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42)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42화(142/405)
다이아수저는 정말로 의아했다. 대체 왜, 돈을 그렇게 좋아하다 못해 아주 미쳐 있는 고등학생이.
“어서오세요-. 10시 30분 예약자, 촬영 동의한 김주희님 맞으시죠? 이리로 오세요~”
금 동아줄인 키키 게스트 에디터 말고, 여기에서 오전 카운터 알바를 하겠다고 했을까? 여기서 70시간을 일해야 간신히 광고 글 하나의 가격이 나올까 말까 하는데.
‘뭐, 일단 나야 좋지만….’
윤슬은 웬만한 알바보다 더욱 일을 잘했다. 진상 손님 달래는 건 물론이고 돌발 상황에 대처할 줄 알았다. 누가 보면 하루에 알바 두세 탕 뛰다가 좋좋소 입사해 몇 년간 신입으로 고통받았던 사람인 줄 알 정도로.
이곳은 강남역에 위치한 라모레의 퍼스널 컬러 진단 숍이다.
지난 봄 시즌 팝업 스토어로 진행했던 게 정말이지 너무너무너무 잘되어서, 퍼스널 컬러 진단은 이제 라모레의 업종 중 하나가 되었다.
전문 컬러리스트는 물론이고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발에 채는 기업이다 보니 더욱 발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가볍게 세안하시고, 여기 있는 제품들로 보습 관리해 주신 다음 들어갈게요~”
어쭙잖은 전문가보다는 대기업의 이름이 걸린 곳에서 자신의 퍼스널 컬러를 진단받고 싶어 하는 고객들 덕에 2호점을 낸 지도 어느덧 3개월.
이제 예약이 힘든 만큼 새로운 옵션이 생겼다.
[촬영 가능 동의 입장시간]바로, 전과 후. 워스트 컬러와 베스트 컬러를 짧게 촬영하는 시간! 미디어에 얼굴을 보이는 걸 꺼리는 사람들은 해당 시간대를 피했지만 지금 제일 잘 나가는 숍에서 진단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역시 윤슬 씨야! 진짜 어떻게 이렇게 머리가 잘 돌아가지?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온 거 같아!”
“네. 뭐 그렇죠.”
“카메라 앞에 얼굴 보이는 게 자연스러운 사람들이 예약할 테니까, 뭐 주로 얼굴 좀 되는 사람만 오겠지?”
“…….”
“인플루언서 꿈나무거나, 인플루언서거나! 안 그래도 슬슬 초대권 뿌리고 싶었는데 잘 됐다. 불공평하다는 소리 나오기 전에 이렇게 처리할 수가 있구나~”
‘이 인간…. 나아지지 않는구나….’
개쓰레기발언을 한 다이아수저와 윤슬의 생각을 달랐지만, 어찌 됐든 목표는 똑같았으므로 일단 적당히 협의를 봤다. 촬영 동의 타임대 예약인은 얼굴 보고 뽑자는 개망나니발언까지 하길래 그건 필사적으로 말린 윤슬이었다.
지금 라모레의 퍼스널 컬러 숍의 옵션은 두 가지가 추가되었다. 전후 촬영에 동의하는 옵션.
그리고 하나는.
“버리는 건 여기로~ 던져주세요!”
가져온 화장품 중 워스트를 버리는 것. 이렇게 하면 1층에 있는 라모레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 주어진다.
“근데 괜찮아요? 상품권을 3만 원이나 주시면…. 퍼스널 컬러 테스트가 7만 원인데.”
“하하, 내 걱정 해주는 거야? 아- 귀여워라. 괜찮아요. 예뻐지고 싶은 욕구로 여기까지 온 사람들인데, 과연 아래에서 화장품을 3만 원만 사갈까?”
“아….”
“오히려 더 충성도가 높아지겠지.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고 바로 나에게 어울리는 걸 샀다고 생각할 텐데. 그거 때문에 여기 이렇게. 톤마다 추천 카탈로그도 따로 만들었잖아요?”
인터넷은 잘 몰라도 사람 심리 건드리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다이아수저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윤슬을 보고 뿌듯했는지 묻지도 않은 말도 줄줄이 나왔다.
“그리고 여긴 강남역 한복판이야, 후줄근하게 다니는 사람 몇 없는. 장소가 주는 느낌이 또 있지. 그래서 뷰티에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결코 일 층 매장을 지나쳐서 그냥 갈 수 없어요~. 괜히 유명 헤어숍 근처에 올리브일이 있는 게 아니라니까?”
사람의 열등감과 나아지고자 하는 욕구를 건드려야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까지 굳이 충고한 다이아수저에게 윤슬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객들이 버리고 간 화장품을 보며 둘은 미소 지었다.
“하하하하!!! 다 아무것도 아니야. 리올? 쇼네르? 다 부셔버려…. 로고빨…. 개쓰레기 화장품….”
고급화 전략에 미치다 못해 명품 브랜드 코스메틱 라인을 증오하는 다이아수저가 특히 기뻐했다.
윤슬은 퇴근할 때 이 버려진 화장품을 모두 가져갔다.
“왜 그걸 가져가? 내가 새 거 사줄까요?”
“괜찮아요. 이거 쓰려고 가져가는 거 아니거든요. 뭐 공부할 것도 있고.”
부수려고 가져가는 거지. 그 말에 다이아수저는 정말 기뻐했다. 아무래도 우리의 마음이 통한 것 같다며. 브랜드를 다 부셔버리자며.
* * *
「▶System
【미션: 메인】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드디어 유명세를 높인 당신, 이제는 어디를 가면 한둘쯤은 알아볼지도 몰라요.
하지만 아직 한참 부족해요!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당신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봐요.
[새로운 플랫폼] 에서 ( 5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모아 봅시다.보상
○매력 스탯 상승
○유명세 스탯 상승
○어쩐지 부러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당신을 동경할 확률이 20% 이상 상승합니다(상승률 랜덤: 2~40%)
○✧✿여기 있어요✿✧ (사용 시간 5시간) 아이템 ( 3 )개 지급」
‘아이템 숍을 한 번에 풀어줄 생각은 없구나.’
지난번 상태창이 내게 경고한 후 나온 새 미션이다. 새 플랫폼에서 5만 명을 모아오라는 미션. 나는 이걸로 여러 개를 해결해 볼 생각이다.
일단 메이크업 제품에 대한 지식은 늘리면 늘릴수록 어디든 쓸모가 있을 테니 하나하나 체크를 해뒀다.
‘좋아. 삼 일.’
지난번 라모레의 팝업 스토어 때와 동일하다. 통계적으로 빠르면 하루, 느리면 삼일 안에 내 찰떡지수 체크가 가능했다. ‘내 것’이라고 분류되어야 그때부터 나에게 잘 어울리는지 남에게 잘 어울리는지 확인이 가능하니까.
나는 퍼스널 컬러를 진단받으러 온 손님들이 버리고 간 화장품들을 모조리 집으로 모아 왔다.
‘백화점 제품들은 대부분 단종이 느리게 되니까.’
시즌에 예민한 로드 숍은 대체적으로 단종이 빠르다. 인기 없는 컬러는 내년이 되면 찾아볼 수도 없을 정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아이덴티티를 지켜야 하는 백화점은 다르다. 인기가 없는 컬러여도 일단은 멱살 잡고 끌고 간다고.
‘앞으로 코스메틱에 대해 잘 아는 척하려면 많은 샘플이 필요하다.’
직접 써봤다는 증거 역시 남겨야 하고. 이러면 추후 화장품 관련 광고를 받았을 때 적당히 괜찮게 보일 수도 있겠지.
나는 브랜드마다 나에게 잘 어울리는 것, 안 어울리는 것을 정리해 파일을 저장했다.
그리고 두 번째.
‘로드 숍 화장품 몇 개 부수는 것보다, 명품 화장품 한 개 부수는 게 훨씬 화력이 좋다.’
지금 업로드한 것 중, 인기 태그는 단연 K-Beauty.
사각사각 화장품 부수는 소리, 불에 달군 스패출러로 립스틱을 뭉개는 장면, 반짝거리는 글리터 섀도가 날아가는 모습, 찐득한 슬라임으로 이 모든 걸 섞어버리는 소리.
이런 것들이 한데 섞였다. 중간에 직접 슬라임을 만지는 내 모습도 넣고.
이렇게 되면 K-beauty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개미지옥이 완성된다. 원래 이런 짧은 콘텐츠가 빠져나가기 어려운 법이거든. 머리 쓸 필요 없으니 멍하니 보게 되고.
‘유입은 K-Beauty여도, 묶어둘 만한 게 필요하다.’
화려한 로고,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 비싼 브랜드. 손가락으로 드넓은 SNS 세상을 슥슥 내리다가 한 번쯤 어? 하고 멈춰 세울 만한 로고 파워가 필요했다. 확실히 뷰 수에 비해 댓글이 많기도 했다.
‘댓글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두어 개 달려 있는 댓글창보다, 이천 개 달려 있는 댓글창에서 사람들은 주저 없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니까. 참여형 SNS를 제공하는 거다.
서 윤 슬 @seo_yoonseul
TeenTok
팔로워: 27,172명
화장품 부수는 ASMR과 슬라임으로 벌써 절반 이상이 들어찼다. 남은 시간은 15일 가량.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팔로워를 쓸어 담아 볼까.’
회귀 전 틴톡에서 제일 인기 많았던 콘텐츠, 바로 비포 앤 애프터다.
* * *
라모레의 퍼스널 컬러 진단 손님들은 두 가지 버전으로 SNS에 업로드된다. 하나는 긴 버전으로 라모레의 인튜브에. 그리고 하나는 짧은 버전인 틴톡.
K-beauty에 관심 갖는 외국인들은 항상 어느 정도 수요가 있기 마련이라고.
맨날 화장품 부수고 슬라임만 만지는 것보다 다양한 코리안 뷰티를 슬쩍 맛보여 주는 게 더 빠르게 팔로워를 끌어오기 좋을 거다.
나는 짧게, 많은 영상을 편집해 업로드했다. 음악에 맞춰 전후가 달라지는 라모레의 고객님들을.
미리 찍어둔 10초짜리 영상은 만드는 속도부터가 달랐다. 참고로 서치 걸리기 좋게 라모레 고객님들의 전후 영상은 일부러 지금 중국에서 제일 인기 있는 노래로 했다.
워스트 컬러인 상태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피하다 음악에 맞춰서 베스트 컬러로 변신.
‘…회귀 전에 나도 참 많이 봤었는데.’
직접 만들려니까 감회가 남다르군. 어찌 됐건 효과를 많이 넣어서 꽤 그럴싸했다. 빡!!! 바뀌는 장면에 특히 공들였다. 원래 누구나 힘숨찐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워스트 컬러를 만났을 땐 찐따같던 내가, 베스트 컬러를 만나면 SSS급 힘숨찐?!
이게 바로 틴톡의 주된 정서거든.
띠링- 띠링-
좋아요가 벌써 빠르게 늘고 있군. 이대로라면 미션은 무리 없을 테니, 조만간 사무실이나 다시 나가야지.
‘애들이 걱정 많이 했을 텐데.’
맛있는 거나 사서 가야겠다. 이젠 짧은 휴가를 끝내 볼까.
* * *
“윤슬아!!!”
“…슬아.”
윤슬이 오랜만에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두 사람에게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느릿하게 말하던 재언은 어느 때보다 빠르고 크게, 늘 차분하던 백휘는 당황스러워했다.
방학이 시작된 지 10일 만에 보는 윤슬이었다. 잠깐 쉴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한 주제에 여전히 밤을 샜는지 살이 빠져 있었다.
“잘 지냈어? 내가 맛있는 거 사 왔다~”
드디어 흑당의 시대가 왔다. 윤슬은 재언의 몫으로 흑당 버블티, 백휘의 몫으로 캐모마일을 꺼내 익숙하게 내밀었다. 마실 걸 손에 쥐여주어도 둘은 말없이 윤슬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야, 그만 봐…. 내가 죽었다 돌아온 것도 아닌데.”
머쓱해진 윤슬은 자기 몫의 버블티를 들이켰다. 매일 청소를 했는지 오랜만에 본 윤슬의 책상이 지나치게 깨끗했다. 먼지 한 톨 없이 정리된 책상 위가 유난히 반짝거렸다.
“괜찮아?”
“지금은 좀 어때….”
뺨에 났던 생채기는 아물었지만, 걱정하는 눈빛들을 받으니 어쩐지 여전히 그 자리가 아린 것도 같았다.
“진짜 괜찮아. 엄청 자세히 보지 않으면 티도 안 나잖아.”
“자세히 봐도 돼?”
“어?”
불쑥 백휘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백휘가 늘 뿌리는 향수 냄새가 성큼 다가와 윤슬은 자신도 몰래 고개를 피했다. 장난스럽게 고개를 피하는 대로 두어 번 따라붙은 백휘 때문에 얼굴이 빨개진 윤슬이었다.
“야, 자꾸 따라오지 마!”
“왜. 반가워서 그런 건데.”
“아무튼…. 티 안 나지?”
“더 가까이서 보면 알 것 같은데.”
평소처럼 싱글거리는 모습으로 돌아온 백휘를 가볍게 친 윤슬이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재언아, 니가 보긴 어때?”
“예뻐. 내가 보기엔.”
“…어?”
원래대로 돌아와 있던 윤슬의 얼굴이 더 빨개졌다. 그보다 몇 배는 빨개진 얼굴의 재언이 당황했다.
“아니, 그…. 옛날부터 그랬고, 어떻게 보이냐고 물으니까, 상처 같은 건 잘 안 보이기도 하고, 크게 났어도 안 보였을 거야. 그렇다고 지금 상처가 크게 났다는 건 아니고, 어….”
재언이 한껏 뚝딱댈수록 윤슬의 얼굴이 익어갔다. 보다 못한 최백휘가 말을 끊었다.
“그치, 누구라도 눈 있으면 예쁘다고 생각하지. 윤슬이를.”
“야, 넌 또…!”
“너무 편애가 심해요.”
놀리듯 말한 백휘를 다시 치자 아야야, 우는 척을 한 최백휘 덕에 어색한 분위기가 금방 마무리됐다. 뒷머리를 긁적이던 재언은 입을 다물었다.
“이제 일하자. 아, 나 1층에서 직원분들이 간식 이만큼 주셨다? 재언아 이거 먹어.”
“챔피언한테 주는 선물….”
“재언아 너까지 왜 이래. 최백휘 닮아가지 마.”
“상처야. 이따 케이크 먹자, 지금 너무 많이 먹지 마.”
윤슬의 ‘우리아빠욕하지마 미친아!!!’ 동영상을 모두 본 청소년 사무실의 직원들은 윤슬이 들어오자마자 있는 간식 없는 간식 모두 끌어 손에 쥐어 줬었다.
청포도 캔디, 작은 에너지 바, 한 입 거리 젤리들, 무설탕 계피 사탕과 가시오가피 초콜릿 등등. 이상한 게 좀 끼어있긴 했지만 책상 서랍에 가득 찬 간식들은 윤슬의 마음을 든든하게 만들어줬다.
그렇게, 팀 최선의 본격적인 여름방학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