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41)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41화(141/405)
일단 첫 번째.
‘상태창은 나에게 무조건적인 호의를 선사하지 않는다.’
처음엔 내가 불쌍해서, 회귀 전 너무 열심히 살아서 이런 기회가 주어진 줄 알았다. 미래의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온다는 건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는 기회가 아니니까.
‘일을 많이 시키긴 했지만 그에 따른 보상도 확실하게 있었고.’
좋좋소 블랙기업을 다니다 보면 일만 잔뜩 하고 보상은 없는 게 일상이다. 곽성팔에게서 농노1로 살아가던 나에게는 감지덕지였다고.
그리고 두 번째.
‘상태창은 확실한 유명세를 필요로 한다.’
팔로워만 원했더라면 얼굴을 가리고 활동했던 친없못 계정들을 카운트했겠지. 상태창이 원하는 팔로워는 정확하게 ‘서윤슬’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원해서 상태창을 갖게 된 게 아닌, 상태창이 나를 원해서 갖게 된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상태창은 유명세는 물론이고 영향력까지 원하는 것 같다.
세 번째.
‘상태창은 나의 감정 조종까지는 하지 못한다.’
기껏해야 과거 회상 정도의 조종이 가능하다. 채린이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혼자 밥을 먹던 회귀 전 내 생각이 났었지.
그때는 아주 옅게, 그러니까 일상에서 문득 생각나는 것처럼 스쳐 지나갔는데 점점 더 과거 회상을 하는 시간이 길어졌었다.
‘그러다 보니까 효소 공구로 인플루언서들이 돈을 얼마나 버는지도 선명하게 기억 났고.’
상태창은 내가 돈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니까, 가장 약한 부분을 파고든 것 같다. 친없못 페이지가 아니라 서윤슬 얼굴을 걸고 벌 수 있는 돈이 더 많다고 회유하고 싶었겠지.
하지만 아무리 기억 조종을 해 봤자. 상태창에게 없는 사실까지는 만들어낼 힘은 없는 것 같다.
‘내 빅데이터로는 효소 공구하다 나락 간 인플루언서들이 훨씬 많거든.’
효과가 없으니 욕먹는 건 둘째치고, 많이, 죄책감 없이, 먹고 싶은 것은 어떤 거나 잘 먹는 척을 해야 하니까, 그게 일상처럼 보여야 하니까 강박증이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강박증만 왔으면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하는 정도지.
회귀 전의 과거가 떠오르는 건, 나를 솔깃하게 만들 힘도 있었지만 멈추게 할 힘도 됐다. ㈜스타팅 스마트 애드에서 본 건 나쁜 게 더 많으니까.
네 번째.
‘내가 SNS를 열심히 하지 않을수록 상태창의 개입이 강해진다.’
그래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 기간에 특히 멍했었다. 스토리만 올리거나 아예 안 올렸으니까.
‘피드에 게시글 업로드를 해서 팔로워를 안 끌어왔으니까….’
스토리로 때워버렸으니 팔로워 수는 제자리. 유명세를 원하는 상태창의 힘이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뭐 이렇게 결론.
=상태창은 나를 보고 몰려오는 팔로워를 원한다!
‘낚시 바늘에 걸린 떡밥이 된 기분인데.’
일단은 어느 정도 맞춰주지. 이번처럼 기분 더럽게 조종당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아직 몇 개 더 안 풀린 게 있지만….’
차츰 생각해 보도록 하자.
나는 머리가 아파 차창에 머리를 기댔다. 다이아수저가 불러 준 모범택시는 흔들림 없이 안락했다. 막힘 없이 시원하게 달리는 차 안에서 나는 머리를 비우려 애썼다.
“이야-. 오늘 야경 정말 멋지네, 손님! 창밖 좀 보세요!”
택시 기사의 감탄에 나는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너머에서 빛나는 불빛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도시의 야경이 가슴속 한구석을 울컥하게 했다.
‘…여기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한강이 보이는 곳으로 악착같이 돌아오고 싶다. 반드시 성공해서 엄마 아빠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그 마음만은 회귀 첫날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나는 잠시 알림을 꺼 놨던 SNS 앱을 확인했다. 그동안 상태창을 기록해 둔 걸 토대로 미션 완료를 하려 했던 계획은 순조로웠다.
방학이 시작되기 전 깔아둔 새로운 플랫폼. 내 계정은 빠르게 팔로워를 끌어모으고 있었다.
@seo_yoonseul
Youstagram
팔로워: 310,183명
서 윤 슬 @seo_yoonseul
???
팔로워: 11,172명
‘오만 명 금방이겠네.’
새로운 플랫폼이 어디냐고? 당연하잖아. 틴톡이다.
* * *
폭로 사건이 터짐과 동시에 스타일 슈어 사건은 또다시 재조명됐다. 그때 날 저격했던 애들은 대부분 비공개 계정으로 돌려야 했을 만큼. 고은하와 오연지는 말할 것도 없고. 아예 둘은 계정을 폭파시켰더라고. 특히 고은하 유스타 댓글이 진짜 무서웠다.
‘외국인들 무섭더라.’
뱀 이모티콘은 기본이고, 번역된 말투가 그렇게 무서운 줄 처음 알았다. 고은하의 스슈 논란이 여돌 논란으로 덮어졌던 것만큼 그 여돌의 외국 팬들이 몰려왔더라고. 삼천 개 가까운 댓글들이 살벌하더라.
‘외국인 화력….’
하지만 나는 여기서 하나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곧 미칠 듯이 떡상할 외국 어플.
바로 틴톡이다.
상태창은 간과한 게 있었다!
‘내 팔로워가 전부 나에 대해 미친 듯한 관심이나 사생활을 알아야 한다는 건 없었잖아? 그리고 한국인 한정이란 말도… 없었고.’
회귀 전 중국의 인기 인플루언서들의 스케일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졌다. 라이브 방송을 한번 하면 한국 인구의 절반은 우습게 들어왔던 그 엄청난 숫자들이.
새로운 플랫폼에 가서 팔로워를 얻어야 한다는 건 곧 이미지 소비와 직결된다.
내가 개인 유스타 팔로워 수에 집중하지 않은 이유. 10대 인플루언서는 돈이 크게 되지 않는다. 자극적으로 다이어트 제품 팔아먹을 거 아니면.
사람들은 흔히 5만 팔로워와 8만 팔로워, 13만 팔로워와 17만 팔로워 사이에 간극이 클 거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아니다.
‘학생 인플루언서는 광고비가 3천 팔로워와 1만 팔로워가 비슷하거든.’
나이가 어릴수록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일조하지 못하니까. 그럼 뭘로 돈을 버느냐, 바로 공구다. 특히 다이어트 제품과 메이크업 제품. 둘 다 지갑 가벼운 학생 팔로워들에게 적절한 구매 욕구를 심어줄 수 있으니.
‘만 원, 이만 원 대로 접근이 부담스럽지도 않고.’
그래서 그렇게 다들 공구, 공구를 하는 거다. 광고 사진 열 번 올리는 것보다 공구 한 번 하는 게 낫다.
‘하지만 난 당분간 공구 같은 거 할 생각 없다고.’
상태창이 미션으로 협박하면 모를까, 내가? 공구하다가 문제라도 하나 생겨봐라. 지금 이때에!
‘…나는 물론이고 유리까지 피해 본다.’
절대 안 되지. 우리 유리는 무조건 데뷔해야 하니까.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틴톡만 한 어플이 없군.
새 플랫폼. 많지. 일단 지금 유스타 다음으로 화력이 높은 건 트리터.
‘근데 전혀 돈이 안 돼.’
아이돌 산업이라면 모를까,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기에 트리터만 한 악조건이 없다. 사이버불링의 본고장이거든. 되도록 안 엮이는 게 훨씬 낫다. 이미지 소비 심하고, 삐끗했다가는 몇천 단위로 조롱당하기도 쉽다.
‘블로그는 당연히 5만 팔로워가 안 되고.’
몇천 팔로워만 얻어도 대단한 거다. 파워블로거조차 몇만 단위의 팔로워가 끝이거든. 사람들은 NEVER을 이용할 때 되도록 개인정보 안 남기고 싶어 한단 말이지. 검색해서 정보만 읽고 나가버린다고. 그리고 인튜브도 안 된다.
‘여기서 학생 이미지 굳어지면 나중에 몸값 문제가 있다.’
되도록 인튜브 데뷔는 늦추는 게 낫겠지. 이왕이면 성인이 된 뒤로. 학생 이미지가 굳어지면 팔로워 수가 얼마나 많건 간에 허수가 된다.
무슨무슨대 새내기로 시작하는 게 여러모로 낫다. 광고 들어올 브랜드들의 이미지 범위가 다양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큰 단점. 시간이 가장 많이 든다!
‘삼 분짜리 영상 만들려면 삼십 분은 촬영해야 한다.’
편집 시간도 장난 아니다. 공부할 시간도 모자라 죽겠는데 인튜브는 무슨. 절대 안 돼. 지금은 어플로 간단하게 편집할 수도 없단 말이야.
그러므로 적당히 팔로워 좀 땡길 수 있고, 시간 덜 드는 틴톡이 답이다. 짧게는 몇 초, 길어야 몇십 초의 영상은 만드는 게 어렵지 않으니까.
적당히 음악에 맞춰서 몇 동작 편집하고, 효과 두어 개 넣으면 끝.
‘아직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는 안 되지만, 그 점이 더 좋다.’
이미지 소비가 덜 되는 데다가 우회해서 이용하는 한국인이 몇 안 될 때에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국인이라면 희소성도 있다.
‘한국 문화에 관심 있어 하는 층이 제일 빨리 팔로워로 붙을 테니까!’
그리고 아마 일 년쯤 뒤엔 한국에서도 이용 가능하지. 그 뒤로는 점점 사용자가 많아지니 초창기만 잘 다져놓으면 꿀을 빨 수 있겠군.
5만이라는 숫자에 아찔했던 머리가 맑아졌다.
‘틴톡에서 5만이면 우습지.’
한국인을 타깃으로 하면 모를까, 중국인 타깃? 팔로워 끌어모으기 이만한 게 없었다. 좋아, 틴톡으로 정했다.
‘게다가 난 이미 틴톡에서 좋아할 만한 걸 다 알고 있거든.’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 나는 완벽한 승리를 예감하며 미소 지었다.
상태창이 미션을 낸 지 나흘 만에 나는 틴톡을 가입했다. 그렇게 가벼운 영상을 몇 개 올리고 깔끔하게 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얻었다.
* * *
ASMR. 무엇의 약자인지는 까먹었다. MR 제거 영상이 돌아다니니 MR은 배경음의 약자인가?
‘에스는… 사운드?’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소리를 제대로 잡고 있는지가 중요한 거지. 이 마이크는 중고세상에서 거금 30이나 주고 산 마이크다. 나는 녹음된 영상을 다시 한번 체크했다.
ASMR. 조회수와 충성 구독자들을 모을 수 있는 효자 콘텐츠다. 회귀 전 별별 ASMR이 다 있었지.
[자기 전, 마음에 닿는 한 줄 문장들]조회수
18만회
-불면증이 덕분에 나았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12:30 이 부분 가슴을 울리네요. 주말엔 저도 도서관에 가봐야겠어요.
차분한 목소리로 고전 소설이나 시를 읽어주는 ASMR도 있었고.
[Onion Rings & Pickles intense sounds]조회수
3.4만회
-asmr이라매 공사장 소리 뭔디?
-깡깡깡깡! 깡깡깡깡!
-3:41 과자를 먹는거임 철근을 씹는거임ㅋㅋㅋㅅㅂ
과자나 야채를 먹는 소리를 들려주는 ASMR도 있었지. 나중엔 강아지가 먹방을 하기도 했었다.
[질투 많은 남친/ 자기야, 어제 왜 그렇게 연락이 안됐어? 내 말이 우스워?]조회수
103만회
-다음번엔 애교 많은 남친도 해주세요!
-찾았다 내남친
뭐 남친이나 여친, 피부과 직원, 귀청소 숍 같은 롤플레잉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고른 ASMR은 바로.
[ASMR/Destroying Korea Cosmetic]#korean #koreanbeauty @k-pop @asmr @koreanasmr
화장품 부수기, 그리고 그 부순 화장품으로 만드는 ASMR이다.
* * *
지금 틴톡이라 함은, 대체적으로 떠올리는 바가 비슷할 것이다.
쎄이풋. 엠갑 아잉~라~ 엠볫엠씨띵~~
띵띵띵땅땅땡~ 땅띵띵띵땅땅땅
(노래에 맞춰 흐느적 춤을 춘다)
일단 어떤 챌린지 같은 댄스파티. 유행하는 노래는 음원 차트에도 영향력을 끼칠 정도로 어마어마하지.
츄♥! 카와이쿠테 고메엔-★
(노래에 맞춰 윙크를 하고…. 바쁘게 얼굴을 움직인다)
춤을 못 추는 사람들은 얼굴만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아마 제일 흔한 유형은 바로 이거지 싶은데.
아무튼 어두운 노래…. 짱 어두운 노래…. 그러다 갑자기 효과음 빡!!!
(후줄근한 차림새와 우물쭈물하던 얼굴에서 갑자기 자.신.만.만. 멋지게 변신한다)
뭐 이것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 드라마나 영화 가사 따라하기, 무슨무슨 법 알려주기, 해외에서는 뻑하면 별 쓰레기를 다 만들고.
‘미친놈들이 글루건으로 어디까지 붙이는 거야.’
재활용 개빡세게 해봤자 소용이 없다. 멀쩡한 컵에 반짝이를 글루건으로 붙이고 뗐다가 또 부수고 뭘 더 붙였다가…. 아무튼 별의별 게 올라오는 게 틴톡이다.
‘화장품 부수는 ASMR이면 해 볼 만하지.’
그리고 회귀 전 이맘때 슬라임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슬라임을 판매하는 사업자들이 한 달에 몇억씩 매출을 올리고는 했지. 그뿐인가? 온갖 연예인들의 SNS에 슬라임이 업로드되고는 했다.
본격적으로 ASMR의 유행이 시작되는 것도 슬라임이 시초거든. 이제 곧 슬라임의 인기가 시작될 테니 한발 앞서 콘텐츠를 만들어두는 것도 좋지.
‘본격적으로 유행 시작되면 흘러흘러 유입되는 팔로워 수들도 제법 될 테니까.’
마침 남는 게 화장품이다. 광고며 협찬이며 단순 선물이며 발에 채일 정도로 남아돌거든, 나한테는.
‘만들기도 쉽고, 비용 많이 안 들고. 이미지 소비 적고.’
다시 생각해도 참 잘했군. 아, 물론 상태창은 ‘서윤슬’ 얼굴을 내 걸어서 사용자들에게 인식시켜야지만 인정해주지만, 그게 뭐?
슬라임 만지면서 중간중간 얼굴이나 몇 초 보여주면 그만이지.
‘프로필 사진도 내 얼굴로 해버리고.’
계정 이름까지 서윤슬. 딱이잖아? 혹시 몰라서 콘텐츠 하나를 추가하기도 했었다. 몇 개 올렸는데 반응이 좋더라. 그리고 방학 시작하고 나서는 틴톡에 업로드할 만한 알바도 하나 시작했거든. 오전 파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