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48)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48화(148/405)
‘이쯤 되면 슬슬 한계치지.’
성격 죽이고 사는 것도 힘든데, 매일같이 과중한 업무를 하고 있자니 죽을 맛일 거다. 누군가에게라도 털어놓고 말하면 좀 편해지겠지만 그것도 아니잖아.
‘이런 말을 누구에게 할 수 있겠어.’
내가 마음대로 이 사람 저 사람 SNS 캡처하고 다니면서 비교 분석하고, 뇌피셜로 루머 유포하고, 거기다 실제 친구들까지 커뮤니티에서 뒷담에 가까운 고민 상담했다고 어떻게 말할 건데.
‘그게 무서워서 열심히 일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대충 일면식도 있고, 내적 친분 있고, 무엇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동일한 친구를 앞에 두면 당장에 물겠지.
지잉-
‘왔다.’
답장이 예상 시간보다 오래 걸렸지만 그래도 예상 범위 안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군.
[잘 지내고 계셨어요?ㅠㅠ 걱정 많이 했어요… 다시 유스타 복귀하시는 건가요?]참고로 내가 보낸 메시지는 이렇다.
입력: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연락드리네요… 그동안은 유스타 로그아웃을 해두고 있었는데, 문득 생각나서 연락드려요.
저 때문에 은하가 유스타 계정을 폭파했더라구요. 많은 사람들이 날 선 댓글을 써서 많이 상처받았을텐데… 은하를 응원하던 팬계정주분께라도 사과 드리고 싶었어요.
그동안 같이 나눈 메시지를 보니까 은근히 유채린이 조은주한테 호의적이었더라. 아마 팬 계정이니까 나중엔 유채린 팬계정으로 만들고 싶어서 그런 것 같던데.
‘몇 개는 사적인 얘기도 같이 해주고.’
팔이피플이 착한 척할 때 쓰는 말투는 거기서 거기지. 휴먼팔이체를 터득한 내게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유채린이 자주 쓰던 이모티콘 몇 개, 틀리던 맞춤법, 특유의 띄어쓰기. 그리고 받아낸 사진 몇 장.
‘충분하지, 속이는데.’
나는 유채린에게서 받아낸 팔목 링거 사진을 보냈다.
‘은주야, 물어라.’
이전에 은주 때문에 준비했던 CCTV는 아직 잘 작동되더라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써볼 작정이다. 이제 곧 <프로젝트 111>도 끝나고, 여름방학도 끝나지. 그동안 신세 많이 졌다.
얼른 보자 은주야. 나 만나면 반갑게 맞아주기야?
* * *
은주는 심장이 뛰었다.
유채린이라면, 서윤슬을 자신만큼. 어쩌면 자신보다 더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얘만 잘 잡으면….’
유채린을 잘 구슬린다면, 서윤슬의 실체를 까발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조은주 팬계정이 서윤슬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럼 뭐 어때? 일단 루머야 생성하면 그만이다.
‘만일 아니어도 나한테 크게 피해는 안 오는 거잖아?’
조은주 팬계정의 정체를 안다고 협박만 하면, 아니. 서윤슬이 어떤 인간인지 알기만 한다면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 거라는 충동이 강하게 들었다.
쿵- 쿵- 쿵-
심장 소리가 귓가에서 울리는 것만 같았다. 인터넷상에서는 그 무엇도 무섭지 않았던 자신을 한 달 내내 갖고 논 대가를 치루게 해 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
그 믿음이 은주를 부채질했다.
[유채린: 많이 힘들었어요.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사실 무섭더라구요. 한 번에 전부 등돌렸다고 생각하니까.]유채린의 탈을 쓴 윤슬은 자연스럽게 은주에게 기대는 듯 메시지를 보냈다. 마침 은주 역시 동일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때라 순식간에 공감대가 생겼다.
입력: 이해해요 저도 요즘 개인사정으로 힘들때라…ㅠㅠ..
읽음 표시가 바로 떴다. 사라지지 않는 1이나 무신경한 읽지 않음 표시가 아닌. 지금 동시에 같은 화면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게 둘은 몇 개의 메시지를 더 주고받았다. 은주는 고민했다.
‘어떻게 서윤슬 얘기를 떠보지?’
혼자 인터넷에서 누군가의 뒷얘기를 하는 게 익숙한 은주였으므로 이런 일은 어색하기만 했다. 심지어 상대방은 프로필 사진까지 자신의 얼굴로 해 두었으니 더더욱.
그런 은주에게 운명처럼 유채린의 답장이 왔다.
[유채린: 조만간 제가 새로 터뜨릴 게 있어요. 혹시라도 저에게 실망하셨을까봐 말씀드리는 건데… 제가 마냥 가해자만은 아니라는거 한명이라도 믿어주셨으면 해서요.]“됐다!!!”
은주는 핸드폰을 붙잡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핏발이 선 새빨간 눈이 빛났다.
‘가해자만은 아니라는 거면, 당연히 서윤슬이 엮여 있겠지?’
어떻게 하면 알려줄까, 어떻게 하면…!
* * *
‘오케이. 넘어왔다.’
몇 문장만으로 이렇게 사람 속내가 보이기가 쉽지 않은데. 우리 은주는 그걸 해내는구나.
‘마침 같은 시각에 내가 메시지 한 번 더 넣었으니까.’
조은주 팬계정으로 오늘 치 일감을 떠맡겼다. 은주가 커뮤에서 욕하고 다닌 건 나 하나가 아니니까. 인튜버며 유스타 스타며 별별 캡처 다 올렸더라.
‘…덕분에 일이 쉬웠지.’
내 얘기만 하루 종일 나오는 커뮤는 없잖아.
나랑 유리만으로 과로하게 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그간 조은주가 실컷 루머를 퍼뜨리고 다녔던 사람‘들’의 뒷수습을 맡긴다면?
‘바로 ㈜스타팅 스마트 애드 직원 되는 거야.’
오늘 치는 인튜버 하나, 유스타 스타 하나.
[잡담게시판/ 아 근데 인튜버 닐라바 나만 길티임?ㅋㅋㅋ]프젝 김유리 커버메컵 올렸는데 하나도 안똑같아서 공수치옴
닐라바는 중안부 긴타입이라 좀 진하게 해야 그나마 ㄱㅊ은데…ㅜ 끝나고 포즈만 일분 넘게잡는데 내가 다 부끄러워서 후다닥 끔
‘마침 유리랑 엮였고.’
조은주가 나노 단위로 캡처해가며 까던 인튜버다. 삭제 빨리 시킬수록 좋지.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큰일이거든.
김유리 커버 메이크업은 그 누구도 해서는 안 된다!
왜 있잖아. 얼굴이 다 했으니까 따라하지 말라는 분위기.
-ㅋㅋㅋ나도 그생각함 비추 많은거보면 사람 생각 다 똑같은 듯ㅜㅜ
-닐라바 정도가 중안부 긴거라고? 엥…; 별소릴 다듣겠네
˪객관적으로 긴편ㅇㅇ 김유리랑 비교해봐
‘이번 메이크업이 데일리에 가까워서 저런 분위기 나올 줄 알았다.’
이렇게 되면 얼굴이 하나의 아이콘이 된다. 주목받는 건 얼굴 하나다 이 말이지.
‘…개인이 유명해지는 건 좋지만, 그렇게 되면 광고 파워가 낮아진다고.’
흔히들 착각하는 게 있다. 유명 연예인일수록 광고 효과가 좋을 거라는. 아마 지금 인튜버 구독자 수가 많을수록, 유스타 팔로워 수가 많을수록 광고 효과가 좋을 거라 착각해 허수의 팔로워를 가진 사람들이 광고비가 가장 높을 때지.
‘근데 사실은 아니거든.’
잠깐 반짝하는 광고 효과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소비자의 지갑은 열리지 않는다고. 광고주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결과가 없단 말이지.
‘팔로워 수가 좀 적더라도 확실하게 가는 게 낫다고.’
지금 유리도 그렇다. 하는 메이크업마다, 스타일링마다, 헤어마다 여덕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지만 얼굴 찬양이 과해서 이렇게 가다간 삐끗하기 쉽다. 김유리 스타일링을 했을 때 비웃음당한다면 그 누가 따라 하고 싶겠어?
“그냥 하나의 아이콘으로 끝난다.”
그렇게 되면 잣대가 엄해진다고. 유리의 얼굴만 보려는 사람들이 넘쳐날 테니까. 그러면 안 되지. 나는 조은주 팬계정으로 보낸 메시지를 은주가 바로 읽는 것을 확인했다.
지잉-
[고은하 팬계정: 혹시 무슨 일인지 저에게 털어놔주시며ㄴ 안될까요? 비밀ㄹ은꼭지킬게요]‘마음이 급하네. 은주가.’
오타 내면서 보낸 거 봐라. 나는 일부러 애를 태우기 위해 읽고 씹었다.
‘아마 새벽에 위로하는 척 메시지 몇 개 더 보내겠지.’
밤 설치면서 커뮤 관리도 좀 하고, 걱정도 좀 하고, 그리고 좀 많이 초조해지길 바라.
나는 잠 못들 은주를 생각하며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았다.
언니는 내일 또 따로 작업 쳐야 할 게 있어서 먼저 잘게 은주야!
* * *
[코덕게시판/ 김유리 눈썹 어떻게해? 개이쁘다…]원래 탈색하고 나면 눈썹 진짜;; 존나 이도저도 안되는데 미쳤다 걍 태어날때부터 백금발로 태어난거가틈
너무 허연색이면 아파보이고 진하면 머리만 뜨는데 대박임
-아이브로우 맞는걸로 잘쓴듯 진짜 웜컬러는 라모레가 잘뽑긴 한다ㅋㅋㅋ
-아 근데 나도 쿨인데 이거 나쁘지 않게 쓰고 있음ㅇㅇ
이건 댓글들도 내가 작성한 거다. 마침 너무 엔지생건의 아이브로우는 진한 편이니 탈색모엔 안 어울리거든.
‘그게 연한 컬러가 어울리는 사람일수록 더 이질적이고.’
연한 색이 어울리는 사람들은 염색을 했을 때 확 얼굴이 밝아진다. 아무래도 제일 잘 어울리는 아이템을 바로 얼굴 옆에 대놨으니까 변화가 크게 느껴지지.
‘하지만 거기에 진한 색을 끼얹어 버리면?’
머리를 바꿨을 때 느꼈던 감동이 순식간에 식어 버린다. 눈썹만 둥둥 떠다닌단 말이지. 염색과 탈색이 유행인 이 시기, 엔지생건 제품들은 일등에서 내려오기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코덕게시판/ 드페 아이브로우 말고 다른거 추천좀 해주라…]유렌즈에서 혼혈렌즈로 제일 유명한거 꼈는데 끼자마자 갑자기 눈썹만 모임
내 얼굴에서 유일하게;
!눈썹!
이런 느낌…? 눈썹만 존나 근엄해졌어 미친 드페거 원래 잘 쓰고 있었는데 렌즈 안꼈을땐 괜찮았거든ㅠㅠㅠㅠ
이것도 내가 썼다. 염색과 탈색 키워드에 이어서 혼혈 렌즈까지. 그리고 조만간 김유리 메이크업으로 유행을 탈 라모레의 누드 톤 음영 섀도도 이끌어서 같이 넣을 계획이다.
연하고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은 무조건 라모레!
라는 인식이 점점 강해지게끔. 컬러가 연하고 화려한 색감의 메이크업도,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데일리 메이크업도 라모레 제품을 택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주는 거다.
‘이렇게 되면 엔지생건은 자연스럽게 과하고 촌스러워지지.’
마침 지난번 쿨톤 마케팅을 족쳐놨으니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수순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의 인식은 이쪽 방향으로.
=엔지생건 라인 쿨톤 잘 뽑는다고 하더니 아닌데? 그냥 색만 쨍하고 진하던데? 쿨톤이 다 저런 색인 줄 아나. 부담스럽게 색뽑는데 뭐 있음ㅜ 아이브로우도 너무 진해서 과하다…. 역시 쿨톤은 백화점! 그리고 이 색 저 색, 다 잘 어울리는 ‘피부하얗고예쁜’ 쿨톤은 라모레도 잘 어울려♥
‘완벽해.’
내가 계획했지만 정말 완벽한 설계군.
나는 팔짱을 끼고 잠시 감탄했다. 화면 너머 내가 만들고 있는 새로운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질 때.
지잉- 지잉- 지잉-
핸드폰 진동이 연달아 울렸다.
‘은주구나?’
그래. 마음이 많이 초조하겠지. 그 상황을 헤쳐 나갈 유일한 열쇠인 유채린이 읽고 씹었으니까.
나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자기야; 자기 뭐 짜장면 홍보대사라도 된거야?] [차이나타운의 실세… 뭐 그런건가] [중국인들이 나한테 뭔가를 보내오는데 이게 대체뭔지 윤 슬니 야워 하이 슬 총 치옌 나 거 샤오 니엔~~~]
“뭐야, 차재겸이잖아.”
그새 중국 틴톡 노래에 중독되었군. 나는 재겸이 보낸 동영상을 클릭했다.
(늘 웃고 있는 재겸의 유스타 사진들. 그러나 노래에 맞춰서 진.지.하.게 빡!!! 바뀐다.mp4)
…틴톡 중국 팬들이 차재겸까지 흘러들어 갔구나.
유스타에 얼마 없는 차재겸 무표정 사진이 음악에 맞춰 나왔다. ‘평소엔 햇살다정캐 그 자체지만 내 여자를 건드리는 건 용서 못해 흑화한 남캐’를 맡고 있나 본데.
‘아니, 근데 내 사진보다 더 열심히 편집했잖아?’
실망입니다. 나의 십만 틴톡 팔로워들. 차재겸에게는 이렇게까지 온갖 효과를 넣어주다니….
화면이 돌아가고 클로즈업됐다가 어두워지고 아주 난리도 아니다.
[노래 감동적이다] [눈앞의 이 소년은 여전히 처음의 얼굴 그대로래…] [자기야 기억나? 우리 처음 만났을 때…]또 기억 조작을 시도하고 있군. 그새 틴톡 노래 번역까지 돌려본 모양이다.
나는 대충 바보멈 이모티콘이나 보내주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지잉- 지잉-
“아 차재겸 거 알람 꺼놔야지.”
다시 핸드폰 화면을 바라봤을 때,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고은하 팬계정: 혹시 인터넷상이라 말하기 껄끄러우시다면, 만나서 직접 얘기하면 어떨까요? 저 사실 채린님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거든요… 저라도 괜찮다면 이야기 들어 드릴게요!]은주가 만나자고 하는데 별 수 있나. 얼른 만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