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34)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34화(134/405)
유채린은 팔이 잡혀 윤슬이 핸드폰을 확인하는 걸 힘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뜯긴 머리는 아프고, 1일 1식 하느라 굶은 배는 고프고, 모두가 알았다고 생각하니 창피하고, 서러워서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는 눈가는 따끔거렸다.
“와…. 이거 봐라.”
그 와중에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는 윤슬이 무서웠다.
“채린아.”
“…어?”
다정하게 묻는 목소리가 더 무서웠다.
“돈 많이 벌었다고 했지?”
“어. 나, 나 이번에 팔백만 원 정도 정산받을 거야!”
“그래?”
“응. 응.”
이제라도 윤슬이 일을 수습해줄까 싶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거 정신적 피해보상비로 치지만, 안 받을게.”
“…어?”
“아이디랑 비번 말해 봐.”
빠르게 핸드폰으로 무슨 파일을 옮기고 있는 윤슬이었다.
“너 지금 뭐해?”
“PDF 모바일로 땄어.”
고은하의 시녀와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 중에 자신의 사진이 나온 화면을 캡처한 윤슬이었다. 채린은 아직 분위기 파악이 덜 되어 입을 다물었다.
“왜? 싫어?”
“…….”
“알았어. 그럼 법적으로 처리하자 우리.”
“뭐?!!!”
실컷 패길래 당연히 채린은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했다. …물론 자신도 가만히 있던 것만은 아니다. 자신은 사진을 한 명, 정말 딱 한 사람에게만 보냈을 뿐인데 법적 처리라니!
“야! 유스타는 해외 사이트라 계정 추적 불가한 거 몰라?”
“…너 바보야?”
윤슬이 세상에 이런 바보는 처음 본다는 듯 진심 어린 표정으로 채린을 바라봤다. 옆에서 아직 팔을 잡고 있는 일 학년들도 채린을 애잔하게 바라봤다.
“그, 그리고 뭔 법적 처리야!”
“폭행이야 너도 나 머리 잡았으니까 쌍방인데, 몰카는… 너만 찍었잖아.”
그 말에 할 말이 없어진 채린이었다. 자신은 이 꼴이 전부 라이브로 방송이 되었는데, 윤슬은 사진 하나 몰래 찍힌 거 가지고 저렇게 굴다니! 하지만 먼저 시작한 건 자신이었으므로 할 말이 없었다.
“야, 죽을래? 이게 아직도 안 죄송합니다?”
「[스킬: (안) 죄송합니다 (B+)]」
그러나 윤슬을 죽일 듯 노려보는 채린의 머리 위에 뜬 글자에 다시 한번 꿀밤이 먹여졌다.
“그만 때려!!!”
“머리 위에 죄송합니다 뜰 때까지 맞아볼래!!!”
이유 모를 말에 채린은 그냥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지잉-
[☎젤링핏 담당자님]여전히 포기를 모르는 담당자 덕에 윤슬은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핸드폰 화면 위에 뜬 ‘수신’ 버튼을 누르려 했다.
“비번 채린공주!!!”
“…뭐?”
“그… 한글,로 치면….”
옆에서 일 학년들이 간신히 웃음을 참기 위해 파들대는 진동이 느껴졌다. 양옆에 잡힌 팔이 효도 일등 선물 안마의자처럼 부드럽게 떨려왔다. 어버이날 최고의 선물 같았다.
“웃지마, X발….”
“채린이 머리?”
교양 있게 일 학년들에게 욕하지 말라고 윤슬이 말하자 채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1타 교양 강사 윤슬은 아이디와 비번을 메모장에 적고는 자신의 핸드폰으로 로그인했다.
[아이디가 다른 기기에서 로그인 되었습니다.]이메일까지 야무지게 들어가 기기 허용 버튼을 누른 윤슬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채린아, 고은하 팬계정 메시지함 나가거나, 비번 바꾸면? 소장 접수하는 거야, 알지?”
“대, 대체 그 사람 메시지함은 왜…!”
“아, 그리고 방학해도 또 보자 우리.”
“…너랑 내가?”
별소리를 다 듣겠다는 듯 채린은 눈을 크게 떴다.
“니가 연락 안 받잖아? 너부터 고소한다. 신원 특정도 됐겠다.”
“고소당하기 싫으면 아이디랑 비번 말하라며!!! 그래서 했잖아!!!”
“그게 뭐? 증거 있어?”
아까 전 채린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는 윤슬이었다. 기가 차서 입을 벌린 채린에게 윤슬은 대답했다.
“얘 잡으면 넌 풀어줄게. 협조 좀 해.”
* * *
오연지와 유채린의 폭로전은 계속됐다. 스토리 기능이 생긴 게 둘만을 위해 만든 것만 같았다.
[Youstastory]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한 오늘, 많은 분들이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팔로워가 많은 만큼 저를 이용하려 접근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상처받은 마음이 여러분들 덕에 괜찮아졌어요.]오연지가 스토리를 올리자,
[Youstastory] [제발 지랄노 친구 시녀대하듯 대하면서 부려먹은게 너야ㅋ 만나면 사진기사 역할 시키고 정보 하나도 안풀어놓고서 정의로운척 작작^^]유채린이 저격글을 올리고,
[Youstastory] [(유채린과 오연지의 카톡 대화. 유채린이 협찬 브랜드와 단가를 꼬치꼬치 캐묻고 있다.jpg)? 증거있는데…; 다짜고짜 욕하는거 고쳐 쌍스러워]
오연지가 답장했다.
[Youstastory] [(오연지와 유채린의 카톡 대화. 오연지가 팔로워들한테 시녀라고 지칭하며 정보를 캐묻는 것을 욕하고 있다.jpg)시녀들한테 편들어달라고 징징대는 니가 더 쌍스러워^^]
커뮤니티는 오늘 하루 도파민이 풀충전되었다.
-야 ㅅㅂ 팝콘 미쳤다
-둘이서 카톡하면 될거가지고 구구절절ㅋㅋㅋ
˪그럼 우린 심심해서 어케ㅜ
˪22이게맞다
-개무섭다 요즘 십대들 학교에서 저래…? 할미 지나가다 충격먹음
˪언니들 컴싸아라 그리던 시대잔아요…..
˪아얏
유채린이 멘탈이 완전히 나가버린 이유는 여러 개가 있었다.
[젤링핏 담당자님: 전화 안 받으셔서 메일로 보냅니다. 채린님이 본사에 끼친 손해액이 얼마인지 아시나요? 오늘만 해도 젤링핏으로 불미스러운 기사가 몇 개나 났는지 모릅니다. 채린님에게 컨택했던 저부터, 공구 진행했던 직원들까지 전부 시말서 행이에요.젤링핏에 대해서 추후 함구하시고 나중에 또 분란 만드시면 법적 조치 취하겠습니다.]
메일이 와서.
물론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젤링핏 담당자님: 참고로 수익 쉐어는 없습니다. 계약 조항 읽어보시면 ‘본사의 이미지를 실추할 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적혀 있는데요, 학생이니 그나마 이쯤 하고 넘어가는 겁니다.]…꿈꿔왔던 금수저 라이프가 완전히 날아갔다. 그뿐만 아니라 모아둔 용돈들까지 한꺼번에 날아갔다. 남은 건 협찬 물품 몇 개와 젤링핏 젤리들뿐. SNS로 실컷 구경하던 명품 백과 지갑과 기타 등등 모든 게 신기루가 되어 부서졌다.
갤러리 안에 저장해놨던 것들은 전부 채린에게서 멀어졌다. 커뮤니티에서 ‘엥? 그정?도? 면 평범한거 아닌가ㅎ’ 했던 몇백만 원대의 제품들이었다.
이제 커뮤니티에서는 전부 유채린을 손가락질하고 있었다.
-(채린과 나눈 유스타 메시지.jpg) 나 이때까지만 해도 찐인줄 알았는데ㅋㅋ 이 식단을 쳐먹으면서 살 안찐다고 한게 ㄹㅇ기만이네
˪이건… 안찌면 건강에 문제가 있는거임
밀가루와 고기, 그리고 액상과당 파티였다. 사진만 찍고 먹지는 않았던 채린의 저녁 식단과 야식 식단들이 속속들이 풀렸다.
[익명게시판/ ㅇㅊㄹ 아는 사이였는데 궁물받음ㅋㅋㅋㅋ]떡볶이 사주면서 사진기사 역할 존나 시켰음
글고 ㅇㅇㅈ가 자기 시녀처럼 대했다고 하는데 사실 아님ㅋㅋㅋㅋ
ㅇㅊㄹ이 먼저 ㅇㅇㅈ 팔로워 많다고 처음부터 알랑댔고 걔때문에 다른 친구들도 다 ㅇㅇㅈ 눈치봤음… 알지? 한명이 먼저 너 진짜 이쁘다 너가 제일 이쁜거같애 이렇게 시녀질하면 주변 미묘해지는거??? ㅇㅇㅈ 스타일슈어 때문에 나락가고 혼자다닌거보면 ㅇㅇㅈ가 더 불쌍함 내기준
적어도 ㅇㅇㅈ는 사진을 사십분동안 찍게 시키지는 않았음
-사십분 미쳤냐
˪우리엄마아빠도 그렇게 나 안찍어줌;;
-그와중에 떡볶이 가성비 지렸다
-옆의떡볶이야 신정떡볶이야? 이거 중요해 차라리 옆의떡볶이라고 해줘
아이러니하게도 유채린과 오연지의 스토리를 열람하는 사람들은 평소의 배는 많았다.
이번 논란이 그 어떤 논란보다 빠르게 속도가 퍼져나가고 있었던 건.
-근데 ㅅㅇㅅ이 누구임?ㅋㅋㅋ
˪프젝나왔던 김유리 친구… (보노보노 플카를 들고 있는 윤슬의 짤.jpg)
˪헐 이사람ㅋㅋㅋㅋㅋㅋㅋㅋ아 화끈하네요;;;;
본의 아니게 유리를 도와주려 했던 윤슬의 마음씨 덕분도 있었다.
* * *
“얘들아, 잠깐만 여기서 기다리자. 애들 학습실에 있대.”
정문 앞에서 1학년들과 함께 애들을 기다렸다. 하경이가 그러는데, 주현이랑 서은이 그리고 또 다른 언니들이 학습실에 있다네? 얘네 시험 끝나고 공부하는 애들 아니었는데. 소희 빼고.
“언니…. 죄송…해여.”
그중에 가장 마음이 여린 일 학년이 울먹거렸다. 왜 죄송한 거야?!
“저는, 흑, 유스타 팔로워 많으,면…. 이런 일 있는 줄도 모르고, 언니한테 맞팔…하자고….”
아까 사건으로 많이 놀란 모양인지 맞팔을 취소해도 된다며 울먹거렸다. 너는…. 괜찮을 거 같은데.
‘유스타에 너네 집 고양이 사진뿐이었잖아.’
언니가 좋아요 눌렀다고 기뻐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팔로우 취소라니?
“저두요…. 아까 언니 맞을 때도. 나가지도 못하고….”
솔직히 거기서 말렸으면 안 됐지. 내가 팰 기회였는데…. 안 말려줘서 속 시원했어, 얘들아.
하지만 아기들에게 울음은 전염성이 짙다. 하나둘씩 울먹거리기 시작한 일 학년들을 끌어안자니 팔이 부족했다.
“언니 제가 제일 죄송해요. 평소에 게시글을 올렸으면, 애들 이렇게 데리고 올 필요도 없었는데…. 언니가 믿고 맡겨주셨는데….”
이 나이 때 애들은 한 살 차이를 부장님 대하듯 대하는구나. 이렇게 효도 받는 기분이 들다니.
“자, 다들 옆의 친구한테 니 잘못 아니야라고 말해. 하경이부터 시작.”
키즈니아 알바 출신이 이럴 때 써먹을 수 있구나. 하나씩 옆 친구와 ‘니 잘못 아니야’를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물은 그치지 않는군. 맞은 건 언니인데 왜 너희가 우니. 아까 유채린이 친 광대가 욱신거리는 것 같다.
그때였다.
“서윤슬!!! 왜 전화 안 받아!!!”
…나연이?
저 멀리서부터 소리 지르면서 달려오는 나연이 얼굴은 눈물 콧물 범벅이었다. 여기서 가장 많이 운 아기는 저쪽이구나. 일 학년들을 안고 있던 나는 나도 모르게 팔을 양쪽으로 벌렸다. 나이스 캐치. 나연이가 바로 들어왔다.
“난 그런 줄도 모르고!!! 고은하 죽여버려!!!”
그거 내가 아까 했던 대사인데, 우리 친구는 친구구나.
“흐어어엉…. 너 왜 그런 거 나한테 말도 안 하고!!!”
“그, 나야 다른 학교지만. 넌 계속 고은하랑 보고 지내야 하잖아.”
“안 봐!!! 안 봐도 돼!!!”
“고은하가 나만 싫어하는 거지, 너나 다른 애들을 싫어하는 게 아닌데….”
“난 걔 싫어!!! 다른 애들도 다 걔 싫어해!!! 너만 좋아해!!!”
이러면 안 되는데 기분이 좋다. 나는 나연이를 안은 손에 힘을 줬다.
네 앞에서 집이 망했다고 말하는 것도 나는 사실 너무 창피했어. 네가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잔뜩인데, 내가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얼마 없어서….
고은하가 내가 가난해졌다고 비웃고 다니는 걸 어떻게 말할 수 있겠어, 그럼 네가 또 나한테 뭐든 해주고 싶어 할 텐데.
“서윤슬 넌 눈물도 안 나? 아무렇지도 않아?”
“나 대신 너가 울어주잖아.”
“흐흑…. 방금 그 말이 더 슬퍼….”
‘근데 상태창이 안 나오네?’
너 오늘 언제까지 안 나오나 보자. 나는 끌 수 있는 어그로는 다 끌어볼 예정이거든. 그깟 팔로워? 야 삼백만 금방 만들어본다.
“뭐해 얘들아? 일 학년 왜 울어?”
서은이가 어안이 벙벙한 듯이 다가오고, 그 뒤로 주현이가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고, 예원이가 핸드폰 타자를 바쁘게 두드리고, 가영이와 소희가 입 모양으로 벙긋거리며 얘는 누구냐고 물었다.
“얘? 나랑 제일 친한 친구.”
그 말에 나연이가 더 울었다. 일 학년들은 주현이가 달래주니까 더 울고.
“얘들아. 떡볶이나 먹으러 가자.”
얼마 전에 상태창이라는 새끼한테 받은 광대지원금이 있거든. 떡볶이부터 먹고 남은 어그로를 태워야지.
한참 울고 있는 나연이를 끌어안고 내 옆에서 아직도 ‘니 잘못 아니야’를 반복하고 있는 일 학년들을 바라봤다.
하경이의 머리 위 디버프 글자가 드디어 사라졌다.
“자. 내 말 잘 들어. 한 명을 은은-하게 녹이려면 말이지. 받아 적어. 같이 오래 있을 수밖에 없는 활동을 하나 해야 돼.”
‘민준아…. 예상치 못하게 니 조언대로 됐다.’
매미 우는 소리보다 애들 우는 소리가 더 컸다.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