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29)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29화(129/405)
그중 누가 눈치를 챈 건지, 빠르게 카메라의 위치가 테이블에서 채린으로 올라왔다.
“이거 잘 나왔지?”
팔짱을 끼고 살짝 고개를 숙인 채린은 앞에 놓인 메뉴와 함께 찍혀 있었다.
“응~. 근데 나 가게 더 잘 보이게 찍어주라!”
채린은 그 뒤로도 사진을 꽤 오래 찍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도 한 명씩 찍고 나자 따뜻한 떡볶이는 미지근하게 식은 지 오래였다. 계속해서 채린이의 사진기사가 되었던 친구들의 표정은 별로였지만, 조금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전학 간 학교에서는 친구들이랑 이런 데 자주 와?”
“아니. 너네 사진 올릴 때 내가 밥 산 거 비밀이야. 걔네한테는 안 사거든…. 난 너네가 사줬다고 올린다?”
혹시나 윤슬에게 거짓말을 들킬까 봐 제 발이 저린 채린은 철저히 입단속을 했다.
“나 윤슬이 진짜 궁금한데. 오연지가 걔 이름만 나와도 아직 부들거린다?”
“고은하랑은 연락 한대?”
“몰라. 말 안 해주던데.”
얘기는 이전부터 그들이 자주 하던 주제로 돌아가 그새 또 오연지와 서윤슬에 초점이 맞춰졌다. 연지는 채린이 전학 간 이후로 팔로워도 떨어지고, 다른 반에서 겉돌고 있다고 했다. 친구들은 그런 연지를 안타까워하는 듯 말했지만, 목소리는 크고 밝았다.
“걔, 학기 초 기억 나? 맨날 뭐만 하면 가져와서 이건 협찬인데~. 이랬던 거.”
“솔직히 고등학생 때도 그런 애 있을 줄 몰랐다 나는…. 요즘 공부하는 척 혼자 있던데 그저 애잔.”
신나게 연지의 이야기를 하며 그릇을 비우고 있을 때였다.
“헐…. 야 저거 고은하 아니야?”
연지가 하도 얘기를 자주 하는 데다가 사진도 보여 주는 바람에 모두가 은하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채린아, 티 나게 뒤돌지 말고, 살짝 시계 보는 척 돌아봐. 저거 고은하랑…. 하제인 맞지? 다른 애들은 모르겠다.”
채린은 핸드폰 화면을 켜 셀카 모드로 바꾼 뒤 손을 자연스럽게 들었다. 그러자 카메라 안에는 익숙한 여자애들이 서버의 안내를 받아 자리를 향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쁘긴 한데, 좀 나이 들어 보이는 것 같다….”
지금 가장 유행하는 명품 브랜드의 시그니처 디자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빼입고 온 은하와 친구들을 보며 한마디씩 말을 보탰다.
지금 가장 핫한 디자인이었다. 아이돌이 입고, 배우가 들고, 인플루언서들이 신는 디자인. 귀여운 리본이 달린 백을 든 여자애들은 채린의 테이블 근처로 앉았다.
‘나도, 나중에는….’
빌지를 손에 든 채린은 나가기 전 다시 한번 은하와 제인의 테이블에 눈길을 돌렸다. 가게에 있는 주홍빛 샹들리에가 오늘따라 반짝거리는 것 같았다.
채린은 친구들이 찍어준 사진을 업로드했다. 유명한 곳의 비싼 음식. 좋아요는 평소보다 배는 더 많이 눌릴 수밖에 없었다.
[Youstagram]오랜만에 공주들이랑( ‘ᴗ’ )♥전학갔는데도 나 생각해주는거 너네뿐이얌 짱마싯오 담에 또오자~
장소-청담 코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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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1
-채린님 대박… 혹시 한달용돈 얼마받으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여기 떡볶이 비싸다고 유명한데다 @나선영 나도 전학가면 너가 사줌?ㅋㅋ
˪ㅋㅋㅋㅋ아 떡볶이 먹겠다고 전학가냐고~!!
-어떻게 이렇게 맨날 밀가루먹는데 날씬하죠….ㅜㅜ 세상 혼자사네
스토리에 오늘 먹은 것들을 잔뜩 업로드하며 채린은 내일을 기다렸다.
* * *
윤슬은 밥을 같이 먹는 것 외에도 종종 1학년 반으로 올라가 하경을 만났다. 하경의 이동수업 때는 특히 놓치지 않고.
“하경이~, 언니랑 같이 좀 걷자.”
찾아가 언니 운동하러 왔다고 웃으며 이동수업 교실까지 데려다주고는 했다. 지금처럼 동아리 시간이면 윤슬이 먼저 교실 밖에서 하경을 기다렸다.
“요즘 공부는 잘 돼가?”
“어어 으으음….”
“…그래.”
남매가 쌍으로 정직한 건 똑같구나. 윤슬은 생각하며 입을 다물었다. 하경이의 머리 위 디버프 글자는 여전했다.
동아리실로 걸어가며 윤슬은 오늘 하경이의 공부를 좀 봐줄 생각을 했다.
‘…수학 물으면 어쩌지?’
윤슬은 요점집에 있던 것 중 가장 자신 있게 설명해 줄 수 있는 것들을 머리로 떠올렸다. 요즘 들어 머리가 자꾸 멍해져서 큰일이었다. 자꾸만 회귀 전 생각을 누가 머리에 틀어 둔 듯 생생하게 흘러나와 정신을 차리면 멍하니 있게 됐다. 뭐든 계속 집중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얘들아, 이건 별거 아닌데…. 언니가 작년에 봤던 요점집이야.”
“뭐가 별거 아니야! 얘들아. 이 언니 반에서 5등 안에는 든다~”
“작년 반에 전교권 몇 명 있어서 5등이었지. 전교 등수 꽤 높다 윤슬이? 너네 아껴 봐.”
“야…. 그런 말 하지 좀 마….”
작년에 봤던 요점집을 1학년에게 건네주자 순식간에 병아리들의 눈은 존경으로 가득 찼었다.
[언니 너무 멋져요] [언니 너무 사랑해요] [언니 너무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병아리들의 두 눈에 담긴 메시지들 때문에 얼굴이 새빨개졌던 윤슬은 별거 아닌데. 별거 아닌데만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말할 뿐이었다.
하경도 윤슬이 직접 건넨 제본을 두 손에 들고 조그마한 소리로 감사하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오늘 동아리는 시험 기간을 앞두고 자습을 했는데.
그때 윤슬은 발견했다. 하경의 요점집이….
“하경아! 왜. 왜 새 거야?!”
너무나도 하얬다. 마치 어제 받은 것처럼.
“그게요….”
윤슬의 말에 움찔하고 놀란 하경은 양손으로 머리카락 끝을 잡아 얼굴을 가렸다. 단발이라 그다지 효과는 없었지만.
“어려워서….”
“뭐가? 어디가 어려운데?”
“그냥… 다….”
윤슬은 이름만 적힌 하경의 요점집을 바라봤다. 그리고 조용히 물었다.
“언니가 이런 거 물어도 돼? 혹시…. 우리 하경이 점수가 어떻게… 될까?”
귓속말을 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자 파들파들 떨기 시작한 하경은 머리카락으로 덮인 입술을 살짝 움직였다.
“…오점.”
“응? 몇 점?”
“…삼십…오점….”
윤슬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하경은 지금 제일 잘 본 점수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거 디버프가 성적에도 영향을 미치나?’
디버프 되어 있어 잠긴 스킬은 클릭해 볼 수가 없으니 답답해 미칠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같은 스킬을 가지고 있는 하진을 눈앞에 데려다 놓고 확인할 수도 없고.
‘지난번에 확인해 볼걸!’
행사장에서 스치듯 만났을 때 눌러봤어야 했다. 윤슬은 후회하면서 가만히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곱씹고 있었다. 하지만 하경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진 듯했다.
예를 들면, 실망.
“언니, 죄송해요. 제가 공부를 못해서….”
“야. 나한테 뭐가 죄송해.”
“언니가 주신 요점집도… 진짜 감사한데…. 근데 제가 거의 다 몰라서…. 밑줄 치려면 다 쳐야 해서…. 그러면 형광펜 때문에….”
“기죽지 마. 괜찮아, 괜찮아.”
날개뼈가 도드라지는 등을 몇 번 토닥여주자 파들거리며 떨던 하경이 멈췄다. 여전히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감춘 채였다.
“언니 1학년 때 어떻게 공부했는지 보여줄게. 하경아, 너 펜 있어?”
윤슬은 백휘와 재언이로부터 받은 과외 스킬로 하경이를 간단하게 가르쳐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디버프 어떻게든 풀어본다. 그리고 하경이 성적도 올리고.’
그동안 하경이의 디버프 때문에 마음이 아프던 차였는데 잘 됐다고 생각했다.
* * *
[Youstastory] [드디어 팔로워분들을 위한 공구가 시작되었어요ヾ(´︶`*)ノ♬]채린은 스토리 업로드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둘러싸고 빛나는 빨간 빛에 웃음 지었다.
채린은 강박적으로 손가락을 위아래로 쉼 없이 움직였다.
탁, 탁, 탁-
새로고침을 하며 스토리를 몇 명이나 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빙빙 돌았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제자리에서 몇 번이나 왔다갔다를 반복한 채린은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스토리 뷰 수를 바라보며 팔로워의 메시지가 오기를 기다렸다.
“스물한 명…. 스물두 명….”
그동안 팔로워들과 따로 메시지들을 주고받으며 다이어트 방법과 식단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은 채린이었다. 사실 전부 비법은 효소와 곤약 젤리처럼 에둘러 말한 거지만.
-채린님, 지금 너무 잘해주고 계세요! 전달해드린 할인 링크로 접속해주시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지금처럼 쭉~ 스토리로 식단이랑 같이 올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난주, 이미 할인 링크와 코드 를 써둔 뒤 팔로워들의 구매 금액을 확인했다.
‘오연지도 이걸 봤어야 했는데.’
오연지는 아마 공구까지는 못간 것 같았다.
협찬은 자신과 똑같이 받았으나, 오연지의 할인 코드를 적고 구매한 팔로워가 얼마 없었을 거라 짐작했다.
꿀꺽-
채린의 목이 바싹 타올랐다. 몇 번이나 침을 삼켰지만 뜨거운 목구멍은 식지 않았다.
‘오연지, 좋아요…. 519개.’
어느새 연지의 좋아요를 이긴 채린이었다.
자신의 사진 아래에 있는 하트와 댓글을 본 채린은 핸드폰의 화면을 껐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깨질 듯 세게 잡았다.
‘이 공구…. 끝나면 얼마나 들어오려나.’
바로 어제 계좌로 들어온 금액은 53만 7천 9백 원. 누군가는 적다고 할 수 있겠으나 고등학생에게는 의미가 달랐다. 이렇게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다니!
할인 코드를 적어둔 채린은 구매 금액의 10%를 지급받았다. 직접적으로 공구를 시작하면 순이익 중 채린이 가져갈 수 있는 건 35%.
다이어트 식품은 원가가 비싸지 않아 공구를 열면 더 많은 금액을 가져갈 수 있었으니까.
‘만일 내가 더 많이 팔로워를 모으면 훨씬 더….’
매출을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면, 이런 금액은 앞으로도 손쉽게 굴러들어와 줄 것이었다.
SNS에 사진을 몇 개 올리면,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몇 번 대화만 해주면, 좋아요만 몇 번 눌러주면!
지잉-
[채린언니! 드디어 공구 시작하셨네요 ㅠㅠ 안그래도 언니 하실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어용ㅎㅎ] [다른 인플분들도 하시던데 저는 그래도 언니한테 사고 싶어서!。゚(゚´Д`゚)゚。 ]문득 채린은 스쳐 지나가듯 바라봤던 제인을 떠올렸다. 아무런 노력 없이 타고난 자리에서 당연하다는 듯 그 공간에 있던 여자애를.
자신은 어쩌다가 한 번, 처음 가 본 장소에 은근히 기가 죽어 있었지만 그 애는 아니었다. 그 반짝거리고 높다란 공간이 그 애를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채린은 오늘도 팔로워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제인이 들고 있던 가방을 떠올렸다. 자신의 갤러리 안에 캡처되어 있는 그 가방은 실제로 보니까 더 예뻤다.
채린이의 갤러리에는 공구로 돈을 벌면 살 목록들이 정리되어 있을 지경에 이르렀다. 지갑, 목걸이, 가방…!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은 이제 구질구질해진지 오래였다. 바야흐로 플렉스의 시대.
[10대 게시판] 나 지갑 새로 살 건데 예쁜거 추천좀!나 입학선물로 엄마가 지갑 사주신댓는데ㅋㅋㅋ 원래 캐릭터 지갑 들고다녀서ㅠㅠ 지갑 잘 몰라 뭐가 좋을까? ㅊㅊㅈ
-나 루이비농! 카퓌신 튼튼함
˪그거 너무 비싸지 않나ㅜㅜ…
˪비싸? 내 주변은 다 이 정도?는 사는데… 그래도 엄마한테 잘 말씀드려봐! 사주실거야
가방 추천 좀, 지갑 추천 좀, 신발 추천 좀 글이 올라오면 모조리 명품으로 도배되는 시대가 시작됐다.
2030대는 물론이고 10대도 피할 수 없었다. 손가락 한 번이면 누군가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할 수 있다는 건, 접할 수 없는 환경에 가까이 갈 수 있음을 뜻했다.
-나만… 캐릭터 지갑 쓰나…쭈굴…
˪나도야..ㅎㅎ 기죽지말자 우리…
˪아니 근데 우리가 성인도 아닌데 명품 써야 할 이유가 있음?;
˪나 윗댓인데 명품에 이유 붙여가면서 쓰는건 또 첨보네ㅋㅋ 그냥 우리 엄마아빠는 사달라면 사주셔서 쓰는거야^^ㅋㅋㅋㅋ
채린은 머릿속으로 끝없이 가방의 가격을 생각했다. 공구를 성공적으로만 한다면, 앞으로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지금 자신을 믿어주는 팔로워들이 영원할 거라 착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