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22)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22화(122/405)
똑같은 곡으로 정면승부라니. 이건 누가 봐도 뒤의 팀 승리가 확실해 보였다.
‘예령…. 확실히 눈에 띈다.’
똑같은 안무임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튀는 예령이 메인보컬이자 센터를 차지했고, 춤을 잘 추는 사람이 가운데에 있으니 덩달아 팀의 퀄리티가 함께 올라갔다.
모!르는척 하지마
쿵쾅대는 심장소리
정답은 하나잖아
‘잘하긴 하네.’
유리보다 더 큰 함성이 터진 것 같았다. 예령의 이름이 붙은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사람들은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심지어 편곡을 해 중간에 댄스 브레이크까지 넣었다.
“예령아!!! 와아아악!!!”
팀 전체가 상당한 연습량을 거친 듯 꽤 고난도의 안무를 소화해냈다. 손의 각도 하나까지 딱딱 맞아떨어졌다.
‘아, 어떡하지….’
열기가 고조되고, 함성 소리가 쿵쿵 울릴 때였다.
모!!!!르는!척 하지마
가까워진 눈빛 사이
정답은 하나잖아
예령의 파트에 음 이탈이 났다. 가뜩이나 고음인 파트에 좀 더 무리하다 보니 목소리가 갈라지며 칠판을 긁는 듯한 소리가 났다.
“어?”
“뭐야….”
명백한 실수에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당황하지 않고 무대를 마친 예령의 팀은 인사를 하고 내려갔다.
“자, <프로젝트 111>의 참가자들의 풋풋한 무대~! 모두 잘 보셨나요? 그럼 여러분의 마음을 움직인 팀을 향해, 손에 들고 계신 리모컨을 눌러주세요! 3, 2, 1….”
입장할 때 제작진들이 나눠 준 리모컨으로 A팀과 B팀 중 한 팀을 선택했다. 우리는 당연히 A팀이었고.
“자, 그럼 투표 집계 결과…. 승리한 팀은!”
승리한 팀 역시 A팀이었다. 화면 너머에서 본 유리는 덤덤하게 웃어 보였다. 그리고 유리의 바로 옆, B팀의 예령은 울고 있는 참가자들을 하나하나 다독였다.
“두 번째 무대, 참가자들은 모두 위로 올라와주세요~!”
“유리 진짜 잘했다, 그치 슬아?”
“응. 우리만 떨었다 야.”
“춤 연습 되게 많이 했나 봐. 나 사실 우리 유리가 또 팔다리 자유분방할까 봐…. 인터넷에서 악플러들이랑 어떻게 싸워야 하나 그거부터 생각했거든. 사실 악플러가 아니고 맞는 말 하는 사람들…이겠지만….”
이거 유리가 들었으면 악플러 대신 너랑 싸울 것 같은데.
나연이는 무대할 때 얼마나 긴장을 한 건지 김유리 이름이 다 구깃구깃 구겨져 있었다. 님뉴니 라고 써진 것 같이 구겨진 플래카드에 붙은 별들은 여전히 반짝거렸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펼쳐질 유리의 탄탄대로를 기대했다. 제작진놈들이 어떤 수작을 부릴지도 모르는 채로.
* * *
[익명게시판] 오늘 <프젝 111> 공방다녀옴 후기 찔게ㅋㅋ비밀유지조항 있는데 기다린 덕들 많아서 걍 씀ㅋㅋ 빛삭할거니까 신경ㄴㄴ
첫번째 무대부터 ㅇㄹ잇는 팀이 삑사리내서 엥 뭐야 싶었는데 나머지 애들은 무난하게 잘했음ㅋㅋㅋ 근데 ㅋㅇㄷㅅㅌ 나왔던 ㅈㅇ는 걔 혼자 파트 독식 심하더라 눈쌀 찌푸려짐
그리고 무대보고 내 픽 ㅇㅂ 됨 ㅠㅠ 아 그리고 맨날 중간에 배달의만족 광고 쳐넣어서 그런지 현실에서도 무대 중간에 배달의 만족 생각나서 괴로워졌음 이게 바로… 파블로프의 개…?ㅋㅋㅅㅂ 암튼 다들 귀여웠음 다음 공방도 가고싶다
-ㅇㄹ가 누구? ㄱㅇㄹ??
˪ㄴㄴ ㅇ ㅖ ㄹ ㅕㅇ
˪헐 삑사리냇다고???
˪ㅇㅇ 2절 거의 끝부분에 삑사리 개크게내서 주변 다 웅성거림
-어느어느 팀이 이겼는지 말해줄 수 있을까ㅠㅠ 나 ㅎㅇ이 픽인데 얘 졌을까봐 너무 떨려서…
˪아 내가 참가자 몇명만 알고 간거라… 그 팀 이겼는지 졌는지 기억이 잘 안남 ㅠㅠ미안해
-혹시 사진 없오?ㅠㅠ 직찍 안올라오네
˪입장할때 동의서 쓰고 들어간데다가 가방검사 하면서 카메라 샅샅이 뒤져서ㅋㅋㅋ 찍은 사람 없을거야~~
-근데 확실히 ㅇㄹ 있는 팀은 실력 달랐어ㅋㅋㅋ 다른팀 다 합쳐도 그만큼 못했음
˪ㅈㄴㄱㄷ) 아 이니셜 같으니까 답답하다ㅋㅋㅋ 유리야 예령이야?
˪당연히 후자지 ㄱㅇㄹ는 거의 수납당했어 고음셔틀로 이용당했을 뿐임
˪나도 공방갔는데 ㄱㅇㄹ 고음셔틀까진 아니었는데… 뭐 사람마다 보는 건 다르니까~
-ㅋㅋ 비밀유지조항 떡하니 있는데 꾸역꾸역 어기는거봐 PDF 땄고 방송국에 보낼게~
[삭제된 글입니다]‘그래도 스포가 풀리네.’
인터넷은 이게 신기하다. 어째서 가입만 하면 볼 수 있는 공간에서 비밀이 지켜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소속감이라는 건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군. 심지어 캡처만 한다면 이 커뮤니티 말고도 아주 널리널리 퍼져 모두가 볼 수 있을 텐데.
나는 SNS에 올라오는 스포를 확인하다가 폰을 껐다. 왜냐면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여기에 더 집중해야 하니까.
[서울시와 함께하는 청소년 벤처 창업 지원 공간]드디어 사무실을 얻어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빌딩인데, 인사동 쌈지길에 위치해 있었다. 이 근처엔 복합 문화공간이 많더라.
그런 공간들은 나라에서 운영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미술관부터 아트 센터, 무슨 하우스 같은 게 많아 눈이 확 트였다. 저 뒤편은 갤러리랑 화랑이 모여 있다고 했다.
“저건 뭐야?”
“뮤지엄… 김치관?”
“김치 박물관이야. 작년에 오픈한 건데 체험도 할 수 있어.”
오늘도 국가기관에 대해 수상할 정도로 잘 알고 있는 백휘였다. 우리는 떨리는 마음으로 빌딩 로비에 들어섰다.
나라에서 주는 거라고 해서 노후화되진 않았을까 조금 걱정했는데 이거 웬걸. 지은 지 얼마 안 된 새 빌딩이었다.
“얘들아. 나 눈부셔….”
안내해주시는 분을 찾아가려 하던 때였다. 로비에 귀를 쨍하게 찢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희가 일찍 왔잖아요! 근데 왜 사무실이 지정돼있다는 거예요? 왜 2층이냐고요.”
“이거 호텔에서도 이렇게 안 하지 않나. 일찍 온 순으로 좋은 룸 주는 게 팩트인데.”
공무원들은 정말 극한직업이군. 얼굴이 시뻘게져서 논리적인 척 씩씩대고 있는 놈들 멱살 한번 잡지 못하다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들이 공정과 혜택에 대해 울부짖고 있었다.
“이게 내가 지정해주는 게 아니고, 사무실 오픈 전부터 해당 부서에서 지정을….”
“내가? 저희 어리다고 반말하시는 거예요?”
“와…. 공무원이 이래도 돼요?”
그때였다. 내 옆에 있던 재언이가 박수를 가볍게 한 번 쳤다. 별로 힘줘서 친 것 같지도 않은데 목에 핏대가 서도록 소리 지르던 놈들의 목소리보다도 박수 소리가 더 컸다.
“친구들아… 여기 보자.”
시끄럽게 울리던 로비가 일순간 조용해졌다. 날뛰던 학생들이 휙하고 등을 돌려 여길 쳐다봤다. 방금 전까지 안경을 가운뎃손가락으로 올리던 놈도. 여전히 가운뎃손가락을 미간 사이에 둔 채여서 왠지 내가 엿 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조용히 할까? 혼자 쓰는 데 아니잖아….”
그 말에 장내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가운뎃손가락을 들고 있던 놈은 잽싸게 손을 내리느라 기껏 치켜올렸던 안경이 인중까지 떨어졌다.
“사무실이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나가도 되는데. 하하.”
진짜 사무실을 뺏어 갈 것 같은 백휘의 말에 방금 전까지 기세등등했던 세 사람은 갑자기 꼬리를 내렸다.
“그, 그냥…. 저희 호실 비번이나 알려주세요….”
웅얼대는 목소리로 공손한 자세가 된 세 사람은 주의사항과 안내 사항을 듣더니 빠르게 도망갔다. 덕분에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703호예요. 비번은 임시로 0000인데 별 모양 꾹 누른 다음에 재설정하면 되니까, 이왕이면 긴 걸로 하면 더 좋고.”
지친 표정으로 목소리만큼은 상냥하게 해 주는 공무원의 프로페셔널함에 눈물이 다 난다.
“후. 사무실 들어온 거 축하해요. 이거 먹어요….”
우리의 손에 작은 초콜릿까지 주는 걸 보니 정말 착한 사람이 틀림없군.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초콜릿을 먹으며 사무실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는 덜컹거림 한 번 없이 매끄럽게 우리를 위로 올려줬다. 엘리베이터 문을 나서 복도를 걷는 걸음마다 마음이 벅찼다.
“와!!! 사무실 진짜 좋다!!!”
“그러게. 좋네.”
“생각보다 넓다….”
온통 흰색으로 되어 있는 사무실은 호화롭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소담하고 깔끔했다. 의자와 책상은 국가에서 제공해 주는 거라 이미 사무실을 차지하고 있었다. 구석에는 캐비닛까지 하나 있었다.
환기를 위해 열린 창문에서 들어오는 바람은 어딘가 달달했다.
“공기가 왜 이렇게 달지? 이게 바로… 플라세보 효과? 성공한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달달함 뭐 그런 건가.”
“나도 그래….”
나와 재언이의 대화에 백휘가 창문 가까이로 다가가 밖을 둘러봤다.
“건너편 주택에 사과나무 있네. 사과꽃 냄새일 거야.”
백휘가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가 보자 진짜 흰 꽃이 피어 있는 나무가 여러 그루 보였다. 머쓱해진 나는 과묵하게 나무를 바라보았다.
“아, 저기 조팝꽃도 있네. 어쩐지 향이 진하더라.”
“조… 뭐?”
“조팝.”
기분 탓인가? 조팝 취급을 당한 것 같지만 저 다정한 눈을 보니 그냥 내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짝-!
“얘들아…. 딴짓 끝.”
어느새 까만색 고무장갑을 낀 재언이가 앞치마까지 두르고 있었다. 그래. 우리 사무실에 오늘 청소하러 왔지.
“아, 근데 목마르다. 윤슬아. 카페에서 커피 좀 사다 줄 수 있어?”
“이 근처에 카페 있어?”
“음. 역 근처에 있는 여기가 맛있는데,”
나는 백휘가 찍어주는 주소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카페는…. 카페는?
[공사 중]카페가 있었는데요, 사라졌습니다….
“백휘야, 어. 네가 찍어준 카페가 없는데? 나 그냥 근처에서 사 갈게.”
-아, 그 카페 사라졌어? 그럼 그 근처에 카페가 또 하나 있는데, 꼭 여기서 사다 줄래? 여기가 맛있거든.
그렇게 백휘가 추천해 준 근처 카페를 가니….
“대기번호 532번 고객님! 주문하신 카페라떼와 아이스 모카 한 잔 나왔습니다-!”
“배,배,배달,배달,배,달의 만족!”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핫플 중의 핫플이었다. 뭐 이렇게 배달의 만족 울림이 잦아.
나는 그렇게 대기 번호 631번이 되어 얌전히 커피를 기다렸다.
* * *
“야, 빨리 옮겨.”
“가구 급하게 치우면 먼지 날려서 안 돼….”
윤슬이 나가자마자 둘은 빠르게 구간을 나눠 청소를 시작했다. 이미 셋이 있는 단톡방 대신 둘의 톡방이 생긴 지 오래였다.
[고무장갑, 앞치마 필참] [ㅇㅇ 마스크는 내가 가져감]둘의 가방 안엔 윤슬의 몫을 제외한 고무장갑과 앞치마, 물티슈와 바닥싹싹, 마른 걸레와 솔 등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캐비닛 위에 쌓여 있는 먼지는 둘의 신속 정확한 걸레질에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구석까지 솔질 해야 돼…. 캐비닛 들어 봐.”
사람 둘은 붙어야 할 캐비닛은 백휘가 혼자 들어 옮기고, 재언은 타일이 벗겨져라 솔질을 했다. 윤슬이 오기 전에 끝내놔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어느새 전문 청소꾼이 되어 있는 둘이었다.
“저기 창틀.”
“지금 닦고 있어….”
사무실의 구석구석 먼지가 사라지다 못해 윤기가 나기 시작했다.
다다다닥-!
“온다.”
잽싼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둘은 마스크를 벗어 앞치마 주머니에 쑤셔 박았다. 그리고는 물티슈를 꺼내 가식적으로 책상을 닦는 척했다.
“야, 늦어서 미안. 사람이 진짜 많…. 너네 뭐해?”
“미리 청소해 주셨나 봐. 먼지가 별로 없던데?”
“응…. 그래서 가볍게 닦고 끝냈어.”
“어? 이상하다? 아까 창틀에 먼지 내가 봤는데?”
“그거 조팝 가루야. 그냥 털면 없어져.”
“카페 갔다 오느라 힘들었지…. 이제 여기 앉아. 내가 다 닦아놨어.”
2인조 사기 청소단에게 속아 넘어간 윤슬은 얼떨결에 반짝반짝한 의자에 걸터앉아 아이스 초코를 마셨다.
시험도 끝났겠다, 새로 얻은 사무실에서 카페처럼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금방 지고 저녁 시간이 되었다.
“얘들아, 우리 소원 말하기 할래?”
창 너머로 어둑해진 보랏빛 하늘을 보던 윤슬이 성공한 사람의 감성에 젖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