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37)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37화(137/405)
방학이 시작되고 며칠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지난번 상태창 때문에 생각할 게 많기도 했고, 연락이 미친 듯이 와 있었다. 카톡 유스타 할 거 없이.
[괜찮아? 지금 어딘지 물어봐도 돼?]이건 재언이.
[많이 다쳤어? 너 잘못한 거 없어 잘했어 이제 변호사 준비하자]이건 백휘.
참고로 차재겸은 혼자서 99+를 보냈다. 가장 마지막 카톡은 이거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자기 나를 정말 사랑했구나] [나는 진짜 살살 때린거네… 이렇게 또 하나 알아가고..]미친놈이군.
나는 내가 이렇게 아는 사람이 많았는지 처음 알았다. 엘더아머 아저씨는 이번에도 장문으로 메시지를, 다이아수저는 싸우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하진은 도와줄 게 있으면 뭐든 말해달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방송부 부장이었던 소희네 언니, 차재겸네 전교 1등 누나, 키키 게스트 담당자, 스타일 슈어 담당자.
‘…그리고 솔직히 같은 학교 애들한테 이렇게 위로받을 줄 몰랐다.’
다 나를 좋아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상태창이 동경할 확률을 쏟아 부어주기도 했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이 나이 때 유난스레 눈에 띄면 싫어할 사람도 많으니까.
‘…근데 예상외였지.’
나를 만나면 인사하던 모르는 1학년들, 복도에서 지나가다 말 한마디 해봤던 애들, 친구의 친구, 작년에 내가 민증 사진을 찍어줬던 3학년 언니들까지. 전부 걱정해주는 마음에 나는 어딘가 조금 간지러웠다.
길게 답장하고 싶었는데 전부 짧게밖에 못 했다.
엄마한테 핸드폰을 제한당했었다. 뭐 어쩔 수 없지, 나였어도 내 딸이 SNS 때문에 머리채 잡고 싸우면 그러겠다.
컴퓨터도, 외출도 금지당할 뻔했는데 아빠가 편들어 줘서 살았다. 그리고 솔직히 할머니는 잘한 건 없지만 잘못한 것도 없다고 했다.
‘더 때릴걸. 그건 좀 잘못한 거 같은데.’
유채린 매일 1일 1식 했다면서 힘이 진짜 좋더라. 얼굴에 난 상처 아직도 안 나았다. 아, 씨…. 흉 지면 어쩌지.
상태창이 전부 잠겨버린 덕에 나는 오늘 쌩으로 밤을 새는 중이다. 평소엔 아이템 숍을 적당히 이용하면서 커피 마시고 밤 샜는데, 그렇게 편하게 이용하니까 문을 잠가버리다니.
-저희 메종 드 상태창은 오늘 하루 쉬어갑니다. NEVER 지도에 나온 운영시간과 달리 상시적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려요. 일과 쉼의 공존을 지양합니다. 메종 드 상태창의 무드를 이해하실 수 있는 분만 환영해요. 예의 없는 분들은 사양할게요? (손 모으는 이모티콘)
이런 싸가지를 봤나!!! 장사 안 해? 팔로워 필요 없어 이 새끼? 팔로워를 모아 오라고 채찍질할 거면 아이템은 좀 멕이고 해야 할 거 아녀. 상도덕이 없다.
나는 오늘도 상태창에 대한 가설을 여러 가지 정리 중이다.
지잉-
[익명게시판/근데 새벽이니까 말하는데ㅋㅋ ㅅㅇㅅ 같은 애들 좀 징그럽지 않나..; 나만느낌?]키워드 알림을 해뒀다. #유스타스타, #서윤슬, #논란, #젤링핏 등등. 모든 커뮤니티에 해둘 수는 없어도 몇 커뮤는 어플로 설정 가능하다.
그리고 시간대는 대충 새벽에 올라오기 때문에 특정하기도 쉽다. 아침 여덟 시에 이딴 글 올리면 댓글이 안 달리거나 정신 차리라는 정상인들의 답댓글만 달리니까.
‘동조할 사람은 새벽 반뿐이지.’
나는 익숙하게 핸드폰을 열어 누군가에게 또다시 사진과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ㅎㅎ 팬이에요 활발한 활동 응원할게용^^
은주야, 물어!!!
* * *
조은주는 며칠 내내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있는 중이었다. 서윤슬과 유채린의 젤링핏 싸움이 끝난 지도 꽤 되었는데…. 참고로 조은주의 학교는 시험 기간이 좀 느려서 사건 당일이 시험 둘째 날이었다. 셋째 날과 마지막 날의 시험은 완전히 말아먹었다.
‘어떡하지? 미친…. 이건 내가 쓴 거 아닌데!’
하지만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핸드폰만 억세게 쥐어 잡고 새로고침만 누를 뿐. 조은주 팬계정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첫날 녹음을 보내고는.
-용기 있고 멋진 행보를 응원해요ㅎ 차곡차곡 모아서 저도 언니처럼 아카이브? 그런거 하려구요!˖✧◝(⁰▿⁰)◜✧˖° 이 계정에 보여드리면 조을거 같아요 은하언니 팬계정보고 감명? 받았어요
니가 한 짓을 모두에게 알리겠다는 말에 손이 덜덜 떨리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 세상에 홀로 남은 느낌이었다.
‘전부? …어디까지?’
참고로 커뮤니티에서만 남의 얘기를 즐겨 하지는 않았다. 친구가 사라지기 전에는 카톡으로도 신나게 했으니까. 은주에게 같은 반 아이들이 불편해하는 것 같으니 조심하라고 충고해 준 그 친구의 욕도 실컷 했었다. 마지막까지 등을 돌리지 않아 줬던 그 친구까지 알게 된다면 끝날 것만 같았다. 모든 게.
‘아니, 차라리 걔만 알면 다행이지….’
커뮤니티에 자신이 했던 행동이 올라간다면? 인튜브에 렉카 계정이 자신의 사진을 공개한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
은주는 니가 했건 안 했건 글 삭제하게 만들라는 무언의 요구에 또 잽싸게 움직였다. 하다 보니 점점 실력이 늘었다.
[익명게시판/근데 새벽이니까 말하는데ㅋㅋ ㅅㅇㅅ 같은 애들 좀 징그럽지 않나..; 나만느낌?]-뭐 이사람 저사람 다 잘해주고 다닌대ㅋㅋ 팔로워 얻으려고 발악? 하는 거 같아서 좀… 그리고 걔 친구들은 서운할거같애ㅜㅜ 너무 아는 사람 많으면 옆에서 걔네 인사할때 좀 엥스러운 그런게 잇지ㅋㅋㅋ
입력: ㅇㅇ 니만느낌… 왜? 아무도 너한테 인사 안해줘?ㅜㅜ
인터넷 지박령들은 서로에게 가장 딜이 잘 먹히는 공격을 아니까.
˪니보다 많을듯;; 내 생각이니까 니랑 다르면 지나가
˪많을수가 없는 말투ㅋ
˪222ㅋㅋㅋㅋ 친구야 왜이리 화가났니 너 지갑도둑?
“아 X발!!!”
윤슬의 얘기가 나오면 필연적으로 따라 붙는 게 있었다. 잘해주다가 지갑도 도둑맞고 뺨도 맞은 윤슬의 호구스토리는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기 때문에. 너 지갑도둑? 네 글자면 윤슬을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여론도 쉽게 사그라들었다.
아무리 인터넷 지박령으로 남에게 음침하다고 뒷말하는 사람이어도, 그 정도로 음침함의 대명사로 지칭되는 건 자존심에 상처가 나는 법이니까.
˪응 절대 아님ㅋㅋㅋ 시녀 왤케많아 무서워서 뭔 말을 못하겠네 ㅠㅠ덜덜 떨려용
˪무섭다면서 아갈 잘터네ㅋㅋㅋ 니 주변 친구 많은애들이 인사하고 다닐때 옆에서 좀 그래보징ㅠㅠㅠㅠㅠ 현실에서는 입 꾹쳐닫고 방구석여포 오졋다
은주는 자신의 실명이 거론될까 두려워 더더욱 작성자를 팼다. 패다 못해 철퇴를 휘둘렀다.
[삭제된 게시글입니다]글은 빠르게 삭제되었다. 고인물 대 고인물의 싸움.
조은주 완승.
* * *
“오, 우리 은주 일 잘하네….”
맡기는 일마다 척척 잘한다. 나는 오늘도 삭제된 서윤슬 익명글에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리 봐도 우리 은주는 바이럴에 재능이 있어. 너 곽성팔이 밑에서 일해보지 않으련? 니가 사겠다고 돈다발 뽑아 뒀던 젤링핏 질리도록 먹을 수 있는데. 그 아저씨 따라가.
[커뮤니티 PDF_82]나는 그래도 저장해 둔 PDF 파일을 컴퓨터에 보관했다.
나중에 은주 고소할 때 써먹기도 좋을 테니까. 이참에 두엇 더 잡아서 본보기로 써도 좋고.
‘이런 애들 오래 내버려 두면 안 되지….’
악플은 바이러스처럼 가만히 두면 점점 힘이 강해지는 데다가 뇌피셜에 뇌피셜이 더해진다. 인튜브 시작하면 잡기도 힘들다. 해외 사이트라고 당당하게 와서 온갖 깽판을 다 치니까.
-해명해해명해해명해
루머 해명 요구 당당하게 하시고.
-흠… 3:15 장면 나만 오글?ㅜㅜ 제발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인간복숭아인척 STOP
눈만 뜨면 길티라고 조롱하기.
-말할때 좀 또박또박 말해주세요 구독자들한테 제대로 된 정보 알려야 할 의무 있는 직업이 인튜버 아닌가요?
최고의 직장 상사까지.
몇 년 뒤에는 그나마 이런 분위기가 좀 사그라들지만 지금은 제일 과열될 때거든.
‘인튜버의 수가 아직 폭발적으로 늘지 않았다.’
상태창이 언제 ‘인튜브’ 플랫폼에 가서 구독자 모으라고 할지 모르니까 일단은 조심해야 했다.
사리자. 저렇게 고소가 될 만한 댓글이 아닌데 멘탈 터뜨리는 것만큼 악질이 없다.
‘근데 본보기로 몇 명 처형해 두면 좀 덜 할 테니까.’
나는 인튜버를 몇 안다. 개인적으로 아는 건 아니지만.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생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게 됐었다.
“혹시 저, 방금 말할 때 괜찮았어요?”
“네? 너무 좋았는데요?”
“아, 그…. 그런가. 근데 저 구독자분들이 말할 때 덧니 있는 거 너무 신경 쓰인다고, 교정하라고 자꾸 그러셔서 말할 때 안 보이게 하려고 노력하거든요.”
한번 위축되면 사람이 끝도 없다. 나는 이런 사람 중 착한 사람만 이 판을 떠나는 걸 제법 봤거든.
‘나는 끝까지 살아남는다.’
지금에서야 내 얘기가 좋은 쪽으로만 나오지, 무조건 좋게만 나오는 건 아니었다. 일단 작년만 해도 내가 기억하는 게 몇 개던가.
[익명게시판/ 너네 ㅇㅅㅌㅅㅌ ㅅㅇㅅ알아? 걔 왜 생일이라고 케이크받음?ㅋㅋㅋ]연예인도 아닌데 왜 생일이라고 엘더아머랑 키키게스트에서 케이크 갖다주지…ㅋ 세상 제일 행복한척 하는거 보니까 어이없음
-키키게스트에서 협찬 좀 받던데?
˪협찬 좀 받는다고 케이크까지 줘?ㅋㅋㅋ
˪ㅁㄹ 담당이랑 친한가보지
˪담당도 불쌍하당ㅜ 나이먹고 어린애한테 케이크 갖다받치공
-근데 스타일슈어에서 안 보내준거 보면 좀…ㅋㅋㅋ 할말하않
˪내가할게 왕따당한척해서 논란만들었는데 사실은 당할만했다 이거 맞지?!
가장 기억에 남는 명문은 이거였다.
‘아니, 내가 생일에 행복한 척 좀 하는 게 그렇게 어이없을 일인가?’
키키 게스트 ‘친없못’ 페이지로 들어오는 협찬품 중 대부분은 이벤트로 뿌리거나, 사진 제보를 잘한 사람에게 선물로 줬었다.
근데 나도 쓰고 찍어야 할 거 아니야. 시착 도중에 화장품이 묻거나 많이 쓴 제품은 어쩔 수 없이 내가 가졌다.
‘근데 그냥 가지면 또 여러 문제점이 나오니까.’
혹시 서윤슬 용돈 얼마받는지 아는 사람ㅜㅜ 금수저임? 엥 아는데 금수저는 아님..ㅋㅋ 근데 금수저 아닌데 왤케 브랜드 제품을 많이 사? 보여주기식 오졌다 과시는 결핍 ㄹㅇ임.
이렇게.
‘뻔하게 흘러갈 흐름들….’
안 봐도 4K 고화질로 눈에 보인다. 차라리 협찬받았다고 말하는 편이 낫다. 얼굴 깐 상태로는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었다. 그나마 협찬은 내 노력이라는 인식이라도 있지, 부모 돈이라면 반발심이 정말 말도 못 한다.
‘하제인만큼 어나더 레벨이 아니면.’
대중들은 규칙이 있다. 어마어마하게 부자. 그러니까 그들이 말하는 ‘찐부자’가 아니라면, 그 아래의 사람들은 뭘 해도 잘못이다. 이걸 사도 과시, 저걸 하면 결핍, 온갖 단어란 단어는 다 붙인다.
‘노력도 안 패는 건 아니고.’
협찬받겠다고 태그 잔뜩 거는 거 좀…거지? 같지 않아?ㅠㅠ 흠 아득바득 사람들 앞에서 달라고 소리지르는거같애ㅋㅋ 노간지
…와우.
아무튼 이 말 많고 탈 많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인터넷을 이용해서 팔로워를 모아야 하는 내 입장으로서는 최대한 구설수를 잠재울 선택을 하는 게 좋았다. 대중들이 인정해주신 어나더 레벨 찐부자는 뭘 해도 이해받고 용서받지만, 흙수저 서윤슬은 이해와 용서의 기회가 한정적이니까.
‘근데 상태창 이 자식은 구설수고 뭐고 일단 팔로워나 모아 오라고 등 떠밀고.’
물론 구설수 가득한 사람들이 팔로워가 금방 늘긴 한다. 하지만 그건 단기적인 거지, 장기적으로 보면 삼백만 어떻게 채울 건데 이 미친 상태창아.
지잉-
아, 또 내 얘기 시작됐네.
나는 알림이 울린 핸드폰 화면을 켰다. 은주야! 물어!!!
내 남친 배경화면이라 좀 싸웠는데… 연예인도 아니고 일반인 사진으로 배사하니까 진짜 개짜증나더라ㅠㅠㅠㅠㅠ
-ㅇㅇ 좋아하는상임 내 남사친도 환장함
˪에휴ㅜㅜ 근데 배사 해둘 정도는 아니지?
-싸울만했네… 근데 혹시 몇살?
˪나 13 남친 13! 같은반 CC야ㅎㅎ
…은주야, 돌아와. 어허. 물지 마. 그거 아니야. 아기는 냅둬.
나는 인터넷 고인물들이 행동하는 계절인 여름방학은 내내 은주를 이용하기로 했다. 고소는 그다음에 해야지.
내 시간은 아껴 써야 하니까.
사각- 사각- 사각-
나는 머리에 떠오르는 모든 것들을 적어 내려갔다.
상태창이 그토록 원하던 팔로워가, 서윤슬의 얼굴을 아는 사람들이 순조롭게 늘어난 덕인지 머리가 잘만 돌아간다.
니가 원하는 대로 내가 해줄 거 같아? 까불지 마. 나 니 생각보다 더 머리 좋거든. 상태창의 목줄은 내가 다시 쥘 생각이다.
나는 여름방학 때 할 계획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