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26)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26화(126/405)
[주현언니! 혹시 언니네 학교 전학 간 채린언니 아시나용… 옛날에 연지언니랑 둘이 되게 친했었어요ㅠㅠ] [(채린과 연지의 사진 첨부.jpg)] [서로 댓글도 달아주고 그랬는데] [아셔야 될 것 같아서요…!]메시지를 훑어 내린 나는 조금 놀랐지만 충격받지는 않았다. 세상 참 좁군. 그 정도?
“얘, 오연지랑 친했던 거 너한테 말했어?”
“아니?”
주현이도 그렇고 다른 애들도 그렇고. 내가 뭐 대단한 마음의 상처라도 입은 줄 알고 걱정해주는 모양이다.
‘내 나이가 몇인디.’
어린애들한테 싫은 소리 좀 들었다고 상처를 입겠냐고. 너네가 키즈카페 가서 애기들이 안 끼워준다고 안 울듯이 나도 똑같은데. 그리고 오연지랑 친한 거 굳이 말하기 싫었을 수도 있지 뭐.
‘가끔 이렇게 나이 차이가 느껴진다니까.’
해봤자 좋은 말도 아닌데. 잠깐 한숨을 쉬던 주현이는 방금 전보다 더 낮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내가 봤을 땐…. 채린이 이거 다 협찬받는 거 아니야.”
“엥? 그럼?”
“유명해지고 싶은 애들 중에 몇몇 이런 애들 있었어. 협찬받는 척하고 자기 돈으로 산 다음에 팔로워 모으는 거… 근데 나중에 걸렸는데. 옷 같은 거 택 안 떼고 입다가 자꾸 환불해서.”
아, 이런 건 내가 생각도 못 한 종류의 것이었다. 일반 쇼핑몰에서야 흔한 일이지만. 팔로워를 모으고 싶어서 브랜드 옷을 입다가 사진만 찍고 환불하는 건 새로운데.
‘정말 보여주기식이네….’
그러다 나는 요 며칠 새 채린이의 스토리가 점처럼 보일 정도로 쉼 없이 올라왔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아, 이건 내가 너무 나가는 거 같은데. 너 협찬 오는 거랑 너무 겹치지 않아? 너 올리고 나면 걔가 올리더라. 바로 어제 레스쁘아도 그렇고.”
생각해 보면 채린이의 스토리 중 몇 개는 내가 협찬을 받은 다음 올라오는 게 있었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에 가까웠다. 왜냐면 채린이가 먼저 올린 다음에 나한테 협찬 온 것들도 있어서.
‘그리고 걔네 집 지금 어렵다는데, 돈이 어딨어서 그걸 샀겠냐.’
하지만 이런 걸 말할 수는 없지. 옷이야 택 떼지 않은 다음 환불한다 쳐도, 화장품은 뜯는 순간 끝인데. 걔가 뭐하러 그런 일을 하겠어.
나는 한창 어려울 때 조그만 샘플 하나를 몇 번에 걸쳐 쓰던 걸 떠올렸다. 채린이도 얘기를 듣자니 당분간 용돈 없이 살아야 한다고 했었다.
‘그동안 협찬 온 거 못해도 백만 원은 되겠구만. 가뜩이나 어려운 애 오해받으면… 안 되지.’
회귀 전, 반에 섞이지 못한 나에게 몇 명은 말을 걸어주었다. 학교 끝나고 어디 가지 않을래? 뭐 그런 말들. 하지만 그때 내가 어땠더라.
“미안. 나 알바 있어서….”
“아, 그럼 주말은? 너 되는 날 말해주라!”
“나 매일 알바 해. 시간 없어. 하루도… 미안.”
있는 그대로 대답했을 뿐인데. 주변에서는 같이 놀기 싫어서 거짓말하는 싸가지 없는 애가 되었었지. 집안 형편을 그대로 말하자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었다. 그냥 오해 사는 게 나아서 가만있었는데. 채린이에게 이전의 내가 겹쳐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영 의심을 지우지 않은 상태로 나를 바라보는 주현이를 안심시켰다.
“에이. 내가 나중에 올린 것도 있는데 뭐.”
채린이를 도와주면 도와줄수록, 과거의 나 자신이 생각났다. 나를 도와줄 사람 한 명을 간절히 바라던 그때의 내가.
그래서일까. 채린이를 돕는 게 꼭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일로 느껴졌다.
지잉-
[윤슬아 고마웡 ㅠㅠ 나 너 덕분에 언니 재수학원 비 조금 보태줄 수 있을 것 같아…ㅎㅎ 니가 말해준대로 사진 찍으니까 진짜 바로 팔린다?]채린이의 연락을 보면서 나는 마음 한구석이 안심되었다. 그때의 서윤슬이, 혼자 있던 열여덟의 서윤슬이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 * *
“언니. 진짜진짜 잘 먹었습니다.”
“저희가 다음엔 꼭 살게요!”
윤슬은 동아리 회식을 하고 난 다음 황송해하는 1학년 병아리들을 촉촉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됐어. 일학년 때는 밥 자기가 사 먹는 거 아니야.”
주현은 한참 대 선배 같은 말을 했다.
“그럼 카페는 저희가 살게요!”
“어허! 일학년 때는 카페도 자기가 사 먹는 거 아니야.”
주현은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단단히 걸린 언니 병은 아직 낫지 않은 건지. 돌쇠네 근처 카페로 1학년 병아리들을 끌고 가는 주현이의 어깨가 한껏 솟아있었다.
“야. 쟤 빠른이잖아….”
“비밀로 해주자.”
옆에서 싸늘하게 비웃는 서은이 당장이라도 걔 언니 아니야!를 외칠 것만 같았지만. 윤슬은 주현이 귀여워서 말렸다.
방송부는 후배 사랑이 어찌나 가득한지 윤슬도 1학년 때 언니들에게 얻어먹기만 했었다. 매점에서 만나기만 하면 일단 뭐 하나를 손에 들려주는 게 방송부 언니들이었다. 친구를 따라 그냥 왔다고 거절해도 끝까지 젤리 하나, 초콜릿 하나라도 들려 보냈었다.
그걸 잊지 않고 이번 2학년들은 1학년에게 똑같이 해주는 중이었다. 지금 회식비도 2학년들이 회비를 걷어 냈다.
‘생각해 보면 하경이는 매점에서 본 적이 없네….’
다른 1학년들은 마주칠 때마다 뭔가 사 주었던 윤슬이지만, 하경은 한 번도 매점에서 만난 적이 없었다. 매점뿐만이 아니라 급식실에서도.
‘설마. 혼자 먹기 싫어서 안 먹는 건가?’
윤슬은 저기에서 혼자 반 발자국 뒤에서 음료를 고르는 척하는 하경을 바라봤다.
‘후… 어쩔 수 없지.’
그리고 서은이를 끌고 하경의 곁으로 다가가 어깨동무를 했다. 하경과 10cm가량 차이 나는 윤슬이라 까치발을 해야 했지만.
“우리 하경이~ 뭐 마시고 싶어?”
“네? 어 저는… 아무거나….”
“윤슬이는 아무거나라고 하면 쌍화차에 휘핑크림 올려 주는 애야. 확실히 말해.”
서은이는 나름대로 농담을 한 건데. 특유의 높낮이 없는 싸늘한 목소리 탓인지 하경이가 한층 우왕좌왕했다.
‘어린 애한테 그러면 어떡해!’
윤슬은 하경의 어깨에서 팔을 내려 메뉴 한 곳을 가리켰다.
“저거 괜찮아? 언니 자주 먹는 건데. 초코 스무디에 버블 추가해서.”
“아, 언니가… 자주 먹는 거예요?”
“거의 이 가게 문짝 하나 윤슬이가 해 줬어.”
윤슬이 추천하는 메뉴에 하경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윤슬은 주현에게 국밥집 주모처럼 소리쳤다.
“나 매일 먹는 거 두 개!”
카페에 오기 전 몇 명은 먼저 갔기에, 카페 테이블은 세 개로 충분했다. 3학년들이 없는 1, 2학년 회식인지라 1학년 병아리들이 조금 풀어진 게 보였다.
“그래서요. 저희가 윤슬 선배님 작년에 하셨던 포토 부스 가르쳐주신다고 해서요.”
“언니라고 하라니깐.”
“윤…슬 언니…. 아 어떡해!”
아직까지 깍듯하게 언니라는 말 대신 선배님이란 말이 익숙한 병아리들이었다. 일부러 하경을 소외시킨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하경이가 수줍음을 많이 타나 보다.’
윤슬은 하경을 자신의 옆에 앉혀놨지만, 말 한마디 없이 버블을 씹고 있는 하경이었다.
“근데 하경이가 진짜. 포토샵 엄청 잘하지 않아? 그치 주현아.”
“어. 나 이전에 놀랐잖아. 손이 너무 빨라서.”
“1학년 중에 포토샵 잘하는 애 또 누구 있지? 얘들아, 너네 중에서는 누가 제일 잘해~?”
익숙하게 주현에게 말을 건네자 윤슬이 하려는 바를 눈치챈 듯 주현도 말을 거들었다. 친구가 많은 주현은 하경이 겉돌고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지난번 윤슬이 회식 날짜를 잡자고 하자, 주현에게서 개인 톡이 왔었다.
[슬아 너도 대충 눈치채고 있었지?ㅠㅠ] [(슬퍼하는 바보멈 이모티콘)] [하경이 이번 회식 때 1학년들이랑 어떻게 잘 엮어보자…]그 말에 두 사람은 시간을 내어 멘토 멘티를 더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이 대화는 1학년들과 시간을 더 오래 보내기 위한 일종의 연극이었다.
“저희요? 다 쫌 비슷? 한 거 같아요….”
“그래서 언니들이 멘토 멘티 시간을 조금 늘리려고 생각했어. 아무래도 우리 전부 평균이 맞아야 하는데. 어떤 친구는 방송기기만, 어떤 친구는 포토샵만, 어떤 친구는 촬영만! 잘하면 나중에 한 명 비었을 때 되게 타격이 크거든.”
그리고 윤슬은 준비해 온 말을 꺼냈다.
“시험 기간 전에 몇 번 언니들이 더 봐줄게. 그리고 1학년들은 서로 복습하는 차원에서 잘하는 파트마다 멘토가 될 건데. 나는 이 파트 자신 있다! 하고 말하면 돼.”
1학년들 속에 하경이를 섞이게 하기 위해선, 하경이와의 공감대가 있어야 했다.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하경이지만 가르칠 때면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도 하고.
‘저 정도 보정 실력은 이 나이에 흔치 않지.’
하경이에게 가르침을 받고 보정 스탯이 는다면 1학년들에게도 좋을 것이었다. 윤슬은 하경의 상태창을 켰다. 잠시 다른 1학년들 사이에 있던 하경의 디버프가 반짝거렸다.
* * *
“오빠 그래서, 윤슬 언니가 나한테 버블티를 추천해줬는데. 그게 진짜 맛있는 거야.”
“그래….”
“듣고 있어? 초코 스무디에 뭐를 더 추가했는데 기억이 잘 안 나…. 언니들은 자주 간대. 그리고 언니들이 뭐라 그랬는지 알아? 일학년 때는. 자기 돈으로 카페 가는 거 아니야. 이랬다. 대박이지.”
“열일곱이나 열여덟이나 다 애긴데. 그런 말을 해?”
“아니야! 언니들 매점에서 만나도 다 사준 댔어. 한 살 차이 안 같애.”
하진은 두 시간 째 하경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그 와중에 하경보다 한참 작은 윤슬이 나름 언니라고 폼을 잡았다는 게 웃기고 귀여웠다. 내내 윤슬의 이야기를 늘어놓던 하경이 방에서 나가고 난 후, 하진은 핸드폰을 켜 윤슬에게 연락을 보냈다.
입력: 윤슬 씨 고마워요
입력: 애가 애를 보네
입력: 초코 스무디에 뭐 더 넣었어요? 애가 맛있어 죽던데
지잉-
[? 애가 애를 본다니… 논란발언] [(분노하는 바보멈 이모티콘)]그 시각 핸드폰을 본 윤슬은 동태눈으로 하진을 애처럼 여기고 있었다.
‘누가 누구한테 애라는 거야.’
하지만 손가락으로는 정직하게도 메뉴를 써내려 나갔다. 맛잘알 하경이가 자신의 추천메뉴를 좋아한다니 이거 참 될성부른 나무 같았다.
입력: 초코 스무디에 당도 100. 버블 추가. 밀크폼 추가 기억하세요
하진과 몇 번 연락을 주고받은 윤슬의 집에는 다음날 익숙한 박스가 세 개 배송되었다.
“미친 이게 다 뭐야….”
사과 로고가 그려져 있는 무선 이어폰이 세 개 배송되었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품이라 구하기 힘들었을 텐데 연예인은 역시 달라 보였다.
지잉-
[이제 더 이상 이어폰 고장났다고 마음으로 듣지 말고] [세 개 다 고장나면 또 말해요]그런 하진의 연락을 받았지만 윤슬은 차마 이 비싼 이어폰을 막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조심조심 포장을 뜯어 사진을 찍은 윤슬은 스토리에 업로드했다.
* * *
“흠. 앤플팟….”
스토리를 올리자마자 바로 확인한 채린은 곧장 앤플 사이트에 들어가 이어폰의 가격을 확인했다.
“이건 사면 안 되겠네.”
그리고는 다시 윤슬의 스토리를 켜 이어폰 전에 업로드한 스토리를 확인했다.
[Youstastory] [I Love HENRA]브랜드에서 새로 나온 제품이 올라와 있는 그 스토리, 그 이전의 스토리 역시 협찬이었다. 이를 가만 보던 채린의 핸드폰에 곧이어 진동이 두 번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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