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40)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40화(140/405)
“벌써 여기저기 커버 메이크업 올라왔던데요.”
“그치!! 그 조합 물어보겠다고 인튜버란 인튜버 다 연락 왔지 뭐예요. 하하하하!!! 역시 나야!!! 아, 고소해…. 수련이라고 알죠?”
안다. 유명한 메이크업 인튜버다. 1세대 인튜브의 포문을 열었지. 지금쯤 몸값 제일 높을 때일 텐데.
“배합을 그대로 알려달라면서, 막 하나하나 다 묻는 거야? 웃겨. 지 콘텐츠에 왜 우리 회사 직원들을 갈아먹겠대? 미친 게 금요일 열한 시 반에 프젝 끝나자마자 담당자한테 전화했지 뭐예요? 주말에 했어도 사형감인데.”
인튜버들의 갑 태도는 구독자들로 인해 완성이 가능하다.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되니까. 누구보다 빨리 커버 메이크업을 올리면 구독자가 늘어나고, 댓글이 늘어나고, 추천이 늘어나며 해당 브랜드에 수익을 물어다 준다.
=느그들이 광고 안맡겼는데도 내가 셀.프.로! 공.짜.로 해줬는데 뭐 없냐?ㅎ
식의 인튜버 갑질은 추후에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뭐 그 바닥에 오래 있다 보면 업로드하는 영상, 사진 하나하나 모두가 돈으로 직결되니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강남역에 있는 수많은 전광판을 작게 축소하면 인튜브가 되니까.
“키키 게스트에 올려준 거. 고마워요. 우리 제품 누끼 잘 따줬드라?”
내가 키키 게스트에 업로드한 게시글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곧 있으면 여러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하고. 라몽드는 마침 여름 세일 중이었고, 접근성이 높은 데다가 코덕 중에 이제 김유리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가을웜톤으로 이미지 굳혀두길 잘했군.’
‘피부가 하얀데! 가을 웜톤이라고?!’는 지갑을 열어주는 코스메틱 덕후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진짜 톤알못들 아무리 말해도 안들어ㅠㅠㅠㅠㅠ 그렇게 말했는데 답답해 죽음
-무적의 김유리카드 오늘도 톤알못 제압 완.
유리가 했던 메이크업은 눈 아래를 붉게 칠한 메이크업이었는데, 마침 라몽드에서 PPL을 넣어 광고할 수 있었다. 이름부터가 장미꽃 물결. 여름에 듣기 좋은 이름이기도 하고.
“그은데…. 나 부탁 하나만 해도 돼요?”
“아니요.”
“우와, 치사해.”
야, 오십만 원 주고 부려 먹으려던 너만 하겠니? 이 말이 목 끝까지 나왔지만 애써 참았다. 대신 눈으로 말했다.
“…무슨 말 하려는지 왠지 알 것 같으니까 조용.”
“넵.”
아무리 다이아수저라도 사회인의 짬이 있군. 나는 일단 뭔지 들어나 보자고 했다.
“아니, 엔지생건 미친놈들이 상도덕이 없다니까?!”
[코덕게시판/ 근데 확실히 라모레는 좀 텁텁? 한듯 ㅠㅠ]웜톤 잘뽑는건 알겠는데… 그래서 그런지 쿨톤컬러까지 전부 뜨뜻미지근하게 만들어버리는거같아
에뛰앙 신제품중에 쿨컬러 하나도 없음ㅋㅋㅋ 요즘 블로거들한테 안뿌린다 했더니 블로거중에서는 쿨톤이 많아서 그런거같애 안어울리니깐;
13호 쓰는 여쿨은 진짜 걍 엔지생건쪽으로만 절 올려야함 맑고 투명해ㅠㅠ
그렇다. 아무리 피부 하얀 웜톤이 있다고 해봤자.
-ㄴㄷㄴㄷㅠㅠ 하얀사람들은 대체 뭐 쓰라고..
-라모레가 피부 까만 사람들 위해서 덥게 내놓는거 같아ㅋㅋㅋ
˪뭔지 알아 아랍상
˪ㅋㅋㅋ쌍커풀 진하고! 근데 좀 순둥하고 하얀 사람들은 진짜 쿨톤이 많은듯.
…쿨톤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많기 마련이다.
‘오, 엔지생건 작업 잘 치네.’
키워드 아주 잘 넣었다. 에뛰앙 신제품이 잘나가지 못하도록 족쳐주겠다는 의지가 가득하다. 나는 머릿속으로 엔지생건 라인 중 뭘 이렇게 띄우려는지 고민했다.
‘아하, 곧 티 안 나게 DVL 올려치기 하겠군.’
아기자기한 소녀 브랜드인 라모레의 에뛰앙, 반대로 세련되고 쿨한 감성은 엔지생건의 DVL이다. 그럼 노선이 다른 두 브랜드의 싸움은 어떻게 붙이느냐.
‘확실히 DVL이 서양 컬러 쪽에서 따온 거라 그런지ㅋㅋㅋ 쿨하고 이쁘당 원래 서양인들은 백인이 많아서 쿨톤이 압도적임’
마법의 키워드. 백인이다.
나는 빠르게 게시글 몇 개를 눈으로 훑었다. 대충 윤곽이 잡힌다.
키워드는 ‘라모레는 덥게 생긴데다가 까만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야! 청순미녀 쿨톤코덕들은 모두 이리로 오렴. 이게 더 좋단다. 느 집엔 쿨톤제품 없지?ㅎ’.
아직까지 대한민국에 어떤 톤이 제일 많은지는 기정사실화된 바 없다.
-한국엔 여쿨이 제일 많댔어ㅋㅋㅋ
-아니야 가을웜임
-엥? 내가 듣기로는 가을 스트롱인데… 나이 들면 그래서 다들 진한거 입는거임 이창숙 부띠끄 봐
왜냐? 아니, 그렇잖아.
“축하드립니다. 건강한 4.3kg 공주님입니다. 톤은 봄웜톤 그중에서도 페일 라그시입니다.”
“뭐…? 거짓말이죠? 우리 부부는 둘 다 팔레트가 넓어요! 쓸 수 있는 색이 많다고요!”
“하지만 흰색이 많이 들어가 색이 옅은 봄 웜톤은 어쩐지 묘한 분위기를 낼 수 있습니다. 너무 실망하지 마시죠.”
“말도 안 돼, 내 딸이 잘 어울리는 색이 고작 그 정도밖에 없는 봄웜톤이라니!!! 애기옷은 뭘 입히란 말이에요!!!”
국민들을 모두 한데 모아 톤 구별을 하는가? 태어나자마자 혈액형처럼 체크를 하는가? 그야말로 뇌피셜 중 뇌피셜이다.
-내가 가봤던 데는 진짜 전문가들이 하는데인데ㅋㅋㅋ 내가 맞을듯
그래봤자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에 관심 있는 몇 사람들이 가서 만들어 준 통계다. 당장 중장년층과 노년층, 그리고 돈 없는 10대들은 그 통계에 끼지도 못한다.
왜?
…퍼스널 컬러 진단을 못 받았으니까!
‘진단을 받아야 뭐 결과가 나오든 통계가 나오든 하지.’
정확한 통계로는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은 사람 중 무슨 톤이 많다.’가 있겠다. 뭐 어찌 됐든 사람은 자기 믿고 싶은 대로 믿는 법이다.
-ㅠㅠㅠㅠ하얀 피부는 엔지생건이 답이다…
그렇게 퍼스널 컬러 마케팅으로 명실상부 탑이 될 줄 알았던 라모레는 금방 후발주자 엔지생건에게 따라잡혔다.
‘곧 발릴지도.’
어디를 고용했는지 몰라도 아주 전문이다. 나는 그 프로페셔널함에 기겁했다.
“이걸…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러게요?”
“윤슬 씨가 모르면 누가 알아!!!”
이거 나쁜 버릇 또 시작됐다. 물론 답은 알고 있다. 근데 그게 뭐? 지난번에 천만 원 주고 부려 먹었다고 아직까지 부려 먹으려고 해? 안 되지.
“얼마 주실 건데요?”
“…얼마 원하는데요?”
나는 손가락 하나를 세워 보였다.
“아하, 지난번이랑 똑같이?”
“아니요? 일억이요.”
그 말에 다이아수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뜩이나 키가 큰 사람이 일어서기까지 하니 올려다보기 목 아프군.
“미쳤어?!!?!?!!?!”
미친 건 천만 원 주고 그 정도 부려 먹은 당신이 미친 거겠죠.
* * *
앉은 자리에서 여러 가지의 말이 오갔다. 뭐 내 스킬이 아마 켜진 거 같은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나 좋좋소 출신이야. 바닥의 대리석 무늬에 집중하기 얼마나 잘하는데.
“윤슬 씨, 윤슬 씨가 세상 물정 잘 모르나 본데 학위도 없는 중졸한테 누가 일억씩이나 주고 일을 맡겨요?”
그렇지. 나 중학교 졸업 엊그제 했지. 근데?
“엔지생건은 줄지도 모르겠는데 물어보러 갈까요?”
“아니!!! 하…. 아니 하다못해 현금으로 달라고 하든가.”
“싫어요. 주식이 더 멋있어 보이잖아요.”
지금 상태창 테스트 중이라고 말하면 알아는 듣니? 아무튼 여기까지 부른 거 보면 급하고 쫄리는 건 저쪽이다.
나는 내 주제를 잘 안다. 이 나이쯤 먹고 나면 내가 사회에서 어떤 위치인지 모를 수가 없지.
열여덟. 학력 중졸. 유학 경험 없음. 실무 경험 없음. 빽? …없음. 있어 봐야 내 눈앞에 있는 다이아수저 정도일까. 할머니는… 가족이니까 제외하도록 하자.
이 모든 건 내 몸값 후려치기와 직결된다. 키키 게스트야 스타트업 브랜드인데다가 나 외에는 키키 게스트 스타 에디터가 될 만한 사람이 없었다. 글 하나 뽑아내는 속도도 달랐고.
‘옛날엔 밥 먹고 카드뉴스만 만들었다 내가.’
편의점 한 번 가는 것만으로도 나는 소재거리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거든.
광고주를 잔뜩 물어와야 하는 키키 게스트 입장에서는 내가 빠르게 갑이 될 수 있었지만, 피라미드 꼭대기에 위치한 광고주. 라모레는 아니지.
‘이것저것 아쉬운 게 많은 건 내쪽이었다.’
그래서 퍼줬잖아. 퍼스널 컬러라는 좋은 떡밥도! 팝업 스토어도, 커뮤니티 소비자 여론도, 일 수습하는 법도, 게다가 직접 노동까지!!!
물론 상태창 주식 테스트도 해봐야 했고, 유스타 얘깃거리도 만들어야 했고, 소속사를 없애버린 유리의 미래도 좀 책임져야 했다. 근데 지금은 아니잖아.
‘그리고 뒷조사 한 거 보면 다이아수저는 나한테 관심이 많다.’
아니, 많다 못해 흘러넘친다. 누가 고등학생 뒷조사까지 하는데? 아무튼 추후에 키키 게스트 에디터가 나라는 사실을 밝히고 딜해 보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으니. 피차 다 알고 있는데 그냥 깔 거 까자.
“에이, 이 억.”
“…뭐?”
“쿨거래하면 일억으로 해드리려 했는데, 이건 아니죠. 이억. 아니면 안 해요.”
기적의 논리에 다이아수저가 벌컥벌컥 마시던 맥주를 뿜었다. 소파 비싸 보이는데 드럽게 진짜….
“뭐 이런 깡패가 다 있지?”
“업보라고 생각하세요. 오십만 원의 업보.”
“그거 천삼백만 원으로 줬었잖아요!!! 지금은 더 올랐고!!!”
그래봤자 주식 지금 팔지도 못했다. 27만 원대였던 라모레의 주식은 어느새 30만 원을 넘겼다. 근데 그게 뭐?
“…엔지생건 주식 올리러 갈까요?”
“안 돼!!! 안 그래도 걔네가 더 높단 말이야!!! 기자들이 맨날 그거 가지고 비교하는데!!!”
다이아수저의 PTSD 버튼인가보군. 열심히 눌러야겠다.
딸깍.
“이러다 퍼스널 컬러 마케팅 엔지생건한테 먹혀도 좋아요?”
딸깍.
“그나마 우리가 아는 사이고, 좀 친하니까 이렇게 하는 거지, 아니 언니…. 내가 어디 가서 입 열잖아? 라모레 주식 멀쩡할까요? 대기업 오너 직계가족이 고등학생 천만 원 주고 아이디어 다 뺏어갔는데?”
딸깍.
“대외비? 그게 뭐? 내가 자세히 말하겠대요? 나중에 인튜브 시작해서 큐앤에이 받는다하고 라모레 질문 들어오면 씁쓸한 미소 한번 지어준 다음에, 어?!”
“그땐… 하하하. 제가 어렸던 거 같아요. 아이디어? 의 가치…를 잘 몰라서. 하하. 아무튼 좋은 경험이었다 하고 잊으려구요.”
얼버무리면 그만이다. 해석은 재벌을 싫어하는 대중들이 해주겠지. 그리고 사실 틀린 말도 아니잖아?
“윤슬 씨…. 진짜 깡패예요?”
어. 돈 내놔!!!
* * *
다이아수저는 탈탈 털렸다. 이억은 제발 안 된다며 싹싹 빌어 일억 칠천으로 딜을 해결했다. 윤슬은 조건을 참 많이도 내걸었다.
자신에게 키워드 강조시키지 말 것, 어느 커뮤니티에 주로 출몰할지는 자신이 정할 것, 대학 갈 때 쓸 수 있도록 프로젝트 하나 합류시켜 줄 것…. 끝도 없이 나오는 조건은 미리 준비한 것만 같았다.
‘…그때 증명사진 안 훔쳐 가길 잘했다.’
마음만 먹고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다이아수저는 사무실을 나가자마자 SNS에 공표해버린 윤슬의 행동이 이제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나이가 어린 건 약점이다. 하지만 윤슬은 그 나이를 이용할 줄 알았다.
‘그때 훔쳐 갔으면 회사 불탔겠지….’
[대기업의 횡포, 고등학생에게도 ‘갑질?’] [부의 대물림 어디까지 되나… 대기업 금수저가 고등학생 흙수저까지 빼앗아…]기사 헤드라인을 떠올리면 아찔했다. 천삼백만 원 주고 진짜 싸게 입막음 한 것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조건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근데 키키 게스트 왜 접는다는 거예요? 윤슬 씨 그렇게 돈을 좋아하는데.”
“그냥 뭐… 그런 게 있어요. 잘 먹었습니다.”
케이터링 서비스까지 준비해 화려하게 차려낸 식사는 아주 조금만 손댄 윤슬이었다.
“왜? 더 먹지!”
“엄마가 친구네 집에서 열 시 전엔 돌아오랬어요.”
시간은 어느덧 아홉 시였다.
나가기 전 잠시 뒤를 돌아본 윤슬은 창밖으로 보이는 한강의 야경에 감탄했다. 서울 바닥을 모두 발밑으로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 아래 보이는 도로에 차들이 지나다니고, 수없이 많은 불빛들이 환하게 빛났다.
‘…다이아수저 아니더라도, 누구나 여기 살면 저런 태도가 만들어지려나.’
아쉬울 거 하나 없다는 저 태도. 내가 당연히 위고 갑임에 믿어 의심치 않는. 윤슬은 엘리베이터에 몸을 맡기며 알아낸 것들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