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the Regressed Dirty Spoon Becomes a Golden Spoon RAW novel - Chapter (149)
흙수저가 회귀하면 금수저가 된다-149화(149/405)
은주를 만나기로 한 건 이틀 뒤, 일요일이다. 그리고 오늘은 드디어 <프로젝트 111> 마지막 무대의 D-Day 7!
“사실상 이게 마지막이지.”
지금 유리는 순위가 더 높아졌다. 무려 4위.
김 유 리
투표수: 757,777
숫자 굿. 행운의 7이 가득하다.
지난번 메이크 오버 이후로 유리는 확실히 캐릭터가 구축됐다. 수많은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눈에 확 띄거든.
“역시 백금발!”
조명을 받았을 때 반짝거리는 머릿결은 유리를 더 돋보이게 했다. 지난번 무대 이후로 유리 팬계정도 많이 생겼더라. 내가 다 뿌듯하군.
“이제 파이널이라 참가자도 많이 없고….”
111명이었던 참가자들은 그 절반의 절반, 33명이 마지막으로 남았다. 훨씬 줄어들었지만 아직 카메라를 원샷으로 오래 받기에는 힘든 상황이라 그 점이 아쉽다.
“오래 보면 좋을 텐데….”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고, 일단 오늘 편집이 잘 나오길 기도해야지.
유채린 폭로사건 이후로 유리의 편집 방향은 살짝 바뀌었다. ‘눈치 없는 실력충이지만 얼굴 믿고 나온 뚝딱이’ 느낌에서 ‘귀여운 뚝딱바보 그런데 실력충’인 느낌으로.
“뭐 틀어 놓고 있는 거야? 이상한 소리 들리는데?”
“그래. 음악 틀어 두고 까먹은 게냐?”
TV를 진지하게 노려보고 있는 나의 뒤에서 엄마와 할머니가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헤맸다.
“아니야 엄마. 일부러 튼 거야. 이거 일종의 신앙이거든요.”
들어는 봤나. 전문용어로 R=VD.
[InTube] [소원을 이뤄지는 주파수/ 전남친 후폭풍 재회, 바로 연락이 오는 주파수]조회수 1102만회
-와 진짜 이거 들으면서도 긴가민가했는데 결국 오네요…! 정말 냉정하게 차여서 기대도 안하고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틀어두고 잤는데 한달만에 왔어요 후폭풍이 무섭긴 하네요…더보기
˪우와 기 받아갑니다ㅠㅠㅠㅠㅠㅠㅊㅎㅈ연락와라
˪뭐야 내 기 돌려줘요
‘소원입니다. 인튜브 신님.’
우리 유리 마지막 무대 잘하게 해 주세요.
아무튼 오늘도 로고의 반짝임과 함께 <프로젝트 111>이 시작됐다!
* * *
-이게 마지막이지?
˪ㅇㅇ 파이널임
-아쉽다 이제 뭐 보냐…
커뮤니티는 오늘도 순조롭게 불탔다. 커버 곡을 하던 초반과는 달리 후반부는 새로운 곡을 보여줘 흥미도는 나날이 높아져만 갔다.
―안녕하세요, 프로듀서 플렉시블입니다.
*긴장감 도는 BGM
자막: 걸그룹 히트곡 제조기! 스타 프로듀서 플렉시블
유명한 프로듀서와 스타 작곡가들이 나오고, 마지막은 윤슬도 아는 사람이 나왔다. 예고편에서 열심히도 보여 줬던 그 얼굴.
―안녕하세요, 시퀀스의 서브보컬이자 프로듀서 청현입니다.
*화려한 BGM
자막: 잘하는 것은 얼굴만이 아니다, 다재다능의 아이콘 청현
-엥 여기 청현? 얘 원래 작곡했었나
-드디어 청현이 프로듀싱하는걸 보네ㅠㅠㅠㅠ 제발 자작곡 들어줘 하나하나 다 명곡임
-ㅋㅋㅋㅋ흠… 플렉시블 씨케이 그리고 시퀀스청현?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개웃겨
˪이런 조롱성 댓글 지양해줘 팬 아닌데 보기 그렇네
˪이게 조롱으로 보이면ㅜ 그게 극성팬 아니고 뭐란말임…ㅎㅎ
청현이 나오자 커뮤니티 댓글 속도가 순식간에 가속됐다. 누군가는 얼굴을 보고 감탄하고, 누군가는 실력을 의심하고, 누군가는 순수하게 응원했다. 그리고 곧 반응은 하나로 통일됐다.
-와 대박 곡 개좋다…
-유빈아 제발 청현한테 가 유빈아 제발 청현한테 가
-이 곡은 예령이 아니면 할 보컬이 없을 듯?
˪김유리: ???
윤슬의 반응 역시 같았다.
“유리야!!! 청현한테 가!!!”
서툴게 익은 복숭아 같은 느낌의 곡이었다. 신인이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가사와 멜로디. 다행히도 유리는 청현의 조가 되었다.
‘진짜 소원을 이뤄주잖아?’
윤슬은 주파수를 들으며 감탄했다. 생각보다 주파수 빨이 도는 것만 같았다.
‘근데 예고편은 뭐지….’
<프로젝트 111>은 인기 프로인 만큼 다양한 예고편이 나왔다. 1차 예고편과 2차 예고편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1차에서는 짧은 멜로디와 프로듀서 라인업이 나왔고. 2차에서는 조 편성에 당황하는 참가자들과 눈물 흘리는 모습, 뭐 또 매운맛의 기타 등등이.
‘어그로를 마지막까지 착실하게도 끄는구나.’
더 길어진 중간 광고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참고로 윤슬은 인튜브 프리미엄 따위는 사치라 쓰지 않았으므로, 주파수 화면을 벗어나면 음악이 바로 꺼지게 되어 있었기에 계속 틀어 두어야만 했다.
그때였다.
띵띵띵~~~띵!
“? 뭐야.”
갑자기 익숙한 주파수가 아닌 다른 음악이 뚱땅거리며 흘러나왔다. 윤슬이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자 그곳에는 울고 있는 여자가 나왔다.
[흑흑. 소녀 억울합니다…]시녀를 믿기 / 황비를 믿기
“아, 씨…. 착한 궁녀 나쁜 궁녀 또 나오네.”
그래픽 캐릭터들이 약간의 옷만 바꿔입고 나오는 양산형 게임 중간 광고였다. 스킵 버튼도 없이 강제로 13초를 봐야 하는.
착한 궁녀가 나왔다가 나쁜 궁녀가 나왔다가 화려하게 반복하던 그 광고가 끝났을 때, <프로젝트 111>이 다시 시작됐다. 그리고 곧 예고편의 그 어그로를 윤슬은 눈으로 확인했다.
“…어어어?”
유리를 가지고 언플했던 장기 연습생, 예령이 조를 바꿔 유리와 같은 조가 되었다.
―우와. 메보가 둘이 있다! 어떡하지! 비상이다 비상!
―저긴 못 이기겠구나…. 벌써 그런 마음이…(들었죠)
―근데 둘 중에 누구지? 누가 메보를!(할까)
[마침내 같은 팀이 된 둘!]*충격적인 BGM
순식간에 메인 보컬이 당연했던 유리는 보컬 자리를 두고 예령과 약간의 파트 싸움을 해야만 했고.
-아 근데ㅋㅋ 나였으면 예령한테 파트 넘겼겠다… 간절한 사람 눈 앞에 두고 아득바득 욕심챙기기 쉽지도 않을텐데
-유리 좀 독하네ㅋㅋ; 기쎄보이긴 했는데ㅜ
-아직 유리는 나이도 어리고 연생기간도 짧은데 저렇게까지 하고싶을까;
순식간에 커뮤니티 여론이 이상하게 흘러갔다.
‘…그래. 바이럴은 기사로만 하는 게 아니지.’
윤슬은 간과한 게 있었다. 인터넷에 수없이 뿌려지는 연예인 영업글들.
[유머게시판/ 길치라면 공감할 상황.jpg] [유머게시판/ 오늘자 쩝쩝박사의 심금을 울리는 명언.jpg] [다이어트게시판/ 타고난거같은 몸매라인…(박탈감주의).jpg]유머를 섞어서, 부러움을 섞어서, 공감을 섞어서 만들어 내는 글은 바이럴이 침투하기 쉽다. 물론 글로만 바이럴을 하는 것은 아니다.
‘분위기를 만드는 건 댓글이니까!’
요 몇 주 유리에 관한 분위기가 좋아서 잠시 힘을 숨기고 있었을 뿐, 건수만 잡길 기다리고 있던 것만 같았다. 실력충 서사는 붙었지만, 여전히 간절함 서사는 없는 유리가 파이널에서는 당연히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분위기가, 김유리 참가자 목소리가 좀 더 곡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완성도를 위해서라면 아무래도…. (메인 보컬을 바꾸는 게 맞지 않을까.)
심지어 중간 무대 체크 때, 프로듀서인 청현의 발언으로 메인 보컬이 바뀌었다. 앞에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예령은 무대 뒤편에서 혼자 울었고. 그 간절한 모습은 <프로젝트 111>의 이번 방송 가장 핫 클립이 되었다. 가장 먼저 장면 다시보기 영상이 올라올 정도로.
[프로젝트 111/ 간절했던 마지막 무대 뒤, 혼자 눈물 삼키는 예령…mp4]-오늘 예령이 진짜 넘 맘아프다…
-취준생 시절 있었다면 의리상 예령한테 투표해주자
서바이벌 프로의 특성상, 간절한 사람에게 조명이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
커뮤니티에서 예령의 투표 독려글이 올라오고, 분위기가 슬슬 달라지고 있었다. 간절하지 않은데도 좋은 편집으로 상위권을 꿰찬 유리에게 불공정함이라는 잣대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딸칵. 딸칵.
윤슬은 습관적으로 노트북과 핸드폰 페이지를 둘 다 새로고침 했다.
“어…?”
그 순간. 켜 둔 페이지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지난번부터 유리와 예령을 비교하던 그 기자였다.
[<프로젝트 111>, 욕심이 부른 참사… 메인보컬 자리는 유리? 예령?]오늘 방영된 프로젝트 111에서 생긴 논란이 화제다….
로 시작된 그 글을 윤슬은 빠르게 훑어 내려갔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질주하듯 눈동자를 움직였다.
…참가자들의 추천으로 파이널 무대의 메인보컬은 예령이 맡았다. 다년간의 연습생 생활로 다져진 실력과 리더쉽은 팀의 무대를 성공적으로 이끌 패가 될 수 있었지만, 중간 무대 점검 후 보컬 트레이너 디온리의 엄격한 조언이 뒤따랐다.
“이 곡 이미지와 맞지 않는 것 같다.”라는 말에 곡을 프로듀싱한 시퀀스의 서브 보컬 청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마지막 무대에서 예령은 무대와 팀원들을 위해 아쉬운 양보를…
해당 기사를 검색해 보자, 커뮤니티에도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연예뉴스/ 취준생이라면 울컥할 오늘자 예령의 모습…jpg]예령의 처량한 모습 캡처와 반대되는 유리의 모습. 그리고 그 아래에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문장 몇 개를 섞었다.
-죽어라고 열심히 했는데 세상엔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많을 때… 내 자리가 있나 취직 할 수는 있나 부모님 생각도 나서 울컥하는 나랑 존똑…
그리고 그 아래에는 기사 캡처까지. 분위기를 탄 댓글들이 몇백 개나 됐다.
‘이 나쁜 궁녀 새끼들…. 바이럴이 도를 넘네?’
-근데 지난번 무대 보면 예령이도 충분히 잘하는데ㅠㅠ 아쉽다… 마지막인데…
-근데 유리 연습생 한지 얼마 안된거 다 아는데 저렇게 욕심부리는거 별로…
˪2ㅋㅋㅋ 할말하않
˪333 애초에 얘가 왜 파이널까지 왔는지 모를;
-그와중에 청현 갓와꾸ㅠㅠㅠㅠ 남돌편도 내조라 프젝ㅎ
윤슬은 달리는 댓글들을 확인했다. 사실 아이돌 바이럴에 대해서는 능숙하지 못한 편이었다. 주력 분야가 아니기도 했고.
“근데…. 그건 회귀 전 얘기고.”
윤슬은 회귀 후 일을 쉰 적이 없었다. 커뮤니티란 커뮤니티는 다 돌아다니며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동을 해온 K-직장인이었다, 이 말이다.
“지금은 짬이 더 쌓였거든.”
논란 일으킬 수 있는 법엔 도가 튼 윤슬이었다. 저 댓글들 사이 바이럴이 얼마나 침투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윤슬은 바이럴로는 질 수 없었다. 자존심이 있지.
“그리고 뭐…. 잘됐네.”
마침 은주를 이용해 유리가 관련된 애매한 글들을 모두 바꿔 버릴 작정이었으니까. 최고의 아이템.
마법의 반성문.
‘은주가 나 때문인지 유리 관련 글도 제법 썼더라고.’
고소는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는 글은 몇 개 없었고, 그마저도 미성년자니까 크게 처벌받지 않을 테지. 훔친 물건? 어찌 됐든 돌려받았으니 재판에서 실질적인 타격은 없었다고 판결 날 것이었다.
다이아수저가 힘을 써줘도 윤슬이 바라는 만큼은 아닐 것이었으니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이익을 뽑아야만 했다.
‘유채린 사건 때 느꼈지. 대중은 제대로 된 증거만 있다면 분위기가 바로 달라진다는 걸.’
그래서 계획한 것.
조은주와 유채린이 만나 본격적인 대화 시간을 갖는다. 상대를 믿지 못하는 유채린의 입을 열게 하기 위해 조은주가 이야기를 시작하고, 유채린이 몇 개의 질문을 하면 어느 순간부터 브레이크가 풀린 은주가 완벽하게 속마음을 털어놓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미리 설치해 둔 CCTV로 녹화한다!
‘그 녹화본으로 반성문 아이템을 얻으려고 했는데.’
녹화분은 풀어 봤자다. 이판사판 잃을 게 없어진 은주가 어떻게 저 자리에 나갔는지 폭로라도 하면 윤슬의 이미지는 끝이었다.
-엥 그렇게 안봤는데 진짜 음침 갑이다…;
-가계정으로 사람 부를생각 어케한거임 미쳤다ㅠㅠㅠㅠ
‘완벽한 피해자들 사이에 묻혀야 한다.’
피해자가 윤슬 하나면 앞으로 자신들도 고소당할까 말을 아끼게 되고, 버즈량이 줄면 원만한 팔로워의 증가에 해가 된다. 적당히 선 넘지 않는 정도로 언급하고, 관심 가지고 궁금해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훨씬 이득이었다.
‘그리고 고소를 계속하는 유명인은 피곤하다는 인상을 얻으니까.’
고소를 남발하는 이미지를 얻으면 나중에 진짜 큰일이 생겨도 동정표를 받지 못한다. 윤슬은 지난번 상태창의 에러 이후 계획을 제대로 세웠다.
‘진짜 루머 고소는 나중에 TV 출연했을 때를 위해 아껴 놔야지.’
윤슬을 아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더 언급이 늘어났을 때, 그때 도를 넘는 악플들만 모아서 한방에 임팩트 있는 처리를 할 예정이었다.
‘지금 은주는 약하니까…. 음침한 사람한테 당한 피해자 목록을 만들어 두는 게 여러모로 낫다.’
영상을 풀겠다고 하면 바로 퀄리티 높은 반성문이 나올 거다. 인튜버와 유스타스타, 연예인과 연습생의 루머 유포를 하다 고소를 당한 악플러1이 반성문과 증거를 올리며 선처를 바란다.
하도 욕해 둔 사람이 많으니 보러 올 사람이 많을 테고, 그만큼 빠르게 온 커뮤로 퍼져 나갈 거고.
‘그렇게 유리를 비꼬던 사람들은 어쩌면 저런 부류의 음침한 인간이라고 묶이게 된다!’
그렇게만 되면 분위기가 달라질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잘 됐다. 증거야 기사로 아주 많이 있으니 소속사 없는 청렴한 이미지까지 얻게 될 거라 판단이 든 윤슬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음침한 인간의 루머 유포, 그보다 더 음침한 소속사의 언플 바이럴 뒷공작이 합쳐지면 효과는 배가 될 테니.
‘잠깐 당황한 거지, 아직 얼마든지 판 뒤엎을 수 있다.’
윤슬은 핸드폰을 켜 어딘가로 연락을 취했다. 이 판을 뒤엎을 수 있는 최고의 카드에게.