼로리가 낮은 제품이니까 평소에 입맛 까다로운 서은이도 한 통 싹 비우고 엄지 척….
‘내가 지금 뭐라는 거지.’
역시 사람은 잠을 제대로 자야 한다. 포션 아이템 쓸 포인트가 아까워서 그냥 밤을 샜더니 사람이 이렇게 망가지는군.
딩-동-댕-동
“시험 끝!”
“잘 봤어? 반장~. 우리 답 언제 불러?”
“지금 부를게. 다 앉아. 1번에 4….”
드디어 시험이 끝났다. 회귀를 하고 나서 제일 적응 안 됐던 게 이 시험이었는데 그래도 몇 번 쳐봤다고 이제 익숙하다.
나는 지난달에 쳤던 3월 모의고사 점수보다 이번 시험 점수가 더 높게 나와 기분이 좋았다.
“너거들!!! 시험 끝났다고 처 놀고 자빠질 생각하지 말고!!! 곧장 집 가서 수능준비나 해라.”
담임은 꼭 말을 해도 저렇게 싸가지 없게 한다. 시험이 끝나서 다들 좋았던 기분에 재를 뿌렸다. 웃고 있던 반 애들은 담임이 앞문으로 들어오며 또 난데없이 고함을 지르자 조용히 시선을 교환했다.
‘지나 잘하지.’
옆 반은 소엽 쌤인데 우린 이게 뭔가. 빨리 집에 가라면서 구구절절 훈계하느라 종례가 늦게 끝났다. 졸려 죽겠는디.
“윤슬아! 시험 끝나고 안 놀러 가?”
“어어. 나 밤새가지고…. 너네끼리 놀아.”
“밥만 먹고 가면 안 돼? 우리 돌쇠네 갈 건데!”
나는 채린이가 팔짱을 끼고 조르자 순간 잊고 살았던 돌쇠네가 오퍼시티 70으로 떠올랐지만 너무 졸렸다.
“미안~. 다음에 가자.”
“가자 윤슬아. 내일 봐!”
물론 다이어트 중인 서은도 빠졌다. 서은이와 나는 같이 집으로 가면서 젤링핏과 채린이 얘기를 했다.
“처음엔 좀…. 너한테 너무 친한 척하는 거 같아서 별로였거든? 근데 보다 보니까 좋은 애 같기도 하고.”
경계를 하던 서은이는 쮸르를 주자 잘 따르는 고양이처럼 채린이에 대한 판단을 변경했다. 나를 향한 호감도만 확인이 가능했지만, 아마 타인에 대한 호감도도 열람할 수 있었더라면 바로 이 상태창이 떴을 것 같았다.
「※ 상대방의 가치가 A 이상이라고 판단되는 순간 ♥호감도가 +30% 상승합니다.」
채린이에 대한 호감도가 30% 정도는 상승한 것 같았다.
‘배가 많이 고팠나…봐….’
하기야 한창 배고플 나이에 1일 1식. 그것도 밥을 절반만 먹으면 배고파 미칠 거다. 나라면 아마 삼일도 못 하고 그만뒀을 텐데. 서은이는 꽤 독하게 절식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나도 상태창 때문에 좀 긴가민가했는데.’
채린이를 처음 만났던 날 살짝 켜봤던 상태창은 그야말로 혼돈과 파괴 그 자체였다.
「[스킬: 튼튼한 철가면 (B)] [스킬: (안) 죄송합니다 (B+)]」
하제인한테 보였던 철가면 스킬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안) 죄송합니다 스킬. 이거 두 개가 같이 있으니 어쩐지 엄청 수상해 보였다.
다행히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과 같아도 열람이 가능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저 스킬의 정체가 뭔지 알 수 있었다.
「[스킬: (안) 죄송합니다 (B+)]
해당 스킬은 보상 없는 노동을 nnn번 반복했을 때 획득할 수 있는 스킬입니다. 튼튼한 마음을 가지고 있게 되는 스킬.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입으로는 ‘죄송합니다’를 말할 수 있지만 속으로는 ‘내 잘못이냐?’ 하는 생각으로 HP를 보호합니다
※ 주의: 해당 스킬은 상대방의 호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근데 사람은 겪어 봐야 아는 거고….’
처음엔 나도 조은주 생각이 안 났던 건 아니다. 나한테 처음부터 친근하게 다가온데다가 내가 협찬받는 얘기에 관심을 보였으니까. 근데 나에게 하는 것과 비슷하게 소희나 다른 애들한테도 충분히 잘해주는 걸 보면 원래 성격이 챙겨주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많이 데여서 생긴 스킬일 수도 있으니까.’
(안) 죄송합니다도 그렇고, 튼튼한 철가면도 그렇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상처가 있는 친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학교에서는 다른 인플 친구가 계속 무시했다고 했지.’
그런 걸 보면 나랑 왜 친해지고 싶어 하는지도 대충 이해가 갔다. 그때였다. 내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지잉-
[자기야ㅋㅋㅋ 이것봐] [자기친구가 나한테 좋아요를 삼백개를 눌렀는데] [(채린의 좋아요 알림 캡처.jpg)] [나를… 못 잊어서… 친구들이랑… 이런 질투작전을…]여전히 과몰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차재겸이었다. 이쯤 되면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니고 안 벗어난다고 해야 맞겠다.
‘근데 채린이가 왜 좋아요를 눌렀지?’
학교에서 차재겸 얘기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작년에 조은주가 나한테 남자친구 있는지 없는지 끈덕지게 물었던 소문은 이미 같은 학년 애들 대부분이 다 알 거다. 그 뒤로는 아무도 안 물어봐서 편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입력: ㅋㅋㅋ니가 맨날 내 유스타에 댓달아서 들어가봤나보지
입력: 과대해석하지 말아줘ㅠ
[이렇게 또 튕기는 건 안변했구나…] [그런 면을 내가 좋아했지…] [기억나…?]재겸이의 연락을 씹고 문득 생각난 채린의 SNS에 들어가 봤다. 이제 좋아요가 안정적으로 쌓이게 된 뒤로 굳이 SNS에 오래 들어가 있지 않은 편이라 나는 채린이의 유스타 피드를 오랜만에 봤다.
“어…, 근데 이건 또 뭐야….”
채린이의 SNS 피드에는 나랑 같이 찍은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 * *
“언니, 저희가 남은 거 할게요!”
“맞아요. 먼저 들어가세요~”
시험이 끝난 방송부는 후배들한테 녹음기기와 카메라에 대해 가르쳐주는 시간을 가졌다. 녹음기기 때문에 기계 사이에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꼬박꼬박 청소를 하는 편인데, 지난주는 시험 때문에 청소를 안 해서 할 게 제법 많았다.
“얘들아, 자꾸 그러지 마….”
이 열의 가득한 1학년 병아리들은 꼴랑 한 살 더 많은 나에게 깍듯이 선배 대접을 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걸레를 들고 바닥을 쓸면 언니 이거 저희가 할게요! 의자를 치우면 언니 이거 저희가 할게요! 하고 계속해서 강제로 내 일을 뺏어 갔다.
‘귀엽긴 하다.’
호감도를 많이 산 보람이 있어서인지, 하경이도 계속 내 근처를 맴돌면서 내가 헤드셋 줄을 정리하면 옆에서 똑같이 정리를 하고 있었다.
“얘들아, 언니가 부스 안은 혼자 할 테니까 먼저 가.”
“언니 어떻게 그래요!”
“부스 좀 좁아서 여러 명이 있으면 먼지 올라와서 그래. 알겠지?”
“네에….”
하지만 귀여운 것과 별개로 이왕이면 청소 똑바로 하는 게 좋겠지.
옆에서 삐약대던 1학년들을 내보내자 방송부는 순식간에 고요함이 맴돌았다. 동아리 특성상 방음벽이 있어서인지 두 배는 더 조용했다. 그리고 청소를 가볍게 마치고 1층으로 나간 순간.
우르르릉-!
꽝-!!!
“미친. 비 오네…?”
나는 난데없는 폭우를 마주했다. 땅이 많이 젖은 걸 보니 아까 전부터 비가 오고 있었나 보다.
큰일이다. 나 우산 없는디.
그때였다.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최백휘]-응, 슬아. 연락을 안 보길래.
“나 방송부 청소하느라…. 근데 왜?”
-왜긴. 데리러 왔지. 어디야?
“넌 어딘데…?”
-정문 앞.
“내가 후문 쪽이라서 못 봤나 보다. 고마워 나 정문 갈게!”
그렇게 전화를 끊고 정문으로 가려던 나를 뒤에서 누군가 붙잡았다.
“윤슬아, 너 우산 있어?”
날 기다린 듯한 채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