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3)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3화(13/405)
개인 유스타그램도 계정을 키워야 하는 건가? 키워서 나쁠 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학교에서의 생활을 사진으로 찍어놓으면 10대 팔로워들이 늘 것도 같고.’
자기 것도 보라는 가영의 말에 유스타그램에도 들어갔다. 구도 무시. 색감 무시. 필터 입혀서 그냥 기분 좋을 때 올리는 것 같은 그야말로 일상 계정.
[Youstagram]우리 쫑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지~
산책 두 시간 하느라 죽는 줄 알았던 날ㅋㅋ
오빠가 이건 산책 당하는 거라고 했당ㅠㅠ
좋아요 42
댓글 10
강아지 키우네, 귀엽다.
“소희야, 너도 유스타 해? 하면 아이디 알려주라!”
조용히 내 옆자리에 있던 소희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소희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작게 대답했다.
“나는 유스타 안 해.”
“헐 대박, 에이스북도?”
“응…. 그것도.”
“아~ 그래. 소희? 너는 왠지 안 할 것 같았어.”
이름 뻔히 알면서. 괜히 헷갈리는 척 소희 이름을 부르며 은근히 무시하는 예원이 거슬렸다. 이러면 같이 유치해지는 걸 아는데, 일부러 예원의 계정은 안 들어갔다.
‘보니까 쟨 내가 별로 마음에 안 드는 것 같고. 서은은 나한테 호의적이고, 가영 역시 날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나는 서은과 가영만 팔로우한 상태에서 핸드폰 화면을 꺼버렸다. 쉬는 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이 치고 모두가 제 자리에 돌아갔다. 나는 조용히 소희의 책상 위로 마잉쮸를 하나 밀었다. 눈이 마주치고 우리는 조용히 마잉쮸를 하나씩 입에 넣었다.
‘자기가 떨궈질까 봐 저러는 거겠지….’
홀수는 사람을 예민하게 한다. 입 안에 든 마잉쮸를 조용히 녹여 먹으며 미션 완료를 생각하는 나와 달리 소희는 열심히 수업에 집중했다.
* * *
「▶▶▶Loading…」
「▷유명세: 25
―조금쯤은 유명한 당신, SNS를 내리다 보면 당신의 글이 어딘가 익숙한 사람이 ( 1 )달간 ( 425,671 ) 명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익숙하다고 모두가 팔로워가 되는 건 아니죠.
Cheer up 🙂
[아이템 숍 바로가기] ☜Click!」집으로 돌아와서도 미션 클리어와 소맥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팡파르 효과가 울리며 새로운 상태창이 떴다.
“아이템… 숍? 아이템 숍!”
유명세를 어디에 쓰나 했더니. 오르면 새로운 기능이 오픈되는 거였구나! 히든 보상처럼 뜬 아이템 숍을 클릭하려던 손가락을 잠깐 멈추고 다시 한번 상태창에 떠 있는 글자를 읽었다.
어쩐지 나에게 주는 작은 힌트 같은 느낌이 들어서.
[하지만 익숙하다고 모두가 팔로워가 되는 건 아니죠.]맞아, 좋아요와 팔로우를 누르지 않더라도, 페이지를 보는 사람들은 많다. 원래 SNS라는 건 손가락을 가볍게 슥슥 내리고, 넘기면서 보는 거니까. 그래도 40만이 넘는다는 건 제법 많다는 건데.
‘다 읽지는 않아도 타임라인에 뜨긴 하나 봐.’
다음 달은 더 많이 글을 써야지, 생각하며 아이템 숍을 클릭했다. 그러자 눈앞에 수많은 아이템들이 펼쳐졌다.
스르르륵-
룰렛처럼 빠르게 지나가다가, 이윽고 멈춰 하나씩 옆 칸으로 넘어갔다. 나는 손가락으로 스윽 밀어 아이템들을 확인했다.
앞에 몇 개는 열람 가능, 그리고 뒤의 목록들은 스탯이 부족해 열람이 불가하다고 네모 상자만 그려져 있었다.
「▼상세 설명▼
뽀뽀 쪽 박키스 (사용 시간 10시간)
: 박키스를 먹은 것처럼 체력이 빠르게 오르는 포션. 부족한 HP를 채워준다. 최대 100까지 올릴 수 있으며 함께하는 다른 아이템에 따라 총 HP는 달라진다.
※ 운동 중이라면 에너지 소비량에 따라 줄어들 수 있음.
※ 유명세 25부터 사용 가능.」
「▼상세 설명▼
예쁜 게 죄야 (사용 시간 24시간)
: 최대한으로 컨디션을 올려주는 포션. 부기를 빼주고 피부 상태 최대치가 된다. 미묘하게 예뻐진 느낌으로 매력 스탯이 단기간에 +10~25% (확률 랜덤)으로 늘어난다.
※ 유명세 25부터 사용 가능.」
「▼상세 설명▼
박수 짝짝짝 집중 (사용 시간 5시간)
: 집중력을 고도로 높여주는 포션. 평소보다 암기력이 좋아지며 두뇌 회전율이 올라간다. 암기력은 +10~25% (확률 랜덤)으로 늘어난다.
※ 유명세 25부터 사용 가능.」
꽤 마음에 드는 아이템들이다. 오랜만에 마주한 고등학교 교과서는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서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특히 마음에 드는 건 박수 짝짝 집중. 시험 기간에 쓰면 좋겠다.
나는 시험을 날로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두 번째지.’
이름이 조금 민망하다. 예쁜 게 죄야, 라니. 물론 나는 무고한 시민이다. 제법 결백한 편.
곧 DDP도 가야하고, 하나 써볼까.
빰-!
아이템을 클릭하자 ‘구매하시겠습니까?’라는 작은 상태창이 뜬다.
이거 내 골드 사라지는 거 아니야? 뭐로 구매가 되는 거지?
불안한 마음에 엑스 표시를 누르고 다시 아이템을 확인하는데, 따로 얼마인지 나와 있지도 않았다. 나는 불길한 다단계 같은 상태창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아, 모르겠다.’
아무리 비싸봤자 시스템이 양심이 있지, 많이 뜯어가겠어?
귀찮은 마음에 ‘구매하시겠습니까?’ 상태창에 Yes를 눌렀다.
「▼상세 설명▼
예쁜 게 죄야 (사용 시간 24시간)
: 최대한으로 컨디션을 올려주는 포션.
[매력] 스탯이 상승합니다.▶ ↑25
지금으로부터 [23:59:59] 남았습니다.
남은 포인트: 27」
“포인트?”
미션을 하나 완료할 때마다 주는 거였나? 따로 받은 기억은 없는데.
포인트 위로 작게 물음표 표시가 되어 있어 다시 눌러보자 포인트를 받은 기록들이 떴다.
▶하루에 ‘100’장 이상의 사진
사진촬영 연습을 성실히 진행하였습니다.
▶하루에 ‘100’장 이상의 보정
사진보정 연습을 성실히 진행하였습니다.
▶하루에 ‘100’장 이상의 좋아요
SNS 활동을 성실히 진행하였습니다.
…
쭉 내리며 확인하니 내가 그동안 했던 사진 촬영과 보정, 그리고 새벽까지 눌렀던 좋아요가 쌓여 있었다.
“유명세는 경험치고, 포인트는 보상 골드 같은 거네….”
나도 몰랐던 내 시간을 갑자기 보상받은 기분. 괜히 보상 주지도 않으면서 상태창만 띄운다고 툴툴거렸던 게 생각났다.
포션 하나의 포인트는 3이었다.
거울을 보니 조금 더 피부가 촉촉해지고 부기가 빠져 눈이 살짝 더 커진 내가 있었다.
“와.”
한 톤 정도 밝아진 뽀얀 피부에 발그레한 볼. 그리고 모공 하나 보이지 않는 부드러운 피부의 내가.
‘이게… 나…?’ 같은 대사를 쳐 보려다가 관뒀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달라지지는 않아서. 역시 난 무고한 시민이다.
* * *
“자 집중-”
6교시가 끝나자마자 반으로 들어온 담임 선생님이 칠판에 크게 ‘반장 선거’라고 크게 적었다. 이미 중학교 때 서로 안면이 있는 애들끼리 “너 이번에도 나가봐.”, “추천해줄까?” 하며 서로를 추천하고 있었다.
“우리 반 반장은 누가 좋을까? 추천부터 시작해보자.”
“저요! 저 서은이요!”
앞자리에서 가영은 손을 들고 크게 외쳤다.
학기 초 뽑는 회장은 대개 공부를 잘하거나, 혹은 잘하게 생겼거나, 예쁜 애가 뽑히기 마련이다. 아직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니까.
칠판 위 ‘이 서은’이라는 글자가 써졌다.
“지혜요~. 쟤 3년 내내 반장이었어요.”
“민정이요!”
딱-딱-딱-
칠판 위의 분필이 딱딱거리는 소리와 함께 다섯 명의 후보가 추려졌다.
‘누구 뽑냐….’
조금 고민하던 윤슬은 결국 서은의 이름을 적어냈다. 한 장씩 종이가 펼쳐지며 칠판 위 바를 정(正)자가 새겨졌다.
-이 지혜 正正一
-이 서은 正二
“우리 반 반장은 지혜, 그리고 부반장은 서은이. 한 학기 동안 고생해줘라. 모두 박수!”
짝짝짝짝-
성의 없는 박수 소리와 반장 선거가 끝났다. 서은은 흥미 없다는 듯이 턱을 괴고 칠판을 바라볼 뿐이었다.
“서은이 아쉽당.”
쉬는 시간이 시작된 종소리와 함께 예원이와 가영이가 자연스럽게 서은이의 자리 옆으로 모였다. 나에게도 이리 오지 않고 뭐 하냐는 눈길을 계속 보내길래 그냥 나도 갔다.
원래 고등학교 생활이 이랬나? 회사생활이랑 좀 비슷한 거 같은데. 제법 숨이 막힌다는 점에서 특히.
나는 짝인 내가 없어져서 혼자 있는 소희에게 신경이 쓰였다. 자꾸 원래 자리를 힐끔거리며 보자 서은이 내 팔목을 잡아당겼다.
“민정아, 윤슬이 귀엽지.”
“어? 응 귀엽지~”
“윤슬이 다른 중학교에서 와서 친구가 없어가지고 계속 어색한가 봐.”
“덕현여중 아니면 어디서 왔어? 윤슬이? 이름도 예쁘다.”
“고마워. 나 좀 멀리서….”
장난스럽게 서은이가 앉아 있는 자신의 짝에게 말을 걸자 기다렸다는 듯 바로 대답이 날아왔다. 서은이의 짝뿐만이 아니었다. 누구나 이 교실에 있는 사람들은 서은에게 기본적인 호감이 있는 듯 보였다. 자기들끼리 얘기를 하다가도 잠시 서은이를 바라보고는 했으니까.
“근데 민정이 너 은혜랑 아는 사이지! 나 걔 유스타에서 너 봤었어.”
“대박! 사실 나도 예원이 너 알고 있었어.”
별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닌데도 예원이와 서은이의 짝은 크게도 웃었다. 교실을 울릴 정도로 크게 웃는데도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며칠 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반의 구도는 나눠졌다. 크게 웃을 수 있는 사람과, 크게 웃을 수 없는 사람.
‘재미없다….’
나는 혼자 앉아서 문제집을 보고 있는 내 짝이 신경 쓰였을 뿐이다. 소희가.
‘이러다 소희 혼자 남으면 어떻게 하지.’
홀수에 민감할 나이, 친구 관계에 예민할 나이. 나는 홀로 교실이란 전쟁터 한가운데 버려진 기분이 들었다. 시끄러운 웃음소리 사이 쉬는 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유난히도 반가웠다.
* * *
드르륵-
“지영~. 나 고데기 해줘.”
“에센스 있어?”
노는 애, 민지영과 다른 반 친구가 시끄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높은 목소리로 웃고 떠들면서.
‘쟤도 예쁘네.’
조그마한 키에 긴 눈의 고양이상, 입꼬리에 점 하나. 화장을 자연스럽게 한 다른 반 여자애가 핸드폰을 만지며 고데기의 열이 퍼지기를 기다렸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어…?’
깔끔하게 아이라인을 올려 그린 눈이 예쁘게 접히며 웃어 보이고는, 옆에 있던 노는 애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헐 뭐야~. 지영 너네 반에 예쁜 애 많네?”
“누구? 나?”
“아 그건 당연하고~”
긴 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 넘긴 다른 반 여자애는 나에게로 다가왔다.
“친구야~. 이름이 뭐야?”
띠링-
「이름: 최 주현
♥호감도: 83/999」
“어? 나?”
옆에 있던 서은이한테 물은 건 줄 알았는데 눈동자가 나를 향해 있었다. 초반부터 꽤 높은 호감도.
설마 상태창이 말하는 예쁜 친구는 얘…?
“서 윤슬…이야.”
“이름도 예쁘다. 나는 쟤 친구인데~”
한 손가락으로 노는 애를 가리켰다. 노는 애는 우리의 대화에는 별 관심 없는 듯 고데기로 앞머리를 말고 있었다.
“너 동아리 정했어?”
“어?”
예상치도 못한 동아리를 물어봤다. 동아리 신청은 아마 다음 주쯤 인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 홍보도 돌기 이전이라 이 학교에 무슨 동아리가 있는지 몰랐다.
“너 방송부 안 할래?”
* * *
학교 SNS ‘대신 전해주세요’ 페이지, 이른바 대나무숲은 눌러 볼 생각도 안 했다.
이미 동아리 홍보가 시작이 되고 있었다니….
[Acebook]▶덕현여고 대신 전해주세요 페이지
[다음 주부터 동아리 홍보 나갈 건데 후배님들 반응 해주세용..ㅎㅎ] [덕현여고에서 내신 따기 제일 좋은 동아리는 독서부라고 전해주세요~ 저희는 면접도 따로 안봐요] [선배들이 후배 제일 예뻐하는 동아리! 저희 거의 놀면서 해요 요리부 꼭 오세요 과자 쌓아둡니다♥]이미 수많은 동아리들이 글로 홍보를 전달해 달라는데 비해, 사진이 첨부되어 있는 유일한 동아리가 보였다.
[덕현여고 방송부: 수상 내역-201X 세종 청소년 영상 예술대상 금상
-201X 중간일보 청소년 사진대회 대상
-201X 광화문 청소년 홍보대회 금상
수많은 수상 내역들 그리고 아래에 쓰여 있는 딱 한 줄의 메시지.
[오면 후회 안 합니다.]그리고 댓글과 좋아요가 꽤 많았다. 제일 들어가기 힘들 것 같은 동아리로 보이는데….
“뭐, 안 되면 다른 동아리 들어가고.”
동아리에 큰 미련은 없다. 나이가 몇인데 목숨 걸고 동아리에 신경을 쓰겠어.
좋아요를 확인해 보니 그다음은 댄스부, 세 번째는 연극부였다.
‘내신 따기 좋은 데 들어갈까….’
고등학교 동아리는 자고로 내신 따기 좋고, 경쟁률 낮고, 선배들이 성실한 곳이 최고지.
나는 별 미련 없이 핸드폰 화면을 끄고 다시 키키 게스트에 업로드할 사진을 편집했다. 이번 주도 내가 쓴 글들이 Top 카테고리에 모두 올라가 있었다.
* * *
“근데 너 진짜 방송부 들어갈 거야?”
정정한다. 동아리 목숨 걸고 들어간다. 이거 얄미워서라도….
“나는 서은이랑 방송부 면접 보기로 했었는데, 넌 별로 방송부 관심 없었던 것 같아서… 그냥 다른 데 들어가. 방송부 까다로울걸?”
예원은 그새 호감도가 조금 더 떨어져 있었다. 얘가 날 좋아하든 말든 상관없지만, 눈앞에서 이렇게 대놓고 ‘난 너 싫어~. 별로야~’ 하는 걸 보고 있자니 어쩐지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이름: 이 예원
♥호감도: 25(↓5)/999」
“윤슬아. 일단 동아리 홍보 오면 나눠주는 종이 잘 가지고 있어.”
네가 아무리 그래봤자 서은이는 나랑 동아리 들어가고 싶은 것 같은데.
우쭐한 승리감이 느껴졌다. 치졸하게 어린애를 상대로 이러면 안 되는데….
내 안의 어른 자아가 올라가는 입꼬리를 막아줬다. 예원한테는 그냥 모르겠다는 듯 어깨만 으쓱해주고 이서은에게 알겠다고 대답했다.
“서은아, 너는 방송부 어떻게 알았어?”
“여기 방송부 원래 유명해. 내신 따기도 좋고.”
쿠션 팩트로 피부 화장을 고치며 서은이 덧붙였다.
“내가 가려는 대학에 수상 경력 미리 쌓아두면 좋잖아.”
“소희는 동아리 어디 들 거야?”
나는 내 옆에 조용히 앉아 있던 소희에게 물었다. 소희는 묻는 말에는 대답을 잘해 주지만, 대화 사이에 끼는 건 좀 어색한 듯 보여서 중간중간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매번 신경을 쓰게 됐다.
“난… 테디베어부.”
“엥? 테디베어부? 거긴 좀 그렇지 않나.”
저건 또 밉상이다. 소희가 말하는 것마다 묘하게 기분 나쁜 태클을 건다. 그러자 화장을 고치고 있던 서은이 말했다.
“아, 나 거기 알아. 거기 테디베어만 만들어?”
“아니… 파우치, 그런 것도 만들고.”
“헐 뭐야. 귀엽겠다! 윤슬아 우리 방송부 안 되면 테디베어부 갈까, 같이?”
그러자 예원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야, 다시는 테디베어부를 무시하지 마라. 나는 웃으면서 소희의 팔짱을 꼈다.
“그래~. 안 되면 우리 셋이 같은 동아리 들어야지~”
예원은 말없이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두드렸다.
나이스.
* * *
타닥-타닥-
집에 와 에이스북 페이지부터 키고, 덕현여고 방송부에 있는 2학년과 3학년의 에이스북과 유스타 계정부터 확인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일단 동아리 면접이 따로 있는 것도 확인했으니 예상 질문이랑 답부터 뽑아놔야지.
자판에 올라간 손을 쉬지 않고 움직였다.
‘취준생 때 생각나네….’
방송부 계정에 있는 수상 경력과 만들었던 사진, 영상을 한 번씩 쭉 둘러봤다.
흠. 이 정도면 고등학생치고는 꽤 높은 레벨이니 그에 대한 프라이드가 좀 있을 거고. 보니까 대회 수상 경력이 주로 정통파다. 청소년 사진, 청소년 단편 영상 같은 것들.
‘어린 나이면 무조건 창의적 아이디어 판이 더 쉬운데.’
창의적, 재밌는, 기발한.
행사를 주관하는 4050 심사위원들이 좋아하는 것들이다. 젊은 뇌에서 나오는 것들이라면 일단 좋아해 주고 보는. 왜 공무원 감성 있잖아. FunFun하게 놀자! 꿈을 job아라! 이런 것들.
“보니까 청소년 광고 공모전 경력은 없구나.”
면접 보는 자리엔 동아리 담당 선생님도 있을 것이다. 아마 발언권도 가장 셀 거고. 나는 공무원 감성을 잡기로 했다.
담당 선생님 마음에 들면 면접? 껌이지. 바로 붙을 거 예상해 본다.
띠링!
「▼상세 설명▼
박수 짝짝짝 집중 (사용 시간 5시간)
: 집중력을 고도로 높여주는 포션. 평소보다 암기력이 좋아지며 두뇌 회전율이 올라간다. 암기력은 +10~25% (확률 랜덤)으로 늘어난다.
지금으로부터 [04:59:59] 남았습니다.
남은 포인트: 24」
ppt. 만들어볼까.
오랜만에 ppt의 전설 서윤슬의 자아를 꺼내는 시간이었다.
* * *
오전 여덟 시. 등굣길이 시끄럽다. 오늘부터 동아리 홍보를 한다더니, 교문 앞에서부터 쭉 서 있는 동아리 홍보원들은 꽤나 열정적으로 소리 질렀다.
“댄스부 알죠? 찬조무대 한번은 갑시다~~!”
“생기부 한 줄이라도 더 쓰려면 진탐(진로탐색) 들어오세요~”
“연극부! 연극부는 신입생 무조건 무대 세워줘요~”
천천히 걸으면서, 하나씩 눈도장을 찍었다. 들떠 있는 새 학기 특유의 분위기가 묻어난다.
이거지. 내가 바라던 고등학교 생활이.
새삼 학교를 둘러싼 에너지에 덩달아 들뜬 기분이 들었다.
“신입생? 저희 연극부 들어올 생각 있죠! 그래서 여기 보는 거죠!”
붙임성 좋은 연극부 학생 하나가 내 손목을 잡고 은근히 권유하고, 난 그 옆으로 살짝 눈을 돌렸다.
“…저 방송부 보려고….”
방송부 부장으로 보이는 사람과 눈을 마주쳤다.
안녕. 너구나? 방송부 부장.
미리 봐둔 SNS가 참 도움이 된다. 네이비 컬러의 명찰을 달고 있는 짧은 단발머리의 3학년.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씨익 웃었다.
“야, 연극부 필요 없다잖아.”
“와… 방송부 이런 데에요. 들면 안 돼요.”
“연극부가 왜 이렇게 발연기를 해.”
방송부 3학년은 품에 안고 있던 종이를 하나 꺼내 내게 건넸다.
“면접 때 봐요.”
‘방송부 무서운 데에요~. 연극부 오면 잘해줄게~’라며 메아리처럼 울리는 연극부 부장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손에 방송부 면접지를 쥔 채 교실로 향했다.
어떻게든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